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김녕미로공원과 천생연분 고양이 


김녕에 가면 국내와 제주도 최초의 미로 공원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여느 테마파크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가족과 함께 숲길을 걷고 미로를 헤매다 빠져나왔을 때 소소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공원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김녕미로공원의 첫인상은 제주도의 주요 여행지를 들리기 위한 중간 기착지 정도로만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런데 김녕미로공원은 '미로 공원'이라는 테마 뒤에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다른 테마 파크처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지만, 그 입장료가 결코 헛되거나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은 곳으로 아이들과 함께 길을 찾으며 '누가 먼저 골든벨을 울릴 것인지'를 두고 작은 내기를 한다면 거기에서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오늘 이야기는 김녕미로공원이 주는 교훈과 천생연분 고양이. 두 가지를 주제로 합니다.

 

 



미로 전체가 제주도 형상을 닮도록 설계된 '김녕미로공원'

김녕미로공원을 기획하고 만든 이는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 프레드릭 더스틴(F.H. Dustin) 교수

#. 김녕미로공원의 훈훈한 뒷 이야기
김녕미로공원은 국내에 미로 공원이 없었던 1995년, 첫 개장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가꿔 온 테마 공원입니다. 이를 기획하고 만든 이는 제주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던 프레드릭 더스틴. 1982년 그의 대학 교수 동료이자 친구가 조경잡지에 실린 미로 디자이너 '애드린 피셔'의 인터뷰를 보고 착안하여 제주도에 미로 공원을 지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 후 애드린 피셔의 설계로 총 3여 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해요. 1987년부터는 '랠란디' 나무를 산목해 8년간 가꾸었고 1995년부터는 무료 개방을 2년 뒤에는 입장료(1,000원)을 받으며 오늘날(3,300원)까지 이어져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녕미로공원은 상업성이 짙은 다른 테마파크와는 태생부터 달랐습니다.


수익금의 80%는 설립자 더스틴 교수의 뜻에 따라 대부분 지역사회로 환원하고 있습니다. 김녕 노인대학과 김녕 세일링 클럽을 지원하고 자신이 몸담았던 제주 대학교의 외국인 교수 기금을 지원하고, 해외 유학생 장학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교육과 복지에 꾸준히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의미를 더합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이곳이 '몇 바퀴 돌고 마는 미로 공원'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그 배경에는 진정 제주도를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어느 외국인의 노력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사실에 역으로 씁쓸함이 느껴지는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김녕미로공원이 생긴 이후 제주도에는 크고 작은 미로 공원이 많이 생겼으며 이곳보다 훨씬 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것도 천연의 식물로 가꿔진 게 아닌 돌담이나 인공물로 만들어 TV 예능 프로에 소개 됨으로써 호응을 얻고 있으나 이러한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돈이 되면 너도나도 끼어드는 테마파크 사업, 자기 배만 부풀리고자 하는 내국인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유산을 살리기는커녕, 굳이 땅을 파내고 부지를 증설하는 무분별한 개발이 과연 제주도 여행 사업에 득이 될 수 있을까? 그에 비해 자국민도 아닌 한 외국인이 교육자로서 반평생을 가족 없이 제주도에 거주하며 대부분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김녕미로공원 출입구

입구 앞에 잘 가꿔진 정원





김녕미로공원의 출발점

위에서 내려다본 김녕미로공원

랠란디(Leylandii) 나무 숲길을 걸으며 잠시 쉬어가는 여행

랠란디 나뭇잎은 언제나 마르지 않고 늘 초록의 싱그러움을 가지는 상록수에요. 일 년 사계절 동안 늘 같은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미로 조성에는 안성맞춤인 식물인 거죠. ^^ 랠란디는 '랠란드 사이프레스'로 일종의 돌연변이로 탄생한 식물이라고 합니다. 1888년 영국 어느 지역의 정원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요.


이 랠란디는 씨가 없어 꺾꽃이로 번식되는데 1988년 가을에 심한 가뭄이 들어 99그루 중 50그루만이 살아남았고 남은 50그루로부터 2차 꺾꽃이에 들어간 랠란디는 김녕미로공원으로 옮겨져 현재 1,232 그루가 심어져 있다고 합니다. 랠란디는 미국과 영국에서 울타리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나무의 향기는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나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인가?"

10분 안에 미로를 찾고 골든벨을 울릴 수 있는 사람은 확률상 손에 꼽을 정도라는 김녕미로공원. 지도를 보고 또 봐도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은가 봅니다.


골든벨이 바로 눈앞에 있건만 김녕미로공원은 출발지에서 최종 도착지까지 총 아홉 번,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그 아홉 번의 선택을 얼마나 잘 찍느냐에 따라 헤매는 시간을 단축하기도 연장하기도 하지요.




제주도에는 크고 작은 무인텔들이 많이 생겨나 굳이 여기서 (....) 는 농담이고요. ^^; 개인적으로 이곳이 커플의 뽀뽀를 장려하는(?) 공간으로 거듭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 말은 지금도 미로공원은 확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왕이면 좀 더 깊고 어려운 숲길로 미로가 조성돼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이곳을 가볍게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ㅎㅎ


김녕미로공원의 골든벨을 울려라!

사진 촬영하면서 쉬엄쉬엄 걸었는데도 막다른 길에 선 적은 단 두 차례뿐. 운이 좋아 총 아홉 번의 살림길에서 일곱 번을 잘 찍었단 얘기. ^^ 사실 김녕미로공원은 제게 있어 다소 뻔하게 다가왔습니다. 골든벨은 한가운데 있고 그 둘레로 미로가 조성되어 있다면 길은 뻔하지 않을까.


우선 외곽의 둘레부터 돌게 한 다음 차츰차츰 중심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원형 미로일 것입니다. 저의 경우 지도를 보고 가는 건 오히려 헷갈림만 가중될 뿐, 골든벨 위치를 눈으로 좇으면서 돈다면 한결 쉽지 않을까 생각돼요. 반면, 길치인 아내는 중간에 헬프미를 외칩니다. ㅋㅋ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저는 아내에게 왼쪽으로 가, 아니 오른쪽으로 가, 청기 들고 백기 내려 식으로 길을 알려주는데 마음 같아서는 엉뚱한 길로 가게끔 장난치고 싶었지만, 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바른길 안내자가 되어주었습니다. 부부란 미로 같은 험난한 인생에서 헤매지 않도록 서로 도와주는 조력자가 돼야 하니깐요. (뭔 소린지 ㅋ)


아직도 저 아래는 길을 찾아 해매는 중생들이 많군요. ㅎㅎ


발을 들고 모델을 차저하는 고양이

김녕미로공원에서는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

만지고 싶게 하는 발바닥 젤리

귀찮다냥~

부비적 부비적



"실 눈 뜨지 마. 무서워 ㅠㅠ"


얘네들은 아주 그냥 천생연분 ^^


오드아이 고양이

김녕미로공원에는 다양한 고양이들이 모여 살고 있어요. 이곳 대표(더스틴 교수)께서는 식물과 동물을 사랑하고 특히 주변을 배회하는 야생 길고양이를 내 집 고양이처럼 돌봐주고 있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고양이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나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특히, 먹잇감이 부족한 겨울에는 고양이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사료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해요. 그래서 김녕미로공원은 고양이 천국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사람을 보면 피하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귀찮아하지요. 사람이 고양이에게 잘 해주는 만큼 고양이도 경계심을 버리는가 봅니다.

제주도를 사랑하는 어느 외국인이 이곳에 정착해 공원을 가꾸고 거기서 얻은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는 훈훈한 스토리. 사실 김녕미로공원이 제주도의 주요 관광 명소라 하기에는 임펙트적인 부분에서 약하다 할 수 있지만, 가는 길목에 잠시 들러 한 타임 쉬어가는 곳으로 손색없어 보입니다. 골든벨을 두고 벌이는 가족과의 경합도 쏠쏠한 재미가 있겠죠? ^^


최종 목적지를 향해 길을 찾아간다는 것은 크든 작든 아이들에게 소소한 성취감을 줄 수도 있겠고요. 고양이의 천국인 만큼 냥이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곳이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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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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