[애월맛집] 현지인만 이용, 6천원에 진짜 돼지갈비를 파는 고깃집


    오늘은 다듬어지지도 않았고 검증되지도 않은 시골 식당 한 군데를 소개할까 합니다.
    제주에 둥지를 튼지 열흘쯤 지났을 때, 애월에 있는 숙소 근처를 오가며 고깃집 하나를 봐둔 적이
    있었습니다. 척봐도 잘 알려진 유명맛집이나 관광지 식당과는 거리가 있는데 저녁에 지나가면서
    잠깐 들여다 보니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집으로 보였습니다.
    사실은 이 집에서 고기를 맛 본 후 저는 "내 생애 최고의 미스테리 맛집"으로 타이틀을 붙이려다
    돼지갈비에 대해 지금은 어느정도 궁금증이 풀려 결론을 짓고 글을 쓰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고기 질이 "이렇게 팔면 남을까?"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가격이였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제주시 애월 부근에 있는 어느 시골식당.
    시원하게 뻗은 일주도로 옆에 떡하니 보이는 간판이지만 관광지가 아니다보니 이 근방은 전부 시골 할아버지와 아낙네등 현지인들만 찾는 전형적인
    마을 식당입니다. 사실 곁으로 풍겨지는 분위기가 좀 그렇다보니 선뜻 발길이 안가지는데요.
    저녁이면 동네 사람들로 몇몇 테이블이 채워지는 모습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여 들러봤습니다.



    #. 앞뒤가 안맞는 메뉴판에 잠시 혼동, 메뉴판은 수정해야
    메뉴판을 보니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흑돼지 생갈비 1대(200g)이 6,000원? 이 무슨 말도 안되는 가격이란 말인가.
    아무리 흑돼지로 유명한 제주도지만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 오겹살이 180g에 14,000~15,000원 정도로 팔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일행은 아내와 저 뿐이여서 일단 두대를 시켜봅니다. 그래봐야 12,000원. 어딘가 모르게 좀 미심쩍네요.

    가만 살펴보니 흑돼지라 써 붙인 저 문구 위엔 작을 글씨로 (덴마크)라 적혀 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덴마크 산인데 흑돼지라니.. 물론 유럽을 포함, 지중해의 코르시카 섬과 같이 흑돼지가 유명한 곳이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나라로의 수입은 안되는 걸로 아는데 마침 주문을 받으러 오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봤습니다.

    "이거 덴마크 산인데 흑돼지라니 어떻게 된건가요?"
    "흑돼지는 아니고 그냥 제주산 생갈비입니다. 흑돼지를 저렇게 팔면 마진이 안남습니다"

    여기까지의 대화로 유추해보면 이 집은 다른건 둘째치고 메뉴판을 고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원산지 표기와 흑돼지 표기가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연이 있어 메뉴판이 저리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제주산 생 돼지갈비라 해도
    1대(200g)에 6,000원이면 다른 지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가격임엔 틀림없지요.
    문제는 이것이 정말 제주산 생 돼지갈비인가 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싸서 그럴까. 주문 받는 아주머니가 은근슬쩍 강매하려는 눈치입니다.

    "두분이서 드실려면 4대는 시키시는게 좋을텐데..저렴하잖아요"

    그래요. 그래봐야 24,000원이니 결국 일반 돼지갈비 먹는 가격이 되어버렸지만 아주머니 말씀대로 제주산 진짜 생돼지갈비라면 개의치 않으리..



    #. 저렴한 열탄을 쓰지만 돼지고기엔 무리없어
    불판은 정말 평범합니다. 아래는 숯이 아니고 열탄인데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수입을 해오지요.
    요새는 참숯도 중국산을 많이 사용하는데 사실 단가 때문에 업소에서 국내산 숯을 쓰기란 여간 쉽지 않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고기는 참숯이 아니면 인공탄이라도 올려 석쇠에 구워먹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시골 식당에서 그런 것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겠죠. 
    만약 쇠고기를 구워먹는데 저런 환경이였다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돼지고기에 열탄이라면 무난한 조합입니다.
    이것도 화력이 좋아 속까지 전부 익혀야 하는 돼지고기엔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저렴한 열탄을 사용하면서 얻는 단가를 고기 질에 투자한다면 말입니다.




    #. 뭔가 체계적이거나 다듬어진 맛과는 거리가 있는 시골 맛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고깃집에서 많은 반찬은 의미가 없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대신 고기와 궁합을 맞출 김치와 장아찌, 고기와 함께 먹는 겉절이라던가 찍어먹는 소스류는 중요하게 보는데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 집 반찬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맛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어떤건 괜찮은데 어떤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네요.

    1) 김치
    적당히 젓갈맛이 나는게 맛있는 전라도 김치를 먹는 듯 하지만 익은 김치가 아니여서 고기와의 궁합은 글쎄입니다.

    2) 고추 양파 장아찌
    느끼한 입안을 개운케 해주는 일등공신이지요. 그런데 이건 왠지 물 탄듯한 닝닝함이 뭔가 만드는 과정이 잘못된 듯 합니다.

    3) 도토리묵 : 평범해서 패쓰

    4) 멜젓 
    제주도 고깃집에선 저런 형식으로 많이 나오는데 어디서 납품을 받는가 봅니다. 제가 들린 세 군대의 고깃집이 멜젓의 맛, 형태, 색깔이 전부 같았는데요. 
    비릿함을 좋아하신다면 소스에 찍어 드시길 권해봅니다. 다만 저 멸치는 조금씩 끊어 드세요. 통으로 먹으면 ^^;

    5) 오이김치
    찹쌀풀을 쒀서 만든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엄마손 표 오이김치 같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이런 걸 기대하고 왔는지도 모르지요.^^

    6) 쌈
    단골 손님과의 대화를 엿듣고 느낀 점은 동네 주민들과 적잖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단골들에겐 어린 배춧잎을 주는 반면, 제주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 우리같은 외지인들에겐 일반적인 상추쌈을 제공하더군요. ^^;



    7) 마지막 겉절이
    다소 달짝지근하게 무쳐냈지만 생돼지갈비와 나름 잘 어울릴만한 싱싱한 겉절이입니다.
    맛이 괜찮아 한번 정도 더 리필했더니 "지금 무치는 중이라며"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제주산 생돼지갈비 1대(200g) 6,000원으로 총 4대를 주문했다

    사진1) 진짜 돼지갈비는 식용본드를 붙인 목살과 달리 기름기가 많이 끼여 있으며 표시된 화살표처럼 살을 저민 흔적이 남아 있는 게 특징

    메뉴판에서 부정확함을 보인 이집의 화두는 단연 이것이 정말 제주산이며 진짜 돼지갈비인가 하는 것입니다. 
    얼마전 TV 뉴스에도 나왔고 이제는 알만한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진짜 돼지갈비는 사실 구경하기 조차도 힘든 시대이지요.
    수입산 저렴한 목살등을 가져와 국내산 뼈등에 식용 본드를 붙여 파는 게 대부분입니다. 
    얼마전 모 업소는 그런 제품을 '국내산 돼지갈비'라며 대형 마트에 유통시켜 이득을 챙기다 적발되기도 했지요.

    사실 우리가 먹는 돼지갈비는 90%이상 "목살 양념구이"입니다. 
    그 이유를 들어 혹자는 "돼지는 소와 달라 갈비에서 나오는 갈비살이 얼마 되지 않아서"라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진짜 돼지갈비살은 비싸고 귀해서 유통이 안되는 게 아니라 이를 유통시키기 위해선 살을 일일이 저며내는 수작업을 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도축하고 재단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게 맞을거예요.


    사진2. 진짜 돼지갈비는 외곽선이 일정치 않고 구불구불하다

    #. 진짜 돼지갈비와 가짜 갈비 구별법
    사실 이 날은 양념 돼지갈비가 먹고 싶어 들렀는데 생 돼지갈비를 시킨 이유는 이것이 정말 생고기인지 진짜 돼지갈비인지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양념으로 범벅이 되어 있으면 그 맛도 알기 어렵고 고기 결이라던가 칼질의 흔적을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진짜 돼지갈비와 가짜 갈비의 구별법에 대해 제가 아는 상식선에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흔히 돼지뼈에다 식용본드를 이용해 목살을 붙인 경우는 대부분 살코기로 되어 있습니다. 재단된 모양도 둥그스럼하며 외곽선도 일정해 곱게 떨어지지요.
    반면 진짜 돼지갈비는 곳곳에 칼로 저민 흔적이 있으며(사진1 참조), 중간에 기름기가 많습니다. 혹자들은 "돼지갈비가 살살녹네"라 표현하지만 살살 녹으면
    그건 살코기 중심인 목살이고, 진짜 돼지갈비의 식감은 다소 쫄깃하며 심지어 질기기까지 합니다.


    #. 200g 1대가 단돈 6,000원인 제주산 생돼지갈비, 제주도여서 가능해
    메뉴판에 '덴마크산 흑돼지(?)'는 잘못 표기된 거라고 했기에 말씀드리자면..
    만약 이것이 수입산 돼지고기라면 전량 냉동으로 들어 왔을 것이고 그것을 해동시켜 생갈비라 팔면 저런 때깔이 나질 않습니다.
    냉동된 시간이 많으면 많을 수록 육색은 검붉게 되고 팬에 구워지면서 선지자국(핏기)이 흘러나와 부글부글 익는 모습을 보실 수 있지요.
    반면에 생고기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제주도라는 도서지방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수입산을 들여와 파는 게 유통구조상 불이익일지도 모르죠.
    제주산 생돼지갈비가 저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근처에 도축장이 있다는 점과도 연관지어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 포스팅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흑돼지 전문점, 관광맛집과 비교돼"  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바로 인근에 축협공판장과 도축장이 있는데 거리상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참고로 제주도에서 공식 허가된 돼지 도축장은 단 한곳 뿐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문단지나 여타 관광지 식당 물가는 이런 것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는 점도 참고하실 만한 부분입니다.


    진짜 돼지갈비를 불판에 구웠을 때 안좋은 점은 열탄의 화력을 잘못 맞출경우(여기선 공기구멍 조절이 되겠네요)
    굴곡이 있는 살집이 골고루 익지 않는다는 점.


    먹기 직전 전체 샷 한번 찍어주고요.


    뼈를 포함하여 1대 200g의 양입니다.



    처음 고기는 참기름장에 찍어 고유의 맛을 음미해 봅니다.
    육질이 탱글하네요.


    쌈에도 싸서 먹어보고..


    멸치 한마리 통으로 얹어 멜젓에도 찍어 먹어보고..
    그런데 멸치 한마리라 다소 과한 맛이 납니다. 그냥 살짝살짝 찍어 먹는 게 무난하네요.


    두번째 갈비부턴 화력 조절을 잘하여 골고루 익혔습니다.


    지글지글 마늘이 익어가고 있고 그 옆에는 제주도의 상징인 '양파오름'이 익어가네요.^^


    식사를 시키지도 않았는데 된장찌개가 나옵니다. 물어보니 식사 여부와는 상관없이 나와주는 거라네요.
    한창 고기 드실 때 뜨끈하고 칼칼한 찌개 한 수저, 간절히 생각나지요.
    그런데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선 따로 시켜 먹거나 밥을 시켜도 찌개 대신 된장국이 나와 아쉽기도 한데요.
    이렇게 조건없이 나와주는 된장찌개는 참 반갑습니다. 그런데 호박은 쌩뚱맞게도 단호박, 그닥 어울리진 않네요. ^^; 



    찾아오는 길은 아래 지도 참조, 주차는 가게 앞에 몇 대 가능함
    네비주소 :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1280-1

    된장찌개 맛도 다소 밍밍합니다. 
    칼칼하고 시원한 된장찌개를 기대했다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투박하게 넣은 다시멸치하며 조미료 맛이 전혀 안느껴지는 시골느낌의 된장찌개.
    개인적으로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이다 보니 맛에서 아쉬운건 어쩔 수 없군요. 요건 제 입맛을 탓하며..

    #. 제주도 생돼지갈비를 파격적인 가격에 파는 구이사이, 총평
    이 집을 애월의 숨은 맛집이라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제 생각엔 이 집도 호불호가 매우 갈릴 수 있다고 보기에..
    대부분 연로하신 마을 주민분들이 드나드는 집이고 장사도 거기에 맞춰 있다 보니 외지인들에게는 서비스라던가 친절도에서 큰 기대를 안하시는 게
    좋습니다. 반찬과 찌개는 시골스러운 손맛이 느껴지나 일부는 다듬어지지 않았고 고기와의 궁합면에서 신경쓰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돼지갈비 전문점"으로서 최적화를 시켰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솔직히 남자1명, 여자 1명이 오는 테이블에 200g짜리 돼지갈비를 4대나 주문해야 한다고 말한 건 조금 강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제 아무리 생 돼지갈비라곤 하나 200g x 4 = 800g이 남녀 둘이서 먹기엔 버거울 수 있는 양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도 나름 대식가라 자처하는 사람이지만 결국 생갈비 한대는 입에도 대보지 못하고 남기고 말았습니다. 옆 테이블도 남녀 한 커플이 왔는데 우리와 사정이
    같더군요. 그러니 두명에서 주문하실 땐 3대 정도가 적당하며, 상황봐서 추가로 시키시던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갈비 자체만으로 놓고 보자면 개인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을 정도로 파격적인 가격이였습니다.
    역시 도축장과 축산공판장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가능한 걸까요. 비록 저렴한 열탄에 흑돼지도 아니지만 제주산에다 진짜 돼지갈비를 그런 가격에 팔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한번쯤 들러볼 만 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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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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