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벵에돔 낚시] 낚시 경력 10년차 아내의 마지막 성과


 

 

 

 

#. 지난 시간 줄거리

블로그 독자님들과 함께 대마도에 입도한 우리 부부는 벤자리 낚시를 위주로 마릿수를 채워나갔습니다.

중간에 대물 참돔을 걸다 터트리기도 했고 갯바위와 선상낚시가 처음인 상원아빠님은 70cm급 부시리를 낚아 올리기도 했습니다.

1~2일 차는 다들 돌아갈 때 생선을 넉넉히 가져갈 수 있도록 벤자리 낚시를 했고 3~4일 차는 여유 있게 갯바위 낚시를 했습니다.

3일 차 오전에는 편을 나눠 조용한 미네만에서 낚시했는데 제게 괜찮은 씨알의 참돔이 걸려 낚시의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방파제 생활낚시로 시작해 거의 10년이란 세월을 함께해 준 아내. 바다와 잠시 이별을 고하고자 합니다.

임신 7개월 차에 접어든 아내는 부쩍 작아진 구명복을 입고 마지막 고별전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낚시하기 어려워졌기에 마지막 출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습니다.

그 장소를 대마도로 하게 된 이유도 숙소에서 선착장까지 거리는 도보로 1분. 차량 이동이 필요 없어 아내가 힘들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3일 차 오후는 저와 함께 미네만을 벗어나 외해의 갯바위로 향했습니다. 대상어는 긴꼬리벵에돔.

 

 

메밀 소바와 카레로 점심을 먹고

 

잠시였지만, 꿀맛 같은 휴식

 

그동안 '어복부인'이라는 별명으로 낚시해 온 아내.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이번 출조를 끝으로 당분간 바다를 떠나있어야 하는 심정을 묻자 "시원섭섭하다."라고 대답합니다.

특별히 비장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차분한 상태에서 치르게 된 아내의 고별전은 그간 낚시하러 다니면서 고생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는지 아쉬움은 크게 없어 보였습니다.

 

 

타카이

 

부산에서 온 팀은 벵에돔 소굴로 알려진 타카이에 내렸습니다.

바로 전날이었죠. 아내가 혼자 들어갔다가 온 바다를 점령한 전갱이 치어에 두손 두발 들고 나온 자리입니다.

이후 타카이 포인트는 아내의 저주가 씌여 들어가는 팀마다 계속된 몰황을 맞게 됩니다.

이날 오전에는 저의 블로그 독자이신 최필님과 밥곰님이 들어갔다가 성과 없이 마쳤는데 뜻밖에(?) 벤자리를 한 마리 낚아 왔습니다.

전갱이 치어를 피하기 위해 얼마나 장타를 쳤으면 이런 호수 같은 곳에서 벤자리가 다 나올까 싶은 대목.

그리고 지금 들어가는 부산 팀도 결과는 성과 없이 끝나버렸습니다.

아내의 저주를 끊기 위해 일정 중 한 번은 타카이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이러하자 저도 좀 망설여집니다.

 

 

독자님 세 분은 미네만을 벗어나 대마도 서쪽 갯바위에 내리기로 합니다.

 

 

이곳 갯바위는 마치 대마도 남단처럼 으리으리한 느낌을 주네요.

그곳에 내린 세 분. 좋은 성과가 있길 바라면서 우리 부부는 이 부근에서는 최고의 포인트라 불리는 '도리시마'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도리시마는 지금의 물때로 보았을 때 내리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간출여다 보니 작은 너울에도 노출됐고요.

현재 기상은 남서풍이 지속해서 불고 있어 그곳은 포기하고 꿩대신닭으로 권해 준 포인트로 향했습니다.

 

 

아내의 고별전을 치르게 될 장소로 접안 중

 

역시 아내가 있으니 이런 장면도 찍을 수 있어 좋네요. 이제는 이것도 마지막일 테니 저로서는 참 아쉽습니다.

 

 

배를 보내고 포인트 여건부터 살펴봅니다.

이 부근에서는 선상낚시가 주종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갯바위는 한산함을 넘어 지난 몇 달 동안 낚시하지 않은 자리가 태반이었습니다.

보통 갯바위 부근에 서식하는 벵에돔은 낚시꾼이 뿌리는 밑밥에 적응되었을 텐데요. 지난 몇 달 동안 낚시하지 않은 자리다 보니 이곳의 벵에돔은

순진한 구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좀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 것이란 기대를 하였습니다.

시간은 오후 2시. 어차피 지금 상황으로는 씨알 굵은 긴꼬리벵에돔을 낚기에는 쉽지 않을 듯해 잔챙이를 위주로 마릿수 손맛을 볼 생각입니다. 

 

 

왼쪽은 수심이 매우 낮고 여밭이 펼쳐져 있다.

 

너울 때문에 도리시마를 포기하고 내리고자 했던 곳은 사진의 중앙에 보이는 '작은 여'.

그마저도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곳에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곳 지형을 보자 편안히 낚시하기에는 글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한낮부터 갯바위가 젖어 있다는 것. 언제든지 너울이 들어올 수 있음을 시사하는군요. 바위도 맨질맨질해 미끄러질 수 있겠습니다.

배는 손님을 태우고 다시 온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낚시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포인트를 옮겨준다고 합니다. 

우리는 약 한 시간 동안 탐색전을 펼치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부부 동출

 

바늘까지 신중히 고르는 아내

 

이번에도 아내의 채비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원줄부터 목줄까지 아내가 직접 선택했으며, 찌와 바늘 등의 소품도 필드 상황을 보면서 직접 고르게 했습니다.

이렇게 한지는 1~2년 됐던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채비 선택 가지고 조언 아닌 잔소리를 했다가 갯바위에서 부부 싸움으로 번진 적이 있다 보니 ^^;

덕분에 아내는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으로 하면서 나름대로 필드 적응력을 키워나갔습니다.

 

 

까다로운 필드일수록 낚시 환경을 세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보시다시피 바위가 젖었고 사면으로 기울어져 있어 발판이 불편합니다.

밑밥통은 두 개가 놓여 있는데요. 너울의 위험과 발판 안전을 생각해 아내는 후방에 세우고 저는 앞으로 나가서 낚시하였습니다.

그 사이에는 살림통이 놓여 있습니다. 고기를 잡아 뒤처리할 때는 물칸의 이동 동선이 가까워야 서로가 편하니까요.

아내가 서 있어야 할 발아래는 곧바로 뜰채를 잡을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지형을 보아 사방에 여들이 많아 만약에라도 35cm급 이상 벵에돔이 낚이면 안쪽으로 끌어와서 뜰채질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순간 너울이 한 차례 밀려옵니다. 이 너울은 불규칙한 파동이라 굉장히 신경 쓰이네요.

사진에서 먼바다는 그럭저럭 잔잔하지만, 오히려 갯바위는 남서풍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너울이 줄기차게 부딪히고 있습니다. 

이 너울은 갯바위 벽면에 맞고 튀어 오르면서 우리 부부에게 샤워를 선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카메라 놔둘 장소도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이러다가 큰 너울이라도 들어오면 밑밥통과 뜰채가 휩쓸릴 수도 있으니 낚시하면서도 계속 예의주시합니다.

 

 

아내가 먼저 첫 캐스팅 합니다.

 

 

10년 낚시의 종지부를 찍을 고별전에서 첫 캐스팅을 날리는 순간

 

낚시 시작하자마자 벵에돔을 낚았습니다.

포인트 전방은 3~4m로 수심이 매우 낮아 보였습니다. 최대한 원투해 안착했는데도 그곳에 여가 있어 여와 여 사이를 정확히 노려야 했습니다.

그 결과 벵에돔이 줄기차기 올라오는데 씨알이 잔 게 흠입니다. 여기서는 아내가 6마리, 제가 4마리를 낚았지만, 30cm가 안 되는 관계로 모두 방생하고

 

 

이후 아내는 멀리 던졌음에도 밑걸림이 생겨 채비를 빼내야 했습니다. 이 포인트는 제로찌에 봉돌 없이 던졌는데도 밑걸림이 생기는 낮은 여밭입니다.

수중 암초가 지뢰밭처럼 늘어져 있어 여와 여 사이로 캐스팅을 정조준하지 않으면 그대로 걸리니 마지막 고별전을 까다로운 조건에서 하게 되는군요.

캐스팅할 때는 거뭇하게 보이는 수중여 위치를 잘 파악해서 던져야 합니다. 그러니 편광안경은 필수.

또한, 여와 여 사이로 잘 던졌다 해도 찌가 흐르는 궤적에 수중여가 있으면 도로 걷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네요.

그러니 던지자마자 채비 정렬과 동시에 입질 받지 못하면, 더는 기다려선 안 됩니다.

 

이런 까다로운 지형은 씨알 굵은 벵에돔의 입질을 받았을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생각해보니 4짜 이상 벵에돔을 걸면 여기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네요.

대략 끌고 오는 동선을 생각해 두긴 했는데 그만한 벵에돔이 순순히 끌려올 리 만무할 테고. 중간중간 수중여가 보이면 보이는 데로 처박을 텐데 줄 각도상

터트리는 건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의 낚시는 해 질 녘까지 끌고 가 봐야 비전이 없을 거라고 판단. 포인트를 옮기기로 합니다.

 

 

동영상을 재생하세요.(날짜는 세팅 안 된 겁니다.)

 

낚시를 시작 한 시간 뒤, 예정대로 배가 와서 포인트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때의 상황을 영상으로 찍었습니다. 너울이 점점 심해져 배가 제대로 접안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옮긴 포인트

 

상황이 이러하자 저는 조과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이드님께 포인트가 아니어도 상관없으니 그냥 평평한 자리에 내려달라 부탁했는데요. 

너울과 물때가 안 맞아 내릴 곳이 마땅치 않았던 중 평평한 자리가 눈에 띄어 그냥 내려버렸습니다.

이곳 포인트는 이름 없는 생자리입니다. 낚시했던 자리가 아니라고 하네요. 어쩌면 이곳에서의 낚시는 우리 부부가 최초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적어도 최근 몇 년 사이 동안에는 말이죠. 그런 말을 들으니 오히려 두근두근해지는데요. 인간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았던 갯바위에서 낚시해보는 일.

미지의 포인트를 탐험한다는 기분도 들고 하니 왠지 기대되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넓은 곳에서 어디를 낚시 자리로 선정해야 할 지?

 

 

일본인 선장님은 저 끝에 서서 하는 게 좋다고 했지만, 민숙집 사장님은 너울이 치니 안통에서 하라고 조언합니다.

제 눈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저 끝 부분에 서서 먼바다를 보고 던져야 굵직한 긴꼬리벵에돔이 낚일 것 같은데요.

지금은 너울이 계속 들어오니 당장은 안전한 곳에서 벵에돔 낚시하다가 상황이 호전되면 기회 봐서 저곳을 노려볼까 합니다.

 

 

안통에서 낚시를 준비 중인 아내

 

처음에는 이곳이 수심 낮은 여밭인 줄 알았습니다만, 배를 접안하면서 수심을 확인한 결과, 갯바위에서 약 15m 떨어진 곳부터 급심을 이뤄 쭉쭉 떨어지는

지형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포인트 조건이 좋아 보이는데 왜 이런 자리가 생자리일까요? ^^

그런데 막상 내려 보니 갯바위 턱이 전방 10m까지 계단식으로 뻗어 있네요. 목줄을 굵게 쓰지 않으면 대물 벵에돔을 먹기가 까다로운 지형 조건입니다.

지금은 한낮이니 하던 채비로 하겠지만, 해가 질 때쯤이면 목줄을 2호 이상 올려야 할 듯.

아내는 계속해서 제로찌 채비로 벵에돔 낚시를 이어갔고 저는 0c 채비로 공락해 나갑니다.

 

낚시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생자리에서 밑밥이 들어간 지 5분가량 지났을까? 

이곳 벵에돔에게는 크릴 자체가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하얗게 퍼지는 파우더와 천천히 내려가는 크릴 밑밥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상층 3~4m로

피어올랐습니다.

 

 

자리를 옮기고 나서 받은 첫 입질

 

이윽고 아내가 낚싯대를 세우며 조용히 파이팅에 들어갑니다. 왔으면 왔다고 말 좀 하지. ^^

전방 10m까지 턱이 나 있어 그곳의 수심은 1~2m, 깊어야 3m로 낮으니 끌려온 벵에돔이 옆으로 째면서 파고듭니다.

이대로 두면 목줄 각도상 턱에 쓸릴 수도 있지만, 아내는 벵에돔이 마음먹은 데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고삐를 반대로 당겨 제압해 나갑니다.

이때 확 잡아당기면 터트리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어 지그시 잡고선 힘을 뺍니다.

물속에서 용쓰는 벵에돔은 제 앞으로 뻗은 턱에 들어갈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합니다

이런 장면을 보고 있자니 씨알 급이면 제압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목줄 호수를 높이는 게 좋을 듯.

 

 

30cm를 약간 넘기는 긴꼬리벵에돔

 

벵에돔 색깔 좀 보세요. 상층에 노는 벵에돔의 특징이기도 한 에메랄드색이 참으로 곱습니다.

이 녀석을 물칸에 집어넣으면 기분이 안 좋아지니 덩달아 색깔도 시커멓게 변하겠지요.

 

 

또다시 입질 받은 아내.

 

전날 타카이에서 한 마리도 못 낚은 아내는 이날 제대로 복수하려는 기세입니다. 이번에도 제법 힘을 쓰고 올라온 녀석.

찌가 저만큼 올라오면, 거의 다 잡은 거지만, 여기서는 이제부터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익히 알려진 데로 벵에돔은 암초성 물고기.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수중 암초가 시야에 들어오면 쏜살같이 파고드는 습성이 있어 낚시꾼들에게는 당찬 손맛을 주는데요.

예를 들어, 수심 깊은 곳에서 상층으로 피어오른 벵에돔을 걸면, 처음에는 고분고분 딸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거의 다 끌고 와서 힘쓰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꾼들 표현으로 '벵에돔은 끝까지 힘을 써서 손맛이 좋다.'고 하는데 암초를 터전으로 하는 물고기의 특징이지요.

 

 

이번에도 30cm급 긴꼬리벵에돔을 낚은 아내

 

아가미뚜껑에 선명히 찍힌 검정 테두리. 아치형 꼬리가 긴꼬리벵에돔임을 말해주고 있네요.

일반 벵에돔과 달리 긴꼬리벵에돔은 꼬리가 좀 더 길고 날렵한 모양을 하고 있어 거센 조류에서 회유하기 좋은 체형을 가졌습니다.

회 맛도 같은 환경, 같은 조건이라면 벵에돔보다 긴꼬리벵에돔이 우세하지요.

 

저도 아내 옆에 붙어 함께 낚았지만, 사진에 담지는 못했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아내가 몇 장 찍어줬을 텐데 이날 아내는 어딘지 모르게 힘겨워 보였기에 낚싯대에 카메라까지 쥐여줄 순 없었습니다. 

이날은 우리 부부는 사진에 일일이 담을 순 없었지만, 생자리에서 모처럼 마릿수 조과를 거두었습니다. 

오후 두 시부터 시작된 낚시는 생자리에서 마릿수 벵에돔으로 이어졌는데 급기야 아내는 팔이 아프다며 낚싯대를 놓습니다.

 

 

아내가 쉬는 틈을 타 저는 처음 눈도장 찍었던 곶부리로 나가 씨알 굵은 긴꼬리벵에돔을 노려봅니다.

 

 

하지만 계속 밀려오는 파도에 신경이 쓰여 할 수 없이 이곳은 포기하고 다시 처음 자리에서 낚시를 이어나갔습니다.

이후 우리는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습니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온 바다가 짙은 수증기에 휩싸였고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수중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밑밥은 뚜껑을 닫은 채 낚시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한동안 폭발적으로 이어지던 벵에돔은 저녁이 되면서 오히려 뜸해지니 이쯤에서 낚싯대를 접었습니다.

10년간 함께 했던 아내의 고별전은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날 우리 부부와 일행이 함께 낚은 벵에돔 조과.

 

최필님, 밥곰님, 상원아빠님이 한팀이 되어 내린 곳에서도 벵에돔은 마릿수 조과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다만, 씨알이 잘아 챙겨온 것보다 방생한 게 더 많았다고 해요.

이날 우리 부부가 낚은 벵에돔은 총 60여 수. 그중 절반 이상은 챙길만한 씨알이 안 돼 방생하고 20여 마리만 챙겼습니다.

 

 

참고로 이날 제가 사용한 채비는 원줄 2호에 0c 찌와 조수우끼고무를 끼우고 목줄 1.7호를 직결했습니다. 바늘은 벵에돔 전용 바늘 6호.

아내가 사용한 채비도 찌만 달랐을 뿐 거의 같았습니다. 찌는 0(제로)호에 봉돌 없이 했고 봉돌을 끼우더라도 g7번 정도.

 

 

동영상을 재생하세요.(날짜는 세팅 안 된 겁니다.)

 

당분간은 마지막이 될 아내의 고별전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마릿수 벵에돔이 쏟아지는 상황을 일일이 담을 순 없었지만, 이걸로나마 그 분위기를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십 년 지기 낚시 친구와의 작별

십 년 전, 서울의 여대생이었던 아내는 저를 만나 연애를 시작하면서 낚시도 함께 즐기게 되었습니다.

2003년은 제가 처음으로 바다낚시를 하게 된 해였습니다. 그때 멋 모르고 따라오다 시화방조제에서 잡은 물고기(당시 황해볼락)를 구경시켜줬더니

예쁘다며 관찰하던 아내의 표정이 지금도 생각나네요.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면서 우리 부부는 서해의 생활 낚시터를 전전했습니다.

시화방조제,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영흥도, 선제도 다리 밑, 신진도 마도 방파제, 홍원항 방파제, 모항 방파제, 안면도 연육교 포인트까지

다양한 생활 낚시터를 섭렵하면서 고등어나 학공치, 우럭을 낚았지요. 저는 아내에게 어떻게든 손맛을 느끼게 해주려고 낚시를 공부했습니다.

 

큰 고기는 아니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었던 시절.

아내는 학공치를 통해 마릿수 낚시에 눈을 떴고 그때부터 마릿수 볼락, 마릿수 고등어로 손맛의 재미를 더해나갔습니다.

아내가 갯바위 낚시에 입문했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줄곧 서해 방파제만 다니던 우리는 2008년 처음으로 남해라는 무대에서 배를 타고

갯바위 낚시에 도전하였습니다. 우리가 결혼했던 바로 그 해였지요.

그곳에서 아내는 뜻밖에 감성돔, 독가시치, 벵에돔을 낚으며 순조롭게 입문했습니다.

생활낚시의 묘미를 잃어버린(?) 시초는 그것이 시발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관련 글 : 부부 조사의 거제도 낚시 포토 조행기)

 

꽝 칠 확률 70%가 넘는 서해의 생활 낚시 여건에 지친 우리는 남해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거기서 재미를 보자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갔던 것.

당시 우리 부부는 둘 다 직장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고 아내는 부서 전체가 짤려 졸지에 실업자가 되었지요.

지금은 둘 다 프리랜서란 직업을 갖고 있지만, 프리랜서가 그렇듯 수입이 일정치는 않았습니다.

이후 좌사리도, 평도, 울릉도,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이 겁없는 신혼부부는 돈을 모을 생각은 하지 않고 낚시에 빠져 오늘날까지 왔네요. ^^;

 

처음 결혼 생활 3년은 쓰러져가는 전세방에서 살다가 운이 좋아 시프트(장기 전세 아파트)에 당첨돼 지금은 괜찮은 주거 환경에서 살게 되었는데

이것도 서류 정리부터 등록까지 아내의 공이 컸습니다. 아래 <<더보기>>로 링크한 글은 그때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임신 8개월 차에 접어든 아내. 요즘은 배가 만삭이 되어 허리를 잡고 걷습니다.

이제 출산까지 두 달이 남았는데요. 지금까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여성도 갯바위 낚시를 즐길 수 있음을 보여준 아내.

제게 있어 가장 훌륭한 낚시 파트너가 되어 준 아내.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 그리고 고맙다."

 

아이를 낳아 어느 정도 키우고 나면 다시 한 번 낚싯대를 잡을 날이 오겠지요.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제가 이 블로그를 놓지 않고 운영하고 있기를 바래봅니다.

지금까지 '입질 부부의 좌충우돌 조행기'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비록, 아내와 함께한 조행기는 여기서 마치지만, 저의 조행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다음 조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더보기>> 

자취생활 같았던 신혼생활, 이제 청산합니다.

여대생이였던 그녀가 낚시하는 여자가 되기까지

드라마틱했던 서울부부의 제주도 생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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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입질의 추억의 전국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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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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