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석같은 섬, 제주도 비양도 여행 vol.2(비양도 배시간, 보말죽)


    제주도에는 비양도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우도의 끝자락에 위치하며 '비양동'이라고도 불리는데 조수간만의 차이에 의해 바닷길이 열리는 작은 등대섬이고, 또 하나는 제주시 한림읍에 소재한 바로 이 섬이지요. 그래서 대게 비양도를 여행한다고 하면 한림항에서 출발하는 도선에 몸을 기대어 유유자적 떠나는 것! 그렇게 출발한지 20분도 채 안되어 도착한 포구의 모습은 사람의 때가 덜 묻은 소박함과 순수함이 묻어나는 아담한 섬이였습니다. 지금은 한기가 느껴지는 초겨울이지만 좀 더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비양도에서의 가을풍경을 스케치 해 봅니다.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 비양도 풍경


    고현정, 조인성, 지진희 주연의 드라마 '봄날'촬영지 기념물



    멀리 비양봉이 보이고 옛 어촌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비양도 마을

    #. 천년의 섬, 비양도
    제주시 한림읍에서 북서쪽으로 약 3Km 가량 떨어진 비양도는 협재해수욕장을 마주하며 이 일대 풍광을 책임지고 있는 아름다운 섬. 그 규모는 매우 아담해 섬을 둘러보는데 불과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비양도만큼 반나절 동안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섬이 또 있을까 싶어요.


    비양도(飛揚島)의 어원을 살펴보면 과거 옛 사람 특유의 정서가 녹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양도는 중국에서 떠내려 온 섬이라는 게 그것. 사람들이 무척 놀라 멈추라고 소리치자 지금의 위치에 서며 "날아온 섬"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합니다.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이지만 실제 비양도가 형성된 배경은 또 다릅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고종 5년(1002년)때 산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솟아 나와 용암을 분출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비양도에 신석기 유적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이때 섬이 솟아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1000년 전에 또 한번의 지각변동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죠. 그래서 비양도는 '천 년의 섬'이라고 했던가..

    현재는 화산활동이 멈춘 상태입니다. 비양도는 인구 170여명에 114.7m의 비양봉과 2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는 아담한 해안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엔 빗물을 받지 못하면 식수난 해결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제주도에서 바다속 파이프를 연결해 식수를 공급받는다고 해요.


    대부분 섬 주민들은 어업에 종사하며 이 일대는 전복, 소라, 오분자기, 보말등의 해산물이 나며 제주도 일대의 해역과 마찬가지로 해조류가 무성히 번식하고 연 수온이 높아 사시사철 낚시꾼들을 불러모으고 있는데, 특히 벵에돔, 농어, 무늬오징어가 잘 나온다고 합니다.



    닭과 토끼를 기르는 어느 집

    비양도에 가면 복순이가 있다

    비양도 여행자에게 길벗이 되어주는 복순이

    복순이는 새끼를 키우는 어엿한 어미 강아지로 사람을 무척 좋아해요. 하루 두 시간, 배가 항구로 들어올 때면 복순이가 시간 맞춰 마중나오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영특한지 모릅니다. 워낙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해 비양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나름 명물(?)로 통하기도 하죠.^^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

    이곳을 뛰놀던 아이들은 모두 어른이 되어 떠났다고 합니다. 지금은 4명의 전교생만이 이 외로운 학교에 남아 있지만 언젠가는 이곳에서도 축구팀을 만들어 뛰는 아이들의 모습이 꼭 있기를 바래 봅니다.


    아내와 낚시꾼,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빈손으로 철수하는 낚시꾼들

    "뭐 좀 잡으셨어요"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안나와요"


    밑밥통에 제로호수의 구멍찌를 낀 걸 봐선 벵에돔 꾼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저도 낚시꾼이지만 이 분들도 어지간히 낚시가 고팠나 봐요. 왜냐하면 이 날은 강풍인데다 파고가 2m이상 예보되어 있어 섬에서 낚시를 하기엔 쉽지 않았답니다. 바람이 많은 날엔 여지없이 낚시를 포기하고 비양도 여행을 온 것도 이 때문이지요. 비양도는 북쪽 해안선에 포인트가 많지만 지금은 바람과 파도가 정면으로 치고 있어남쪽 사면으로 피신해 온듯 보였습니다.


    보말죽으로 유명한 비양도 호돌이식당


    #. 구수한 맛의 보말죽은 비양도 별미

    "뭐 잡수게?"

    식당에 들어서자 아직은 시간이 이른듯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보말죽 두 그릇이요 하니, 그것은 지금 된다며 좀만 기달리라고 하고선 주방으로 들어갑니다. 자리에 앉자 또 다른 관광객들이 하나 둘씩 들어옵니다. 아마 우리부부처럼 아침 끼니를 거르고 온 관광객인듯 보였어요.

    오전에 먹는 식사이기도 하지만 비양도에 오면 꼭 한번쯤 맞봐야 할 별미가 바로 보말죽. 보말은 삿갓 조개같은 삼각형 모양의 패류로 그 속살을 까내어 죽을 쑤면 마치 전복 내장과 비슷한 빛깔을 띄며 녹진한 맛을 선사합니다. 이곳의 보말죽은 보말의 씹힘보다는 통으로 갈아 넣어 구수한 풍미를 내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는 그런 죽이였습니다.


    이른 아침엔 끼니를 걸렀다가 한림항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하는 배편으로 섬에 도착, 곧바로 보말줄을 주문해 브런치로 삼는다면 이후의 비양도 여행에 대비한 영양보충은 충분히 될 것입니다.^^


    바람에 흐드러지는 억새와 그 뒤로 펼쳐져 보이는 한라산 능선이 가히 아름답다

    바람 따라 길 따라 걷는 비양도 해안산책로



    비양봉에 오르자 수풀들이 바람의 리듬에 맞춰 여행객을 반겨주고 있었다


    "스스스스스"

    그리 높지 않은 해발 114.7m의 비양봉에 올라서자 각종 풀들에 맞고 갈라진 바람소리가 귓가에 메아리 칩니다. 수풀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바람의 리듬에 춤을 춥니다. 아직은 따사로운 오후의 햇빛, 한낮인데도 섬 주변은 적막이 감도니 유일하게 들리는 파도와 바람소리에 집중하며 우리들만의 상쾌한 공간을 느껴봅니다.


    비록 화려하거나 하진 않지만 비양도는 많은 관광객이 다녀감으로 인해 생겨지는 불필요한 문명의 흔적들(리조트 단지, 테마파크등)이 없고, 또 여행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상권조차도 형성되어 있지 않기에 여행의 집중도가 높습니다. 실로 자연속에 푹 파묻친 여행, 그래서 비양도는..

    "제주도에서 숨겨진 보석같은 섬"



    비양등대

    비양봉에서 바라본 한림항




    #. 소박하고 호젓한 풍경에 기분도 UP! 된 비양도 여행
    비양도 여행은 반나절이면 뼈속까지 탐험할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합니다. 태풍으로 인해 생겼다는 작은 호숫길부터 시작해 해안선 둘레길을 한바퀴 돌고 비양봉까지 올라갔다 포구로 내려와도 네댓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

     

    그래도 뱃시간이 남아 항구며 방파제며 돌담이 차곡차곡 쌓인 마을을 둘러보며 모처럼의 느림의 미학을 만끽해 봅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주어진 시간안에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그런 여행이 아닌 이렇게 남은 시간 동안 넉넉한 여유와 사색을 가질 수 있는.. 잠시였지만 세상과의 단절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고마운 곳이였습니다.

    천년의 섬 비양도. 그리 화려하거나 특별함이 있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더욱 아껴주고 싶은 섬이 아닐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앞으로 천년동안 더 이어지기를 바래봅니다.

    ※ 비양도 배시간 정보
    한림항 - 비양도 출발 : 09:00(비양도에서 한림항으로의 출발은 09:16)
    한림항 - 비양도 출발 : 15:00(비양도에서 한림항으로의 출발은 15:16)
    비양도 배편 운항요금 : 대인 2,000원, 소인 1,200원
    문의전화 : 064)796-7522, 011-691-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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