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라피아(역돔)의 뻔뻔한 변명, 정말 왜곡 보도였을까?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


한 달 전, 방송에서 보도한 '가짜 도미의 진실'을 기억하십니까?
우리가 먹고 있는 도미회 중 상당수는 아프리카산 민물고기로 본 명칭은 '틸라피아'인데 한국의 수입 업자들이 제멋대로 '역돔'이라는 이름을
붙여 마치 도미의 일종인 것처럼 포장해 소비자에게 팔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많은 분이 알고 계실 겁니다. 
틸라피아는 날것으로 먹었을 때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이를 밝히기 위해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에서는 한 달 전, 틸라피아가
길러지고 있는 대만의 어느 양식장을 취재했는데 그 실태는 매우 참혹하였습니다. 

"경악할 정도로 더러운 물과 비위생적인 환경."

여기서 길러진 틸라피아를 우리는 지난 수년간 '도미'인 줄 알고 감쪽같이 속아서 먹어왔습니다.
저 역시 이 문제와 관련해 몇 차례 글을 썼고 어느 월간지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하였습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은 관련 글을 참고하십시오. (관련글 : 틸라피아(역돔)의 두 얼굴, 대장균 초밥은 이제 그만)

그런데 방송이 나간 직후 대만 양식업자와 대만무역대표부에서는 해당 방송이 "편파 보도"라며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하였습니다.
방송에 비친 틸라피아 양식장은 "당시 폐업 상태였다."며 공정하지 못한 보도를 비난했고 즉각 정정 보도해 줄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대만 측 항의에 정정 보도가 있었다.

이에 채널A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 프로그램 담당자로 보이는 분이 제 블로그에 보도에 대한 정정 내용을 달기도 했으며 관련 기사가 나돌며
진화 작업에 나서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글이 삭제되어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대만무역대표부와 대만 틸라피아 협회장은 소공동 롯데 백화점에서 자국의 틸라피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난 20일,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는 자국의 틸라피아가 위생적이고 우수한 식품임을 알리는 행사 있었다.

'가짜 도미의 진실'이란 보도로 한국인들의 틸라피아에 대한 불신을 우려, 급히 진화작업에 나선 것입니다.
대만에서 길러지고 있는 틸라피아는 여러 국제 표준의 인증을 획득한 안전한 식품이라는 게 이들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에서 보도된 '틸라피아 양식장'은 이미 폐기된 곳으로 '엄연한 왜곡 보도'임을 강조했습니다.
과연 왜곡 보도일까요? 방송에 보도된 틸라피아 양식장이 그들 말처럼 모두 폐기된 양식장일까요?
저는 영상을 보면서 석연치 않은 장면들을 보았습니다.



제작진들은 틸라피아 양식장을 취재하기 위해 대만으로 날아갔습니다.
방송을 보면 분명 "틸라피아 양식업자'라고 밝힌 남자가 제작진을 양식장으로 안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당시 촬영 환경은 화질과 각도로 보아 '몰카'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방송에서 사용하는 몰래 카메라는 손목시계, 반지, 목걸이 형태로 매우 다양합니다.
그러므로 해당 양식업자는 이것이 '촬영 중'인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안내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송에서 취재한 틸라피아 양식장은 총 세 군대로 보입니다.


먼저 첫 번째로 소개된 양식장입니다. 보시다시피 자기가 틸라피아를 키우고 있다며 양식업자가 안내한 양식장입니다.
이는 폐업한 양식장이라는 대만 측 주장과 다릅니다. 영상을 보면 양식장이 가동 중임을 암시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래는 위 사진에 대한 설명입니다.

1) 틸라피아 양식업자가 촬영 중임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양식장을 안내하고 있다. 
2) 양식장에 산소 주입을 목적으로 하는 '물 순환 장치'가 가동되고 있었다.
3) 사료 배합 통도 가동 중이었다.
4) 투망을 던지자 당장 출하해도 될 만한 크기의 틸라피아가 여러 마리 잡혔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로 소개한 양식장은 "가동 중"인 양식장이었습니다.
양식업자는 약을 안 친다고 설명합니다. 대만무역대표부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했습니다.
"지난 3년간 틸라피아에서 약물이 검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사실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틸라피아는 적응력과 생명력이 워낙 강해 3~4급수의 오염수에서도 죽지 않고 삽니다.
특별히 병치레를 하지 않으므로 굳이 항생제와 같은 약을 먹일 이유가 없겠죠.

그렇다면 가동 중이었던 양식장의 수질은 어땠을까요?
정말 대만무역대표부의 주장대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수질을 준수하고 있을까요?


보시다시피 가동 중인 양식장의 수질은 눈이 의심될 정도로 녹조가 꼈고 탁도가 심했습니다.
동전을 빠트렸더니 불과 10cm 깊이밖에 안 되었는데도 사물을 식별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보니 꼭 녹차 우린 물 같기도 합니다.
대만 측 말대로라면 이 물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수질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보이시나요?
대만인들이 틸라피아를 날 것으로 안 먹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위 사진은 두 번째로 소개한 양식장입니다. 이번 것은 녹조 현상이 더 심했고 악취까지 난다고 설명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방치된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 물속에 틸라피아가 살고 있는지는 모르나 확실히 이 양식장은 폐업 상태로 보입니다.
대만 측이 "폐업된 양식장을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마도 이 부분을 가지고 항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 번째로 소개된 양식장입니다. 녹조 현상은 두 번째 양식장보다 덜하나 각종 오물과 쓰레기가 떠 있습니다.

1) 이 양식장 주변에는 돼지 축사가 있다.
2) 사료 뿌리는 장면으로 보아 확실히 가동 중인 양식장임을 알 수 있다.
3) 돼지 항생제를 비롯해 각종 오물이 너저분하게 범벅되어 있다.
4) 돼지 축사에서 흘러나온 오염수가 양식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세 번째로 소개된 양식장도 폐업한 양식장이 아닙니다. 영상을 보면 사료 뿌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과연 이런 물에서 자라는 틸라피아는 날것으로 먹어도 될까요?



방송에 보도된 내용으로는 이 지역 주민들은 절대로 이 지역에서 양식하는 민물고기를 회로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유는 세균 감염이 걱정돼서 입니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도 사람들의 인식을 같았습니다.
틸라피아를 조리해 먹으면 먹었지, 절대 날것으로는 안 먹는다는 대만인들. 

방송이 나가자 전국적으로 떠들썩했고 사태가 악화할 것을 우려한 대만 무역대표부는 해당 방송국에 정정 보도를 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방송국과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적잖은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급기야 대만 측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틸라피아의 안전성'과 '위생적이고 훌륭한 먹거리'라는 점을 부각하려고 한국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그러나 대만 측의 이러한 홍보 공세에서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취재 당시 수거한 틸라피아를 검사한 결과 6개 제품 중 4개 제품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틸라피아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수 년 동안 틸라피아는 위생 부적합으로 수차례 도마에 올랐습니다. 특히, 2010년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살모넬라균까지 검출돼
그 심각성이 더해졌습니다. 이러한 틸라피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도미살"로 유통되면서 업자들은 배를 불리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동안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와 식약처 등은 '감시 인력 부재'라는 핑계로 방관해 왔습니다.


#. 정부의 무관심 속에 서민들의 주요 먹거리가 된 대장균 초밥 
대만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으로 틸라피아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한 해 수백 톤씩 사들이는 한국은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VIP 고객인 셈입니다.
대만 양식업자가 밝힌 수입량은 컨테이너로 6개 분량이라고 합니다. 가장 작은 컨테이너가 24톤짜리니 최소 120톤은 넘는다는 얘깁니다.
한국이 이렇게 틸라피아를 대량 수입하는 데는 "그만한 수요층"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그 수요층이 지금까지 틸라피아임을 모르고 먹어 왔다는 데 있습니다.

세균 감염이 우려돼 날것으로 안 먹는다는 대만인들은 틸라피아를 날것으로 먹는 한국인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횟집, 초밥집, 프랜차이즈, 뷔페, 예식장 등에서 '역돔' 혹은 '도미'로 팔고 심지어 '참돔'이라고도 주장하는 황당한 업소까지 있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단속도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무관심 속에 선량한 서민들만 대장균 횟감을 먹어온 셈입니다.

틸라피아를 '적극적으로' 날것으로 먹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한국뿐입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일부 저가형 초밥집에서 틸라피아가 나올 수 있지만, 대부분은 데리야끼 소스를 발라 굽거나 조리해 먹습니다. 
틸라피아라는 생선 자체가 문제이기보다는 길러지고 있는 환경이 문제이며 이것을 '도미'라는 이름에 날것으로 먹는 게 문제겠지요.

사태가 이런데도 인터넷에 보란 듯이 '도미회'로 팔리고 있는 틸라피아, 우리나라 식품 관련 부처의 무능하고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 틸라피아는 '도미'라는 이름으로 팔지 못하게 해야
최근 틸라피아가 문제의 음식으로 낙인찍히자 초밥용 재료를 유통한다는 한 업자가 제게 항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내용은 단순히 대만 측 항의 내용을 그대로 대변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틸라피아를 '도미'로 속일 수 없다며, 틸라피아의 순결(?)을 강조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틸라피아는 '도미회'로 팔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거의 모든 틸라피아 취급 상인들은 '역돔'과 '도미'라는 표현을 혼용해서 쓰고 있습니다. 

틸라피아의 문제에 관해 대대적으로 방송이 나갔지만, 실상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은 대만 측이 기자회견을 하고 적극적으로 틸라피아를 알리면서 악화된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수 더 떠 조만간 '틸라피아의 생산 현장'을 보여주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얼마 전 MBC에서 방영한 다큐 "당신이 모르는 한우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한우 협회에서 제작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시종일관 마블링을 변명하며 본질을 가렸죠.
어쩌면 틸라피아는 '한때 떠들썩했던 이슈' 정도로 그친 채 진실은 저 너머에 가려질 수도 있습니다.
틸라피아 문제를 올바로 인식 못하는 국민들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대장균 초밥을 먹게 될 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틸라피아의 수입을 막기 어려워 보입니다. 92년 대만과 수교를 단절했지만, 지금은 한류열풍과 무역 거래에 힘입어 상당 부분 관계가
회복되고 있으며 대만에서의 수입량도 늘고 있는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틸라피아를 '역돔'이나 '도미'라는 이름으로 팔지 못하게끔 관련법을 개정, 강화해 단속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 정부는 연말을 맞아 서민의 주머니를 터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평소에는 안 하던 도로교통법 단속이 그렇습니다. 
이런 데서 국민의 혈세로 보충하기보다는 불량식품 사범에게 벌금을 물려야 하지 않을까요?

틸라피아를 틸라피아로 올바로 표기했을 때 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명칭의 혼용, 원산지 표기, 이것만 제대로 지켜져도 식품과 관련한 부정부패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국민들이 틸라피아를 먹을 때 역돔과 도미가 아닌 '틸라피아'로 인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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