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저렴한 꼼수(MBN생활의 재발견, 냉동초밥의 진실)


    어제밤 9시, 종편방송 MBN '생활의 재발견'이 방영되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냉동초밥의 진실>편에 자문으로 출연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작진들과 함께 뷔페,
    프랜차이즈 점포를 돌며 문제의 '냉동 초밥'을 수거, 이에 대한 감별과 인터뷰를 하고 프로그램 방향까지
    제시를 하였습니다.그런데 방송에서 편집되어져 나온 부분은 우습기 짝이 없었지요. 

    "냉동 초밥의 실태에 대해 전문적인 자문을 구한다고 해서 촬영에 응했는데 방영된 프로그램에선 
    졸지에 저를 시민 제보자로 만들어버린 MBN 외주 프로덕션의 센스"


    여기엔 겉과 속이 다른 방송사의 태도가 한몫하였습니다.
    마음에 드는 블로그 컨텐츠는 철저히 이용하면서 정작 블로거는 무시해 버리는 이중적 태도말입니다.
    이 코메디같은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
     




      ■  업무협약에 있어 기본적인 태도부터가 다른 방송 3사


    위 내용은 이메일이나 방명록을 통해 여러 방송사로부터 받은 업무 제안들입니다.
    보통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업무상 제안을 하거나 협약을 함에 있어 '상식적인 예우'라는 게 있습니다.
    대표적인것을 들라면 호칭 문제가 있지요. 위의 방송 3사를 보면 뚜렷한 차이점을 발견하실 수 있는데요.

    MBC : 호칭은 선생님으로 부르고 '잠시 시간 내주실 수 있냐'면서 연락처를 남겼다.
    KBS : 역시 호칭을 선생님으로 칭하면서 답변을 부탁드린다고 메모를 남겼다.
    MBN : 첫 마디부터 "입질님"이라며 대뜸 전화 좀 달라고 한다.


    제 블로그 닉네임이 "입질의 추억"이니 "입질님"이라고 칭하는 건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블로거와 독자들과의 관계에서 글을 두고 소통이 이뤄졌을때 부르는 애칭이지 이렇게 업무적인 협약을 하는데 있어서 
    생면부지의 사람이 대뜸 '입질님'이라 부르는 게 과연 예의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제안을 한 측이 제 전화번호를 묻고 전화를 주거나, 혹은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면서 "전화 좀 부탁합니다" 식의 태도가 일반적입니다. 
    사회생활을 어느정도 했다면 이는 기본적인 태도이자 예의인데요. 만약 업무 제안을 요청할 상대가 '블로거'가 아니라 '연구원'이나 '교수'였다면 과연
    저런식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평소에 제 글을 꾸준히 보아온 입장으로서 친근감에 '입질님'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여기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생각한 것 일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을 소개할 때 방송국(MBN)의 이름을 걸고 업무 제의를 했다면 
    최소한 '공'과 '사'는 구별할 줄 알아야겠죠.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연배는 의미가 없습니다만, '입질님'이라고 친근하게 불러준 이 분을 실제로 만나
    보니 제 동생뻘 보다도 더 앳되어 보여서 좀 머슥하더군요.^^



      ■  블로그 컨텐츠는 전적으로 이용하면서 해당 블로거는 무시하는 방송사

    서울 홍대의 모 뷔페

    초밥 재료 샘플을 수거하는 중

    어쨌거나 저쨌거나 저는 '냉동 초밥 재료의 실체를 알리고자' 대의를 위해 촬영에 응하기로 하였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 제작진들은 초밥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습니다. 당연히 여기에 대해 알려줄 전문가나 패널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것을 물색하던 중 제 블로그를 발견했고 제가 예전에 썼던 프랜차이즈 초밥 재료의 충격적인 실태 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며 그 글과 비슷한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참고한 컨텐츠는 프랜차이즈 초밥이지만 이번에 고발할 내용은 뷔페 초밥이였죠.
    제가 해야 할 일은 어종과 원산지 표기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과 함께 초밥 재료에 대한 자문을 주는 것입니다.

    결국 몇 군데의 뷔페를 둘러 본 제작진들은 이렇다할 편법이나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프로그램 방향을 서둘러 수정하기에 이릅니다.
    그래서 하게 된 것이 프랜차이즈 초밥, 다시말해 <냉동초밥의 진실>편을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한 선택을 하기까지는 아무래도 제 글인 프랜차이즈 초밥 재료의 충격적인 실태 의 영향이 컸겠지요. 이 글을 보심 아시겠지만..
    앞서 저는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하는 초밥 재료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과의 통화 내용과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와의 통화 내용을
    가감없이 공개했습니다. 제작진들은 그것을 방송으로 똑같이 재현하자며 저에게 주문하였습니다.


    역돔(틸라피아)과 같은 냉동 초밥 재료에 대해 인터뷰하는 모습

    그래서 저는 제작진들과 함께 모 프랜차이즈 업소에 들려 초밥 샘플을 수거하였죠. 그리고 그 초밥에 대해 일일이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프랜차이즈 업소에서 사용하는 냉동 초밥 재료들.. 그것을 제작진들이 보고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제가 눈으로 보고 만져보면서 식별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참돔"이라 표기된 재료가 "역돔(틸라피아)"임을 알아냈고, "조피볼락"이라 표기된 식재료가 "조개류"임을 알아냈습니다.
    그렇게 전문적인 자문을 구한다고 했기 때문에 촬영에 응했는데 결과는 어떻든가요? 졸지에 저를 "시민 제보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

    저는 참돔과 역돔의 차이에 대해 최대한 알기 쉽도록 설명했지만 방송분량에는 다른 사람이 '역돔'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또한 방송에선 횟집 주방장이 참돔과 역돔에 대해 차이를 설명했는데, 죄송한 말이지만 설명이 충분치 않았고 또 정확하지도 않았습니다.
    참돔과 역돔의 차이는 제가 얼마전에 쓴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을 보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급 생선회에 숨겨진 비밀, 구별법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방송에선 역돔이란 생선이 식인 물고기인 "피라냐"의 천적이라며 소개를 했는데요. 그것은 와전된 내용이죠.
    지금 인터넷에는 역돔이 피라냐의 알을 먹기 때문에, 혹은 육식성 어종이라서 피라냐를 사냥한다는 말도 안되는 내용들이 퍼져나갔습니다.
    단지 식인 물고기인 피라냐에게 천적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이슈화일 뿐이지요.
    실제로 역돔은 잡식성입니다. 성체의 크기도 피라냐의 2~3배 밖에 안되는데다 입이 작아 피라냐를 물거나 삼킬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역돔이 피라냐의 천적처럼 알려졌냐면 워낙에 자기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는 먹고 먹히는 관계이외에도 덩치에 의해
    수직관계가 형성됩니다. 비록 피라냐가 이빨이 강하고 무섭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피냄새를 맡고 떼로 덤볐을 때 얘기지 1:1 싸움에선 덩치 큰 역돔에게
    당해내지 못한 채 쫒기고 맙니다. 그래서 역돔이 서식하는 곳엔 피라냐가 얼씬도 못하는 것인데 그걸 가지고 피라냐 천적이라고 방송을 내보내면 맞나요?




      ■  결국 블로그 컨텐츠는 저렴하게 이용당하는 수단일 뿐


    냉동 초밥 재료와 관련하여 관련부처와 통화중인 필자

    저는 프랜차이즈 초밥 재료의 충격적인 실태에 썼던 그대로 답습해 방영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를 수용.
    이 날 모 프랜차이즈의 초밥을 먹고 수거하면서 냉동 초밥재료에 대한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1) 현행 원산지 표기에 대한 문제점
    2) 어종 표기에 대한 맹점
    3) 이에 대한 소비자가 알 권리
    4) 역돔(틸라피아)가 어떤 어종인지, 어째서 도미와 다른지, 다른 초밥 재료는 무엇을 사용하는지 등등등..


    그러나 방송분에서 비춰진 제 모습은 단지 "제보자"의 역할이였을 뿐, 애시당초 의도했던 편집방향과는 한참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제가 틸라피아에 대해 이야기 했던 내용은 전부 편집되고 그 내용을 다른 사람의 인터뷰로 대체된 것이지요.

    "결국 컨텐츠만 적당히 이용당한 꼴"

    블로그 컨텐츠는 전적으로 이용하면서 블로거는 인정못하는 이중적 태도가 씁쓸한 것입니다.
    이렇게 촬영해서 제가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단돈 십만원"

    을 제시하더군요. ^^
    물론 처음엔 출연료에 대해 일절 말을 안하더군요. 일단 사무실로 와서 얘기하잡니다. 그리고선 기획안을 설명하고 촬영 해주실 수 있냐고 해서
    '하긴 하겠는데' 그래도 이 촬영이 하루가 걸리지 이틀이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비용적인 문제부터 합의를 하고 넘어가는게 수순일 것 같아
    출연료에 대해 물어봤더니 "십만원"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순간 아르바이트 고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결국 20만원으로 올려준다지만)
    십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선 못해도 하루 이틀은 비워놔야 하는데 인건비도 안나올 것 같은 액수를 받으면서 
    촬영에 임해야 할까..하는 생각도 없잖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제가 출연료를 벌겠다고 이런 프로그램에 나왔던가요? 그렇다고 높은 출연료를 부를 만한 입장도 아니지요.
    "선생님도 이런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라고 하는데 "출연료 더 안주면 나 촬영 안해요"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
    어제 방영분을 보면서 느낀거지만 "일개 블로거가 돈까지 밝히네"라는 생각을 더더욱 하게 될 것도 같고..
    그래서 말도 안되는 출연료지만 어차피 이 일은 "사람들에게 냉동 초밥에 대해 알리는 게 목적"이니깐.. 하는 생각으로 임했던 제 순수한 생각이
    철저히 이용당한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도 몇몇 방송사에서 전화가 오는데 그럴때마다 저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가 OO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데 어떻게 취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소스 좀 알려주시죠"라며 취재꺼리에 대한 영감을 구해가곤 합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 적극적으로 임해왔는데요.

    처음엔 생선회 글을 쓰는 것이 좋았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알아간다면 보람을 느끼는 블로거의 심리를 방송국이 저렴하게 이용하는데..
    당신들 때문에 순진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으로 그러한 제의가 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충분히 배웠죠.^^
    그래서 감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알고 보면 그다지 큰일은 아닙니다.
    제 컨텐츠가 무슨 특허를 낸 것도 아니고 <냉동초밥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포지션적인 측면에서 희생양이 되었을 뿐입니다.
    컨텐츠 기획 능력이 안되 전적으로 블로그 컨텐츠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서 제작비까지 최소화 하려다 보니 자칭 영세(?) 프로덕션 입장도 여간
    골머리가 아닐 수 없겠지요. 그 입장도 십분 이해가 가므로 제가 항변할 수 있는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런 걸 두고..

    "그냥 좀 짜증나는 일을 당했네"라고 하는 걸까요?


    어쨌든 이 날 촬영분에서 냉동 초밥에 대해 문제점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 내용은 조만간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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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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