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오징어 에깅낚시(하), 낚시꾼만 아는 무늬오징어회 그 맛은?


 

 

거제도 외도 해상에서 시작한 무늬오징어 에깅낚시는 지심도를 거쳐 서이말로 옮겼습니다.

서이말하면 감성돔이나 벵에돔 낚시가 잘 되는 곳으로 유명하죠. 이 중에서도 우리가 잠시 들렀던 곳은 '왜놈 무덤자리'라는 포인트였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해상 전투에서 유래된 말일까요? 어쨌든 이름이 재밌어서 메모를 해두었는데 갈수록 물색은 탁해지고 있어(무늬오징어는 물색이

맑아야 잘 된다고 함) 다시 포인트를 옮겼습니다.

 

잠시 후 제게 두 번째 입질이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툭툭 건드리기만 할 뿐 시원하게 가져가질 않습니다.

섣불리 감았다가는 모처럼 받은 입질을 놓칠 것 같아 그대로 내버려뒀는데요. 아무래도 무늬오징어가 '이게 먹는 걸까?'하고 고민을 해도 다시 달려들

확률이 높으니 일단은 뒀습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입질. 여전히 약습니다. 약아.

이대로는 끝이 안 날 것 같아 참다 참다 올렸는데 약간 무겁습니다. 아무래도 올라탄 듯.

그리고 씹히지도 않을 인조미끼를 입에 갖다 댄 채 '왜 안 씹히지?'하고 있을 무늬오징어를 상상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찾아온 무늬오징어

 

올려보니 감자 사이즈의 무늬오징어. 입질이 소심해 뒤늦게야 올라탔음을 알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선사 분위기가 그리 폭발적이지 않았기에 이 와중에

올라온 무늬오징어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추신

그나저나  구명복을 잠시 벗어둔다는 게 잠시 까먹고 말았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주세요. ^^;

 

 

이런 실수를

 

먹물을 다 뿜은 줄 알고 올렸는데 아직도 남아 있었나 보네요.

뱃전에서 먹물을 뿜으면 선장이 청소를 해야 하므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먹물은 충분히 내뱉고 나서 올려야 합니다. ^^

 

 

저녁이 되자 무늬양의 입질이 활발해졌다.

 

여기도 입질, 저기도 입질

 

 

"퐈이야~~~~~~!!!"

 

보이십니까? 쏟아내는 먹물 줄기의 처음과 끝은 맑은 물이라는 사실.

무늬오징어는 수면에 띄운 다음 먹물을 다 쏟게 하고 올려야 뒤탈(?)이 없습니다.

뒤탈이란 것은 기념 사진 찍는데 갑자기 얼굴로 날아오는 먹물 세례 ^^

 

 

낚시하던 중 구멍찌가 보여 건질까 말까? 잠시 고민을 ^^

 

저녁이 되니 확실히 입질 빈도수가 높아졌습니다. 대신 씨알은 잔 게 흠.

 

 

제가 사용한 에기는 요렇게 생겼습니다. 공략 수심은 20m가 넘으니 싱커를 두 개 꽂아서 내리고요.

이것을 물속에 가라앉힌 다음 3~6회 정도 흔들어 주면 아래 동영상과 같은 액션이 나옵니다. 무늬오징어는 이를 왕새우로 착각하고 달려들겠지요.

 

 

수중에서 에기의 실제 움직임(중간에 어장줄에 걸릴뻔;;)

 

이 영상을 보고 나니 에깅낚시가 이해되려고 하는 듯. ^^

 

 

거제도 서이말의 일몰

 

얼마만에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에서 낚시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온 하늘이 붉게 물든 풍경을 만나는 것도 흔치 않은데 여기저기서 무늬오징어가 올라오니 낚시할 기분이 나네요.

저는 '바다가 주는 이야기속으로'라는 타이틀로 블로그를 운영 중에 있지만, 그런 저도 마음 내킬 때 바다를 찾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물론, 일반 직장인보다는 자주 찾는 편이지만, 저도 하는 일이 바쁘고 지금은 임신한 아내도 신경써야 하기에 원할 때마다 낚시를 즐기는 여건은

아니에요. 더군나 서식지가 서울이라 짬내서 낚시할 수 있는 남해나 제주도 지역꾼들과는 여건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거제도 정도되는 거리를 한 번 다녀오려면, 큰일 치른다는 느낌도 들고요. 최소 1박 2일로 다녀와야 할 겁니다.

남들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라야 오가는 경부고속도로를 자주 다니다버릇 하니 운전과 졸음의 부담에서도 자유롭지 못하지요.

그런 저도 바다를 찾으면 피곤한 마음도 잊히고 기분이 상쾌합니다. 특히, 이 날은 일몰이 아주 아름다웠고 밤이 되면서 그 풍경은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장면 같아 기분이 들썩였습니다. 이날은 초승달이 매우 또렷하게 떴고 바로 옆에는 목성이 자리하며 밤하늘도 묘한 분위기를 내더군요.

 

지상에는 어둑한 밤바다가 펼쳐진 듯 보였지만. 초승달의 빛을 받아 수면의 일부는 반짝하며 아른거립니다.

자리한 곳은 섬과 섬 사이의 물골이었습니다. 어두워서 그것이 어떤 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해안선에 바짝 붙여 세워진 건물은 리조트인지 여러

동에서 불이 켜져 있었고 그곳에서 들썩이는 흥겨운 목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현장감을 지면을 통해 공유하기에는 한계가 있네요. 그 잔잔했던 분위기는 저 혼자 알고 느낀 판타지한 낚시 풍경으로 마음에 남을 것입니다.

 

 

잠시 후 세 번째 입질이 닿았다.

 

해가 넘어가는 시각, 또 다시 무늬오징어가 제게 낚였습니다. 색깔이 참으로 곱죠. 

 

 

변화무상한 무늬오징어의 채색

 

해넘이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계속해서 무늬오징어를 노렸습니다.

이번에는 수심이 매우 낮은 여밭으로 이동해 거기서 저킹을 하던 중 드랙이 나가는 입질을 받았는데요. 이것으로 네 번째 히팅입니다. 

처음에 뭔가 꿈틀거리는 입질이 들어오길래 천천히 감았습니다. 그런데 드랙이 계속 역회전하면서 감아도 감아도 끝이 날 기미가 안 보입니다.

드랙은 헛돌고 저는 계속 감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 드랙을 조금 조였습니다. 아쉽게도 에기가 벗겨지면서 놓치고 말았네요.

제 생각은 무늬오징어가 아니고 바위에 붙은 문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날 잡은 조황의 일부

 

무늬오징어도 살아있을 때와 죽었을 때 느낌이 현저히 달랐습니다.

그 아름다운 무늬 오징어양도 죽어버리니 어물전의 일반 오징어와 다를 게 없어 보이네요.

조황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인당 8~10마리의 마릿수가 터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킬로급 무늬오징어가 잘 낚인 것도 아니고.

하지만 노련한 선장님 덕분에 초보인 저도 무늬오징어 손맛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날 먹을 만큼은 잡은 것 같아요.

이제 뒤풀이를 하러 횟집에 갑니다.

 

 

횟집은 김정욱 프로의 모친께서 운영하는 지세포의 횟집. 가져온 무늬오징어와 문어는 양이 많아 일부만 손질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벵에돔을 치러 간 일행이 50cm급 농어를 잡아왔길래 그것까지 함께 부탁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나오는 기본찬은 홍합탕. 국물 색이 다르지요.

 

 

보말도 나오고요.

 

 

문어는 이렇게 숙회로 나옵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돌틈에 숨어 살았던 녀석일 텐데.

이런 험한 꼴을 당할게 될 줄이야. 배가 고팠던 게 죄지요. ㅠㅠ

 

 

이날 조행의 하이라이트는 무늬오징어 회

 

무늬오징어 회를 가까이서 관찰해보니 잡티 하나 없는 게 확실히 기품이 있네요. 눈으로만 봐도 살에서 느껴지는 탱글한 탄력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정말 보기만해도 군침이 돕니다. ^^ 이런 걸 보고 소주 안 땡기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데 박범수 대표님도 그렇고 일행도 그렇고 모두 술을 안하는 관계로 (와 이런 걸 두고 술을 안 하다니 성인이심)

저 혼자 소주를 홀짝홀짝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좋은 안주를 두고 셋이서 맥주 한 병을 시켜 입가심하는 데 그쳐버렸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맛을 보면 저도 모르게 웃게 되는 맛.

 

술을 안 먹게 된 이상 뭐라도 해야 할 듯. 술을 입에 안 대니 대신 미각에는 집중하기에 유리한 여건이 되었습니다.

먼저 무늬오징어를 아무것도 찍지 않고 입에 넣어봅니다. 잘근잘근 씹히는 섬세한 섬유질과 근육 조직.

오징어 특유의 쫄깃거림 뒤에는 약간 찐득한 느낌, 이를 입에 착 붙는 느낌이라고도 하는데요. 

약간 끈적이는 맛과 씹히는 식감이 동시에 느껴지면서 끝에는 단맛으로 마무리되는 여정이었습니다.

 

단맛을 느끼려면 오래 씹어야 하는. 그 단맛은 초고추장을 찍어 먹더라도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직이 단단하니 입안에 남아 오래 씹게 되고 오래 씹다보면 초고추장은 애초에 침으로 씻겨 내려가니 결국에는 미묘한 단맛으로 마무리되는.

그 단맛은 설탕만큼의 강렬함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 애잔하고 고급스러운 여운이 남았기에 젓가락질을 재촉하게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간장에 무늬오징어를 찍어 먹는다.

 

그런데 무늬오징어 회는 초고추장 뿐 아니라 간장과의 궁합에서도 아주 훌륭한 맛을 냅니다.

오로지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지만, 입자가 살아있는 생고추냉이(이 집은 튜브형 생와사비 중 가장 품질이 뛰어난 녹미원제품을 사용하네요.)를 간장에

살짝 풀고 무늬오징어 회를 4~5점 찍어 입안에 넣고 씹어봅니다. 먼저 간장의 달짝한 맛이 들어오고 곧바로 고추냉이의 알싸함이 찡하게 들어옵니다.

입에 남는 건 무늬오징어 회. 양이 많으니 양볼이 터지도록 넣어서 씹어도 누가 뭐라 안 해요.

그렇게 씹고 또 씹으니 미묘하게 느껴지던 단맛도 홍수처럼 느껴지는가 싶습니다. 양이 많으니 느끼는 맛도 인해전술입니다. 

 

개인적으로 무늬오징어 회는 초고추장도 좋지만, 간장에 생고추냉이를 푼 조합이 더 좋았습니다.

이왕이면 고추냉이를 간장에 풀지말고 한 점 올려 드시는 걸 권합니다. 고추냉이를 간장에 풀게되면 특유의 알싸한 향이 간장에 희석되거든요.

그런데 사용된 이 제품은 톡 쏘는 맛이 강하여(가격도 타제품보다 3배가량 비쌈) 그냥 간장에 녹여 먹었습니다.

 

 

일행이 갯바위 낚시로 잡은 농어.

 

참돔, 광어 등은 양식장 탈출이 있지만, 농어는 탈농이 없다는 ^^

순수 100% 자연산 농어입니다. 하지만 이때는 어찌된 일인지 살이 좀 물렀어요. 살아있을 때 피를 뺐다곤 했지만, 즉살이 아니면(호흡 곤란으로 서서히

죽어간 경우) 살이 물러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들어 척추 절단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원체 자연산 농어다 보니 뒷맛의 고소함은 있더군요.)

 

 

무늬오징어와 자연산 농어회에 그날의 피로가 샥 가신다.

그렇게 즐거웠던 미식의 시간도 끝이났습니다.

거제도 무늬오징어 시즌은 10월까지 이어지는데 올해는 비도 적게 오고 태풍의 영향도 비교적 적어 시즌이 좀 더 연장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으로 무늬오징어 낚시는 마치고요. 저는 다음 날에 있을 WFG 국가대표선발전에 참석하기 위해 일찌감치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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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무늬오징어 낚시 문의

거제대구낚시 : 010-4818-2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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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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