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벵에돔 낚시(6), 누구나 만나고 싶은 최고의 상황


이제 영등철로 접어든 2월. 대마도로 낚시를 다녀온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낚시는 하고 싶은데(요즘은 감성돔의 오묘한 찌 내림이 그리워요. ^^)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이중고를
겪을 것 같아 조용히 칩거하며 기회를 엿보는 중입니다. 그래서 저의 겨울 낚시 계획은 3월까지 그리 많지 않아요.
감성돔 낚시 한 번, 기회 봐서 볼락 선상 한 번, 그리고 올해 3~4월 중으로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낚시가 있습니다.
참돔? 물론 그것도 포함됩니다만, 저는 서해권의 얼음장 같은 바다에서 '도다리 원투낚시'를 화려하게 부활시켜 보고자는 생각이 있는데 저와 함께
갯바위에서 수 시간 동안 벌벌 떨며 고생하실 분이 계신다면, 동참해 주세요. 확률은 떨어지지만, 3월에 문치가자미와 돌가자미가 분명 나옵니다.
가끔 1/100의 확률로 범가자미(멍가레)가 나오기도 하지만, 바랄 건 못 되고.

어쨌든 요새는 바다낚시를 꿈에서만 만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갈매기 낚는 꿈도 꾸었지 뭐예요.
또 엊그제는 대물 감성돔을 걸었는데 눈앞에서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60cm에 달하는 놈인데 아무리 꿈이라지만, 사람을 이렇게 약 올려도 되나요?
낚시인이라면, 누구나 품에 안고 싶은 대물. 그 대물을 가장 현실적인 확률로 품에 안을 수 있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대마도인데 겨울 벵에돔 낚시를
위해 찾은 이곳에서 삼 일째 되는 날, 내로라하는 고수들과 함께 '벵에돔 대물왕전'에 참가하였습니다.
대물왕전은 낚시클럽 쯔리겐 FG에서 주최하는 친목 대회로 자신이 잡은 것 중 가장 큰 벵에돔 한 마리를 계측해 순위를 가립니다.
1~2등에게는 2박 3일 대마도 낚시 패키지를 주고 3등은 2만 원씩 걷은 금일봉이 지급됩니다.
 




AM 5:30, 대마도 민숙집에서 조식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대마도 조행기를 쓰면서 조식을 올린 기억이 없네요. ^^;
조식은 이렇게 나옵니다. 단출하죠? 저 보리쌀이 씹히는 미소시루는 거의 매 끼니때마다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전날 밤, 저녁을 먹으며 이곳 사람들과 내일 있을 낚시에 관해 이야기했는데요. 북풍이 심하게 부는 가운데 내일은 대마도 남단으로 간다고 합니다.
문제는 다른 민박집 손님들도 남단으로 몰린다는 거예요. 수십 명의 낚시꾼이 이미 낚싯배 예약을 마쳤답니다. 
우리 차례가 오려면 적어도 배가 두 번은 뜨고 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사이 대마도 남단의 주요 포인트는 다 차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출항 순번이 뒤에 있었기 때문에 조금 늦게 출발하였습니다.


AM 6:40, 밑밥을 준비하고 차량에 오른다.

민숙집 물칸

물칸에는 손님들이 잡아 놓은 고기들로 가득합니다. 아래 부력망은 우리 부부가 잡은 것.
어두워서 잘 안 보이죠? 조금 확대해서 밝게 보정해 보면.


이렇게 벵에돔이 드글드글 합니다. 여러 명이 잡아다 섞어놨는데요. 이렇게 살려 놓으면, 가는 날 피 빼서 공평하게 나눕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을 몰라 따로 보관했는데 다음에는 우리도 섞어야겠습니다. 

대마도 낚시 3일 차는 남단에서 하는데 이를 위해 차량으로 30분가량 이동해야 합니다.


이즈하라 마치 오우라 항의 고즈넉한 풍경

구불구불한 길을 달린 지 30여 분. 흔들리는 차량에서 잠시 눈을 붙였는데 어느새 다 왔다고 합니다.
작년 6월에도 대마도 남단 출조를 위해 한 번 들린 곳인데 그때는 둘러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낚싯배가 다른 손님들을 갯바위에 내리는
중이라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이곳의 지역명을 찾아보니 이즈하라 항 바로 아래에 있는 마치 오우라.
쭉 둘러보니 전형적인 어촌 마을 풍경이 펼쳐집니다. 참 아담하고 정겨운 게 우리네 어촌 마을과 비슷해요.
다들 조업을 나가지 않았는지 여러 선박이 정박해 있었고 인기척 하나 없는 한산한 분위기입니다.
바다는 풍랑 예보에 비해 고요한 편입니다. 하지만 바다 날씨는 내항을 보고 알 수 없으니 방파제를 지나 외해로 나가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제 앞으로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가 펼쳐지고 있어 안전하고 편안한 낚시에 대한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마을 앞 신사

신사 앞에는 여러 갈래로 찢은 종이가 걸려 있었고 뒤로는 음료가 놓여 있다.

낚싯배를 기다리는 쯔리겐 FG 회원들

담장 너머로 대마도의 일출이 시작된다.

AM 8:00, 출항 시작

특이하게도 조타실이 2층에 있다.

대마도 남단 해역을 질주하며 포인트를 향해 나아간다.

앞서 다른 민박집 손님들이 낚싯배를 타고 포인트로 들어간 게 두 차례, 그래서 출조가 늦어졌습니다.
좋은 포인트를 다 놓쳐서 어떡하나 싶었는데 그것은 기우였나 봐요. 대마도가 넓기는 무지하게 넓은가 봅니다.
수십 명의 낚시꾼이 들어갔지만, 이 넓은 지역의 방대한 포인트 중 겨우 몇 군데만이 찼을 뿐입니다. 
아마도 가까운 곳 위주로 들어갔겠죠. 배가 몇 분만 더 달리면 포인트야 많을 겁니다.  


포인트에 도착하자 1조부터 차례대로 하선을 시작한다.

1조부터 5조까지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요. 차례대로 포인트에 하선하는데 산자락에서 갯바위로 이어지는 밧줄이 눈에 띕니다.
저 밧줄의 용도가 무엇일까요? 설마? 아니겠죠? ^^;
우리나라 같았으면 현지꾼 도보 포인트용으로 매달아 놨을 텐데 여기서도 그럴까요?
이렇게 포인트가 널럴한 곳에서 대마도 현지꾼이 밧줄 타고 내려와 낚시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밧줄 용도는 오리무중.


바람에 너울기가 꽤 있다.

우리나라 남해와 비슷한 대마도 남단의 갯바위 포인트

예보한 데로 바람이 제법 있습니다. 북동풍이 거칠게 불어 이곳(남동쪽) 여기저기서 너울의 영향을 받으니 오늘은 낚시를 조심히 해야겠습니다.
대마도 남단은 지형이 우리나라 남해 갯바위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특히, 거문도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개인적으로 발판 높고 바람에 의지가 되는
갯바위 지형을 좋아하다 보니 저는 대마도 서쪽보다는 남쪽과 동쪽이 더 잘 맞을 것 같습니다.
해가 떠오르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이제 곧 낚시하게 될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이런 느낌 때문에 낚시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막상 낚시하고 있을 때보다는 이때가 가장 기분 좋고 설레는 거 같아요.

앞쪽에 3개의 여가 있는데 한 군데만 사람이 내리고 나머지 둘은 비었습니다.
그중 맨 앞은 너울에 위험해 보이고 가운데 여는 꽤 좋아 보이는데 안 내려 주네요. 이유는 선장이 잘 알겠죠.


우리 부부가 낚시할 곳

모든 선수를 내려주고 우리 부부는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과 함께 맨 마지막에 내렸습니다.


대마도 성실장님으로부터 포인트 정보를 전달받고

드디어 벵에돔 대물왕전이 시작됐다.

마릿수 관계없이 무조건 씨알 큰 거 한 마리만 잡으면 장 땡! 하지만 저는 평소처럼 하기로 하였습니다. 도중에 큰 게 나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큰 거 잡겠다고 한들 잡히는 벵에돔도 아니고요. 그것 보다는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가 우리 부부에게는 관건.  
아내가 끼우고 있는 저 뜰채가 이날 얼마나 사용될 것이냐도 관건이고요. 오랜만에 함께 한 박범수 대표님.
그분의 플레이를 보면서 한 수 배우는 것도 이번 낚시의 포인트입니다.


먼저 캐스팅하신 박범수 대표님이 벵에돔 한 마리를 걸고 방생합니다. 역시 빠르심.


이어서 저도 한 마리 올렸습니다. 그리 큰 씨알도 작은 씨알도 아닌데 꼬리가 돌아가 버리는 바람에 짧은꼬리벵에돔이 돼버렸네요.
이렇게 제가 스스로 들고 찍을 때는 아내가 바쁘다는 방증. 재빨리 고기를 처리하고 연타석 안타를 치기 위해 캐스팅하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아내의 낚싯대가 휘었습니다. 오전부터 활성도가 좋은데요.
밑밥을 쳐보니 잡어들이 있기는 한데 갯바위 가장자리 바짝 붙어 멀리 떠나질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잡어 묶어두기도 수월하고요.
무엇보다도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벵에돔에 쫄아서 못 나가는 것이니만큼 벵에돔 낚시에서 가장 바람직한 현상을 모처럼 만납니다.
그러다 아내가 입질을 받았는데 파이팅 샷을 찍던 중 갑자기 제 원줄도 휘리릭 나갑니다.

"부부가 동시에 파이팅하는 짜릿한 장면"

우리는 서로의 얼굴과 자신의 낚싯대를 번갈아 쳐다보며 이 상황을 즐겼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전담 카메라맨을 대동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저는 가끔 상상력을 동원해 즐거운 꿈을 꾸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얼토당토않은 일이지만요.

내게는 출생의 비밀이 있는데 알고 보니 어느 모기업 회장의 아들이었더라. 혹은 로또 당첨도 좋음.
엄청난 자본에 주식도 수천만 주를 보유하게 되어 경제력으로는 아쉬움이 없는 처지가 되었다. 전담 사진사와 전담 운전사, 그리고 전담 작가와 함께
낚시를 다니면 내가 기용한 전문가들이 알아서 사진찍고 운전해 주고 블로그에 글도 써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장면을 혼자 상상하니 저도 모르게 실실 쪼개던 표정을 아내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지요.
에고. 최근에 드라마를 좀 보더니만 쩝.


입질 부부가 동시에 낚은 30cm급 벵에돔

여하튼 부부가 동시에 쏘아 올린 낚싯대에 파이팅 시간도 비슷했고 들어뽕도 동시에 했는데.
낚은 벵에돔까지도 판박이네요. 혹시 너네도 부부냐?
부부라고 대답하면 놔주려고 했는데 대답을 안 합니다. 그래서 라이브웰에다 넣어 두고.
지금은 마릿수 분위기니까 촬영을 간소화하고요. 어떻게든 낚싯바늘이 물 밖에 있기보다 물속에 집어넣으려고 동작을 빨리합니다. 


수면에는 멸치떼 입성에 보일링이 생긴다.

이날 채비는 0c(제로씨) 찌로 표층부터 하층까지 천천히 훑었다.

<<입질의 추억 채비>>
낚싯대 : 로젠기 1.75-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호 서스펜스 타입
어신찌와 수중쿠션 : 쯔리겐 슈퍼 익스퍼트 0c, 조수우끼고무 L로 하다 M으로 변경.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1.7호를 직결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6호
봉돌 : g5번 1~2개 운용 → g2번 3개 분납 → B봉돌 3개 분납

<<아내의 채비>>
1.75-530 낚싯대 - 2500번 릴 - 2호 원줄 - G2 찌 - 조수우끼고무 M - 1.7호 목줄 - 벵에돔 바늘 6호 - 봉돌 g5~g2를 같은 호수끼리 2~3개씩 분납.

참. 채비 설명을 깜빡했습니다. 이날은 대물왕전인만큼 행여나 들어올 대물을 대비해 원줄과 목줄 호수를 한 단계 높였습니다.
그동안 1.5호 원줄만 써 오다가 2호로 올렸고 낚싯대도 1호에서 1.75호로 올렸습니다.(중간 호수가 없어서)
봉돌은 g5번 하나에서 두 개 정도 물려서 하니 수심 3~4m에서 계속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조류가 엄청나게 세져 g2 3개를 물려도
채비가 떠내려가자 B봉돌 3개를 분납해 대응했는데 그랬더니 해초에 밑걸림이 생겨 두 개로 줄이고. 중층 정도를 공략했던 것 같은데 조류가 와장창
뻗어 나가는 바람에 찌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하드코어 본류 낚시를 했습니다.
아내는 이번 대마도 낚시에서 줄곧 G2찌만 사용하였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봉돌만 가감하는 걸로 운영합니다.


적당히 형성되는 조류에 벵에돔이 상층 가까이 피었다.

씨알은 25~33cm로 고만고만하다.

조류가 적당히 조성되고 있습니다.
밑밥을 넣으면 한 방향으로 쭉쭉 흘러가는데 캐스팅 후 30~40초면 여지없이 벵에돔이 물고 늘어지니 쉽고 재밌는 낚시가 전개됩니다.
밑밥도 멀리 칠 필요가 없고 발 앞에 몇 주걱 넣다가 전방 10~15m 사이에 한두 주걱 넣어준 다음 찌를 흘리면 여지없이 물고 늘어지는 벵에돔.
다만, 밑밥을 먼저 치고 캐스팅한 다음 밑밥이 들어간 곳에 찌를 끌어다 놓는 식으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3~4m에서 자연스레 동조되면서 입질로 연결되는데 씨알은 비슷비슷하게 나옵니다.
어차피 지금은 해가 높이 떴으므로 씨알급 벵에돔 노리기가 쉽지 않을 듯. 
대마도는 한낮에도 대물이 나온다니 기대는 걸어보는데 당장은 피어오른 벵에돔을 대상으로 마릿수를 챙기는 데 전념하였습니다.


낚시하느라 바쁜 입질 부부

앗. 이 장면은 언제 찍으셨는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대표님께서 몇 장 찍어주셨는데요. 수평 맞춘 걸 보니 사진 좀 찍어본 분들은 다릅니다.


모처럼 활성도 좋은 상황을 만나봅니다. 벵에돔 낚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상황이죠.
채비 넣기가 무섭게 물고 늘어지니 마릿수 신경 쓰느라 촬영을 많이 못 해 그간 보여드렸던 파이팅이나 렌딩 컷은 전부 생략.ㅠㅠ
이제 와서 보면 고기는 뱃속에 들어가 버렸고 남는 건 사진인데 생각을 잘못했나요. 하긴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배부른 소리. ^^


박범수 대표로부터 낚시 강습을 받는 아내, 그런데 손에 든 것은?

사실 우리 때문에 낚시를 많이 못 하신 대표님. 이유는? 고기 나오는 자리를 우리 부부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 ㅎㅎ
누군가 그랬죠. 다른 건 양보해도 고기 나오는 자리는 절대 양보하지 말라고.
그래서 그런 건 아니고 지금 물길이 바뀌어서 어느 한 곳으로 수렴해 난바다로 쭉쭉 뻗어 나가는 상황인데요. 조류가 이랬다저랬다 오락가락합니다.
그래서 자리를 옮긴 건데 이렇듯 조류를 볼 줄 알면 고기 나오는 자리를 찾아서 한다는 사실!

한참 낚시하는데 등 뒤가 따끔하여 보니 우리 부부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계세요.
그러다 아내 옆에 바짝 붙어 낚시 강습을 하시는데 어떤 조법을 알려주시는 건지 궁금해 시선은 바다를 항해 있으면서도 귀는 이쪽에 가 있습니다.
파도 소리 때문에 잘 안 들리네요. 손에 들고 계신 건 알사탕. 쌍대 남았다면서 저를 왕따시키고 아내와 나눠 드시더니 아내한테만 낚시를 알려주시는.


헐~ 이야기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입질 받는 아내. 도대체 뭘 알려주신 거지? ㅎㅎ


알고 보니 아내의 파이팅 자세에 대한 조언이었습니다. 허리를 좀 더 펴고~ 옳지~!
제게도 오시더니 약간 꾸부정한 자세를 교정해 주시는데 그간 제게 안 좋은 습관이 있었나 봅니다. 
파이팅에 대한 자세는  벵에돔 뿐 아니라 바다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비밀입니다. 는 아니고 기회 되면 다음에 포스팅하겠습니다.
이후로는 낚시의 옳은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던지면 물고, 던지면 물고. 실력으로 잡은 거라기보다는 벵에돔이 와서 막 물어주는 분위기랄까.


내가 낚으면

아내도 낚고

다시 내가 낚으면

아내도 낚는

우리 부부, 지금까지 낚시하면서 이렇게 바다로부터 환대받았던 적이 있었나 싶어요.
천대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싶은 맘으로 출조하기를 수년.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벵에돔이 버글버글 한지 채비를 담그고 40~60초를 세면 어김없이 입질이 들어옵니다.
이런 게 진짜 낚시할 만한 상황이 아니겠어요? 채비가 적당해서 혹은 실력이 출중해서라기 보다는(물론 그것도 없지는 않겠지만 ^^)
고기가 알아서 물어주는 기분이랄까? 역시 대마도라서 가능한 걸까? 지금은 분명 한겨울인데 내용은 마치 장마철에 벵에돔 낚시하는 듯합니다.  


그 와중에 아내는 지금까지 잡은 것 중 조금 나은 씨알을 선별하고.
그런데 갈수록 조류가 세지네요. 물이 이렇게 잘 가는데 어찌 긴꼬리벵에돔은 안 보이고 전부 벵에돔.
사실 뭐가 낚이면 어떠하리~ 지금은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것으로도 행복입니다.

참 그러고 보니 지금은 대물왕전 중이었죠. 그것도 까먹고 낚시했네.
어차피 해질 때 한 타임 노리고 있지만, 잔 손맛도 좋고 큰 거 한 방도 좋고 터트리지만 않으면 무조건 좋습니다.
이럴 때 제 조행기에서 한 마디 해줘야죠.

"분위기 참 좋~~~~~~습니다."

'한 마리만 물어봐라?' 지금은 이거 아닙니다. 그건 나중에 해질 때. ^^


박범수 대표님도 씨알급 벵에돔을 올리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아내가 또다시 허공을 가르며 낚싯대를 세웠습니다.
뒤쪽에 조류 부딪히는 모양 좀 보세요. 저기서 대부분 입질 받았는데 이제는 물 흐름이 세져 좀 더 왼쪽에서 받았습니다.

"그림 좋~~오타!"

그나저나 아내의 파이팅 자세가 조금 달라졌지요. 이게 교정된 자세입니다. 어때요. 짜세 나오나요? ^^
저 휨새의 각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탄성이야말로 물고기 힘을 적당히 분산시켜주는 조력자.

어느덧 갯바위 낚시 경력 7년 차에 접어든 아내.
처음 거제도를 갔을 때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가 중치급 감성돔 두 마리에 독가시치까지 잡아 선장을 놀래킨 걸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왔습니다.
이제 와서 다시 들춰보기에는 약간 민망하지만, 저 파이팅 장면을 보니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남해권으로 갔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날의 조행기를 링크로 걸어보겠습니다. (관련글 : 부부조사의 거제도 낚시 포토 조행기)
지금 보면 그저 웃음만 나오지만, 낚시도 연애할 때만큼 풋풋한 시절이 있었구나 싶어요.

"그 풋풋함을 잊지 말고 계속 이어 나가기를"

지금은 벵에돔 낚시에 빠져 이러고 있지만, 생활낚시 컴백도 할 것이며 손바닥만 한 우럭을 대상으로 예전의 풋풋함을 되찾고도 싶습니다.
대마도에서 벵에돔 낚시, 7부로 이어집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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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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