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여름 부시리, 겨울 방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봄 도다리, 가을 전어와 같은 제철을 의미. 개도 안먹는다는 한여름 방어와 달리 부시리는 겨울에도 지방이 올라 일정 수준의 맛을 가지는데 한달하고도 반달이 지난 제주도 낚시 생활에 즈음하여 대부시리를 맛보게 됩니다. 원래 부시리 낚시 계획은 없었지만 제 낚시줄을 여러번 끊어 먹었기에 그 존재를 확인할 겸, 또 겨울 부시리회와 여름 부시리회의 차이도 알아볼 겸 해서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대형 부시리 손질부터 생선회까지 쭉쭉 가려고 해요.




    90cm급에 근접한 부시리를 낚고, 제주 송악산에서

    방어는 많이 알지만 부시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낚시꾼이거나 혹은 미식을 즐기는 식도락가가 아닌 한 말이죠. 여기에 이 둘의 생김새는 어지간한 전문가가 아니고선 판별하기 힘들 정도로 판박이. 다음에 이들 모습의 차이점을 가지고 다시한번 이야기를 하겠지만 외형의 생김새를 제쳐두고서라도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최대 전장에 있습니다.

    방어는 1m20cm 내외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부시리는 2m, 심지어 2m50cm에 무게 90kg이상까지 보고된 적이 있는 초대형 물고기입니다. 그러므로 1m가 조금 안되는 이 녀석은 한창 혈기왕성할 때로 크기로 맛을 따지자면 초대형급 보다는 오히려 1m에 못미치는 개체가 최상의 맛을 낸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초대형급 부시리는 흔치는 않지만 시가테라 중독이 보고 되어 있으므로 조금은 꺼리게 되지요. 시가테라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물질로 주로 어류에 발견되는 약한 독.

    맛은 단연 부시리가 방어보다 뛰어나며 고급어종의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방어는 살이 좀 더 붉고 기름지나 겨울이 아니면 형편없는 물고기로 전략해 버리고, 부시리는 방어보다 살이 희며 기름진 맛은 덜하나 대신 담백합니다. 제철은 여름이지만 겨울이 되어도 "대부시리의 경우"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지요.


    이제 그런 부시리를 해체해 보겠습니다. 뭐 부시리 지깅꾼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장면이지만 이렇게 소상히 담은 사진은 흔치 않기에 일반 낚시꾼 + 비낚시인들에겐 눈요기꺼리 정도는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요.^^


    사진1) 아랫턱과 아가미를 분리

    사진2) 배를 가르는 모습


    사진3) 내장 제거


    그전에 피를 빼고 비늘을 쳐야 하는데 지금 장면은 이미 현장에서 피를 뺀 상태. 반드시 살아 있을 때 아가미 정 중앙 깊숙한 곳을 찌르고(그곳에 심장이 있슴) 이렇게 대형어일 경우 꼬리쪽에도 깊숙히 칼집을 내어 주면 피를 깔끔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멱을 따야하는데 보시다시피 칼로 아랫턱과 아가미를 분리시켜주고요.(사진1 참조)

    항문에서 가슴까지 칼을 넣어 그대로 갈라줍니다.(사진2 참조) 분리된 아가미를 잡아 빼면서 내장까지 함께 적출합니다.(사진3 참조) 저도 이렇게 큰 생선은 처음 손질해 보는데 이건 손질이 아니라 도살 수준이로군요.^^;


    그리곤 깨끗히 씻은 밑밥통에 담아보는데 택도 없군요. 고민끝에..


    좀 더 큰 보조가방에다 담습니다. 그래도 꼬리는 꺾어야 들어가는군요. 부시리 3마리에 잔챙이 벵에돔 몇 마리를 넣으니 꽉 차네요. 각얼음은 2개를 구입해 위 아래로 넣었습니다. 이제 제주 사계항에서 숙소인 애월로 폭풍질주! 소요시간은 35분 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얼음을 넣는 이유는 선도저하가 아닌 육질의 저하를 막기 위함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얼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대단히 큽니다. 저온에서 가져오지 않으면 특히 전갱이과의 붉은살 생선들은 쉽게 물러지기 때문에 얼음값(4,000원) 아끼려다 수만원어치의 횟감을 그르치 게 해선 안되겠지요.


    손질한 자리는 내장과 비늘로 어지럽게 흩어져 있으니 물청소 쫘악 해주고요.


    70cm급 부시리의 탱탱한 단면

    여름 방어는 산란직후라 홀쭉하고 맛도 없는데 기생충까지 있지만, 부시리는 제철이 아님에도 이렇게 살이 꽉 찼습니다. 내장을 깠을 때도 기생충 하나 없더군요.(요건 자세히 본 게 아니므로 장담은 못함 ^^)

    부시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역시 "부시리회"입니다. 부위별로 썰어 먹는 부시리회는 흡사 참치회를 연상시키나 그 맛은 붉은살 생선과 흰살 생선의 경계쯤 됩니다. 뱃살 마블링을 보니 군침이 솟는군요. 꿀꺽~! ^^


    대가리 손질을 마쳤습니다. 각각 아내와 제가 잡은 70cm급 부시리입니다. 이는 구워드셔도 좋고 매운탕이나 맑은탕도 좋습니다. 특히 얼리지 않고 생물일때 맑은탕으로 푹 고아드시면 끝내주지요. 이것은 둘다 포장해 이웃들에게 나눠줄 생각입니다.


    이제 90cm에 달하는 부시리 손질만이 남았습니다. 숙소 주방이라 작업장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네요. 그래도 열심히 포를 떠 보겠습니다.


    우선 대가리를 분리해 냅니다. 정말 묵직합니다. 이것은 나중에 소금구이를 할 생각입니다.


    대가리 손질법입니다. 무척 위험한 작업이므로 늘 조심해야 합니다.

    1) 삼각형 모양의 저 가슴살은 참치부위로 따지면 '가맛살, 혹은 가마도로'에 해당됩니다. 잘 오려서 생선회 특수부위로 따로 빼 드셔도 되고, 저렇게 대가리와 함께 빼내 구이나 탕으로 드시면 아주 푸짐하지요. 그런데 저 부분도 비늘이 있으므로 꼼꼼하게 쳐줍니다.

    2) 생선 대가리 요리는 뽈때기 부분에 있는 비늘도 말끔히 제거하는게 좋습니다. 빡빡 밀어서 제거해 줍니다.
    3) 흐르는 물에 씻어 핏기를 완전히 제거해 준 다음.
    4) 가운데 단단한 뼈를 피해서 칼집을 내고 다음 양쪽으로 쫙 펼치면 대가리 손질 완성! 이때는 늘 손 조심, 칼 조심(칼날 나갈 수 있슴)


    이제 부시리도 손질합니다. 맨날 벵에돔이나 뺀찌만 손질하다 간만에 큰 생선을 만지니 회뜰 맛 제대로 납니다.^^


    한쪽 포를 분리했습니다. 무슨 쇠고기 등심 한덩이 쥔 듯한 포스로 듬직~~~하네요. ^^ 이때 였습니다. 소식통을 들은 누군가가 집안으로 난입하는데 이웃 블로거이신 파르르님이군요.


    생선회하면 자다가도 벌떡 깨신다는 파르르님께서 이 장면을 보시더니 참다못해 뱃살 좀 먹어보잡니다. 방어나 부시리회는 뭐니뭐니해도 기름진 뱃살. 저는 빛의 속도로 손질해 한 접시 내어 봅니다.


    부시리 등살과 뱃살을 대충 썰어가 접시에 올려봤다

    겨울 부시리의 대뱃살, 여름 못지않은 배지근한 맛을 낸다

    횟집 같으면 뱃살 조각을 이렇게 크게 썰어내지 못할 텐데 여기선 그런거 없습니다.^^ 워낙에 큰 부시리라 한 조각 썰면 요 정도 크기는 나오지요. 저걸 한입에 넣고 왁작와작 씹어드셔야 제맛이 납니다. 처음엔 뱃살의 고유한 맛을 음미하려고 고추냉이를 올려 맛을 봅니다. 그리곤 저렇게 김에다가도 싸서 먹어보는데.. 생선회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만큼 입맛도 까다로운 그 분의 표정에서 적잖은 만족감이 보입니다.

    "아~정말 맛있다.^^"

    그 분을 보내며 구이와 탕꺼리 좀 챙겨드리고 이제 남은 것도 마저 손질해 주인집에 나눠줄 차례입니다.


    통 크게 썰은 겨울 부시리회 한 접시 대령이오!

    등살, 중뱃살, 뱃살등 부위별로 푸짐하게 둘러쳤습니다, 워낙 양이 많으니 얹고 또 얹어 두바퀴를 돌렸습니다. 70cm급도 덩어리가 어찌나 크던지 회 한점당 크기가 무지막지하게 되었습니다. 이거 끊어 먹기도 뭐할텐데.. 다음에 또 이런 크기를 만나면 4등분에서 8등분으로 잘라 썰어야겠습니다. 요건 펜션 주인집에 갖다 줄 몫.

    "(똑똑똑) 계세요?"

    보자마자 깜짝 놀라는 팬션 주인 내외.

    "아니 이게 뭐예요?"
    "방금 잡아 온거예요. 부시리라고 왜 히라스라 불리는 물고기 있죠?"
    "하이고마 이 귀한걸..."


    주인내외는 장담컨데 제주도 토박이는 아닌것 같습니다. 전형적인 서울분처럼 보이지만 물어보지 않았으니 추측만 할 뿐. 부시리(히라스)를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푸짐하게 올린 회접시를 보고 적잖히 놀라는 눈치입니다.


    아내가 조림을 하는 동안 저는 대가리를 굽기 위해 불을 지핍니다.


    90cm급 부시리 대가리의 위용, 그릴통을 덮어버렸다

    늦가을에 접어든 제주도의 밤은 무척 쌀쌀했습니다. 저는 번개탄을 난로 삼아 쪼그리고 앉아 굽습니다. 굵은 천일염을 충분하게 뿌려 준 후 석쇠에 올리자..
     
    "탁~ 타닥~~!"

    맛있는 소리를 내며 익어갑니다. 양 가측은 불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기에 손으로 들고 조절하며 구워야 했습니다. 워낙 굵은 씨알이다 보니 속살까지 익히는데 적잖은 시간이 드는군요. 그렇게 제주에서의 가을밤은 부시리 굽는 냄새로 무르익어갑니다.


    부시리 낚시를 했던 우리부부의 소박한(?) 저녁 상차림

    엄청난 크기의 부시리 대가리 구이. 이걸 둘이서 먹자니 한숨부터 나옵니다. 그 한숨은 기쁨과 놀라움, 걱정까지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섞인 한숨이였습니다.


    얼마전 방어축제에서 맛 본 15,000원 짜리 방어 대가리 구이

    시커멓게 타버려 숯덩이가 된 방어구이와 비교되죠? ^^


    젓가락질로 가마블록을 힘겹게 들어봅니다. 껍질은 바싹, 속살은 촉촉하게 익었습니다. 이 한 조각만해도 살이 엄청 들어 든든하기는 한데 언제 이걸 다 먹을 수 있을지..


    살코기는 고추냉이와 간장에다 살포시 찍어서 먹어봅니다. 먹으면서 드는 생각은 아이들이 있는 집에 이런 반찬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것.
    큼지막한 살 덩이를 발라다 얘들 입에 넣어 주면 정말 좋아하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이걸 구실삼아 아빠님들~ 낚시하러 오십시요.^^;


    무우와 호박을 넣고 졸인 부시리 조림

    겨울 부시리도 지방이 많아 이렇게 기름이 둥둥 뜹니다. 조림을 한 아내, 특별히 조미료가 필요 없답니다. 고춧가루와 마늘, 간장, 청양고추만 넣고 졸이면 지가 알아서 배지근한 맛을 내니.. 살에서 나오는 이 감칠맛이야 말로 최상의 조미료가 아닐까?


    제철 못지 않은 겨울 부시리회

    제일 오른쪽에 붉은빛을 내는 것이 등살이고 왼쪽은 중뱃살입니다. 윗쪽과 가운데는 뱃살. 개인적으로 뱃살을 가장 좋아하고 그 다음은 중뱃살. 제철은 아니지만 워낙 컸기에 특유의 기름기는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등살은 다소 밍밍한 편. 여름에 먹었던 부시리 등살은 참 고소했는데 겨울 부시리의 등살만큼은 겨울 방어에게 맛을 양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겨울 부시리, 중뱃살의 고운 자태


    "오늘 고기 잡느랴 촬영 도와주랴 수고 많았어"

    낚시를 마친 저는 언제나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습니다. 함께 낚시 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거든요. 물론 지금이야 낚시를 즐기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처음부터 낚시가 좋아서 다닌 것은 아니기였기에.. 같이 다니다 보니 그리고 저에게 취미를 맞추다 보니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특히나 부시리는 여타 어종에 비해 많은 체력을 요하는 낚시지요. 여성의 몸으로 새벽같이 일어나 낚시를 준비하며 험한 갯바위에서 그것도 70cm를 넘나드는 부시리와 싸워왔으니.. 그렇다고 철수 후에 쉬는 것도 아니고 생선손질에 회뜨는 장면을 촬영해 주고 밥을 짓고 나서야 한숨을 푹 쉬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저 역시 하루종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턱하니 내려놓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을까? 지금은 그 칼로리를 겨울 부시리회로 보상 받는 달콤한 순간입니다.^^


    구운 김 위에 밥을 올리고 두툼한 부시리 회 한점과 직접 만든 쌈장을 얹어 입 안에 털어 옇으면.. 눌렀던 피로가 샥 가시는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불꽃이 눈에 안보인다 뿐이지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에너지 충전 아이템을 섭취한 캐릭터가 불꽃을 일으키는 모습과도 같군요.


    회가 넓직~~하니 아예 회로 쌈 싸서 먹어봅니다. 쌈장은 평소보다 많이 올렸습니다. 아주 짤 정도로 ^^ 하지만 결코 짜지 않았습니다. 회의 넓직한 면적이 짠맛을 감싸 주기에..


    다음날 입질 부부의 아침상

    아침식사에도 부시리회는 여지없이 등장합니다. 하루가량 숙성시켜 먹는 부시리회는 또 다른 맛을 선사해 주는군요. 찰기가 더해져 잘근잘근 씹히는 근육에 맛은 좀 더 진해졌습니다. 숙성회의 묘미는 흰살 생선도 좋지만 이렇게 붉은살 생선에서 더더욱 나타나는 법.


    먹고 남긴 회 조각은 튀김의 재료로 쓰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튀김인지 부침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뭐 그래도 좋습니다.^^



    담백하고 고소한 부시리 튀김

    담백한 겨울 부시리로 한껏 튀겨낸 저 속살. 눈 처럼 하얀데 식감은 부드럽고 맛은 깨가 쏟아집니다. 샐러드와 함께 맥주 안주로 삼으면 그만입니다.

    초겨울, 대부시리와의 미식 파티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렇게 나눠주고 했는데도 결국은 하루만에 다 못먹었습니다. 남은건 냉동실에 있는 벵에돔과 함께 장인어른께 소포로 부쳤습니다. 이제 냉동실이 텅텅 비었습니다. 우리부부는 또 다시 냉동실을 채우기 위해 낚시를 가려고 합니다.

    입질부부의 제주도 바다낚시, 이제부터는 미친 낚시가 시작됩니다. 왜냐하면 이 제주도 날씨가 며칠을 안좋다가도 한번 좋아지면 몰아서 좋은데 그 시간이 2~3일 남짓밖에 안되니 낚시도 몰아서 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부부도 제주도에서 낚시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출조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저는 또 다시..

    "관탈도로 정했습니다."

    지난번 관탈도 낚시가 너무나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부시리 낚시로 기량이 한껏 오른 아내, 관탈도에서 신들린듯 돌돔을 뽑아내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에 옆 현지꾼도 혀를 내두르더군요. 남편보다 낫다고 ^^;; 입질부부의 제주도 낚시, 다음 편을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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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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