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봄도다리 낚시(채비), 성공적인 첫 탐사


전국 여기저기서 봄소식이 완연한 3월 말. 올해는 이렇다 할 꽃샘추위 없이 봄이 찾아온 거 같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서울의 꽃 소식은 남해와의 거리만큼 멀어 보였는데 이제는 개나리, 진달래, 매화까지 활짝 폈습니다. 6일 전, 저는 봄도다리를 찾아 통영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경기도를 지나 충청북도를 가로질러 경남에 이르자 창밖 풍경 속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잠시 후 통영 버스터미널에 발을 디디자 제법 따듯한 공기가 훅하고 반깁니다. 서울과 공기 자체가 이렇게 다를 줄이야. ^^


역시 남쪽은 남쪽이네요.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서울서 통영을 오가며 봄도다리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데요.
아래 목차는 제가 준비한 "통영의 봄도다리" 시리즈입니다.

<<목차>>
1. 비진도에서 봄도다리 낚시, 성공적인 첫 탐사
2. 봄도다리 쑥국, 왜 3월인가? 
3. 봄도다리 조업 현장을 가다.(상)
4. 봄도다리 조업 현장을 가다.(하)
5. 전국민의 0.001%도 맛보지 못한 진짜 도다리, 회맛은?



 


경남 통영

이번 기행은 MBC '어영차 바다야' 촬영팀과 함께하였습니다. 이름도 모를 작은 항에 도착하자 흥부낚시 선장님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이날 도다리 배낚시는 저를 비롯해 가족단위 낚시 손님이 게스트로 등장. 게 중에는 낚시가 처음이신 분부터 도다리 낚시 고수까지 다양했습니다. 

저는 도다리 배낚시가 처음입니다. 처음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네요. 선상 낚시를 해보신 이분들이라면 도다리 공략이 그리 어렵지 않고 낚시 방법도 비슷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도다리가 몇 마리 잡혀줄지가 관건이었습니다.


3월 말, 남해에서는 연신 도다리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조업에 한정해서일 뿐, 낚시는 조금 이르다고 해요. 도다리 낚시는 3월에 진해만을 시작으로 하는데 절정은 4월이라고 합니다. 선장님도 이번 도다리 낚시가 올해 첫 출조라고 해요. 배는 갈치와 어초 낚시용 배를 끌고 왔습니다. 이 큰 배에서 저는 5~6명 남짓한 분들과 함께 한가롭고 오붓한 낚시를 할 예정입니다. ^^


멀리 비진도가 보인다.

도다리 채비를 준비하는 낚시 가족


"좀 잡혀야 할 텐데"

올해 첫 출조다 보니 제아무리 베테랑 선장님도 조과에 대해 섣불리 예상하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수온을 체크해 보니 11.5도를 왔다 갔다 하네요. 이 정도 수온이면 일단 도다리 낚시는 청신호인데 문제는 당일 날 활성도입니다. 그것은 채비를 담가 봐야 아는 것. 

비진도는 통영 내만권을 약간 벗어난 곳으로 도다리 낚시로 유명한 진해만과 달리 그렇게 많이는 낚시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요. 어쩌면 그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첫 탐사라 조황이 확인 안 된 상태이고 무엇보다도 세 시간 안에 촬영을 마쳐야 해서 주어진 시간
안에 도다리를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이날 촬영이 깔끔하게 끝나면 좋겠지만, 원할만한 그림이 안 나오면 재촬영을 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비진도까지 소요 시간은 약 30분. 그곳에 닿으면 휴대폰 전파가 안 통할 수도 있어 재빨리 물때를 검색해 봅니다. 대낮에 하는 낚시라 간조는 안 걸리기를 바랬는데 다행히 곧 있으면 만조네요. 어디까지나 이론상이지만, 주어진 세 시간에 만조가 겹쳤으니 잘만하면 그림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낚시에서 긍정의 마인드는 옳지만, 자칫 설레발은 꽝을 부를 수 있으니 설치지 않으려고 조용히 있었습니다.


이 날 도다리 낚시에 사용할 미끼

도다리 채비

#. 도다리 낚시채비
채비는 정말 간단합니다. 도다리 전용 채비에 추를 달고요. 보리멸 바늘이 묶인 채비를 약 30cm 길이로 잘라 양쪽 도래에 묶기만 하면 끝.
목줄이 길면 한가운데 핀도래에 감길 수 있으니 조금 짧게 해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추는 이 날 80호를 사용했어요. 중 내만권이고 수심은 30~40m에 조류를 감안 한 호수입니다. 원래는 도다리 전용 추가 따로 있습니다. 아랫면이 넓어 바닥을 찍을 때 흙먼지를 일으키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죠. 하지만 이날은 그게 없어 일반적인 선상 낚시용 추를 사용했습니다. 갯지렁이는 한 마리를 전부 꿰는데 너무 정교하게 꿰지 않아도 되고요. 대가리만 대충 꿰어서 늘어트리면 됩니다.


이날은 남자 셋, 여성 셋 이렇게 낚시를 했는데요. 낚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첫 신호탄이 울렸습니다.


도다리가 뿅하고 올라오는 순간



"이것이 통영산 봄도다리입니다."

도다리 한 마리가 올라오자 갑판 위가 술렁입니다. 한쪽은 방송 카메라가 또 다른 쪽에서는 선장님의 조황용 카메라가 연신 셔터를 날리는 동안 도다리 생김새가 궁금한 이들이 구경옵니다. 


첫 도다리 소식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반대편에서 '왔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번에도 여성분이 도다리를 잡고 포즈를 취하네요. ^^

이후의 상황은 참 재밌었습니다. 저와 도다리 낚시 베테랑인 분은 한 마리도 못 잡고 있는데 여성 분들이 연신 도다리를 낚고 있었죠. 아직 시즌 초반이다 보니 나오는 자리에서만 낚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잠시 후 또 한 마리의 도다리가 낚였는데 또 여성분. ^^ 가만 보니 배의 중간 자리에서만 연신 물고 올라오네요. 저는 안 되겠다 싶어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 마리만 물어봐라!"

자리를 가운데로 옮기고 나서 미끼도 갈아준 다음 곧바로 채비를 투척! 한참을 내려가다 멈추면 베일을 닫고 고패질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들어오는 약은 입질 하나.

"투두둑"

분명히 뭔가가 미끼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이걸 채 말어. 낚싯대를 살짝 들자 묵직함이 느껴집니다. 80호짜리 추의 묵직함과 헷갈릴 수 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뭔가가 물고 흔들고 있다는 잔 진동이 느껴지자 곧바로 릴을 감았습니다. 그러자 올라온 것은.


새하얀 배를 내미는 통영 봄 도다리

봄의 전령, 도다리가 물고 올라오는데 씨알이 제법 컸습니다. 바늘도 삼키지 않고 적당히 물고 있어 뒤처리도 편하고요. 도다리는 입이 작으므로 작은 바늘을 사용하지만, 바늘 목은 길어야 합니다. 목이 길면 삼킴을 방지할 수 있거든요. 보리멸 전용 바늘이 적당합니다.



#. 도다리 낚시 고패질 팁
도다리 낚시에서 고패질 패턴은 다른 어종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주 '방정맞을' 정도로 빨리 그리고 짧게 고패질을 해서 흙먼지를 일으켜주는 게 관건이에요. 추를 살짝 들었다가 내리찍는 고패질을 20회가량 합니다. 쿵쿵쿵쿵. 그리고 1분을 쉽니다. 입질은 여기서 들어올 때가 많아요. 입질이 없거나 약을 때는 활성도가 저조하다 보고 조금 멀리 던져 바닥을 질질 끌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입질이 없다고 해서 그대로 두면 더더욱 입질 빈도가 떨어집니다. 미끼는 자주 갈고 고패질 + 끌어주기 등을 자주 해서 도다리를 현혹합니다. 입질 파악은 토도독했을 때 2~3초 쉬었다가 낚싯대를 살짝 들어 초릿대가 떨리거나 혹은 손으로 묵직함이 느껴지는지 보고 판단합니다. 매달려 있으면 감아올리고 추의 무게만 느껴지면 그대로 두는데 이 부분은 도다리 몇 마리 잡다 보면 감을 잡을 겁니다. 


도다리 낚시를 처음 해 본다는 젊은 친구. 군 입대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바다를 찾았는데 뜻밖에도 왕노래미를 걸었습니다.


반면, 베테랑 조사님은 잔 씨알의 도다리 한 마리에 그쳐 오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ㅠㅠ 선상낚시란 게 그렇더군요. 자리 잘못 잡으면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하고요. 특히, 처음 오신 여성분이 뜻밖에 횡재하거나 마릿수를 타작하는 걸 가끔 보았습니다. 이날, 저를 포함에 남자들은 낱마리에 그쳤고 여성분들은 혼자서 짧은 시간에 4~5마리씩 잡아 여인 천하를 과시했습니다.


이제 봄도다리 회를 맛보아야 할 시간. 저는 이 순간이 오기를 가장 기다렸습니다. 왜냐하면, 봄 도다리는 지금까지 제 블로그의 단골 소재였는데 언론,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봄 도다리는 잘못된 상식이 많아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 글을 써 왔습니다.

 

"도다리는 봄에 먹어야 제맛"이라는 통념에는 봄 도다리쑥국이라는 걸출한 음식이 크게 한몫했지만, 사실 생선회는 봄이 제철이 아니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기 때문에 오랜만에 먹는 도다리 회를 통해 맛을 재조명하고 싶었습니다.



통영의 봄도다리 회

자! 맛이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왜 기대가 되는지는 아래쪽에 설명을 덧붙일게요. 뱃전에서 즉석에서 썰어먹는 봄 도다리 회. 보기만 해도 기가 막힙니다. 옆에 초고추장이 있지만, 저는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그냥 먹어봤습니다. 생선회 고유의 맛은 한참을 씹었을 때 진가가 나오는 법.

입에 넣고 씹자 탱탱한 살점이 제법 저항감이 있습니다. 광어보다 훨씬 쫄깃한 식감. 그래서 사람들은 도다리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선호하나 봅니다. 하지만 그다음에 느껴진 맛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이 정도 씹으면 단물이 나올 만도 한데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 맹탕.

 

저는 재차 살점을 입에 물고 맛을 음미하려고 노력했지만, 뱃전에서 썰어 먹는 싱싱함과 활어의 쫄깃한 식감 외에는 그 어떤 맛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지방의 고소함도, 특유의 단맛도 없는 밍밍함. 물론, 뱃전에서 썰어 먹는 기분만큼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황홀감이 있었죠.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이제는 워낙 알려진 말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도다리는 봄을 거치는 데 빠질 수 없는 제철 생선이 되었죠. 요즘은 도다리쑥국 때문에 몸값이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습니다. 경매를 지켜봤는데 킬로당 3만 원선. 한창 값이 나갈 때는 4만 원까지 간다니 정말 대단한 가격이죠? 그렇게 경매된 도다리는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되며 일부만 쇼핑몰, 일식집으로 들어갑니다. 3월에는 도다리쑥국이 최고 별미이므로 조업된 도다리의 90%는 쑥국 재료로 이용됩니다.

그런데요. 여기서 말하는 도다리는 모두 문치가자미를 뜻합니다. 표준명은 문치가자미인데 남해에서는 이것을 가리켜 도다리 혹은 참도다리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도다리쑥국 재료 역시 대부분 문치가자미입니다. 

반면에 진짜 도다리는 따로 있습니다. 개체수가 적어 소량만 유통하므로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지요. 현지에서는 진짜 도다리를 '담배 도다리', 혹은 '담배쟁이'라고 부릅니다. 진짜 도다리가 찬밥 신세를 받는 동안 문치가자미는 3~4월 조업량을 책임지고 쑥국의 봄보신 재료로 부각되면서 봄 도다리 역할을 톡톡히 한 것입니다.

그래서 맛 본 문치가자미는 제게 있어 의미가 있었습니다. 문치가자미는 봄이 제철이니 당연히 봄에 맛이 좋아야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봄이 제철인 이유는 '많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문치가자미(방언 도다리)의 산란철은 12~1월. 조금 늦으면 2월까지 알을 낳는데요. 이렇게 알을 낳은 개체는 배가 홀쭉하고 볼품이 없어 '산후조리(?)'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까운 근해로 몰리는데 이때 많이 잡힙니다.


그래서 3~4월은 살을 찌우는 과정에 있지 살을 찌우는 완성은 아닙니다. 문치가자미는 이 시기에 나는 쑥과 궁합이 절묘하므로 3~4월은 도다리를 쑥국으로 먹는 게 가장 좋습니다.

문치가자미(방언 도다리)의 회 맛이 가장 맛있는 시기는 5월 이후입니다. 지금보다 살이 더 많이 찌는 시기는 6~9월. 이때 잡힌 문치가자미는 살밥이 오를 데로 오르고 지방기도 있어 씹으면 고소한 맛을 냅니다. 그러다가 찬바람이 불면 월동 준비를 하는데 이때 갖고 있던 지방을 월동과 알집 부풀리기에 쏟으면서 다시 맛이 없어집니다.


12~1월에 잡힌 알배기 문치가자미는 살이 홀쭉하고 기품이 떨어지는데 맛은 싱겁고 식감이 질겨 회로 먹지 않습니다. 3~4월의 문치가자미 역시 살을 찌우는 과정에 있어 회 맛이 좋은 편이 아니고요. 회 맛은 5~9월 정도가 가장 알맞습니다. 우리가 봄 도다리라 부르는 문치가자미는 대략 그러한 사이클로 일 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철수할 때 폐그물과 통발이 걸려 잠시 고생했다.

이날 조과의 일부

이날 도다리(문치가자미)의 조과인데 일부입니다. 많지 않은 인원으로 세 시간 낚시했는데 첫 탐사치고 이 정도면 괜찮죠? ^^ 많은 마릿수는 아니지만, 평균 씨알이 괜찮았습니다. 이제 첫 탐사로 조황을 확인하였으니 봄 도다리 낚시는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


입대를 앞둔 아드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통영 봄 도다리 인증샷 ^^


선장님 가족과 함께한 봄도다리 낚시

낚시를 좀 더 했다면 더 많은 마릿수를 채웠을 텐데 이날은 촬영 스케쥴이 빡빡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저는 통영 중앙시장으로 가서 도다리 쑥국을 먹고요. 숙소에서 잠시 쉰 다음 새벽에 출항하는 도다리 조업배를 탔습니다. 도다리 조업 현장, 그리고 선장님이 들려주는 도다리 이야기,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다음 조행기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

봄 도다리 낚시 문의
통영 흥부낚시 : 010-2951-0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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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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