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재스퍼 여행(4)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 말린협곡 아이스워킹



멀린협곡의 아이스워킹

오늘 포스팅은 2014년 3월, 입질의 추억이 겨울 캐나다 여행을 떠나게 된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원래는 피라미드 호수에서 개썰매를 계획했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불발되었습니다. 
너무도 아쉬웠지만, 멀린협곡 아이스워킹은 그런 제 기분을 달래주기에 충분하였죠.

"캐나다의 경이로운 자연, 멀린협곡 하나면 충분하다."

이러한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멀린협곡 아이스워킹은 이번 캐나다 여행 중 하이라이트이자 으뜸 중 으뜸이었습니다.
이러한 곳을 제 블로그를 통해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기도 하고요. 제대로 남긴 후기로는 국내에서 아마 처음이 될 것 같습니다.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겨울 액티비티 중 최고라 평가받는 '아이스워킹'. 그 현장을 탐험하기 위해 저는 멀린협곡으로 떠났습니다. 

 


아이스 슈즈

아이스워킹을 하기 위해서는 방한 슈즈에 아이스 슈즈를 결착해야만 합니다. 밑창에는 미끌림 방지 핀이 박혀 있는게 꼭 갯바위 낚시화 같기도 하네요.
이 투어 역시 썬독(Sundog) 투어에서 진행하고 있어 예약 신청만 하면, 숙소로 픽업과 가이드를 해줍니다.
썬독 투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관련 글을 참조하세요. (관련글 : 캐나다 재스퍼 여행의 픽업 도우미, 썬독 투어)


이날 가이드는 아이스워킹 전문가 '조이(joy)'씨가 맡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뱃속에 든 우리 아기 태명과 같네요. ^^; 항상 즐겁게 살라는 의미로 그렇게 지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아이스워킹을 하게 될 한 커플이 더 있었습니다.
원래 이 투어의 정식 명은 '이브닝 아이스워킹'으로 날이 어두워질 때쯤 출발하는 거였습니다.
이 시기(3월) 캐나다의 일몰은 우리나라와 달리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되므로 완전한 어둠이 깔릴 때까지 투어를 마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저녁부터 비 소식이 예보되어 있어 두 시간 일찍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녁의 느낌은 나지 않을 거예요.
사진을 찍어야 하는 제게는 오히려 잘 된 일입니다. 이렇게 빛이 남아 있을 때 다녀옴으로써 더욱 생생한 현장을 담을 수 있었으니까요.


아이스워킹의 시작점

#. 아이스워킹보다 더 중요한 건 어디서 하느냐였다.
이 투어는 스노우슈즈를 신고 얼음이 언 협곡 깊숙한 곳을 탐험하기 위한 대표적인 겨울 액티비티입니다.
내용으로만 살펴보면, 단순히 걷는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아이스워킹을 보다 특별하게 해준 무대가 있었고 그것이 이번 투어를 가장
빛나게 해준 이유가 되었습니다. 아이스워킹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멀린협곡의 신비한 자연을 통해 알 수 있었죠.

멀린협곡은 재스퍼 다운타운에서 북동쪽으로 11km 떨어져 자가용으로 15분이면 닿을 수 있습니다.
성수기인 여름에는 협곡 위를 지나는 일곱 개의 다리를 건너며 웅장하고도 아찔한 골짜기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겨울에는 직접 협곡 아래로 내려가
얼어붙은 골짜기를 탐험할 수 있습니다. 그 시작점이 바로 다리입니다.
흔들 다리이고 복원력 때문인지 다리가 버틸 수 있는 한계 무게 때문인지 한 번에 건널 수 있는 인원은 세 명뿐입니다.
우리는 가이드까지 총 다섯 명이라 먼저 세 명이 건너고 나머지 두 명이 건너는 식으로 하였습니다.


협곡 사이로 흐르는 계곡 물


매일 하는 일일 텐데 즐겁게 가이드 중인 그녀

때는 얼음 일부가 조금씩 녹기 시작했던 3월


말린협곡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중


작은 동굴이 나오고







아이스슈즈는 빙판 위를 걸을 때 미끌림을 방지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때는 3월 중순. 골짜기 깊은 곳은 여전히 깡깡 얼어 있지만, 일부는 이렇게 녹아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다른 곳은 야생 동물의 배변으로 인한 기생충 문제로 시냇물 음용을 권하지 않지만, 이곳의 물은 빙하와 얼음이 녹은 거라 마셔도 된다고 합니다. 
손으로 받아 몇 모금 마셨는데 단순히 차가운 물맛은 아니었습니다. 뼈 속 깊이 스며드는 청량함과 상쾌함이 더했던 물맛.
저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 중 하나를 마신 셈입니다.

여기까지는 웃으며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결코 웃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질 거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수심 30m가 넘나드는 계곡을 건너야 할 때는 바짝 긴장해야 했고 거대하게 솟아오른 얼음 기둥을 보았을 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려야 했습니다.
아주 먼 옛날, 해저였던 이곳은 지질 활동으로 불쑥 솟아올랐고 만년 이상 흐른 계곡 물에 깎이고 깎여 형성된 지형이 오늘날 말린협곡을 만들었습니다.
중생기 때 살았다던 암모나이트 화석이 이곳에서 발견될 수 있었던 것도 오래전 이곳이 해저였기 때문.

수천만 년 전,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말린협곡을 보며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직접 헤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이 경이로운 자연은 양파 껍질처럼 새로운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었죠.
그래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관광이 아니다. 투어는 더더욱 아니다."


수심 30m 위를 걷고 있는 중

"탐험이다."

라고 말입니다.
이제 협곡의 가장 깊숙한 곳에 다다랐습니다. 소위 '악마의 구멍'라 불릴 만큼 아찔한 협곡의 맨 밑바닥. 바로 그곳을 우리는 지나고 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시퍼런 물이 흐르고 있어 단지 위에서 내려다볼 수밖에 없는 골짜기가 지금은 얼어붙었기 때문에 탐험할 수 있었습니다. 
협곡의 최대 깊이는 50m로 아파트 10층 높이만 하고 수심은 좁고 깊은 협곡의 지형답게 20m 전후를 보인다고 합니다.
특히, 골짜기 한가운데는 폭이 좁아도 수심이 30m로 떨어진다고 해요. 그래서 말린협곡의 아이스워킹은 얼음이 녹기 전인 3월 말~4월 초까지만 하고
그 뒤로는 위험해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빠지면 수심 30m. 그 아찔한 물 위를 걷는다고 생각하니 짜릿한 전율이 몸을 휘감았습니다.
처음 한 발을 내딛자 정확히 방한 슈즈가 착용된 정강이 부위까지 푹 빠졌습니다.
한겨울보다는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3월에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가이드는 협곡의 한복판은 위험하니 최대한 가장자리에 붙어서 건너라고 합니다.


겨울에 말린협곡 탐험은 익사이팅 그 자체였다.


여기 돌맹이가 있을 자리가 아닌 데 있다는 것은 겨우내 낙석이 있었다는 증거.




단추가 아닌 중생대 화석

암모나이트의 일종으로 추정되는 화석도 보이고

이곳에 오면 다들 손도장을 찍고 간다는 동굴 벽면

서리가 껴서 가능했던 것.









정말 경이롭다는 표현밖에는 할 수 없었던 말린협곡 아이스워킹.


폭포수가 얼어 또 다른 작품이 탄생하고


#. 외계 행성 탐험에 나선 듯한 착각마저 들어
빠지면 몇 미터 깊이가 될 지도 모를 골짜기를 딛고 나아가는 탐험 길.
이어지는 얼음탑과 거대한 동굴 앞에 나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던 대자연의 신비 앞.
고개를 들자 수십 미터에 이르는 지상으로의 출구가 아득히 보이는 이곳은 대지의 움푹 팬 주름 속.
그 안에 폭포수가 얼어붙어 생긴 동굴 입구를 탐험하면서 이곳이 외계 행성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러다가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에게 공격을 당하는 건 아닐까?
에일리언의 전신인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얼음 행성 버전을 만든다면, 그 촬영지는 바로 이곳이 되지 않을까?
건조한 눈, 불지 않은 바람 속에 기온도 적당해 춥지 않았던 이번 캐나다 재스퍼 여행은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와 맞닥트리면서 '흡족'이라는
두 글자를 남기며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바로 멀린협곡 아이스 워킹 때문에.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멀린협곡

어느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던 곳

우리가 탐험할 수 있었던 길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전방에는 골짜기가 녹아 하얀 얼음이 본래의 물빛으로 되돌아와 있기에 출입이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얼마 전, 어느 커플의 결혼식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끝에 세워진 팻말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예식장이었다는 걸 기념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바라만 봐도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곳.

탐험을 마치고 처음 출입구로 되돌아가는 중


협곡 위로 올라와 우리가 탐험했던 골짜기를 바라본 장면

말린협곡의 골짜기는 주변에 있는 말린호수와 메디신 호수의 수량이 흘러들어와 형성됩니다.
이 골짜기가 여름이면 녹아 없어져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될 것입니다. 숲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함께 그렇게 부딪히고 깨지고 합류하기를 수백 번은
반복하다가 북태평양으로 흘러 북극해로 들어가는 긴 여정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렇게 물은 수억 년 동안 순환되고 있었겠지요.

지구 나이 45억 년. 그것을 1년 365일로 환산했을 때 인류가 세상에 나타나 지금까지 살아온 기간은 단 1초도 되지 않는다 합니다.
그 짧은 문명의 진보도 수억 년간 형성된 대자연 앞에서는 그저 숙연해지기만 하는군요.
이곳을 통해 흘러나가게 될 물. 세상 어떤 변화가 있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물.
그 속에 있는 물 분자들은 도대체 얼마나 긴 세월 간 존재해 온 걸까? 하는 생각도 문득 스쳐 지나가는 군요.
제가 바라본 이 장면은 캐나다의 멀린협곡이 아니라 우리 별 지구의 아주 자그마한 골짜기였습니다.

#. 캐나다 말린 협곡 아이스워킹 투어 정보
멀린협곡은 여름과 겨울 모두 다녀왔지만, 겨울의 아이스워킹을 강력추천합니다.
비수기를 맞은 이번 캐나다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투어이기도 하였습니다.
재스퍼에서 썬독투어(Sundog Tour)가이드와 함께 합니다. 소요 시간 약 3.5~4시간. 픽업은 숙소 앞에서 이뤄집니다.
여름에 다녀온 풍경은 아래 '더보기'를 참조해 주세요.

사이트 : http://sundogtours.com/
이메일 : Tours@sundogtours.com
예약 문의 : +1-780-852-4056
주소 좌표 : Jasper, AB, T0E 1E0
영업 시간 : 오전 7시부터 18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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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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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ero
    2014.05.23 10:5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시원하네요~ ^^
  2. 2014.05.23 15:2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대~~~자연!!! 정말 굉장하군요.
    그나저나 수심 30m짜리 협곡을 지나실땐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기분이셨겠습니다. ㄷㄷㄷ
    • 2014.05.24 10: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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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습니다. 깨지기라도 한다면.. ㅎㅎ
      그 정도는 가이드가 시기를 알고 진행하는 거겠지만요.
  3. 2014.05.23 23: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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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주는 풍경이네요~~
    겨울산행할때 아이젠보다 더 좋은 신발같은데..겨울산행때 쓰면 넘 좋겠다는 생각만 드는군요ㅎㅎ
    엄청난 풍경에 시원함 가득 담고 갑니다~~
  4. 2014.05.23 23:1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끝내주는 풍경이네요~~
    겨울산행할때 아이젠보다 더 좋은 신발같은데..겨울산행때 쓰면 넘 좋겠다는 생각만 드는군요ㅎㅎ
    엄청난 풍경에 시원함 가득 담고 갑니다~~
    • 2014.05.24 10:4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신는 방식이 아닌 부츠에 끼우는 방식이긴 하지만 상당히 좋을 거 같아요. 빙판에서도 전혀 안 미끌렸으니
  5. 하나
    2014.05.24 12:3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캐나다의 겨울풍경
    꼭 가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 2014.05.26 20:4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감사히 잘 봤네요~ 예전 캐나다 여행도 새록새록 나고 앞으로 자주 구경하겠습니다!! ^^
    • 2014.05.27 10: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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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블로그에 여행 관련 이야기는 비인기 종목인데 이리 댓글 달아주시니 기쁘기만 합니다. ^^
  7. 2015.06.28 18:1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와.,,,ㄷㄷㄷㄷ
  8. 2015.10.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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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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