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다금바리 기행(1), 우열곡절 끝에 찾은 자연산 다금바리


 

우리나라에서 흑산도산 참홍어와 줄가자미(이시가리)와 더불어 가장 비싸다는 다금바리.

오늘날 다금바리는 제주도가 자랑하는 특산물이자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생선회로 이미지가 굳혀졌습니다.

그런 다금바리가 서식하는 해역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남해 일부와 제주도가 유일하지요.

개체수도 많지 않다 보니 년 중 위판 양이 얼마나 되는지 통계가 잡히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희귀한 다금바리는 그나마 종묘를 생산하고 치어를 방류하고

있어 간간이 잡히고 있을 뿐이지요.

 

어쩌다 한 마리씩 잡히고 있어 미식가들에게는 호사스러운 맛을 선사하는 다금바리.

그런데 다금바리를 파는 횟집은 제주도에 너무 많습니다. 인터넷에는 저마다 다금바리를 먹어봤다는 시식기가 넘쳐나고요.

그중 절반 이상은 다금바리가 아닌 능성어(구문쟁이), 수입산 양식 자바리, 흉기흑점바리 등 유사 그루퍼겠지만요.

자연산 다금바리는 어떤 횟감일까요?

저는 이번 제주도 기행에서 다금바리의 실체와 맛, 그리고 다금바리를 낚는 연승 주낙 현장까지 두루두루 살펴보았습니다.

 

<<목차>>

1. 제주 다금바리 기행(1), 우열곡절 끝에 찾은 자연산 다금바리

2. 제주 다금바리 기행(2) : 제주도에서 다금바리를 저렴하게 맛보는 방법

3. 제주 다금바리 기행(3) : 다금바리 조업 현장을 가다.

 

※ 참고

여기서 제주 다금바리는 표준명 <자바리>를 말합니다.

표준명 <다금바리>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제주도 해역에서 자취를 감춰 사실상 보기가 어렵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다금바리라고 부르는 횟감은 모두 자바리를 말하는 것이니 이점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성산항,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루어스쿨의 베티호

 

제주 다금바리를 취재하고자 성산항을 찾았습니다.

이번 녹화분은 7월 중순께 방영하는 'MBC 어영차 바다야, 제주 다금바리 편'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방송은 각 지역 MBC와 경인방송, OBS에서 시청할 수 있으니 각 방송사 편성표를 참고하십시오.

 

잠시 후 섭외하신 분이 오십니다. 엇. 그런데 복장이 제주도 원투낚시꾼 느낌이 아닌 스포츠 피싱 복장이군요.

순간 작가님이 섭외한 다금바리 낚시란 게 '슬로우 지깅'인가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맞네요.

섭외한 분은 서승진 라팔라 바다스텝이자 베티호 선장입니다. 슬로우 지깅과 타이라바에 전통한 낚시인입니다.

 

슬로우 지깅이란? 최근 제주도에서 떠오르는 샛별과 같은 바다낚시 장르로 100g 이상 무게가 나가는 인조미끼를 이용해 능성어, 부시리, 쏨뱅이 등을

낚습니다. 타이라바도 인조미끼 종류만 다를 뿐, 참돔을 주 대상어로 하며 선상 루어낚시 개념인 건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쪽에 정통한 전문가도 다금바리를 낚아야 한다는 말에는 난색을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슬로우 지깅으로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를 낚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

 

 

그리하여 출항하게 된 슬로우 지깅 전용선

 

 

조타실

 

GPS에는 바다 속 지형과 수심, 인공어초의 위치까지 꼼꼼히 표시되고 있다.

 

멀리 우도가 보이고

 

 

이곳 수심 층은 30m~60m 선.

주 대상 어종은 능성어(구문쟁이)와 참돔이라 바닥층까지 가라앉힐 수 있는 무게 100g 이상의 메탈지그를 사용합니다.

 

 

낚시 방법은 채비를 내려 바닥을 찍고 난 다음, 릴을 15회가량 천천히 감아들였다가 다시 바닥을 찍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그러다 입질이 오면 곧바로 낚싯대를 통해 손으로 전달되는 식이지요.

 

 

낚시는 세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저도 열심히 해봤습니다만, 이날 뭔가 조건이 안 맞는지 잔씨알 쏨뱅이만 7~8마리 나오는 데 그쳤습니다.

여밭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자 선장님은 기수를 돌려 인공어초로 향했습니다.

 

 

풍을 띄워 배를 고정하고요.

 

 

부시리, 방어를 노리는 지깅과 훅셋

 

어군탐지기에는 부시리 군집이 잡혀 옆에 계신 분이 채비를 부시리 전용으로 바꾸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침묵의 시간만이 흘렀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온다는 사실에 제주도 고기들이 모두 숨었나 봅니다. ^^;

 

잠시 후, 침묵을 깬 강력한 입질이 제게 들어왔습니다. 드랙이 풀려나갈 정도로 강한 힘이 덜커덕!

저는 바닥층에서 위로 10m까지 감았다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기에 회유성 어종이 걸렸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 실랑이하며 수면으로 띄우는데 안타깝게도 수면에 다 와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채비를 걷어보니 후킹이 제대로 안 됐는지 바늘이 벗겨졌네요.

수면을 보니 간신히 탈출한 물고기 한 마리가 바닷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등짝의 색상이 선명한 초록색인 걸 보아 만새기로 보이네요. 

만새기는 야행성 어종인데 벌건 대낮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뜻밖의 일입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이날 슬로우 지깅에서 다금바리는 고사하고 그것과 비슷한 능성어도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피디님은 능성어라도 낚이면 좋다고 하였지만, 이날 쏨뱅이 7~8수에 그친 슬로우 지깅은 앞으로 며칠 간 제주도 전역에 불어닥칠 불황의 신호였습니다.

 

 

제주 모슬포항

 

다음 날 아침. 저는 촬영팀과 함께 모슬포 위판장을 찾았습니다.

모슬포 위판장은 제주도에서 활어 위판량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비록, 어제는 섭외 실수로 다금바리를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모슬포 위판장은 다르겠다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주도 전역을 점령해버린 냉수대의 영향도 모른 채 말이지요. 

 

 

부둣가에는 생활낚시가 한창이네요. 구두를 신고 낚시하는 장면이 제게는 정겹게 보였는데요.

마침 뭔가를 낚아 지나가는 행인에게 재밌는 볼거리를 보여주십니다. ^^ 낚은 어종은 작은 독가시치.

비록 새끼지만, 등가시에 독이 있어 찔리면 온종일 고생하는 무시무시한 물고기지요.

 

 

모슬포 위판장에 입하된 각종 활어

 

참고로 이번 녹화분은 지난 6월 중순에 있었습니다.

다금바리 편과 벵에돔 편 등 2회 분량을 한꺼번에 소화해야 하는 일정이라 좀 빠듯했는데요.

다행히도 물칸에 벵에돔은 들어있었는데 그 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다른 물칸에는 돌돔과 강담돔 몇 마리.

 

 

고작 강담돔, 쑤기미(솔치), 아홉동가리(논쟁이)가 전부.

조업이 어지간히 안 되는 모양입니다. 제주도 최대 활어 위판장이 이렇게 초라해서야.

 

 

반대편에는 은갈치 포장에 여념이 없습니다. 은갈치만큼은 호황을 누리는 것 같군요.

 

 

 

 

동문시장, 제주시

 

이날 오후, 저는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를 시식하기 위해 제주시 동문시장을 찾았습니다.

이날 피디님은 횟집 섭외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자연산 다금바리를 보유한 횟집을 섭외해야 했는데요.

6월 중순이었던 당시에는 제주 전역에 냉수대가 들어왔는지 낚시도 조업도 모두 불황이었습니다.

모슬포 위판장의 썰렁한 모습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죠. 자연산을 취급하는 횟집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요새는 국내에서도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도 양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미 일본과 중국은 양식에 성공해 전역으로 유통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다금바리 양식은 현재 서귀포시 표선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도 1kg 남짓한 활어가 출하되고 있기 때문에 제주 다금바리라고 해서 100% 자연산이란 보장은 없게 되었죠. 

양식 다금바리는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자연산 다금바리는 기상과 물때, 수온에 따라 물량 변동이 커 쉬이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구하면 1kg 남짓한 작은 사이즈밖에 없고요. 그저 양식을 자연산이라 속이지 않으면 다행인 세상이 되었죠.

 

우리는 반대로 작은 사이즈가 필요했습니다. 섭외를 진행하던 중 13kg짜리 자연산 다금바리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촬영팀을 포함하여 다섯 명이

먹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담이 커서 엄두가 안 났습니다.

제작비 부담이 적으면서 촬영하기 좋은 사이즈는 1kg 전후로 동문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약 13만 원 선입니다. 양은 둘이서 먹기에 딱 좋지요.

자연산 다금바리를 찾아 들어온 동문시장. 우선 뭐가 많이 들어왔는지 시장 구경부터 합니다.

 

 

5~6월 제철 맞은 자리돔

 

자리알

 

자리돔 양념 된장.

 

자리돔으로 양념 된장을 만들다니 참 특이하네요. ^^

 

 

한치

 

최근 갈치와 더불어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잡히고 있습니다.

 

 

옥돔

 

제주도에서는 제사상에서 꼭 빠지지 않은 옥돔.

꾸득히 말린 건 구이가 좋고 생물은 살이 쉬이 부서져 미역국이나 탕감에 알맞습니다.

 

 

붉은쏨뱅이(제주 방언 우럭)

 

제주도의 바닷속 지형은 암반층으로 되어 있어 락피쉬가 살기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중 수온이 따듯하다 보니 찬물을 좋아하는 조피볼락(우럭)은 흔하지 않아요. 대부분은 쏨뱅이과 어종입니다.

제주도에서 상인들이 '우럭'이라 부르는 것도 전부 쏨뱅이를 의미하지요.

 

 

벤자리

 

여름 하면 벤자리가 생각나지만, 제주도가 아니면 쉬이 볼 수 없는 고급 어종입니다.

벤자리에 관해서는 낚시부터 요리까지 아주 상세히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돌문어

 

국내산 개불

 

검붉은 색의 중국산 개불과는 빛깔 자체가 다른 국내산 개불입니다.

육질이 도톰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달다는 게 특징이지요.

 

 

군소

 

경남에서는 군수라 부르기도 합니다. 민달팽이처럼 갯가나 해초를 기어가며 다시마 같은 걸 갉아먹는 생물인데요.

삶으면 본래의 몸 크기의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 한두 번 먹어본 게 전부여서 맛에 대한 기억은 희미합니다.

 

 

수조에서 다금바리를 찾았다.

 

제주 다금바리를 찾아 떠난 기행은 우도 앞바다를 시작으로 모슬포 위판장을 거쳐 제주시 동문시장까지 왔습니다.

크기는 둘째치고 제대로 된 자연산 한 번 맛보기가 어렵네요. 당시 제주도 앞바다에는 냉수대가 들어와 낚시고 조업이고 모두 황이었다는데요.

자연산 다금바리를 보기 어려운 이유는 그 것말고도 시기적인 이유가 한몫했습니다. 

 

자연산 다금바리가 가장 많이 낚이는 시즌은 9~10월 가을로 연중 수온이 최대치로 높아졌을 때입니다.

우리가 체감하는 육지의 여름은 7~8월이지만, 바닷속 수온은 그보다 한두 달 늦게 돌아가므로 물고기들에게 여름은 9~10월이 되는 셈이죠.

이때가 돼야 년 중 수온이 가장 높아지므로 아열대성 어종인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나 고등어, 갈치 등이 호황을 맞게 됩니다.

여기서는 호황이라고 표현하였지만, 다금바리는 하루에 한두 마리 잡히면 아주 잘 잡힌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주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

 

그리고 찾았습니다. 마침 섭외한 횟집에서 1킬로 300g짜리 다금바리를 들여놨다고 하네요.

다른 손님이 사갈 수 있어 미리 예약하고 찾아갔습니다.

 

제주도에서 자연산 다금바리 회를 저렴하게 먹는 방법.

자연산 다금바리와 양식 다금바리를 구별하는 방법. 여기에 푸짐하게 차린 다금바리의 환상적인 회 맛까지. 다음 회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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