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횟집에서 파는 활어회(벵에돔)의 비밀(과연 국내산, 자연산일까?)


입질의 추억입니다.
오늘은 제주도 횟집에서 파는 활어회에 대해 그동안 여러분이 몰랐던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벵에돔을 아십니까?"

우럭, 광어, 도미 일변도로 대변되는 도심지 횟집과 달리 제주도 횟집은 이름도 생소한 어종이 널렸습니다.

"갓돔, 벵에돔, 황돔, 붉바리, 다금바리 등등"

여기서 다금바리는 회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겠지만, 갓돔, 벵에돔, 황돔 이것들이 다 뭐람?
우선 갓돔은 돌돔의 제주 방언입니다. 돌돔 새끼를 횟집에서는 '줄돔'이라 부르는데 기껏 손바닥만 한 양식 돌돔을 취급하는 도심지 횟집과 달리
제주도에서는 씨알이 제법 굵은 자연산 돌돔을 취급하기도 합니다. 황돔은 참돔의 제주 방언입니다. 원래 황돔은 농어목 도미과 어종으로 참돔이 아닌
다른 어종인데요. 시장에서는 '벵꼬돔'이란 이름으로 팔리는 고급어종입니다만, 먼바다 조업 방식상 활어로 유통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그래서 제주도 횟집 메뉴판에서 볼 수 있는 황돔은 '도미', 다시 말해 참돔을 의미합니다.
벵에돔은(아래 사진 참조) 농어목 황줄깜정이과에 속하는 돔 어종으로 최근 몇 년 사이 낚시 대상어로 주목받기 시작해 소위 '낚시꾼들만 아는 맛'
으로 전해지다가 지금은 일반인들도 제주도 전역의 횟집에서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낚시 대상어로 인기 높은 벵에돔

벵에돔은 조류가 흐르고 수중 암초가 밀집된 곳에 사는 '암초성 물고기'로 천성적으로 겁이 많고 영리해 그물에는 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부분 낚시로 어획되고 있으며, 일본산, 중국산 양식 어종이 90%를 차지하는 수도권, 도심지 횟집에서는 수요가 적어 벵에돔 조업은 드뭅니다.
게다가 벵에돔은 치어 종묘가 거의 불가능한 어종으로 현재 '양식'이 안 된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벵에돔에 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은 물론, 벵에돔을 잘 아는 베테랑 낚시꾼들 조차도 벵에돔은 '양식'이 안 되고 자연산으로밖에 취급할 수 없다며 입을
모으는데요. 이러한 인식을 교묘히 이용, 제주도에 있는 몇몇 관광 횟집들은 벵에돔이 전량 '자연산'이며,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표기해 놓고 팔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소비자들도 벵에돔 하면 무조건 자연산으로 알고 먹는 경향이 많은데요.

정말 벵에돔은 자연산 밖에 없는 걸까요?
제주도 횟집에서 벵에돔을 국내산이라 표기해 놓고 파는데 그것이 사실일까요?


오늘은 제주도 횟집 등에서 팔고 있는 소위 '자연산 벵에돔'에 대해 정말 자연산이 맞는지, 국내산인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서귀포시에 있는 모 횟집 수조

위 사진을 촬영한 시기는 2월로 제주도 낚시 시즌으로는 '비수기'에 해당합니다. 벵에돔이 잘 안 낚이는 시기죠.
그럼에도 수조 안에는 약 30cm급 벵에돔이 제법 들었습니다. 횟집에 물어보면 '낚시로 잡았어.' 혹은 '벵에돔은 무조건 자연산이야'와 같은 답변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벵에돔은 쿠로시오 난류가 확장하는 6월부터 가을까지 연안으로 들어와 먹이 활동하는 대표적인 난류성 어종입니다.
벵에돔이 잘 낚이는 시기도 이때인데요. 수온이 따듯한 제주도는 여름과 가을에 가장 많이 잡히고 곳에 따라 겨울에도 잡히지만, 그 대신 어획되는
숫자는 적습니다. 그 이유는 수온에 있습니다. 모든 어류는 저마다 먹이 활동에 적합한 '적서수온'이란 걸 가지고 있습니다.
벵에돔의 적서수온은 18~25도로 비교적 따듯한 물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겨울이 오면 따듯한 제주도 바다라 해도 수온이 12~13도로 하강합니다.
수온이 하강하게 되면 찬 수온에 적응력이 뛰어난 덩치 큰 벵에돔만이 소수로 활동하며, 30cm급 이하의 어린 개체들은 쉽사리 활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겨울에 낚이는 벵에돔은 한 마리를 낚아도 사이즈가 큰 대신 여러 마리가 잡힐 확률은 떨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제주의 겨울 바다는 북서풍의 영향으로 유난히 바람과 너울이 심해 조업할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습니다.
만약, 벵에돔을 그물로 잡아야 한다면 갯바위와 수중 암초가 산재한 곳이어야 하는데 너울이 일렁거리는 난폭한 환경에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값도
비싸지 않은 벵에돔을 잡는 어부는 별로 없을 겁니다. 지금 제주도에서 벵에돔을 그물로 조업하는 선단이 얼마나 있는지는 통계가 안 잡혀 알 수 없지만,
제 생각이 맞는다면 벵에돔 조업 배는 거의 없거나 있어도 몇 척 안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주도 횟집에 들어와 있는 벵에돔은 전부 어디서 온 걸까요?


양식 벵에돔의 특징은 약 30cm급으로 사이즈가 엇비슷하다

한 업자에게 물었더니 '일본산 양식'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에 '제주도 횟집 벵에돔'이라고 치면, 벵에돔을 먹었다며 올리는 수많은 후기들을 볼 수 있는데요.
대부분이 "자연산 벵에돔", "귀한 어종"이라면서 벵에돔에 대한 시식 평을 하곤 합니다. 이는 자연산만 쫓는 미식가들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 벵에돔이 전부 일본 양식산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극히 드뭅니다. 그동안 우리는 벵에돔을 국내산이자 자연산으로 알고 있었지만, 벵에돔
회를 취급하는 몇몇 제주도 횟집들이 이를 적잖이 속여 온 것입니다. 이러한 벵에돔 회는 킬로당 12~15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게 중에는 국내 자연산 벵에돔도 있을 겁니다. 가끔 그물에 혼획되어 잡힌 개체들이며 이런 벵에돔은 사이즈가 들쑥날쑥하고 그물망에 끼어 비늘이
벗겨지는 등 외관상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뉴스에서는 벵에돔이 양식이든 자연산이든 일본산이 대부분으로 메뉴판에
'국내산'으로 허위 표기한 횟집들이 대거 적발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각종 활어를 양식하는 큐슈 오이타현

우리가 접하는 일산 양식은 큐슈 지역에 밀집해 있습니다.
벵에돔은 치어 종묘가 현재로서 불가능해 자연에서 채집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깐 성어로부터 채란한 양육이 아닌 천연 종묘를 가져와 가두리에서
키워지는 것입니다. 글에서 말하는 그레는 '구레(グレ)' 즉, 벵에돔을 말하며 일본 본토의 표준명은 '메지나(メジナ)'지만, 큐슈에서는 오래전부터 '구레'로
불렸습니다.

우선 일본에서 벵에돔을 양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한데요. 일본도 벵에돔에 대한 인식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횟감이 아니며, 시장에서의 수요가 적고 수산업적 가치가 낮아 적극적인 조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물고기가 낚이는 일본의 지리적 특징도 한몫했고요. 여기에 벵에돔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악취가 나는 물고기'라며 평가절하합니다.
그래서 벵에돔이란 물고기는 일본에서도 낚시에 빠진 꾼들만이 낚아서 먹는 '쳔연의 물고기'란 인식이 강합니다.

벵에돔이 악취가 나는 이유는 먹이를 취하는 습성에 기인합니다. 황줄깜정이, 독가시치와 마찬가지로 초식성 어류다 보니 내장에서 갯내가 심한 편인데요.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조만간 올리게 될 '어류도감, 벵에돔 편'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벵에돔은 다른 어종에 비해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4년 동안 키워봐야 고작 25~30cm. 
그 사이 들어가는 전기료, 사료값을 생각하면 수지타산이 떨어지는 어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벵에돔을 양식하는 이유는 '어딘가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 어딘가의 수요가 바로 "관광객 위주로 상대하는 제주도 횟집"입니다. 
아래 도표는 2013년 8월에 제주도로 유입된 일산 벵에돔 수입 현황입니다. (자료 출처 : 씨푸드몰)





보시다시피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벵에돔은 제주도로 수입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돌가자미'가 중국 수입이 없다고 하시는데 보시다시피 중국에서 버젓이 수입되고 있습니다.
낙지도 일산이 없다고 하나 일산이 들어오고 있음을 표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벵에돔은 매달 들어오며 그 양은 하루에 1~2톤입니다.
국내에 유입되는 일산 양식어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제주도 횟집에서 팔릴 수량은 되는 것입니다.
이는 유난히 제주도 = 벵에돔이라는 인식에 최근 낚시로만 잡히는 벵에돔 회를 맛보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 수량이 비록 1~2톤밖에 안 되지만, 국내 자연산으로 충당하기는 힘들고 더군다나 낚시로 어획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일본에서 수입되어 들어오는 벵에돔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데로 양식이 있고요. 또 하나는 정치망을 통해 어획되는 자연산이 있습니다. 
일본산 벵에돔은 11월부터 2월까지 큰 무리를 지어 이동하므로 앞바다 정치망에 10~20톤이라는 단위로 잡힌다고 합니다.
이때 잡히는 벵에돔은 맛이 좋은 시기여서 일본에서도 작지만, 수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산 벵에돔은 '국내산'으로 둔갑해 제주도 횟집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벵에돔 횟감 차제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가 있다면 원산지 표기겠지요.
소비자들이 벵에돔 회라고 하면 무조건 '자연산'으로 알며, '국내산'인 줄 알고 먹는 건 횟집에서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 중 진짜 국내산을 취급하는 곳도 있겠지만, 일부는 원산지 허위 표시로 단속 대상임을 알아야 합니다.



한반도와 일본을 거치는 해류도

요즘 일산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때문인데요.
현재 일본산이면 농산물, 수산물 할 것 없이 꺼리고 있어 실제로 수산시장, 마트의 수산코너에 가 보면 매우 한산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우므로 그 바다가 그 바다라서 국내산도 피하고 있고요. 그 바람에 국내산 고등어, 오징어 등이 잘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위 해류도를 올린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다들 한 발짝씩만 물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해류 방향 상 우리나라가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물은 거꾸로 흐르지 안 되, 물고기는 거꾸로 거슬러 올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회유성이 강한 물고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국내산 고등어가 팔리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만간 고등어 회유 경로와 함께 설명드리기로 하고요.

큐슈는 한국으로 수입되는 여러 양식어가 길러지는 곳입니다. 주요 어종은 참돔, 능성어, 돌돔, 벵에돔인데요.
해류가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고 거꾸로 흐르지 않은 이상 이들 양식어가 방사능 오염수에 노출될 확률은 현재까지는 매우 낮습니다. 
물론 이것도 '당장'에 한해서지만요. 앞으로 몇 년 뒤에 방사능이 돌고 돌아 다시 우리나라 해역으로 들어오고 하는 문제는 여기서 별개입니다.  
해류의 방향, 어종에 따른 회유 경로, 그리고 어종의 고유 습성 등은 생각 안 하고 무조건 일산, 국내산이면 먹으면 안 돼!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요즘
적지 않은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국적 불명의 참돔으로 상태가 매우 안 좋다

제주도 횟집에서 팔고 있는 벵에돔은 대부분 일본산이며, 그중 일부는 양식입니다.
제주도 횟집에서 팔고 있는 황돔(참돔)은 통영산 양식이 많고, 일부는 제주 자연산이며, 일부 일본산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이들 어종에 대해 원산지를 제대로 표기하는 집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산 벵에돔을 '국내산'이라며 버젓이 올리고 파는 횟집.
다금바리를 국내산, 자연산이라며 팔고 있는 횟집. 그중 10%만 사실이고 나머지는 단속 대상에 속합니다. 
그동안 쉬쉬하며 팔아온 벵에돔, 언제까지 소비자를 속일 생각인가요?
방사능으로 시끄러운 요즘, 투명한 원산지 표기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PS : 오늘 이야기는 제주도 횟집을 통틀어서 하는 말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벵에돔을 취급하며 게 중 일산을 국내산으로 속여팔거나 원산지 표기 자체를 안 하는 횟집이 대상입니다. 
       일산 벵에돔 자체는 먹어도 문제가 없지만, 문제가 있다면 허위 원산지 표기겠지요? 아래 링크에 더 많은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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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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