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억새의 향연, 따라비오름(가는 길, 제주도 추천 여행지)


제주도의 수많은 추천 여행지 중 오름을 주저 없이 권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입장료나 비용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정 비용을 내고서라도 가보고 싶은 이유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는 수많은 오름이 있고 그 오름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가을에 억새로 유명한 산굼부리, 방목한 소와 일출 풍경이 멋진 용눈이 오름, 해안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지미오름, 숲 속 둘레길을 걷고자 한다면 저지오름, 들불 축제로 유명한 새별오름, 나지막한 언덕이 낭만적인 아끈다랑쉬 오름, 세계 자연 유산인 거문오름 등등 오름만 해도 가봐야 할 곳은 수십 군데입니다. 

 

그 중 따라비 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가을에 흐드러지게 핀 억새가 진풍경을 연출합니다. 오늘은 따라비 오름의 아름다운 풍경과 찾아가는 길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따라비 오름 따라비 오름 가는 길(입구와 주차장)

#. 따라비 오름 가는 길
따라비 오름은 다른 오름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곳이에요. 아마도 산간 지방에 위치한 것과 비포장도로를 타고 한참을 들어와야 하는 지리적 특성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사람들의 발길이 쉬이 닿지 않아 자연이 보존되어 있고 운치가 가득한 곳입니다. 하지만 따라비 오름을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쉬워요.


내비게이션에 '따라비 오름'이라 검색하면 무리 없이 잡힐 겁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 모델에 따라 최종 종착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제가 사용한 '김기사'는 따라비 오름의 최종 종착지가 비포장도로 중간에 끝나 버렸기에 모르는 분들은 자칫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비 오름은 비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끝까지 들어와야 해요. 그랬을 때 나오는 곳이 바로 위 사진입니다.


자가용 몇 대 댈 수 있는 주차 공간과 간이 화장실, 그리고 안내판이 보인다면 제대로 찾아온 겁니다. 스쿠터나 바이크로 찾아오려면 지도를 꼼꼼히 살피면서 와야 하며 내비게이션 어플을 잘 활용하길 바랍니다.



흐드러지게 핀 억새들

동북 산간지방 풍경 뒤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보드라운 가을 억새

따라비 오름 입구

입구는 용눈이 오름도 이러한 방식인데요. 들어가는 입구가 좁습니다. 저는 요즘 살이 붙었는지 똑바로 해서 들어가지는 못하겠더라고요. ^^; (씨름이나 스모 선수는 정말 못 들어갈지도) 이곳을 통과한 뒤 나오는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면 제주의 숨결을 들을 수 있는 따라비 오름이 나옵니다.


따라비 오름의 가을 풍경

귀가 시릴 정도로 바람이 매섭게 불던 날

제주도 여행 3일 차. 원래 계획은 어디로든 들어가 낚시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버린 제주도는 어디서도 낚시하기에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늘은 청명하게 맑고 햇빛은 쨍쨍한데 말입니다. 언뜻 보면 바다도 잔잔해 보입니다만,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은 또 차이가 큽니다.


바람에 밀린 수면에 백파가 일렁이는 것을 보니 조용한 항구가 아니면 낚시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대신 파란 하늘에 솜털 같은 구름이 우릴 반기고 있었습니다. 이런 날 낚시를 대체할 수 있는 적절한 여행지라 한다면 오름만큼 좋은 곳은 없지요. 하늘은 맑은데 바람이 많이 분다면 옷을 좀 두툼하게 입고 억새가 피어있는 오름으로 향하길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이런 날 바람과 억새 풍경을 프레임에 담으면 나 자신이 자연으로 돌아간 듯한 힐링을 만끽할 것입니다. ^^




따라비 오름 정상에서


양 갈래로 피어있는 억새밭을 걸으며

따라비 오름의 능선을 따라 걷는 가을 제주도 여행

#. 따라비 오름
표고 342m 비고 107m 둘레 2.633m 면적 448.111m2, 직경 855m 말굽 형태로 터진 세 개의 굼부리를 중심에 두고 좌, 우 두 곳의 말굽형 굼부리가 쌍으로 맞물려 세 개의 원형 분화구와 여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화산폭발 시 용암의 흔적이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내어 가을이 되면 억새와 더불어 제주 오름 368개 중 가장 아름다운 '오름의 여왕'으로 불립니다. 북쪽에 새끼오름, 동쪽에 모지오름과 장자오름이 있어 가장격이라 하여 "따애비"라 불리던 것이 "따래비"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형국이라는데서 유래하여 "땅하래비" 즉 '지조악'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제주 따라비 오름 안내판에서)



엎드려 쏴 자세로 촬영 삼매경인 입질의 추억

제주의 속살을 가장 가까이서 느껴본다


흐드러지게 핀 억새의 몸짓

#. 제주의 속살을 온몸으로 느껴
흐드러지게 핀 억새의 합창에 귀 기울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혹 어쩌면 이곳에 있는 동안 시간이 멈추어 있는 듯한 착각도 들 지도요. 흐드러지게 핀 억새는 '제주의 속살' 그 자체였어요. 언틋 보면 수천 개의 억새 군집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은 모두가 하나인 양 늘 같은 방향으로 몸짓하며 섰습니다. 그 통일성이 주는 정갈하고 단정함이란! 움푹 팬 굼부리에 들어서자 이름 모를 수풀과 야생화들이 이방인을 반깁니다. 이방인이라곤 하나 하루에 몇 명 찾지 않은 조용한 곳. 적적하지만, 여유 있고 운치 가득한 이곳에 앉아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해 봅니다.

"스스스스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던 날이었지만, 굼부리에 들어서자 그러한 바람도 잠재워 버리는 따라비 오름. 굼부리에서 잠시 앉아 책을 읽어도 좋습니다. 이곳에는 누구의 간섭도 재촉도 없으니까요. 다만 흔적은 남기지 말아야겠죠? ^^ 


들리는 유일한 소리는 바람 소리. 그것을 듣고 있다 보면 세상 걱정도 근심도 스마트폰의 굴레에서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바람이 제법 강하게 불자 억새들이 몸짓하며 이리 오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억새의 몸짓을 담아내기 위해 삼각대를 세워보는 입질의 추억. 아니 오늘 만큼은 억새의 추억. ^^ 모두가 일제히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하니 그것을 프레임에 담아 봅니다.




가을 억새의 향연




가을 억새로 최고의 절정기를 맞는 따라비 오름

많은 관광객으로 부대끼지 않아서 좋은 따라비 오름

따라비 오름은 가을에 낭만과 운치의 끝판왕을 보여주었다.


외국인들도 이 모습을 보면 반할 수 밖에 없을 듯

#. 따라비 오름은 인적 드문 곳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곳
이제는 제주도에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따라비 오름만큼 인상적인 곳 또한 흔치 않았습니다. 제주도에는 제주도만의 특징인 '아름다운 자연 유산'과 크게 상관 없는 테마파크들이 도처에 조성되어 있고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만만치 않은 입장료와 승선비, 호객 행위 그리고 단체 관광객의 인파에 이리저리 부대끼다가 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가는 곳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러한 곳이 제주도 추천 여행지로 뜨고 여행사들이 다투어 커미션을 챙기고 있을 때 진짜 제주도의 모습은 이렇게 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소수의
선택된 사람에게만 오라고 손짓하는 것입니다. 원래 보석이 그렇잖아요. ^^ 그래서 저는 따라비 오름을 '제주도의 보석 같은 여행지'라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둘러보는 데 두 시간이면 충분해요. 하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둘러보는 것만이 아닌 '쉬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잠깐이라도 풀밭에 누워 사색에 잠겨보세요. 책을 읽다가 그대로 잠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솜털같이 보드라운 속살에 풍덩 빠져보는 것! 그게 따라비 오름이 주는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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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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