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우 채끝등심으로 스테이크만들기(미디움 웰던 스테이크)


지난 번 "숙성 쇠고기의 참맛, 미디움 레어 스테이크 굽는 법" 을 통해 저등급 쇠고기로도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알아 봤습니다.
그때 사용한 쇠고기는 한우 등심 2등급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좀 더 핸디캡을 가져 한우가 아닌 육우 채끝등심으로 스테이크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사람들 인식이 한우는 좋은 쇠고기이고 육우는 '젖소'로 질 떨어지는 고기라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육우'와 '젖소'는 서로 다릅니다. 젖소는 말그대로 우유를 짜기 위한 소로 새끼를 낳은 젖소 품종의 어미소를 말합니다.
반면에 육우는 오로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고깃소'로 게 중에는 교잡종도 있고 젖소 품종도 있습니다. 
젖소 품종은 당연히 새끼를 낳지 않은 숫소가 육우에 해당합니다.
정리하자면, 한우(황소)와 우유를 생산하는 암젖소를 제외한 나머지가 육우로 분류됩니다.
이러한 육우는 한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잘만 숙성하면 가격대 성능비로 맛이 괜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육우 중에서도 2등급, 등심 부위 중에서도 마블링이 덜한 채끝을 이용해 스테이크 만들기를 해 보았습니다. 

※ 이번 스테이크는 지난 번과 달리 미디움 웰던으로 하였습니다.
    아직은 레어 스테이크에 익숙지 않은 분(특히 어르신들)을 위해 참고하면 될 것 같아요.



어느 정육점에서 구입한 채끝등심입니다. 육우 2등급으로 100g당 가격은 3,800원. 총 1.7kg로 65,000원이에요.
요즘 시세를 보니 한우 1등급 등심이 (그람당) 7~8천원, 2등급이 5~6천원에 형성이 되는 걸 고려하면 무척 착한 가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예전에 먹었던 한우 2등급이나 이날 먹은 육우 2등급이나 같은 기간 숙성시켜 보니 맛에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중요한 건 '숙성'입니다. 어차피 우리가 정육점에서 사는 고기는 '이미 숙성된 고기'지만, 가정에서 좀 더 숙성하면 육질이 부드러워지면서 풍미도
진해집니다.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공포장'을 한 상태에서 1~3도씨의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입니다.
일반 냉장고는 칸에 따라 냉기 순환이 불안정해 별로 권하고 싶지 않고요.(냉기 순환이 일정한 칸이라면 상관없음)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는 이렇게 덩어리 째로 구입하되, 반드시 진공 포장을 해 달라고 하세요.
요즘 어지간한 정육점에서는 진공포장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만약 포장이 안 된다고 하면 아래 링크의 방법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글 : 쇠고기 숙성 방법과 기간 - 웻에이징과 드라이에이징 숙성에 관하여)


18일 가량 숙성한 육우 2등급 채끝 등심

숙성 기간은 정육점에서 숙성한 기간 + 가정에서 숙성한 기간을 모두 합쳐 15~30일 정도면 알맞습니다. (최대 숙성 기간은 60일 정도)
숙성 기간은 전표에 표기된 '제조일'을 기준으로 삼아도 되며, 자신 없으면 정육점에다 '얼마나 숙성한 건지' 직접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채끝 등심 단면

2등급이라 마블링이 섬세히 퍼져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마블링은 몸에 안 좋은 쇠기름으로 이것이 많은 고기를 먹으면 '고소하다'는 착각을 받지만, 실제로는 지방의 느끼함을 그리 느끼는 것입니다.
거기서 나온 육즙은 지방을 태워서 나온 '지방 쥬스'로 우리 몸에 좋을 게 없습니다. 그러니 마블링에 대한 환상은 고이 접어 넣어 두셨으면 합니다. 
위 사진을 보면 육색이 자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는 공기와 접촉이 없었기 때문인데 잠시 후 원래 색으로 돌아올 겁니다. 
 

키친타올을 이용해 핏기를 제거하고요.


스테이크용으로 재단할 때는 손가락 두개를 겹친 두께가 알맞다.

실온에 방치하자 선홍색으로 돌아왔죠?
스테이크를 만들기 전에 가장 중요한 건 '실온'에 1~2시간 가량 둬서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겁니다. (스테이크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냉장고에 막 꺼내자마자 구워버리면 온도 조절에 실패할 수 있어요. 이유는 고기의 내부 온도가 굉장히 차가운 상태이므로 굽기 조절이 어려워지기 때문. 
스테이크용 두께로 권하고 싶은 두께는 2.5~3cm 입니다. 이는 성인의 검지와 중지 손가락 두 개를 합친 두께에요.


같은 두께로 자른 모습입니다. 가장 왼쪽이 조금 얇게 되었는데 썰다가 남은 자투리라 이 정도 로스율은 감안해야 할 듯.^^
원래 한 덩어리가 더 있었는데요. 손님 오기 전에 어머니께 먼저 해 드렸습니다. 미디엄 레어로 한 스테이크를 잠시 맛을 봤는데 정말 입에 넣자마자
눈이 감기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 육우가 어쩜 그리 부드러울까 싶기도 하고요.
오히려 지난 번에 구웠던 한우 2등급 스테이크보다 더 맛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썬 상태에서 실온에 놔 두셔도 됩니다. 고기 온도가 실온과 최대한 비슷해야 구울 때 실패율을 줄일 수 있습니다.


스테이크 시즈닝이에요. 시즈닝을 위해 따로 재료 구입 없이 집에 있는 것들을 활용했습니다.
비율은 파슬리, 오레가노, 바질을 1:1:1 로 섞었는데요. 사실 저는 스테이크 만들기에서 시즈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편입니다.
그러니 이 비율도 맛이 검증된 것은 아니며 그냥 제량 것 한 것에 불과하니 생략하거나 다른 스테이크 관련 글을 참조하시는 편이 나을거에요.
그래서 다음에 선보일 레어 스테이크(포스팅 준비중)는 시즈닝을 생략하고 오로지 소금 후추로 간한 걸 올려드리고자 합니다.



1) 올리브유를 바릅니다.
2) 천일염을 쏠쏠 뿌립니다.
3) 후추 뿌리고요.
4) 시즈닝을 골고루 바릅니다.


여기까지가 스테이크 만들기 과정의 절반입니다. 이제 팬에다 구워볼게요.


센불에 연기가 피어 오를 정도로 팬을 달굽니다. 그리고 저염버터 한 조각을 넣고


곧바로 고기를 투입.


이 도구 이름이 정확이 뭔지 모르는데 일단 기름튐 방지망이라고 할게요.
이것을 올리면 기름이 튀지 않아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조리할 수 있습니다.


집게로 고기를 살짝 들어 겉면이 익었다 싶으면 뒤집습니다. 그렇게 익히다가


고기를 세워 옆 면도 익혀줘야 합니다. 갈색이 되면 반대면도 익혀주시고요.



이제 거의 다 됐습니다. 이렇게 하면 고기의 겉 면만 익고 속은 안 익은 상태가 됩니다. 


오븐에 넣습니다. 저는 미디움 레어 스테이크를 150도에서 8분. 미디움 웰던은 150도에서 12분을 하는데요. 이는 미니오븐 기준입니다.
오븐 성능은 집집마다 다르므로 이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님을 분명히 해 둡니다. 그러니 가정에서는 오븐에 맞는 최적화된 온도와 시간을 적절한
테스트를 통해 감을 익혀두셔야 해요. 만약 오븐이 없으면 팬으로 시작해 팬에서 요리를 끝내도 됩니다. 
겉 면을 빠르게 익혔다면, 이후로는 불을 낮추고 은근히 속까지 익히면 됩니다. 익힘에 따른 조절은 아래 그림을 참조하면 될 것 같아요.

고기를 눌러 보았을 때 느껴지는 탄력이 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체로 안 익은 고기 질감이 물렁물렁하며, 익을수록 단단해지니 썰어보지
않은 한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이 방법이 도움될 거에요.


오늘의 스테이크에 곁들어질 가니쉬는 마늘과 아스파라거스 볶음이에요.
마늘은 스테이크를 굽고 난 육즙에 잠시 튀겼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올리브유를 눌러 가볍게 소금, 후추 간으로 지져냅니다.
어떤 아스파라거스는 밑둥이 억세 그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데 제가 사용한 국산 아스파거스는 밑둥이 부드러워 굳이 잘라내지 않아도 됩니다.


가니쉬에 색을 내기 위해 방울 토마토도 살짝 구워봅니다.^^


아스파라거스 구이 완성


또 다른 가니쉬는 감자튀김. ^^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감자튀김 컨셉으로 했는데 사실 이번 것은 2% 부족해 현재 레시피를 보류중이에요.
조만간 다시 시도해 제대로 되면 그때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와인도 좋지만, 스테이크와 함께 맥주를 드실 생각이라면 '코로나'를 추천합니다.
코로나는 다른 맥주보다 라이트하면서 상큼한 맛이 특징이라 기름진 스테이크와 잘 어울리는 맥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요즘 마트에서 파는 코로나 '캔'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아봐야 하겠지만, 제가 알고 있던 코로나 맛이 아니더군요.)


소스는 총 세 가지를 준비하였어요.
왼쪽부터 홀그레인 머스타드, 입자가 고운 미네랄 천일염, 블랙페퍼 소스



18일 숙성한 육우 2등급, 채끝등심 스테이크 (약 1.4kg, 5인분)

미디움 웰던 스테이크는 핏기가 부담스러운 분들에게는 제격이다.

사실 미디움 웰던만 해도 고기가 퍽퍽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숙성육을 이용하면 저렇게 익혀도 질기거나 단단하지 않아요. 
비록 입에 넣었을 때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쓰기는 어렵지만, 숙성육 특유의 부드러움과 촉촉함은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에 육향은 밖에서 사먹는 일반적인 스테이크와 비교했을 때 그 이상이예요. 물론 이러한 숙성육은 단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인간의 혀는 맛과 향에 적응할수록 점점 무뎌지잖아요. 숙성 스테이크를 먹어 버릇하다 보면 아웃백이나 빕스 등에서 선보이는 '저기간 숙성 스테이크'로는 
육향에서 성이 차지 않으며 심지어 '밍밍해서 별로다'라 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최소 15일 이상은 숙성시키다 보니 갑자기 고기가 땡기는 날에는 먹기
어렵다는 점. ^^; 미리 사놔야 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레어 스테이크

다음편 예고입니다.
다음에 선 보일 스테이크는 완전한 '레어 스테이크'로 "덜익은 쇠고기"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계신 분들을 위해 소개해 볼까 해요.
레어는 덜익은 살은 맞지만, 안 익은 살은 아니예요. ^^ 레어 스테이크가 주는 숙성 쇠고기의 참맛! 보여드리겠습니다.

※ 추신
사람들이 저보고 '요리사 출신이냐?'고 질문을 많이 하는데요. 레스토랑에서 일 한적은 있었지만, 요리사 출신은 아닙니다.
그냥 취미로 하는 것이고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할 줄 아는 것"에 대해서만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 자신이 없는 음식은 아예 언급을 안 하렵니다. 해보니 맛있으면 올리고, 맛 없으면 안 올리고. 참 간단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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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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