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고 재밌는 수산물의 이유있는 속사정(협짤주의, 엽새우, 기생충, 아니사키스, 실고기)


"신기하고 재밌지만, 때로는 혐오스러운 수산물 속 작은 수산물"

지금까지 모아 놓은 컷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시면서 당부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심신이 약하거나 노약자, 임산부는
그냥 쭉욱~ 보시기 바랍니다. ^^;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혐오스럽지 않은데..음 잘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제 기준이에요. 계속 보다 보면 귀여워요~♡

 

갈치 구이 속 주꾸미

갈치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굽는 경우가 많은데 낚시(혹은 주낚)로 어획한 갈치의 경우 바늘이 나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가끔은 미처 소화하지 못한 갈치의 식사 메뉴를 확인. 여기서는 주꾸미인지 꼴뚜기인지 확실하지 않은데 오징어류 새끼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입 베어 물어봤죠. 그랬더니 꾸릿꾸릿한 게 오징어 맛이 나네요.
약간 구수하기도 하고. 물론, 남이 먹던 거라 찝찌름할 수도 있지만 잘 익은 오징어 통구이 맛이 났습니다.


홍합 속에 죽은 게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먹는 홍합이 대부분 '진주담치'지만, 안에서 작은 게가 나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걸 보고 '환불은 받았느냐?'고 묻는 분도 계신데 환불은 왜 받아야 하는지 ^^;


보시다시피 어린 게인데 임신해서 알을 잔뜩 품었다 죽었습니다. 하여튼 요즘 '어린 게' 말이야.
하지만 이 게는 다 자란 크기가 이 정도예요. 표준명은 '섭속살이게'로 서해에만 분포하며 한평생 굴이나 가리비 등 조개류에 들어가 사는 공생 관계죠.
다 자란 크기는 수컷 7mm, 암컷 16mm라니 그야말로 초소형 게입니다. 어리다고 구박한 거 취소. ^^


주꾸미에서 나온 이것의 정체? 기생충일까?

시장에서 사온 주꾸미입니다. 제가 주꾸미 낚시를 즐겼으면 이렇게 돈 주고 사 먹을 일이 없을 텐데.
저라고 늘 국내산, 자연산만 먹고 살지는 못하답니다. 주꾸미만큼은 중국산을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국산 주꾸미가 귀해 구경하기 힘들어요.)
그런데 한 뭉텅이 꺼내다 도마에 올렸는데 기다란 게 나왔습니다. 다행히 살아 있지는 않은데.
저것의 정체는 혐오스럽다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1/100 확률로 나오는 주꾸미의 거대신충, 다시 말해 기생충.


이 아니고 표준명 '실고기' ^^;
실고기는 적으로부터 위협받으면 산호와 같은 곳으로 들어가 위장술을 펼칩니다. 그런 고기가 주꾸미와 함께 잡혔는데요.
이는 주꾸미 조업 방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보통 주꾸미를 잡을 때 소라껍데기로 건지는 방식(소랑패기라고 함)과 저인망 그물(낭장망이라고 함)이 있는데
실고기와 주꾸미가 함께 소라껍데기에서 잡혔을 리는 없으니 저인망으로 샅샅이 훑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중국배들이 무식하게 조업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네요.  


실고기는 최대 50cm까지 자라는데 그래도 먹을만한 살이 없어 수산업적 가치는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바다에 자원은 엄청나게 많을 듯 ^^


주꾸미와 양태

중국배들이 저인망 그물로 샅샅이 훑었다는 또 하나의 증거가 있으니 그것은 '양태'입니다.
주꾸미와 함께 개펄 바닥에 사는 어종으로 서해권에서는 '장대'라 부르기도 합니다.
양태 새끼까지 그물에 들어갈 정도면 중국배들이 얼마나 촘촘한 그물을 쓰는지 눈에 안 봐도 훤합니다.


멍게에 기생하는 기생충

이것은 알면 귀엽지만, 모르면 혐오스러운 일종의 기생 벌레. 한가운데 보이시나요?
가끔 횟집에서 멍게 드시다 이것이 나와 소리 지르는 분이 계시는데요. 정확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기생충이 아니고 '옆새우'라는 갑각류의 일종이에요.
옆새우도 그 속에 종류가 엄청나게 많아 무슨 옆새우~ 무슨 옆새우가 있는데 거기까지는 모르겠지만, 옆새우의 일종입니다.
학명은 Notodelphyidae 라고 되어 있네요.


자세히 확대해보니 나름 귀엽게 생겼습니다. 눈도 붙어 있고. ^^ 조금 다른 시각으로 관찰하면 에일리언의 체스트버스터 같기도 하고.
이 옆새우가 멍게 속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아주 흔합니다. 보통은 조리사의 손질 과정에서 제거되지만, 미처 제거하지 못할 때 손님이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옆새우가 나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게 살아 있는게 좋습니다.
옆새우 뿐 아니라 우리가 먹는 수산물 속에는 정말 다양한 기생충, 기생 벌레가 사는데 이런 게 죽어 있으면 우리가 먹고 있는 수산물 역시 죽은 지 오래된 
겁니다. 그러니 수산물을 드실 때는 제발 살아있는 생명체가 꿈틀대면서 나와주기를 기도하면서 드시지는 마시고요. ^^;
저게 튀어나와도(가끔 점핑을 합니다.) 기생충이다 뭐다 해서 횟집에 항의하거나 소란 떨기보다 그냥 옆에다 조용히 두고 드시면 됩니다.
엽새우가 많이 나오면 전부 끌어다 국물용(?)으로 써도 되겠지만, 그래 봐야 멍게 한 마리에 1~3마리가량이 전부입니다.
일반 멍게, 돌멍게에 주로 서식하며, 비단 멍게는 제가 직접 확인을 안 해봐서 서식 여부는 모릅니다.


마른 새우

여기까지는 잘 참아오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슬슬 부담스러울지도 모릅니다. 위 사진은 흔한 마른 새우로 상태를 보아 밑반찬용이 아닌 국물용입니다.


처형으로부터 받은 건데 저를 미워하는지 새우만 주면 될 것을 오만 것들을 전부 주셨어요. 정말 다양한 수생생물(?)입니다. ^^
이 한 접시라면 정글의 법칙도 충분히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처음부터 발견한 것은 아닙니다.
한참 된장국을 먹는데 이상한 것들이 나와서 그제야 알았죠. 국물 맛은 기가 막혔습니다. ^^;
가장 많았던 건 소위 '엑시구아 여신'으로 불리는 학공치 아감벌레로 등각류에 해당합니다.
등각류는 저렇게 소형인 것도 있지만, 열대바다에는 어른 주먹보다도 큰 대형도 삽니다. 보통 물고기 혀, 아가미, 지느러미에 붙어 기생하는데
얘네들은 바닷속을 부유하다 새우와 함께 혼획되지 않았나 추정됩니다.

까나리 액젓이 익어가는 현장

위 사진은 4년 전, 백령도 까나리 액젓 공장을 견학할 때 찍은 겁니다.
우리가 먹는 까나리 액젓이 단순히 소금 뿌려 숙성시킨 게 아닌 여러 과정을 거쳐서 완성되는구나 하고 느꼈죠.


푹 익어가는 까나리 액젓입니다. 여기서 좀 더 삭혀 맑은 액체만 받아서 포장하면 액젓이 완성됩니다.
까나리는 당연히 백령도 근해에서 조업된 거라 품질도 뛰어나죠. 그런데 너무 자세히 보지는 마세요.
위 사진에는 벌레 없습니다. 벌레는 아래에 있습니다.


구더기

까나리 액젓은 완전히 밀봉되어 관리하므로 구더기가 침범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근처에서 맴도는 녀석들이 있기 마련.
자세히 보니 파리, 구더기, 그리고 옆에 알까지. 삼대가 모여있습니다. 쩝.
생각해보니 이것은 수산물 속 수산물이 아니네요. 까나리 액젓 익어가는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 넣어 봤습니다.


학공치 아감벌레

낚시꾼들이라면 익숙한 벌레죠. 학공치 아가미에 기생하는 등각류인데 기생률 80% 이상에 달할 정도로 대부분의 학공치에는 저런 벌레가 들어 있습니다.
학공치 한 마리당 한 마리에서 최대 네 마리까지도 발견된 적이 있어요. 아가미 한쪽에 두 마리씩, 보통은 1~2마리 기생합니다.
인체에 딱히 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혐오감은 줄 수 있어요.


아감벌레는 쥐며느리와도 비슷하게 생겼지만, 공은 굴릴 수 없습니다.
위 사진은 어느 횟집에서 학공치 대가리를 데코레이션으로 쓰다가 발견되었습니다. 주변을 자세히 보니 알 같은 것도 보이네요. ㅠㅠ
학공치 아감벌레의 생태는 자세히 모르지만, 저기서 알 까고 태어나고 사는가 봅니다.
일식 종사자 분들, 학공치 대가리를 데코레이션으로 사용하려면 아가미를 벌려 저것을 제거한 뒤에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학공치는 회로 먹어도 좋지만, 가끔 회가 질리거나(?) 남으면 대충 소금 쳐서 구워 먹기도 해요.
구이가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술안주 정도는 됩니다. 손으로 잡고 뜯어먹으면 술맛 나겠죠? ^^
대신 저렇게 하면, 학공치 아감벌레는 죄다 화형에 처하는 꼴이 됩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겠지만, 생각해 보니 조금 안쓰럽기는 해요.

이제 "신기하고 재밌는 수산물의 속사정" 끝판왕이 남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부담 백배인 장면이기도 하지요.
저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솔직히 이것보다 바퀴벌레가 더 징그럽습니다. 정말 보기만 해도 미쳐버릴 것 같은데요.
거기에 비하면 이 녀석은 차라리 깨끗하기라도 하지.


생선회 살을 파고든 아니사키스


흔히 '고래회충'이라고 불리는 아니사키스로 바다 기생충의 대표주자입니다.
아니사키스 말고도 충이라 할만한 종류가 몇 가지 있는데 제가 직접 겪어보지 못해 여기까지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사키스는 평소 내장에만 기생하다 숙주(채소 말고 생선)가 죽으면 생체방어력이 허물어진 틈을 타 살 속으로 파고듭니다.
다시 말해, 생선을 내장도 안 빼고 수시 간 방치해두면 저렇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를 드실 때는 꼭꼭 씹어먹거나(?) 조기에 발견해 핀셋으로 뺀 다음, 
익혀 먹는 게 좋습니다. 저게 살아서 위장에 들어가면 위벽을 뚫고 나가려는 몸부림에 심한 통증과 여러 합병증이 옵니다.
알려진 대로 구충제도 안 들고 오로지 위내시경을 통해 빼내야 하는 고약한 녀석인 만큼 주의가 요망되지만, 감염률은 일반인보다 낚시꾼이 더 높은데요.
이유는 양식보다 자연산에 많이 기생하며, 죽은 생선으로 회 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싱싱한(?) 아니사키스는 사진과 같이 또아리를 튼 채로 박혀 있습니다. 일자로 박힌 녀석은 죽었거나 거의 죽기 직전에 놓인 겁니다.
그러므로 아니사키스의 상태를 보면 생선의 사후 경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생선회 이야기는 조금 딱딱하고 무게 있는 주제를 갖고 이야기했는데 앞으로는 방향을 조금 바꿔볼까도 생각 중이에요.
전문 상식이 아닌 흥미 위주로 그리고 사람들이 편히 볼 수 있는 가벼운 소재를 섞을 계획입니다.

※ 추신
최근 바쁜 일들이 계속 생기다 보니 낚시도 못 가고 블로그 운영도 가까스로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일을 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가 있듯 시간의 물리적 한계에 봉착하면 결국 하나를 포기하거나 보류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어쩌면 티스토리 블로그가 보류 대상 첫 순위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오셔서 댓글 남겨주시는 님들에게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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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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