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시트콤이다 - 이 남자가 벽을 타게 된 이유


    이날은 감기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바닷바람을 많이 맞았습니다.
    당시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제대로 감기 걸릴 짓을 했구나 싶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꼼짝 못한 채 앓아누웠는데 그 사이 일도 마비, 블로그도 마비, 하도 누워만 있었더니 등어리가 다 아픕니다.
    지난주에 블로그 독자님 세 분을 모시고 동해시로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낚시가 시트콤이었던 하루였어요.

     

    갯바위 포인트로 진입하기 위해선 철길을 건너야 합니다. 저 철길 아래 해변에 갯바위 포인트가 있습니다.
    철길을 건넌 후 질퍽한 모래를 밟고 해변으로 내려오면.


    이런 곳이 나옵니다. 저 멀리 보이는 건 묵호 방파제이고, 우리가 낚시하러 갈 곳은 전방에 보이는 갯바위입니다.
    특별히 장화를 신지 않았기 때문에 모퉁이를 잘 건너가야 합니다. 이는 타이밍이 중요한데요.


    리듬을 잘 타야 합니다. ^^
    파도는 계속해서 밀려오는데 어느 순간 공백이 있어요. 그 타이밍을 잘 잡고 뛰어야 합니다.


    일단 뛰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뛰어야 합니다. 원근감 때문에 사진상으론 몇 미터 안 돼 보이지만, 뛰어야 할 거리가 족히 10m는 됩니다.
    뛰다가 중간에 멈칫거리거나 되돌아오면 그대로 파도에 당하고 맙니다. 일단 뛰기로 작정했으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야 하는 길. ^^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기상이 별로 좋지 않네요.
    파도가 일렁거리는 건 참 좋은데(동해권은 파도가 있어야 고기가 입질함) 바람이 심하게 터져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여기서 조금만 나가면 벚꽃도 볼 수 있고 화사한 원피스의 봄 처녀도 볼 수 있는데 바다는 여전히 영등철인가 봅니다.
    낚시하는데 손이 시려서 감각이 없습니다. 칼 바람이 계속해서 뺨을 후려치니 이때는 장사 없더군요.
    함께 오신 산소맨님은 견디다 못해 차에 들어가 있겠다며 자리를 떴습니다.
    바람은 쉽사리 멈출 것 같지 않으니 이쯤에서 저는 조기 철수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차로 돌아가려던 산소맨님. 또다시 저곳을 돌아가야 합니다.


    파도는 아까보다 더 많이 치고 있습니다. 1파가 빠지자마자 곧바로 2파가 들어오니 건너갈 타이밍을 주질 않습니다.


    여기서 신발이며 양말을 젖게 할 순 없어!
    산소맨님은 궁리 끝에 다른 길을 찾아 봅니다.



    "오잉? 밧줄이 있네?"

    아마 낚시꾼들이 설치해 놓은 밧줄인 듯. 여기로 다니면 파도치는 모퉁이 앞에서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올라가는 건 시간문제 ^^




    시간문제만 있었던 건 아니었던 듯.


    다시 심기일전해서 올라갑니다.




    이래 봬도 격투기 선수인데. ㅜㅜ



    결국은 또다시 이 길로 가게 되었어요.
    산소맨님은 좀 전에 벽 타기가 실패로 끝나자 신발을 젖으면서 이 길을 지났고 차에서 장화를 신고 오셨습니다.




    장화 신은 산소맨님이 계셔서 여길 건너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날 이후, 저와 산소맨님은 지독한 감기 몸살에 걸려 투병 중. 아무래도 병원 다녀와야겠습니다.
    4월 중순의 바다는 여전히 한겨울이었습니다. 이제는 아카시아 꽃 필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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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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