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낚시의 진수, 시화방조제 삼치 루어낚시


가을 하면 고등어, 학공치와 함께 생각나는 낚시가 있습니다. 바로  

'삼치 루어낚시'

늘 남해와 제주도를 오가며 피곤한 낚시를 했지만, 이날은 몸과 마음이 가볍습니다.
이유는 집에서 한 시간밖에 안 떨어진 바닷가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해 5시면 현장에 도착!
정확히 2~3시간만 낚시하다가 오전 8시에 빠지는 짧고 굵은 낚시이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9, 10, 11월 딱 요맘때거든요. 이때가 되면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낚시터인 시화 방조제에서 삼치 낚시가 가능합니다. 
삼치 낚시는 요령만 알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쉬운 낚시에요.
저는 지난 월요일 새벽, 아내와 함께 시화방조제로 삼치 루어낚시를 다녀왔습니다. 근 2년 만이로군요. ^^



 

 

새벽 5시, 경기도 안산시 시화방조제

삼치 채비를 꺼내 연결하는 아내

경기도 시화방조제는 집에서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면 2시간가량 걸리는 곳이지만, 새벽에는 한 시간이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습니다.
오면서 차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 찾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영업을 안 해 애간장 태웠습니다.
이러다 낚시고 뭐고 도로에서 퍼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다행히 영업 중인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고 급히 달려왔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시화방조제. 2년 만에 해보는 삼치낚시.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들뜨네요.
던지기만 하면 돔들이 물고 늘어질 것 같은 원도권 갯바위도 아닌데 말이죠. ^^
그도 그럴 것이 시화방조제는 제가 11년 전, 처음 바다낚시를 접했던 훈련장 같은 곳이었습니다. 시화방조제는 분명 생활 낚시터지만, 초심자에게 그리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었어요. 당시에는 낚시 기술도 어쭙잖았고 '초보들의 무덤'이라 할 정도로 물 밑 지형도 복잡해 채비 날려 먹기 일쑤였습니다.
지금도 저 바다속에는 터진 봉돌과 바늘이 수천 개는 될 거에요.


해뜨기 전에 끼니를 해결하려고 편의점에서 바리바리 싸들고 왔는데요. 이른 새벽이라 입맛도 없고 하니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질 않습니다.
대충 먹다가 옆으로 제쳐놓고 채비를 만듭니다.


첫수로 불가사리를 낚은 아내

아내는 삼치 낚시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2년 전 이맘때 시도를 했지만, 허탕 친 기억만 있었거든요.
이번에는 꼭 잡겠노라 시도해 보지만, 첫수부터 웬 불가사리? 아마도 한눈판 사이에 바닥층을 훑은 것 같습니다.
자칫 잘못 했다간 바닥에 걸릴 수도 있었던 상황. 아직은 주변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이른 아침의 시화방조제

해가 뜨자 본격적인 삼치 낚시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루어 낚시 횟수가 일 년에 손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루어 쪽 장비는 매우 열악한데요. 다행히 락 피쉬용 로드가 있어 아내에게 쥐여주었고 저는 낚시 입문할 때 산 2만 원 짜리 원투대(380cm)를
휘둘렀습니다. 원줄도 루어 전용 릴이 없어 할 수 없이 찌낚시용을 사용했습니다. 호수는 저와 아내가 각각 4호와 2.5호로 사용했습니다. 나일론이고요.

삼치 채비는 이곳 시화방조제에서 낚시하는 분들은 알만한 채비입니다.
인근 낚시점에서 파는 카드 채비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원줄에 연결하고 아래쪽에는 스푼 루어를 답니다.
보통은 12g짜리 스푼이면 되는데 저와 아내는 루어 전용 로드가 아니다 보니 원투성이 떨어질 것을 고려해 다소 무거운 스푼을 달았습니다.
그람수는 18g.

해가 뜨자 발 앞쪽에서 작은 보일링이 일어납니다. 뭔가가 수면에 튀는데요. 처음에는 전어인가 싶었는데 가만 보니 아가야 삼치. ㅠㅠ
아직 시즌이 무르익지 않아 씨알에 대해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이건 잘아도 너무 잔데요. ㅎㅎ;;

그렇게 열심히 던지고 감고를 반복해도 입질 하나 없습니다. 그러다 6시가 넘어갈 무렵 발 앞까지 끌고 온 스푼을 잠시 뒀다가 감아 봅니다.
가끔은 발밑까지 쫓아오던 녀석이 스푼을 물려는 찰나 감아올려 놓친 적이 몇 번 있었기에 그것을 의식하였습니다.
전방 5m까지 끌고 온 스푼을 1~2초간 뒀다가 다시 감으려는 찰나! 두두둑 합니다.


올해 첫 삼치를 올린 입질의 추억

씨알이 되게 민망하지만 그래도 삼치는 삼치. ^^
손맛이야 그간 맛봐온 벵에돔만 하겠느냐만은 그래도 입질하는 순간에 덜커덕하는 진동은 나름의 전율이 있군요. ㅎㅎ
이 날은 제 면상이 별로여서 가렸으니 양해를 ㅋ
 

스푼이 아닌 카드 채비를 물고 올라온 삼치

정말 바보가 따로 없죠? 미끼도 없는 바늘을 어찌 알아보고 덥석 무는지. 생각할수록 바보 삼치네. ㅎㅎ
이 장면을 본 아내, 더더욱 전열을 가다듬고 릴링하는데 또다시 내게로 전해지는 입질!

"두두둑!"


낚싯대가 투박해 찡한 손맛은 덜하지만, 나름 눈 맛을 선사해 준 녀석.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입질하네요. 그러니깐 전방 15m 쯤에 턱이 진 라인이 있는데 거기서 대부분의 입질이 들어 옵니다.


약 30cm급 삼치

짬 낚시의 진수, 시화방조제 삼치 루어낚시

씨알은 다 고만고만. 아내가 "왜 나는 입질이 없냐"며 울상을 합니다. 삼치는 아무나 잡나? ㅋㅋ
아내가 씩씩거리며 캐스팅하는데 날아가다 수면으로 곤두박질치네요.

"평정심을 잃었구나? ㅎㅎ"

제 차 던지고 감고 해보지만, 바다는 반응이 없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7시를 가리키고, 주위를 둘러보니 월요일 아침이라 한산하네요.
우측에 계신 분도 두 마리가량 잡았는데 잔 씨알이고, 왼쪽에 계신 분은 입질도 못 받고 밑 걸림과 씨름 중입니다.

그나저나 아내의 캐스팅은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군요. 익숙지 않은 루어대로 던지려다 보니 무게 중심도 안 맞고 이래저래 컨트롤 난조를 보입니다.
마치 10년 전, 낚시에 갓 입문한 제 모습을 보는 듯 해요. 아시다시피 삼치 낚시는 '원투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스푼 루어를 단 채비를 50m 이상 날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하다못해 30m라도 날려야 릴링 시간이 길어져 확률을 높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아내는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평소 갯바위에서 사용하던 낚싯대보다 훨씬 짧고 가늘어서 그런지 굉장히 어색해하는 것입니다.
던지면 아리랑을 그리며 10m 전방에 떨어지질 않나? 발밑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하는 등 캐스팅이 안 되니 삼치 낚시가 잘될 리 없습니다.

"할수록 태산이네'

그나마 지금까지는 방향성을 유지해 왔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무너지는 모습이네요.
자연스럽게 휘두르면 되는데 자꾸 신경이 쓰이니 무게 중심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이런! 이제는 캐스팅 자체가 안 되네요. 무슨 증후군이 도졌나? 어복부인, 캐스팅을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투수가 심적 압박 때문에 스트라익 존으로 공을 못 던지는 현상)이 야구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낚시에도 있나 봅니다.
대각선으로 날리고, 발 앞으로 고꾸라지고 아주 난리 부르스. 역시 아내는 5.3m 갯바위 릴 대를 쥐여줘야 제대로 던지나 봅니다.
그런데 순간 아내에게서 "왔다"고 합니다. 왔긴 뭐가 와? 불가사리?



"뭐야. 온 거 맞아?"
"(아내도 뭐가 걸린 것인지 잘 모르는듯) 그냥 뭔가 딸려와"
"에이 그럼 삼치 아니네"
"엇 삼치다"


어부지리로 낚은 삼치 한 마리

저런 캐스팅 실력에 삼치가 낚이다니 기가 막힐 노릇. ㅉㅉ
하여간 아내에게는 이 녀석이 생애 첫 삼치가 되었습니다. ^^

그리고 한동안은 캐스팅 삽질이 계속되었습니다. 루어 낚싯대에 적응이 안 되는지 아무리 이리저리 던져봐도 실마리는 풀리질 않고.
그러다 한 번은 15m 전방으로 스푼이 뚝 떨어졌는데 수면에 착수되자마자 히팅되네요. (정말 옆에서 보고 있으면 어이가 없습니다.)



"앗싸. 이번에는 확실히 왔다."

잠시 넋 놓고 바라보던 나. 가만 보니 삼치가 가까운 곳에서 입질하나 봅니다.


어이구~ 좋기도 하겠수. ㅎㅎ


가을 바다의 묘미, 삼치 낚시(대부도 시화방조제에서)

30cm가 조금 넘는 고만고만한 씨알이지만, 아내 두 번가량 입질 받더니 어떤 느낌인지 감 잡은 듯합니다.
그나저나 캐스팅은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이는데 삼치는 낚이고 있으니 참 신기방기. ^^


가을 바다의 진객, 삼치가 돌아왔다

이번에도 스푼루어가 아닌 카드채비를 물고 왔군요. 이쯤 되니 스푼루어는 '던질 추' 역할만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무게가 18g짜리라 액션이 부자연스러운 건가 싶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가벼운 걸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9월에 낚이는 삼치 주종은 25~35cm로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10월이 되면 40cm에서 60cm급으로 씨알이 훌쩍 커집니다.
그래서 저는 10월에도 짬 낚시로 시화방조제를 들날락 거릴 계획입니다. 무엇보다도 시간 안 들고 비용도 적게 들어 일석 이조입니다. ^^


오전 7시 30분. 경기도 시화방조제

7시 반이 되자 저만치에 있던 분들이 하나둘씩 철수합니다.
물때 상 8시까지는 노려봄직도 할 텐데 철수가 빠르네요. 혹시 출근길에 낚시하신 건가? ㅎㅎ
어쨌든 삼치는 물때도 물때지만, 시간대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제 더 이상은 입질이 안 들어와 슬슬 철수 준비를 해야겠어요.
그런데 아내가 수면에 뭔가 튀었다며 몇 번만 더 던져보자고 합니다. 설마?




아무래도 삼치가 수면에 떠서 다니는 것 같아요.
아내는 스푼루어가 수면에 안착하자마자 쉴새 없이 감습니다. 그러자 거짓말 같이 들어오는 입질.
 
"두두둑! 휙~!"

낚싯대가 잠시 흔들리자 대를 세워 릴링합니다.

"오~ 이번 것은 씨알이 조금 낫네"


3연타로 삼치 낚시를 마감한 아내

좋기도 하겠다. 캐스팅도 못 날리면서 용케도 잡아내는군요. ㅎㅎ
반면에 저는 힘차게 날리고 신나게 감았는데도 두 수에 그쳤습니다. 특별히 삼치 낚시 대결을 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결과상으로는

"2 : 3으로 아내의 신승"

그나저나 채비를 20m도 못 날리면서 세 마리나 잡은 아내의 어복.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삼치 조과는 롱 캐스팅에 비례한다는 통념을 아내가 깨트리네요. 물론 이날은 수온이 좋았던 것 같고 운빨이 맞아서겠지만 ㅎㅎ
마릿수는 생각보다 저조합니다. 포인트 선택이 잘못된 건지 들어온 개체 수가 적은지는 모르겠습니다. 




2시간 반 남짓한 시간에 얻은 조과

비록 풍성한 조과는 아니지만, 새벽에 간단히 낚시한 결과치고는 그런대로 만족합니다. 씨알은 다소 아쉽지만, 10월이 되면서 좋아질 것이라 보고요.
또 사리 물때에 조류가 잘 흐르는 날을 택해 출조한다면 지금보다는 씨알이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 삼치도 깨가 서말이다

씨알이 잘아 맛은 큰 기대를 안 했는데요. 웬걸요. 전어 못지않은 고소함에 식구들이 깜짝 놀랬습니다.

"삼치가 이리 맛있었어?"

하는 반응. 역시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 다음에 큰 씨알이 잡히면 숙성해서 초간장 + 김과 함께 싸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삼치 낚시는 섬세한 테크닉을 요구하지 않아요. 요령만 알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지금 시화방조제를 비롯해 경기, 충남권에서는 삼치 시즌이 한창입니다. 
곧 삼치 낚시 방법에 대해 글을 올릴 것을 약속드리며 즐거웠던 세 시간의 삼치 조행기를 마칠려고 하는데 잠깐!


오늘자 9월 24일, 시화방조제 새벽 풍경

#. 방금 들어온 따끈따끈한 소식
오늘 새벽에 삼치 낚시를 다녀와서 덧붙입니다.
이번에 우리 부부가 삼치 낚시를 간다는 언질에 최필님과 밥곰님 두 분이 합류, 넷이서 나란이 서서 낚시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철수해서 글 쓰는데요. 해뜨기 직전에 아내가 입질 받아 릴링하는데 도중에 벗겨져서 아쉬움이 있었고. 잠시 후에


교통사고로 한 수 거두시는 아내. 이어서 저에게도 입질이 왔는데요.
이번에는 최근 받은 삼치 입질 중 가장 강력한 힘으로 못해도 40~50cm 급 이상을 되어 보였는데 릴링 도중 벗겨져 여운만 남겼습니다.
그 모습을 본 우리 일행들 바짝 노려봤지만, 오늘은 지난 주 대보름 이후 물때가 한 풀 꺾이는 바람에 조류 소통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삼치가 가까이 붙질 않았고 100m 전방에서 뛰노는 것만 구경하며 추가 입질을 받는데는 실패했어요.


빗방울이 굵어지자 급히 철수를 결정

그리고 일기 예보를 안 보고 간 탓에 새벽부터 비를 맞아야 했는데 가랑비 옷젖는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급기야 빗줄기가 굵어져 오늘은 조기 철수. ^^
독자님 중 한 분은 그 길로 그대로 출근하셨고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는 데 졸리고 피곤하고 출근길 도로에 잠시 갇혀 고생 좀 했는데요.
그나마 일찍 철수해 지금은 컴퓨터 책상에 앉아 글을 마무리 짓고 발행합니다.
조만간 물때가 맞으면 대물은 아니어도 중치급을 넘기는 삼치 낚으러 다시 시화방조제를 찾을 계획입니다.
그나저나 오늘 같은 날에도 아내는 기어이 삼치를 잡아내는 군요. 비록 교통사고지만. 과연 아내의 어복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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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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