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맛집] 악마 컨셉이 돋보이는 레스토랑, 에빌 다이브(Evil Dave's)


재스퍼 여행 첫날. 숙소 체크인을 하고 나니 9시 30분.
아직 저녁을 못 먹어 무작정 재스퍼로 나섰는데요. 시간도 시간이고 이 작은 마을에 대부분의 식당은 문을 닫았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전에 준비한 레스토랑이 있기는 했습니다. "Evil Dave's"라는 이름이 독특한 식당이었죠.
지금 이 시간에 열려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기에 가는 동안 불이 켜진 식당들은 일단 후보지로 선정하면서 걸었습니다. 

거리에는 드문드문 켜진 네온 싸인만이 있을 뿐, 성수기가 아니다 보니 이른 밤인데도 정적이 흐르네요.
그러다가 불빛이 세어나오는 식당 발견. 안을 들여다 보니 하루 장사를 마치고 청소 중입니다.
이제는 좀 더 어두운 길목으로 들어서고 재스퍼 다운타운에서는 마지막 블록만 남겨둔 시점.
이 블록 맨 끝에는 제가 찾고자 했던 Evil Dave's가 있습니다. 만약 이곳 마저 문이 닫혔다면, 아마도 이날은 굶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간판이 켜져 있네요. 다행이 영업 중이나 손님 하나 없습니다. 아. 영업 끝인가.



재스퍼의 사악한 레스토랑, Evil Dave's

입구에 들어서자 '이 시간에 웬 손님?'과 같은 표정으로 우릴 반기네요.
생각지 못한 손님의 난입인지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도 곧바로 다가와 메뉴판을 건네며

"Welcome to Evil Dave's"

밤 늦은 시간에 생각지 못한 동양인 두 명이 들이대니 지배인으로 보이는 이 친구. 우리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어디서 왔느냐?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 등등.
대충 답변한 우리는 지금 식사가 되느냐고 묻자, "물론, 되지. 아무 문제 없어"라고 화답합니다.

날이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굶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거든요.
적어도 제가 걸어온 길목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없었고 아마 재스퍼에는 편의점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이곳이 아니었으면, 굶었을지도요. 오는 길목에도 제대로 문 연 집이 없었고.
그런데 하필 사전에 알고 찾아온 곳이 영업 중이었다니 아무래도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식당 내부를 둘러보니 극악의 어두운 조명에 알 수 없는 음악이 들리고.
굳이 이 상황을 동양스러운 민화에 갖다 붙이자면, 전설의 고향에서 숲길을 헤맸는데 어두 컴컴한 산자락에서 발견한 귀곡산장같은 느낌이랄까요?
비유가 적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 자체가 정말 아스트랄합니다.


역시 독특하네요. 대나무까지 꽂아 놓으니 동서양의 절묘한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이후로 이어지는 모습은 이집 주인의 정신세계가 좀 독특했음을 말해줍니다.





이럴 때 꼭 빠지지 않은 악마 숭배 부두교. 

"she was doomed to die(그녀는 죽을 운명이라고)"부터 시작해 악마의 드럼, 워킹 데드, 두개골의 제단, 좀 오싹한데요.
아무래도 여기서 밥먹다 죽는 건 아닌지. ^^;


이건 B급도 C급도 아닌 영화포스터 같은

자리한 테이블 풍경입니다. 조명이 너무 어두워 조금이나마 밝은 곳을 택했는데도 어둡기는 마찬가지.



"Wicked Food(사악한 음식)"

아주 냅킨까지 사악해 보입니다. 이런 식당에서 다루는 음식은 뭐가 맛있을까? 설마 독극물을 넣지는 않았겠지. ^^


맥주 가격은 우리나라 홍대와 비슷하네요.
더군다나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캐나다 로컬 맥주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는 성격상 아는 이름은 주문하지 않는 편입니다. 마루타가 되더라도 새로운 걸 주문하는 걸 즐기죠. 음식 모험은 즐거우니까요. ^^
그래서 주문한 맥주는 브리티쉬 컬럼비아주의 로컬 맥주인 'Granville Island English Pale Ale'와 온타리오주의 'Mill St, Organic Lager'.



사악한 저녁 식사 메뉴

Granville Island English Pale Ale, BC $5.99

에일 스타일치고는 진한 맥주로 한 모금만 맛 봤는데 참 맛깔납니다. 맥주가 달고 맛있다는 것이 이런 건가요.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못 만들까?


Mill St, Organic Lager, Ontario $5.99

라거치고는 가볍고 상큼한 맛. 목 넘김이 참 부드럽습니다.
둘 다 상반되는 스타일인데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맛.


그리고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사악하게 고춧가루 뿌려줄까? 라고 하길래 사양했고요. 후추만 뿌리고 시식.


지옥의 치킨(Hell's Chicken) $24.99

지옥의 치킨이라는 이름답게 '아주 매울 것'이라고 주의를 줬는데요. 
첫 맛은 별로 맵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맵기 때문에 오히려 맛있었던 메뉴입니다. 
한국인에게 이정도는 매운 것도 아닌디 ^^

메인 재료는 닭다리로 카리브 스타일의 소스로 재워 구웠습니다.
그 소스는 파인애플, 코코넛, 라페라는 품종의 고춧가루, 양파, 칠리 페퍼스가 들어가니 매운 맛과 단 맛이 적절히 융화된 느낌. 
여기에 계절 채소와 블랙 빈, 튀긴 고구마, 커리 알리올리(접시 바닥에 소스), 그리고 자스민 품종의 쌀밥이 곁들여진 요리라 설명되어 있네요.
치킨 위에는 아주 얇게 썬 후렌치 후라이가 고명으로 올려진 듯하고. 이런 맵싸하면서 달달한 시즈닝은 한국에서 당장 치킨 양념으로 사용해도 될 만큼
입맛에 맞는 편이네요. 이 음식을 먹던 프리파크님은 처음에는 몰랐는데 한참을 먹다보니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맵다면서 흡족해 하는 표정입니다.


악마의 안심스테이크(diabolical tenderloin) $34.99 + 새우 추가 $ 4.99

생긴 걸로 봐서는 별로 악마스럽지 못한데 맛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주재료는 6온스의 엥거스 쇠고기 안심입니다만, 소스가 좀 독특하네요. 설명에는 'pico de gallo'라 되어 있는데 맥시코의 살사 소스를 말합니다.
핫소스를 넣어 버무린 듯 살짝 톡소는 맛이 있네요. 여기에 레드와인을 넣고 졸인 데미그라스 소스가 접시 바닥에 칠해져 있었고 계절 채소와 아주
얇게 채썬 후렌치 후라이가 역시 고명으로 올려진 요리입니다. 계절 채소는 적양파와 당근이 주를 이루고요.

그리고 꼭 빠지지 않은 메쉬드 포테이토. 그런데 저는 메쉬드 포테이토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걸 반기지는 않습니다.
사실 저렴한 가격도 아니고요. 새우 추가와 팁까지하면 원화로 4만 원이 넘는 음식인데 6oz짜리 안심 스테이크도 그람수로 따지면 170g 정도라서
개인적으로 이 음식은 주문한 걸 후회했습니다.

맛은 스테이크를 핫소스에 찍어 먹는 맛. 그 가운데서 뭔가 어울리지 않은 향이 나길래 살펴보니 아니 잘게 썬 고수 잎을 넣었군요.
게다가 진액이 묻은 '파'를 잘게 썰어 곁들인 것도 좀 아리송합니다.
멕시코 살사소스(맛은 핫소스)에 고수 잎파리에 다진 파에 170g짜리 안심과 메쉬드 포테이토의 조합. 
일단은 창의력이 돋보이는 요리였지만, 재료 간의 맛의 균형은 다분히 실험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익힘은 미디엄 레어로 굽기는 잘 됐어요. 먹다보니 살사 소스의 매콤함은 생각했던 것보다 이질적이지 않았습니다. 고수와 파만 빼면 말입니다.
저는 고수 향을 즐기는 편인데 스테이크에 조합한 것은 그래도 좀 실험적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앞서 인테리어를 보니 불교를 상징하는 부처의 얼굴과 대나무 장식에 동양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이 음식도 동 서양의 조화를 꾀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4만 원은 조금 과한 듯.



재스퍼의 사악한 레스토랑, Evil Dave's

그래도 늦은 밤, 식사가 안 된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모처럼 찾은 손님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시니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보아하니 종업원은 퇴근한 듯하고 사장님과 셰프 한 분만 남아 있었던 것 같은데요. 재스퍼에 가게를 연지 8년째라고 합니다. 
다른 전통있는 레스토랑과 비교하면 이제 갓 걸음마를 하기 시작한 신생 레스토랑이지만, 톡득한 컨셉과 독창적인 요리는 어디서도 맛볼 수 없을 것 같아
개성과 서비스 면에서는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4만 원짜리 악마의 안심 스테이크는 고기 중량을 좀 더 올리던가 혹은 가격을 낮추어야 손님이
더 만족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분위기가 펍(Pub)스러워 식사도 좋지만, 맥주 한 잔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상호 : Evil Dave's
주소 : 622 Patricia St. Jasper
연락처 : 780-852-3323
사이트 :
https://www.evildavesgr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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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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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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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2. 차차
    2014.05.03 13:1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제눈엔 너무 맛있게 보입니다..북미쪽 소고기가 그렇게 맛있다는데..ㅠㅠ흑흑 미국 댕겨오신 엄니께서 소고기가 살살 녹더라고 하셔서..사진이 정말 맛있어 보여요^^
  3. 2014.05.03 13:5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사악한 컨셉의 판매술?ㅎㅎ
    스테이크는 저도 좀 아까운 생각이~
    산행 끝나면 시원한 맥주가 그렇게~~~~~~~~~~ 맛나드라구요.ㅋㅋ
  4. 2014.05.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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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 2014.05.04 18:4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죄송할것까지야 ^^
      의사였다니 그건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그래도 어렵게 쓴 댓글인 거 잘 알고 있어요.
      그날 그 글은 평소보다 매우 강경했습니다.
      글에 감정이 실리면 그리 된다는 걸 저도 새삼 느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 회에 대해 불신이 정말 많다는 것도 세삼 알았고요.
      이에 대해 할 말은 많습니다만, 다음에 기회되면 이어나가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마음 써주심에 감사합니다.
  5. 2014.05.04 0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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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셉이 악마인 건 좋은데..
    저는 일단 음식점이 어두운 건 별로더라구요..
    답답해서 맛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ㅡㅡ

    그런데 저도 고수는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힘든데..
    참 특이한 조합이네요..^^
    • 2014.05.04 18:4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어느 나라에 가면 조명을 완전히 없애고 음식을 먹는 레스토랑도 있더군요. 이른바 암흑속 만찬.
      시각적인 면을 모두 배제한 채 오로지 혀끝으로 맛을 느끼는 ^^
      스테이크에 고수를 조합한 건 베이커리에 고수를 조합한 것만큼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맛도 딱 거기까지 ㅎㅎ
  6. 2014.05.07 16: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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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심스테이크가 맛있겠네요.
    악마가 매운맛 시전에 실패했네요.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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