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마비시킨 해무에 낚시는 멘붕, 비행기는 결항


    지난 주 15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바다에서 밀려온 짙은 안개가 제주도 전역을 덮치면서 낚시나 어업 선박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고, 공항은 일대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차귀도로 낚시가면서 갑자기 밀려온 해무에 앞이 안 보이자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해무가 생기면서 만들어 낸 음산한 장면과 수십 여대의 비행기가 결항해 제주도를 오갈 수 없었던 공항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 봤습니다.



    제주도에서 즐거운 낚시를 꿈꾸며 배에 승선하는 필자, 제주도 고산리 자구내 포구

    자구내 포구를 벗어나며

    때는 오후 12시. 모처럼 느즈막이 수면을 취한 우리 부부는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낚시를 위해 차귀도로 향했습니다.
    차귀도는 제주 서쪽에 있는 무인섬으로 자구내 포구에서 낚시 유어선으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섬입니다.
    잘 잡히는 어종은 벵에돔과 돌돔입니다. 오월의 차귀도는 비시즌으로 낚시꾼들이 많지 않지만, 장마전선이 북상하는 6월부터는 벵에돔이 마릿수로 
    낚이기 때문에 새벽부터 발길을 서둘러야만 원하는 포인트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낚시를 시작하기에 앞서 하늘과 바다색을 보니 오늘도 날씨가 땡큐입니다.
    앞서 우리 부부는 항공권 티켓 끊기가 가장 까다롭다는 오월에 2주 전 예약을 잡아 놨습니다.
    낚시가 주된 테마였기 때문에 기상이 좋지 않으면 모든 걸 취소해야 하며, 그에 따른 피해액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늘이 도운 건지 기상 변덕이 많은 봄철, 우리가 계획했던 3일 연속으로 쾌청한 날씨를 만났다는 건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배가 출발한 지 3분. 이때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너무 후덥지근해서 상의를 벗고 낚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어제는 정말 찌는 듯한 더위에 상의를 벗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오늘도 찜통더위를 예상하고선 아예 낚시복 상의를 입지 않고 왔습니다. 그것이 화근이 될 줄은 미처 모른 채 말입니다.


    출항한 지 5분. 약간 희뿌연 느낌이 있지만,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개이겠거니 싶었다.

    잠시 후, 바다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해무가 끼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피어오른 해무에 가시거리는 전방 300m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자 슬슬 걱정이 밀려옵니다.


    마치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음산한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영화 미스트를 연상케 하는 짙은 안개에 배는 속력을 낮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귀도 주변에는 크고 작은 암초 덩이들이 많고, 오가는 낚시 유어선이라든지 차귀도 잠수함 계류정, 관광 보트 등이 활발히 움직이므로 매우 조심해야
    할 상황입니다. 저렇게 가다가 갑자기 보트가 불쑥 하며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깐요.
    선장도 갑자기 피어오른 해무에 당황했는지 속력을 낮추면서 전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안갯속에 불쑥 나타난 독수리 섬(지실이)

    자바리(제주 다금바리), 돌돔 낚시 포인트로 알려진 지실이

    이곳에는 일행인 산소맨님과 자환이아빠님이 열심히 돌돔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산소맨님이 쏨뱅이를 낚으면서 우리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네요.
    제주도에 온 지 3일 차. 원래 이분들의 행선지는 서귀포 새섬 방파제였으나 국립해양조사원에서 제공하는 엉터리 수온 정보에 낚여 이곳으로 왔습니다.
    이날 서귀포 수온은 13도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를 나타내었는데요. 나중에 확인한 결과 '관측 에러'로 판명되면서 지금은 점검 중 표시로 바뀐 상태입니다.
    우리 부부 역시 서귀포 범섬으로 향하던 중 수온 정보를 보지 말고 계획대로 했으면 될 것을 13도라는 수치에 낚여 차귀도로 포인트를 급 변경했습니다. 
    결국, 이곳에서 일행들과 만나게 되었네요. ^^;


    차귀도의 여러 포인트 중 유일하게 활기를 띠고 있는 지실이가 아련하게 멀어져 간다.

    배에 승선한 다른 팀이 갯바위에 하선 중입니다. 짙은 해무를 뚫고 접안한 곳은 대물 벵에돔 포인트로 유명한 장군바위.
    후문이지만, 이날 이곳의 낚시 결과는 '꽝'이었다고 합니다.


    전방에 보이는 곳은 '똥여'라는 곳입니다. 파도가 조금이라도 치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인데요. 
    해무는 짙은 편이지만, 바다는 장판이어서 가능한 풍경이기도 합니다.


    사진상으론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댑니다.
    우리 부부는 오후 시간에 물때에 맞는 포인트로 진입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썰물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썰물에 강한 '고령여'라는 포인트로 들어가기로 했으나, 선장님이 '지금 북동풍이 매우 세다'며 고령여 접안은 곤란하다고 합니다.
    고령여는 차귀도에서도 북동쪽 모서리에 있는 곳이어서 북동풍이 불면 정면으로 맞아야 합니다.
    괜히 내렸다간 고생만 잔뜩 할 수 있어 이럴 땐 고집 피우지 말고 선장의 말을 듣는 게 낫습니다.
    해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은 작년 가을에 한 번 내려봤던 '썩은여'로 결정했습니다. 썩은여는 남쪽을 바라보고 낚시하는 곳입니다.
    뒤에 병풍처럼 쳐진 바위가 북풍을 막아주므로 북동풍이 불 때는 바람을 피해서 낚시할 수 있는 곳입니다.


    차귀도 썩은여에 진입 중

    한 치 앞도 안 보였던 해무는 어느새 걷히기 시작하더니 시야도 좋아졌다.

    낚시한 지 2시간. 북동풍을 피해 이곳에 내렸지만, 바위 사이로 새어나오는 바람까지는 막을 길이 없습니다.
    어제와 같이 찜통더위를 예상해 웃옷을 챙기지 않은 우리 부부는 해무로 이뤄진 찬 수증기와 바람에 벌벌 떨면서 낚시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바다 날씨란 이렇게 하루 차이로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네요.
    그런데 갑자기 해무가 걷히기 시작합니다. (위 사진)


    평소엔 좀처럼 볼 수 없는 햇무리

    그리고는 평소에 좀처럼 보기 어려운 '햇무리'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처음엔 쌍무지개인 줄 알았는데요. 자세히 보니 햇무리로 보입니다. 햇무리는 햇빛이 대기 속의 수증기에 비치어 해 둘레에 둥글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평소엔 맨눈으로 해를 똑바로 보기 어렵지만, 이렇게 햇무리가 필 때는 정면으로 바라보는 게 가능하기도 한답니다.
    좀 전까지 추위에 떨었던 우리 부부. 이제는 하늘이 열리고 따스한 햇볕이 비추자 한 시름 놓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따사로웠던 햇빛은 다시 안갯속에 가려지고 주변은 수중기로 뒤덥이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바다에서 낚시를 많이 다녔지만, 오늘처럼 변덕이 심한 날은 처음 봅니다.


    그날 밤, 저는 제주도에 사시는 지인과 함께 공항을 나섰습니다.
    이곳은 제주시인데요. 도시 전체가 안개로 뒤덥이면서 묘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보던 안개 도시 같아요.
    보통 해무는 바닷가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바다 수온은 찬데 윗 공기가 따듯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해무가 도심지까지 들어오는 일은 어지간해선 드문 풍경이라고 해요.
    평생을 제주도에만 사셨던 지인도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저녁 9시 반, 제주 공항




    해무가 제주도 전역을 뒤덮였던 지난 15일. 
    해무 때문에 항공편이 줄줄이 결항하자 발 묶인 이용객들은 큰 불편을 호소하며 대기해야만 했습니다.



    끝없이 늘어선 줄

    기약 없이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탑승객들

    급기야 짙은 해무 때문에 수속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대부분 항공기가 결항 내지는 지연되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다음날 오전 비행기로 가기 때문에 지장은 없지만, 돌돔팀 일행인 산소맨님과 자환이아빠님은 이날 19:30분에 출발하는 청주행 비행기가
    결항도 아닌 '미정'이 되면서 일정이 불투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행이 있어 급히 공항을 빠져나왔지만, 다행히 밤 10시쯤에 탑승하면서 늦게나마
    청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다음날 16일은 제주 공항이 생긴 이후, 일일 공항 이용객 최다 신기록을 수립했던 날이라고 합니다.
    전날 밤, 해무 때문에 발 묶인 이용객을 실어나르기 위해 특별기가 수십 대나 뜨면서 제주를 오가는 운항 횟수도 종전 기록인 420편에서 429편으로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이용객도 7만 9,112명으로 역대 최고를 수립했다는데요. 이게 다 해무 때문에 생긴 진기록이었습니다.



    차귀도 썩은여에서 벵에돔 낚시를 준비하는 우리 부부

    지난 15일은 해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었던 하루였습니다.
    공항 이용객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같은 낚시꾼들도 해무 때문에 조과가 영 신통찮았습니다.
    사실 이때는 낚시 비수기였고, 제주도 전체 조황도 미적지근한 시점이어서 해무 때문에 조과가 안 좋지는 않았겠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더군요.
    마침 해무가 끼니깐(수온이 차다는 증거니깐) 낚시가 안 된 것 같다면서 정확하지도 않은 억측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위 사진은 다시 오후로 돌아와 우리 부부가 작은 내기를 걸고 벵에돔 잡기 대결을 펼치려는 순간입니다.
    밑밥통이 두 개 놓여 있는데요. 흰 밑밥통은 제가 설 자리, 붉은 밑밥통은 아내가 설 자리입니다.
    벵에돔 낚시는 밑밥 품질이 조과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감성돔 낚시와는 달리 각자 품질 해야 합니다.
    아내의 도전을 흔쾌히 받아들인 나, 벵에돔 낚시 대결이 시작됩니다. 그나저나 이런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벵에돔이 모습을 드러내기는 할까요?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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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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