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마라도 잠수함 투어로 바라본 제주의 바다속 풍경(그리고 쓴소리 한 마디) 


어제 발행했던 "[제주도 벵에돔 낚시] 한 시간 동안 폭풍 입질"에 앞서 사계리 해안의 바다속 풍경을 보기 위해 마라도 잠수함을 탔습니다. 선착장 위치는 송악산으로 이어지는 사계리 해안길에 있으며, 소요시간은 마라도 잠수함 매표소가 있는 사계항에서 약 5분 정도 걸립니다.

 

명칭은 '마라도 잠수함'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해저 탐험이 이뤄지는 곳은 송악산이 자리한 사계리 해안입니다. 이곳의 해저 지형은 모래(사니질)가 주를 이루고 사이사이 암초가 있어 거기서 서식하는 각종 산호와 해양 생물을 볼 수 있습니다. 낚시를 앞두고 살펴본 제주의 바다속 풍경이라 그런지 유난히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사계리 안덕면에 있는 마라도 잠수함 선착장

잠수함 투어는 배에서 계류정으로 실어나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송악산 근처에 떠 있는 계류정으로 이동한 뒤 거기서 잠수함 투어를 즐기고 올라와 다시 배를 타고 사계리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여정입니다. 총 소요 시간은 1시간 10분. 설명에는 그렇게 되어지만, 체감은 그보다 더 짧은 것 같습니다. ^^ 잠수함 투어도 투어지만, 선착장에서 계류정으로 이동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사계리 해안 풍경은 정말 백미입니다.


사계리 해안 절경의 터줏대감, 산방산

산방산과 한라산이 함께 보인다.

산방산 위로 솜사탕처럼 떠 있는 구름과 탁트인 시야가 머릿 속을 맑게 해준다.

제주 형제섬

사계리 해안 풍경에서 빠지면 서운한 형제섬입니다. 형제섬은 왼쪽의 큰 형제섬과 오른쪽의 작은 형제섬, 그리고 여기서 보이지는 않지만 넙데기, 안테나여라 불리는 부속여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사진상으로 보면 오른쪽이 큰 형제섬 같지만, 왼쪽 섬의 면적이 더 넓어 큰 형제섬이라 불립니다. 저 곳은 야영을 겸한 낚시가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진에서 정면에 보이는(자갈밭으로 형성한) 넓직한 사면에는 지금 이맘 때부터 굵은 씨알의 감성돔이 출현하는 포인트입니다.


반대편에서 촬영한 형제섬

위 사진은 작년 이맘 때, 넙데기에서 바라본 형제섬이에요. 이른 아침에 해를 등지고 촬영해 형제섬 특유의 색과 지형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송악산

사계리 해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경, 바로 송악산입니다. 일본군이 저곳에 수십 개의 진지동굴을 파내 상처를 입히기도 했지요. 마라도 잠수함 계류정은 송악산 부근에 있습니다.


계류정에 도착, 접안을 시도한다.

마라도 잠수함 보이저호

살펴보니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2003년에 첫 취항식을 시작한 마라도 잠수함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보이저 1호와 5호 두 대로 운항 중입니다.


마라도 잠수함 입구

잠수함 기관실

잠수함 조종실

마라도 잠수함이 운항하는 사계리 해안의 해저 지형도

돌돔들이 모이고 있다.

스쿠버 다이버가 먹이를 주며 물고기를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서귀포 잠수함과는 달리 깊은 수심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어요. 해저 지형상 서귀포 앞 바다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가파른 지형이었지만, 이곳 사계리 해안은 비교적 얕고 평평한 수심대로 20m 안팎에서만 다녔던 것 같습니다.


물고기 종류는 서귀포나 이곳 사계리나 별반 다르지 않아요. 사진에 보이는 돌돔을 비롯해 자리돔이 주종이고 드문드문 쏨뱅이라든지 능성어 등 바닥 지형을 타고 다니는 어종들이 간혹 보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돌돔은 25~30cm 전후의 개체가 주종이지만, 다 자라면 70cm 이상까지 크는 중형급 어종입니다. 횟집에서는 양식으로 '줄돔'이라는 명칭하에 팔리고 있지만, 성어가 된 자연산 돌돔은 킬로당 15만 원 이상 호가하는 고급 횟감이죠.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제 블로그 처음 오는 분들을 위해 기본적인 내용은 늘 곁들이도록 하겠습니다.)



돌돔 무리 중 한 녀석과 눈이 마주친 순간

물고기도 눈알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곤충 만큼은 아니더라도 후방에 있는 사물을 인지할 정도로 눈알이 돌아가며 낚시할 때 사람과 눈을 마주치기도 합니다. 지금은 모이를 먹다가도 잠수함 내부의 어떤 존재에 대해 인식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눈알이 돌아가 저와 마주친 순간입니다. ^^; 그 표정에서 왠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지네요.

"녀석, 낚시꾼을 알아보는건가? ㅋ"

저와 눈을 마추진 돌돔을 비롯해 줄 무늬가 흐릿한 몇몇 개체는 수컷으로 보입니다. 수컷은 30cm가 넘어가면서 줄무늬가 흐릿해지며 40cm 이상이 되면 사라지고 입 주변이 검게 변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지난 봄 서귀포 잠수함에서 보았던 돌돔과 달리 이곳 돌돔은 씨알 면에서 월등히 높군요.


뺀찌가 주종이지만 가끔 35cm가 넘어가는 중칫급도 아무런 경계심 없이 다이버가 주는 먹이를 먹기 위해 무리를 비집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낚시꾼들이 얼마나 어렵게 돌돔을 낚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지 모를 정도에요. ^^

 

게고동, 성게, 그리고 100g당 만원을 호가하는 참갯지렁이(혼무시), 심지어 전복과 소라까지 미끼에 돈을 퍼부어가면서 돌돔을 잡으려는 꾼들의 애환말입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 속의 돌돔은 잠수부가 주는 모이 앞에는 고급 어종으로서의 체면이고 뭐고 없어 보이는 군요. ^^ 어린 개체라서 그런 거겠지만, 생각보다 천진난만해 보였고 경계심도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방적인 빛의 산란으로 색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잠수함이 인공적인 조명을 쏘지 않은 이상 이렇게 밖에 안 보이니, 생각없이 막 찍으면 계속 시퍼런 색깔만 나올 겁니다. 잠수함 내부에서 바라본 바다는 수심 20m 전후입니다. 태양광이 잘 닿지 않으므로 굉장히 열악한 조도에서 사진을 찍게 됩니다.


그러므로 ISO 값을 충분히 높이고 조리개 값을 최대한 낮춰 셔터 스피드를 확보하는 것이 흔들림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팁입니다. 여기에 RAW파일로 촬영해 후보정에서 화이트 밸런스를 맞추어야 실제 눈으로 본 색깔대로 나옵니다. 아래 사진부터는 화이트 밸런스를 맞춰 실제로 본 것과 가장 흡사한 색감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연산호 군락

송악산 절벽 근처로 웅장한 해저 지형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리돔

제법 씨알이 굵은 돌돔 한 마리가 바닥 지형을 타고 어슬렁 어슬렁 거린다.

대략 40cm에 육박하는 크기의 돌돔 한 마리가 어슬렁 거리고 있네요. 여기까지 미끼를 던져놓고 기다리면 저 놈이 물 수도 있겠죠? 송악산 일대 포인트에서는 대부분 벵에돔을 노리지만, 이렇게 돌돔 낚시로를 해도 좋아 보입니다.


그나저나 인간의 헛된 탐욕일까요? 저 녀석을 보는 순간 낚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갖고 싶다는 생각부터 드는 건 왜일까요. ^^; 저 녀석 한 마리면 싯가로 20만 원은 충분히 넘을 테니 만약 제 수중에 들어오면 곧바로 지인들을 초대해 회파티를 열겠죠. 아직까지는 인간이 건드리지 않은 생명체이건만, 유유히 헤엄치는 돌돔을 보며 잠시 어리석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상어를 들고 나타난 다이버

마라도 잠수함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보여지는 장면입니다. 늘 상어 아니면 가오리를 잡아다 이렇게 구경을 시켜줍니다. 이 장면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죠. ^^ 이 날은 가오리를 못 봐서 아쉬웠는데 가오리를 유리창에다 떡하니 붙여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감상하게 하는 것도 잠수함 투어의 재미일 것입니다.


다이버가 잡은 까치상어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황놀래기

30cm급 돌돔이 무리지어 다니고 있는 바다속 풍경

잠수함이 부양할 때 생기는 기포


마라도 잠수함 투어의 홍보물

때는 가을이고 날이 맑아 시계(視界)가 좋지 못했습니다. 자바리(제주 다금바리)의 모습도 조금은 기대했지만 볼 수 없었고요. 잠수함 투어는 물 속 여건이 관건입니다. 시계(視界)가 맑을 확률이 높은 시기는 절기상 '봄'이며, 맑은 날 보다는 '흐린 날'이라 할 수 있으니 마라도 잠수함 뿐 아니라 제주도의 모든 잠수함 투어를 이용할 계획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잠수함 투어의 명당은 딱히 없지만, 이왕이면 가운데 자리가 관람하기 좋다는 것도 알아두시고요. 운항 시간표를 확인하고 사전 예약은 필수겠죠? 운항 시간표는 인터넷에 "마라도 잠수함 시간표"라고 검색하면 많이 나오니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잠수함 투어에 관해 한 마디 덧붙이자면, 자주 할 수 있는 투어가 아니고 해저 탐험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이 가격이 비싼지 안 비싼지는 투어를 마치고 나온 관광객들이 느끼는 부분일 텐데요. 제 생각에는 잠수함을 구입할 때 든 비용, 운항에 드는 유지비 등을 고려했을 때 가격을 낮추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투어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개선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처음 잠수함이 바닥으로 내려가 "이곳은 모래다"라고 한번 구경시켜 주고 암초지대로 이동해 물고기 몇 번 몰아주고 상어 한 번 보여주고 끝내면 승객들이 "이 가격에 꼭 한 번 볼만한 투어다" 라고 생각할까요?

 

잠수함 투어에 걸리는 총 소요시간은 1시간 10분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잠수함 내부에 있는 시간은 30분이 될까 말까입니다. 체감상으로 가격에 비해 투어 내용이 부실하다 느낄 수 있으며 1회용 투어로 밖에는 인식을 안 하게 됩니다. 물고기를 설명할 때도 돌돔을 '줄돔'으로 설명하던데요. 승객이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당한 깊이의 '전문성'과 '상식'을 곁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물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풍경은 그날 바다 상황에 따라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설명이라도 적절하게 채워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입니다. '해저 탐험'이라는 컨셉을 걸고 운항하는 제주의 잠수함 투어는 단순히 물 속에서 시간을 때우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변화무쌍한 바다속 풍경을 고려한다면 '유익한 정보'로써 커버할 수 있으며, 보다 다양한 루트를 개발해 '정말 해저 탐험을 한 것 같은' 심리적 만족감을 채워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어느 블로그에서 보았던 것 처럼 "생각했던 것보다 시시하다. 차라리 그 돈이면 아쿠아플라넷을 갈 걸" 같은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말이지요.

어쨌든 잠수함으로 바다속 풍경을 관찰하는 것은 국내에서 유일무일하게 제주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투어입니다. 비슷한 테마로 아쿠아플라넷이 있지만, 잠수함은 실제 상황이다 보니 아쿠아플라넷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조명과 다양한 물고기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리얼 체감'이라는 특성을 잘 살려 보다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거듭난다면 제주도에서의 잠수함 투어도 머지않아 제주도 여행에서 '성지순례 코스'가 될 날이 오겠죠? 개인적으로 그 날을 기대를 해 봅니다. (마라도 잠수함 투어 문의 : 064-79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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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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