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유혹이 숨쉬는 곳, 뉴칼레도니아 - 낚시 편


※ 본 글은 '월간 아웃도어'에 기고한 여행 칼럼입니다. 잡지에는 지면의 제한으로 다수의 문장이 생략되어 원문을 올립니다.

“상어 습격에 혼비백산했던 입질의 추억”
“일 년 열두 달이 봄 기후로 축복받은 땅”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알려지기 시작한 뉴칼레도니아는 프랑스령의 작은 섬나라다. 일 년 열두 달,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후로 2~5월 우기를 제외하면 연중 낚시와 여행하기 좋은 곳. 이제는 신혼여행지로 제법 알려졌지만, 그것도 뉴칼레도니아의 대자연 앞에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듯하다. 아직 관광상품의 개발이 덜 돼 여전히 사람 손이 타지 않은 곳들이 수두룩하다는 것. 관광, 휴양, 그리고 액티비티가 공존하는 뉴칼레도니아의 진면목을 파고들면 정말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축복의 땅, 지상 낙원으로 대변되는 뉴칼레도니아로 떠나보자.

 


노란색 : 뉴칼레도니아 여행을 대표하는 주요 스팟이다. 로맨틱한 신혼여행을 꿈꾸는 허니무너에게 인기 좋은 곳.

초록색 : 7박 이상 일정이라면, 꼭 한번 가볼 만한 여행지로 원초적인 자연 환경과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천혜의 섬이다. 원주민의 생활상을 엿보고 그들의 음식문화까지 맛보자.

붉은색 : 낚시, 승마, 골프, 캠핑 등을 즐길 수 있는 에코투어의 산지로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프리 스타일 여행가들에게 알맞다.

파란색 : 뉴칼레도니아 북부는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의 보고이다. 각종 희귀 동식물을 만날 수 있어 일반적인 관광객보다는 주로 탐험가와 학자, 다큐멘터리 제작팀, 그리고 캠핑문화에 익숙한 서양권 투어리스트들에게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중 필자가 다녀온 곳은 수도인 누메아와 일데팡, 그리고 낚시로 유명한 부라이였다.


낚시를 위해 차에서 보트를 분리 중

수면을 가로지르는 돌고래 가족

투박한 낚시 장비를 보아 대상어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상어 낚시용 바늘

먹이로 착각하게 만드는 인조미끼

미지의 생명체와 파이팅 중인 낚시 가이드

#. 약육강식의 현장을 목격한 뉴칼레도니아 낚시
부라이는 수도 누메아에서 북쪽으로 약 200km가량 떨어진 작은 고장이다. 지도상으로는 중간에 있으며 식민지 문화가 잘 보존된 유서 깊은 마을이기도 하다. 특히, 부라이는 다랑어, 상어, 자이언트 트레발리 등을 낚을 수 있는 바다낚시의 고장으로 해마다 많은 낚시 마니아를 불러모으고 있었다.


이날 우리 부부는 낚시 전문가를 만나 트롤링 낚시라는 신세계를 체험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낚시를 접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직업이 되어 수도인 누메아와 부라이를 오가면서 관광객들에게 낚시체험을 시켜주는 일에 매진 중이다. 나 역시 한국에서는 갯바위 낚시를 전문으로 했지만, 트롤링 낚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트롤링은 서양권에서 유행하는 낚시로 청새치, 다랑어, 상어 등을 낚는 매우 과격하고 생동감 넘치는 낚시 장르이기도 하다.

새벽 3시, 호텔을 출발한 차량은 두 시간 반을 달려 부라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이어서 가이드는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고 소박하게 꾸민 정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충청남도 해안가의 어느 어촌 마을에서 먹는 가정식이나 다름없었다. 진한 버터와 진한 커피, 그리고 프랑스령답게 투박한 바게트가 제공되었을 뿐인데 그 맛이 아직도 잊히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수수하지만, 정성 들여 꾸민 화단과 가축들, 구석에는 어지럽게 늘어진 공사 자재, 이국적인 야자수 정원, 여기에 집고양이 두 마리가 낯선 이방인의 다리에 부비적거리는 평화로움 때문이었을까?

이윽고 배에 시동을 걸고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커플과 함께 보트에 올랐다. 상쾌한 바닷바람이 코끝에 짠 내를 선사할 무렵, 햇볕에 반짝이다 못해 보석처럼 빛나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장관은 얼마 못 가 짙푸른 색으로 변해버렸다. 수심이 갑자기 깊어졌기 때문이다. 계속 보고 있자니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이제 곧 있으면 고대하던 트롤링 낚시가 시작된다. 평소 훈련된 성인 남자도 끌어올리기 벅찬 물고기를 직접 낚아야 한다는 생각에 설렘 반 두려움 반. 지금 내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장비는 투박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가이드는 인조미끼를 바다에 던진 후 속력을 낮춰 천천히 몰기 시작했다. 분명, 인조미끼도 배에 이끌려 수면을 가르고 있었을 터. 그것을 물고기가 미끼로 착각하고 덤벼들다가 걸려들게 하는 것이 트롤링 낚시 기법이다. 그러니 입질을 받는데 까지는 특별한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입질이 들어오고 나서부터다.


이때부터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끌어내야 하는데 평균 무게 15kg에 달하는 거구와 싸워야 하니 어지간한 성인 남자는 한두 마리 낚고 넉다운 되는 게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단순히 쌀 한 가마니를 끌어올려도 물속 저항 때문에 힘겨운데 그런 무게를 가진 녀석이 발버둥 치며 힘쓴다고 상상해 보라.


1m가 넘는 와후피쉬(꼬치삼치)가 낚였다.


필자가 낚은 와후피쉬, 그런데 중간에 상어의 습격을 당했다.

상어 줄 낚시, 상상이나 해 봤을까?

와후피시에서 뺀 생선 눈알

유네스코 자연유산 중 하나인 블루라군

필자가 낚은 1.5m짜리 와후피쉬


잡은 고기는 이웃과 나눠 갖고 남은 건 스테이크 재료로 쓰인다.

보이지 않은 물속 생명체와 필사적으로 싸웠던 5분여 시간. 그 시간이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100m 전방에서 낚인 녀석은 슬슬 힘이 빠졌는지 50m 앞까지 끌려왔다. 나의 승리가 눈 앞에 보였다. 하지만 팔의 근력이 달려 끌어내는데 시간이 지체됐다. 그것이 상어를 불러 모았고 공격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고 다짐하는 사이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갑자기 낚싯줄이 느슨해지더니 지금까지의 무게감이 들지 않았던 거다. 다행히 녀석은 매달려 있었는데 어째 좀 무게가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50m 전방에서 수면이 폭포수처럼 튀어 올랐다. 뭔가 거대한 녀석이 공격한 것. 삼각형 모양의 꼬리지느러미가 희끗 보이자 상어임을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뱃전으로 끌어올린 와후피쉬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파먹은 모양으로 보아 정확히 내장이 있는 곳을 두 차례 습격한 것으로 보였다. 상어는 내장부터 먹는다는 말이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후로 나는 이와 같은 물고기를 한 마리 더 낚고 체력의 한계에 부쳐 포기를 선언해야 했다. 내 생애 첫 트롤링 낚시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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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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