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다른 대마도 마트의 생선코너 그리고 명물 카스마키


  

대마도 이즈하라시 근방의 어느 마트

 

마지막 날은 대마도 남단에 있는 이즈하라 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여정이 남았습니다.

그 중간에 들린 이즈하라시 근방의 어느 마트.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이 저는 생선코너를 쉽게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한국과 다른 대마도 마트의 생선코너는 어떤 종류들로 진열해 놨을까? 가격(물가)은 어떨까? 여러 가지 호기심이 생겨 둘러보았는데요.

서울의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생선 종류로는 일단 고등어, 삼치, 갈치, 참조기, 부세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주부들은 알고 있을 겁니다.

그 외 참가자미(실제로는 물가자미지만), 수입산 두절가자미, 아귀, 명태, 대구, 도미, 꽁치, 그리고 계절에 따라 청어와 임연수어가 진열되겠지요.

일본은 남북 간 어획되는 종류가 확연히 달라 현마다 진열되는 생선도 각양각색일 것입니다.

우리나라 서해처럼 개펄이 없고 쿠로시오 난류가 받치는 대마도에서는 어떤 생선이 진열되어 있는지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생선, 초밥 코너

 

참고로 마트에서 사진 촬영을 하려면 관련 서류를 준비해 마트 관계자와 협의해야 합니다.

우선 신분증과 여권이 필요하며 주민등록초본 1통, 보증인 1명, 재산세 납입 증명서 1통. 그리고 사진을 어디에 쓸지 목적을 말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여 그냥 찍기로 합니다. (설마 믿는 분은 없겠지요. ^^;)

 

 

다양한 횟감들

 

날치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날치였습니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종족 번식을 해나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일 양국의 음식 재료에 자주 쓰이는 날치 알. 산란기 때 알이 차면 족족 뽑아가는 날치 알이 우리에게는 톡톡 씹히는 식감을 선사해 주지만, 날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겁니다. 그마저도 요새는 귀해져 날치 알을 대신한 열빙어(시샤모) 알이 날치알 행세를 하게 돼버렸지만 말입니다.

날개 달린 이 생선. 한국에서 실물로 보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지만 대마도에서는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날치를 낚시하면서 본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대마도에서 선상낚시 중에 봤는데요. 뭔가 수면 위로 날아다니길래 유심히 봤더니 그게 날치였어요. 참 신기했습니다.

대부분 점프 수준에 머물었지만, 어떤 녀석은 수면에서 약 50cm가량 떠서 수십 미터를 날기도 했습니다.

숭어처럼 일정한 패턴을 가지면 촬영이 쉬운데 날치는 언제 어디서 튀어 오를지 몰라 사진으로 담아내기에는 여간 까다롭지 않더군요.  

 

 

전갱이 새끼(제주 방언 각재기)

 

남해, 제주도에서 벵에돔 낚시를 할 때 전갱이 치어가 무리를 지어 밑밥에 몰리면 그날 조과가 허당일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이 녀석은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탐식성이 강해 빵가루 경단까지 물고 늘어지는 등 낚시를 방해하는데요.

이곳 마트에서 본 전갱이가 딱 그 사이즈였습니다. 수면에 시커멓게 몰린 전갱이는 사람이 밟고 서도 될 만큼의 군집성을 자랑하는데요.

그렇게 흔한 전갱이 새끼가 여기서는 네 마리에 약 3천 원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이 작은 전갱이를 어떻게 요리해 먹으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갱이 새끼가 이렇게 값나가는 생선인 줄은 미처 몰랐네요. ^^;

 

 

그 전갱이를 포 떠서 이렇게 횟감으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사이즈도 딱 그 씨알인데요. 포 뜬 걸 보니 정확히 네 마리를 떴네요.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4천 원. 요건 먹음직스럽네요.

 

서울의 마트에서 흔히 보는 횟감으로는 광어가 손꼽힙니다.

완도나 혹은 제주에서 양식한 광어를 가져와 회를 치고 포장해 판매하고 있지요.

그 밖에 우럭(조피볼락), 연어, 도미, 붕장어 세꼬시, 여기에 참치회(눈다랑어)까지 해서 우리가 쉽게 살 수 있는 횟감입니다.

대마도 마트에서는 어떤 횟감을 파는지 살펴봤습니다.

 

 

부시리(히라스), 연어, 실꼬리돔으로 구성한 모둠회

 

여기에 단새우도 들어간 한 팩이 눈에 띄는군요. 가격은 약 6천 원.

오른쪽 아래에 무지개색이 나는 횟감은 아열대성 어종인 '실꼬리돔'으로 실물은

 

 

실꼬리돔

 

이렇게 생겼습니다. 여기서는 토막이 나서 잘 보이지 않지만, 꼬리지느러미 아래쪽에 기다란 실 같은 게 늘어져 있어 실꼬리돔이라 불립니다.

이 어종은 제주도 재래시장에서도 가끔 보지만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어렵습니다.

시중에 생물로 유통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대부분 원양어선에서 다른 어종과 함께 혼획되며 주로 어묵 재료로 가공, 유통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실꼬리돔을 잘 모르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이 녀석을 안 먹어본 이들은 아마 손에 꼽을 겁니다.

그만큼 실꼬리돔은 어묵 재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생선입니다.

 

 

고등어 초회(시메사바)

 

싱싱한 고등어를 포 떠 식초물에 담가 숙성해서 완성한 시메사바.

요즘 이자까야와 같은 술집에서 단품 요리로 자주 선보이지만, 이를 제대로 만들어 파는 곳은 손에 꼽죠.

저도 언젠가는 고등어 초회를 직접 만들어 먹어볼까 생각 중에 있습니다.

 

 

벤자리

 

일어로는 '이사키'라 부르는 아열대성 어종 벤자리입니다.

지금 제주도 재래시장에서는 벤자리 생물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생선이지요.

제철이 여름인 벤자리는 크기와 상태에 따라 회 맛이 양날의 검입니다.

 

제가 돌돔보다도 더 맛있게 먹었던 벤자리는 낚시로 갓 잡은 50cm급 돗벤자리였는데요.

벤자리는 하스돔과의 돔 어종이고 흰살생선에 속하지만, 여름에는 지방이 많아 쉽기 물러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것을 선어회로 먹는 것은 한국인 식성에는 잘 안 맞습니다.

여기서는 벤자리를 '마츠카와 타이'식으로 껍질을 익혀 썰었네요. 가격도 착한 편입니다.

 

 

벤자리의 실물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보기에는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지만, 이 정도 크기는 구워먹었을 때 진가가 나옵니다.

이번에 대마도를 방문한 목적도 벤자리에 있었는데 아쉽게도 볼 수 없어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돈 주고 사 먹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고요. 벤자리가 명물이다 보니 한 마리 가격도 꽤 비싸군요.

요즘 제주도 재래시장에도 벤자리 선어를 많이 파는데 1킬로당 2만 원 선이니 금값입니다.

 

 

황돔(지역 방언 벵꼬돔)

 

벵꼬돔으로 잘 알려진 황돔.

이 계절에 잘 올라와 서울의 마트에서도 종종 봅니다만, 가격이 비싸다는 게 흠입니다.

앞서 벤자리와 비교해도 황돔이 더 비싸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만큼 고급 어종으로 취급하는 건 한일 양국 비슷해 보이네요.

 

참고로 제주도 횟집에서 말하는 황돔은 이 어종이 아닌 '참돔(도미)'을 말합니다.

그중 과반수는 양식산 참돔인데 횟감을 잘 모르는 관광객들은 제주도에서 귀한 황돔을 먹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알고 보면 서울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통영산 참돔(도미)를 드신 겁니다. 

 

재래시장에 갔더니 아낙네들인 참돔을 죄다 황돔으로 부르고 있는 것도 뿌리 깊게 박힌 방언 때문입니다.

진짜 황돔은 벵꼬돔으로 부르더군요. 개인적으로 방언은 존중하나 이렇게 표준명과 중복돼 혼선을 일으키는 방언은 고쳐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등어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생선인 고등어가 대마도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국민생선은 전갱이와 방어다 보니 고등어는 그보다 한 단계 아래급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쨌든 대마도 마트에서 본 고등어는 우리네 고등어와는 약간 차이가 있었습니다.

작년 가을,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수와 관련하여 고등어 계군에 관한 글을 한 차례 썼는데요.

한일 양국에서 어획되고 있는 고등어는 표준명 '고등어'로 단일 종(망치고등어 제외)이지만, 계군에 따라 체형과 무늬가 조금씩 다르다는 내용입니다.

국내산 고등어는 전량 쿠로시오 계군(系群)인데 반해, 일본산 고등어는 대부분 태평양 계군(系群)으로 무늬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요.

 

 

태평양 계군(系群)의 특징을 한 일본산 고등어

 

일본산 고등어의 등 무늬는 한국산보다 선이 굵고 선명하다는 게 특징.

이곳 대마도에서도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아니냐고 묻기도 하는데요.

 

 

노르웨이산 고등어

 

많이 다르죠. ^^

 

 

자리돔

 

제주도나 대마도나 비슷한 해역이다 보니 일부 어획되는 어종이 겹칩니다.

자리돔이 그런데요.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시기(5~7월)에 올라오는 자리돔은 산란기라 알이 배 보시다시피 배가 빵빵합니다.

자리돔은 뼈가 연해지는 5~6월. 저것보다 훨씬 작은 자리돔이 뼈째썰기(물회용)으로 알아줍니다.

 

 

달고기

 

원래는 몸에 커다란 흑점이 있는데요. 포장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네요.

이 흑점은 달고기가 위협을 느꼈을 때 눈으로 보이기 위한 위장술로 사용한답니다.

구워먹으면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달고기. 가격은 크기에 비해 저렴한 편이네요.

 

 

초밥

 

한치, 연어, 시메사바, 장어, 부시리, 초새우, 달걀, 문어, 가리비 등으로 구성한 초밥이 단돈 6,500원.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입니다.

 

 

종류도 다양해 하나씩 맛보고 싶었지만, 우리 부부는 가면서 이곳의 명물을 먹어야 하므로 초밥은 참았습니다.

그 명물은 카스마키.

 

 

대마도 명물 카스마키

 

바로 이것. 대마도에 오면 꼭 한번 먹어봐야 한다는 카스마키입니다.

 

 

겉은 카스텔라인데 속에는 각각 콩 앙금과 팥 앙금이 있어 다과에 좋아 보이네요.

맛을 봤는데 저 앙금이 좀 달달합니다. 진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하면 어울릴 맛.

 

 

조금 이른 저녁 식사는 이렇게 여객선에서 때웠습니다.

초대리로 간을 맞춘 밥에 여러 가지 고명 재료가 들어간 이것도 먹을만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 길로 부산항에 도착해 KTX를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자정. 평소였다면 생선 손질에 눈앞이 캄캄했는데 이날은 현장에서 다 처리해 마음이 가뿐하더군요.

가장 큰 씨알로 세 마리를 포 떠서 숙성하고 나머지는 튀김과 탕감, 조림 등으로 포장해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최근 빠듯한 일정에 대마도 조행기를 서둘러 진행하느라 꾼의 레시피, 생선회 이야기, 릴 찌낚시 입문, 음식점 비평까지 모든 코너가 밀린 상황입니다.

이번 달에는 3박 4일과 1박 2일 출조가 연달아 잡혀 있고 이번 주 토, 일에는 오프라인 낚시 강의가 잡혀 있어 밀린 포스팅을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집필 중인 책이 있는데 탈고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원고 마감의 압박에 제가 최근 다른 프로젝트에 손을 대는 바람에(게임 개발쪽으로)

몸이 열 개라도 남아나지 않지만, 블로그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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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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