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도 모르는 숨은 여행지, 주슴질 탐방로


 

오래간만에 쓰는 제주도 명소. 오늘은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도의 숨은 명소를 찾아서 떠난 '태교 여행' 중 한두 곳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사실 숨은 여행지 혹은 숨은 명소란 말은 사람들의 기대 심리를 끌어내기에 적절한 표현입니다. 지금까지 까발려진 제주도의 그저 그런 관광지와 달리 숨은 명소는 우리가 아직 몰랐던 미지의 스팟, 여기에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프리미엄이 붙어 왠지 특별한 여행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검색에 검색을 통하여 방문하곤 합니다.

 

그랬을 때 느껴지는 한적함, 여유로움. 많은 인파(중국인을 포함해)를 피해 적당히 힐링할 수 있는 곳을 찾아왔다는 뿌듯함에 제주도 여행은 그 재미가 더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문제는 정보입니다. 요즘 인터넷, 좋은 정보 만나기 쉽지 않지요?

 

어쨌든 여기서 소개하는 곳은 제대로 숨은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숨은 명소라고 하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명소라는 말, 맛집과 더불어 기대치를 높이는 단어입니다. 기대하고 가면 실망이 클 수도 있겠죠. 다시 말해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 지금은 제주도의 거의 웬만한 명소가 공개된 상태입니다. 더는 숨은 비경도 없습니다. 비경도 아무 때나 쓰면 안 되는 단어가 됐죠. 비경은 말 그대로 비경이 돼야 합니다.

 

"혹시 어떤 곳일까?"하고 기대했다면 여기서는 접으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좀 전에 말했듯 지금은 제주도에서 숨어 있는 비경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오늘 소개할 곳도 분명 좋은 곳이지만,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궁금하시다면 스크롤을 내리길 권하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제주도 조각공원에서 화순으로 이어지는 짧은 탐방로

 

"주슴질을 아시나요?"

 

제주도 여행을 좀 다녀봤다는 이들도 '주슴질'이란 단어는 생소할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제주도민조차도 잘 모르는 곳이기 때문.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이를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많은 관광객이 한꺼번에 찾을만한 곳도 아니거니와 대중적 반응을 이끌어낼 만한 요소가 별로 없습니다. 이 말을 다시 뒤집으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숲길"

 

정도로 정리를 해두겠습니다. 주슴질은 제주 조각공원에서 산방산으로 빠지는 길목에 자리합니다. 위 지도에서 붉은 선으로 표시한 곳이며, 입구에는 친절하게도 주차장이 마련돼 있습니다. 붉은 선으로 표기한 주슴질 탐방로. 왕복으로 30~40분이면 다닐 수 있는 짧은 숲길입니다.

 

하지만 해안 산책로, 소금막, 썩은다리로 이어지는 추가 탐방로까지 걷고 싶다면, 차를 화순해변에 주차하시고 택시를 이용해 주슴질 시작점으로 간 다음 탐방하시기를 권합니다. (단, 화순해변은 지나가는 택시가 별로 없으니 콜택시를 이용.)

 

 

주슴질 탐방로 입구

 

제주 조각공원에서 안덕 우체국으로 가는 길 초입에는 산방산 방면으로 빠지는 길이 나 있습니다. 그 길로 들어서면 주슴질 탐방로 팻말이 있으며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으니 찾기는 쉽습니다.

 

 

탐방로 입구

 

뱀딸기

 

 

가시가 달린 덩굴이 많으니 주의하자.

 

주슴질이란 말의 의미는 정확히 모릅니다. 제주촌놈닷컴 아일락님의 블로그에 소개된 바로는 화순 해변에 위치한 썩은다리에서 보초를 서다가 적이 침입하면 이 길로 달려가 알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뱀딸기와 야생화들이 반깁니다. 탐방로를 따로 관리하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정돈되지 않은 야생의 숲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여기저기 삐져나온 가시 덩굴도 있으니 치마, 반바지를 입고 들어갈 때는 살짝 주의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주슴질 탐방로의 시작은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는 것.

 

탐방로는 한 명이 지나가기에 알맞은 폭

 

때 묻지 않은 원시림 같은 숲길.

 

 

"사람의 발길은 겨우 닿고 있었지만, 사람 손길은 닿지 않은 숲길."

 

누군가에게는 분명 그럴 것입니다. '가시덩굴', '벌레', '좁은 길', '말똥', '거미줄'의 압박. 제가 본 주슴질 탐방로는 이랬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숲길.' 보는 시각에서 많은 차이가 나죠? 함께 걸었던 제 아내는 전자를 느꼈고 저는 후자를 느꼈으니 말입니다. 원시림은 원시림다워야. ^^

 

 

메뚜기

 

물에 빠트리면 연가시가 나오는 메뚜기

 

 

이름 모를 벌레

 

탐방로 중앙에 떡하니 쳐진 거미줄의 압박까지 ^^

 

길 중앙에 거미줄이 쳐진 걸 보니 최근 주슴질 탐방로를 찾은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다들 이렇게 피해서 지나갔거나 ^^

 

 

내 신발만 한 말똥

 

약 20분을 걸어 내려오니 주슴질 탐방로는 끝이 났고 새로운 탐방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차를 위에 대놨기 때문에(라기보다 체력의 문제로) 다시 돌아갑니다.

 

 

되돌아가는 길도 색다른 풍경을 선사합니다. 사람들은 탐방로를 걸으면서 뒤를 잘 돌아보지 않습니다. 좀 전에 내려올 때 풍경 다르고, 또 이렇게 되돌아갈 때 풍경이 다르고. 이것도 주슴질의 매력에 넣어야겠네요. 되돌아오는 길에는 사계리 해안 풍경을 책임지고 있는 산방산이 이곳 주슴질까지 보살피고 있었습니다.

 

 

 

 

 

매력적인 숲 터널이 있었던 주슴질 탐방로

 

 

나오니 코스모스가 바람에 춤추고 있었다.

 

화순으로 이어지는 주슴질 탐방로.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다 보니 원시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주도가 생성될 무렵의 모습 일지도요.

그러다 보니 가시 덩굴, 벌레(곤충)와 같은 요소가 있어 호불호가 갈릴 만한 곳이지만, 그래서 저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주슴질 탐방로는 해안산책로 - 소금막 - 썩은다리 탐방로도 이어져 있습니다. 복잡한 인파를 피해 한적한 숲길을 걷고 싶다면, 큰 기대는 마시고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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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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