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의 보양식 '겡이죽'을 아시나요?(제주 토속음식, 섭지해녀의 집)


    제주도는 쌀이 흔한 지금과 달리 농사가 안됐던 옛날에는 늘 쌀이 부족해 다른 곡물류를 이용해 죽을 쒔다고 합니다.
    이때 들어갔던 것이 '겡이'였다고 합니다. 이 겡이는 제주말로 바다게를 의미하는데요. 작고 거무스름한 게를 여러마리 잡아다가 빻습니다.
    그것을 채에 걸러 죽을 쑤면 제주도 해녀들의 보양식인 "겡이죽"이 되었다고 해요. 게는 키토산과 칼슘이 많아 신경통이 있는 어르신들에게 매우 좋은
    음식으로 해녀들의 '물질'은 신경통이 생기고도 남을 만큼의 고된 노동이기에 어쩌면 겡이죽은 고된 노동으로 지친 해녀들에게 더할 나위없는 보양식
    일런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시대가 좋아져 곱게 갈은 겡이에 맵쌀로 죽을 쑤는데 이게 전복죽과는 또 다른 바다의 맛이 나지요.

    저는 제주 바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겡이죽'을 맛보기 위해 섭지코지의 한 해녀의 집에 들렀습니다.

     

    섭지 해녀의 집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이곳은 해녀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섭지 해녀의 집. 마침 점심시간이라 손님들이 제법 많습니다.


    인근 관광지로는 섭지코지와 아쿠아플라넷이 있습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 치고는 메뉴들이 제법 제주도스럽습니다.
    보통의 관광객들은 그래도 좀 익숙한 전복죽을 시켜드실텐데요. 보다 토속적인 제주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겡이죽'을 추천합니다.


    수저통이 오래되어 보이네요.


    수저에 보이는 자국은 비위생적이라기 보단 설겆이 할 때 잘 못행궈서 생긴 자국으로 조금만 신경쓰면 되는 일입니다.
    아마 바빠서 후딱 하느라 그런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만큼 위생에 각별한 신경을 썼으면 합니다.


    쑥전

    이 집 쑥 전이 별미라던데 적어도 제가 먹은 쑥전은 별미가 아니였습니다.
    식어서 나왔기 때문에 뻣뻣했고 쑥전 특유의 향을 느끼기엔 역부족입니다.


    소라(10,000원)

    단품메뉴로는 소라 한접시를 주문. 제주에선 이 소라를 '뿔소라'라고 부르며, 지역에 따라 참소라로 불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표준명은 그냥 '소라'로 알고 있습니다.


    톳무침

    제주도의 나물 무침은 된장 양념을 베이스로 하는데요 이 톳무침도 예외는 아니였습니다.
    밑에는 된장 국물이 자작하게 있는데 맛을 보면 된장을 넣어 무친 물회 국물맛과 매우 흡사합니다.
    된장을 넣었다 하여 텁텁하거나 된장의 진한 향이 나지는 않아요. 오히려 개운한 느낌을 줍니다. 
    섭지 해녀의 집에서 맛 본 이 톳무침은 제가 제주도에서 먹어본 여타 반찬들 중 최고였습니다.


    미역무침

    단호박

    제주도 밭을 보면 단호박 기르는 농장이 은근히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 식당에 이런 반찬이 곧잘 나옵니다.


    김치

    소라의 오독거리는 식감뒤에 밀려오는 바다 향기가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비리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은데요. 바다맛이 진한 게 정녕 비립니다.
    그런데 비린내가 아닌 '비린향'입니다. 비슷한 표현이지만 '내'짜와 '향'짜가 이리도 차이가 날 줄이야.
    손질하자마자 바로 나왔기에 아직은 근육의 미세한 떨림이 남아 있습니다. 씹을 때 어금니로 전해지는 탄력도가 싱싱함을 반증합니다.


    제주도 토속음식이자 해녀들의 보양식인 겡이죽(8,000원)


    겡이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 작은 게가 죽맛을 180도 바꿔놓았군요.
    만약 제주도 앞바다에 큰 게가 많이 서식했다면 게살만 뽑아서 죽을 쒔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오히려 중화풍의 게살죽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게가 작아 통째로 갈아넣었기 때문에 제주도의 토속성이 더 살아났을런지도 몰라요. 
    저런 것들을 모아다 한번 삶고, 그것을 빻아 채에 거른 후 고운 입자들만 사용했던게 전통방식이라면 요즘은 믹서기로 갈아버린다고 합니다.


    게가 통째로 들어간 겡이죽은 키토산과 칼슘의 보고입니다.
    겡이죽 색깔은 전복죽에 비해 약간 진한 편인데요. 게 내장의 영향이라 봐야겠지요.
    우리가 게딱지에다 게장과 함께 밥을 비벼 먹는데 그런 비슷한 맛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양이 작아 보이지만 실제론 제법 되요. 아침 식사 브런치 정도로 드시기에 적당합니다.


    중앙에 허브나 민트잎 놓았다면...아니지 바다에서 얻은 음식이니 붉은 색 계열의 해초 잎을 얹으면 좀 더 보기가 좋았겠지만 이렇게 꾸밈이 없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소라와 함께 먹어본 겡이죽.
    오독거리는 식감에 겡이죽의 바다 내음이 가득 전해집니다. 특별히 거부감이 가는 향은 없었습니다.
    게에 알러지가 있거나 하지 않는 한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그런 맛이네요.


    김치도 올려서 먹고..


    톳을 얹어서 먹어보니 제주바다의 향기가 따로 없습니다. 저에겐 이 조합이 가장 맘에 드네요. ^^


    이 집에서 파는 올레꿀빵도 맛을 봅니다.
    이것도 여러가지 맛으로 종류가 있던데요. 맛의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섭지해녀의 집 위치 :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127-1
    주차 : 점포 앞에 가능

    사람들은 제주도에서 사 먹는 음식이라면 "무조건 좋을 것이다"라는 막연한 동경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제주산 은갈치, 제주산 옥돔, 제주도 흑돼지, 제주 다금바리와 같은 식재료라면 얼마든지 동경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실제로 품질과 맛에서 우수하지요. 그런데 제주도가 아닌 타지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들었는데 "제주도에서 먹었다는 이유"로 선호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고개가 갸우뚱 거립니다. 음식 자체에 '제주도'라는 특수성을 찾기 힘듬에도 불구하고 단지 제주도에서 먹는다는 사실만으로 고 평가된 음식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전복죽"과 "고등어 조림"입니다.

    관광객들은 제주도 어촌계나 해녀의 집에가면 대부분 전복죽을 시켜 먹습니다. 드시는 건 좋은데 이것 하나는 알고 드세요.
    죽을 얼마나 잘 쑤느냐는 분명 집집마다 차이가 있을겁니다. 그러나 들어가는 '전복'만큼은 육지에서 먹으나 제주도서 먹으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
    물론 제주도에는 자연산 전복을 취급하는 곳이 많지만 적어도 죽에 들어가는 전복만큼은 대부분 완도산 양식을 사용합니다.
    만약 제주도 앞바다에서 채취한 자연산 전복으로 죽을 쑤는 집이 있으면 저에게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물 뚝배기에 들어가는 전복도 마찬가지. 차라리 해물뚝배기는 전복이 눈에 보입니다. 딱 봐도 500원짜리 동전보다 약간 큰 사이즈가 많은데 이는 30미
    (전복 30마리가 모여야 1키로가 되는 매우 작은 사이즈) 조차도 안되는 '쫄복'(가장 작은 사이즈)을 사용하는 곳이 태반이지요.
    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업소에선 선호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복이든 소라든 해산물은 크면 클 수록 맛이 좋으며 육량도 많아 그만큼 값어치를 합니다.
    그럼에도 손님들은 전복 크기보다는 '갯수'에 연연하는데요. 이렇게 눈에 보이는 해물뚝배기도 작은 양식 전복을 사용하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전복죽은
    오죽하겠습니까? 업소는 단가를 줄여야 할 입장이므로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제주도 전복죽이라고 의례 제주산을 쓰는 것 같지만
    아닌 음식들이 은근히 많다는 것입니다. 이 점 알고 드셨으면 좋겠고요. 전복죽을 먹고 난 일부 블로거들의 표현 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제주 바다를 이 한 그릇에 담았다.(혹은 입안에 들어왔다)"

    하지만 전복죽에 대입하게 되면 완도 앞바다가 서운해 합니다.
    완도산 양식 전복을 사용했기 때문에 완도 바다가 이 한 그릇에 들어왔다가 맞는 얘기가 됩니다. ^^;

    고등어 조림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집이 있다면, 그 집은 양념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거지 고등어 맛이 기가 막히진 않을 겁니다. ^^
    아시겠지만 제주도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등어 관련 음식은 90%가 노르웨이산을 씁니다. 제주도 바다에 고등어가 많은건 사실이지만 계절별로 어획량이
    다 다릅니다. 공급 불균형 문제 때문인지 몰라도 업소에선 대부분 노르웨이산을 씁니다.
    그렇다고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맛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수입산이기 때문에 적어도 생물 고등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드시더라도 알고 드셔야 "역시 고등어는 제주도께 맛있네"와 같은 오류를 피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적어도 식재료 만큼은 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고등어 조림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입니다.(물론 양념 노하우는 다르겠지만) 
    그것을 2인 25,000원씩이나 주고 제주도까지 날아가서 드시는지에 대해선 우리나라 관광객의 최대 미스테리라 생각합니다. ^^;
    그렇다고 그들을 폄하하는 건 아녀요. 고등어 조림이 먹고 싶은데 왜 마다하겠습니까? 
    다만 그 돈을 주고 먹기엔 음식의 가치가 고평가 되었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하여간 겡이죽은 전복죽과는 풍미가 다르나 진짜 제주도의 바다 향기를 넣었다는데는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구수하면서 정감있는 맛이 옛 제주인들의 지혜가 담겨져 있습니다.
    전복죽도 좋지만 여기까지 오셨다면 전국적으로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겡이죽'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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