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횟감 우럭, 자연산과 양식산 한눈에 구별하는 방법


 

표준명 '우럭'이라고 불리는 생선은 없지만, 전 국민이 우럭이라 알고 있는 아주 유명한 생선이 있습니다. 바로 조피볼락이지요. '우럭'이란 말로 대변되고 있는 조피볼락은 쏨뱅이목 양볼락과에 속한 여러 어종 중 하나입니다. 비슷한 사촌으로는 볼락, 불볼락(열기), 쏨뱅이, 삼세기 등 30여 종이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양볼락과 어종은 크기가 대부분 작아 30cm를 넘기기 힘듭니다. 그런데 무려 60cm를 넘나들 만큼 크게 성장하는 어종이 딱 세 가지가 있습니다.

 

"붉은쏨뱅이, 띠볼락, 조피볼락"

 

이중 조피볼락(우럭)은 우리나라 동, 서, 남해에 고루 분포하고 있으며 특히, 서해에 집중적으로 서식해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합니다. 크기도 크면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니 가격도 저렴합니다. 여기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쫄깃한 식감, 은근히 배어 나오는 감칠맛이 좋아 우럭은 광어 다음으로 많이 소비하는 국민 횟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산만으로는 그 많은 수요를 충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에 80년대 중반, 활어회 붐이 일어나면서 우리나라의 양식산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양식산이 변변치 않았고 붕장어(아나고) 등 몇몇 자연산 횟감에만 의존하던 국내 수산업에서 광어와 우럭의 대량양식이 성공함에 따라 서민들에게도 저렴하고 맛있는 회를 보급할 만한 활로가 열렸습니다. 지금도 우럭은 우리나라에서 광어 다음으로 선호하는 횟감이며 양식 비율 역시 광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우럭 양식 산지는 충남 삼길포를 비롯해 태안(안면도), 흑산도, 진도, 완도 일대의 부속섬에서 가두리 양식으로 많이 길러지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자연산 우럭 낚시가 예전 같지 않자, 아예 가두리 양식을 대상으로 낚시업이 성행하기도 합니다.

 

자연산은 귀한데 양식산 우럭 소비는 활발하고..그래서 우리가 접하는 우럭의 90%는 양식산이며 자연산 우럭은 소량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따금 서해로 여행 올 때 해안가와 포구 횟집에서 자연산을 기대하는 관광객을 더러 봤습니다. 그런데 해안가에서 파는 우럭도 양식산이 대부분입니다. 많은 분이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데요. 특별히 포구나 해안가 횟집이라고 해서 자연산을 취급하는 건 아닙니다. 우럭과 광어는 국내 양식산이 많으며 농어와 돔 종류는 중국산 양식이 많이 들어옵니다. 내가 먹은 생선회가 100% 자연산이라는 확신이 없는데 굳이 비싼 값을 치르면서 자연산을 고집할 이유는 없겠죠.

 

 

충남 삼길포항

 

삼길포 선착장

 

이날 저는 MBC 취재진들과 함께 충남 삼길포항에 들렀습니다. 

낚싯배를 타고 나가 직접 우럭을 낚고 양식산과 자연산 우럭의 차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연산이야 낚시로 낚으면 될 일이지만, 양식산 우럭은 미리 사서 가져가야 했습니다.

 

 

삼길포항 좌대낚시

 

 

대산항 공업단지

 

 

우럭 선상낚싯배와 접촉

 

그런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날씨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아침부터 흩뿌리던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졌다 약해지기를 반복.

바람이 불고 파도가 술렁이면서 기상 악화를 예고하였습니다.

우럭 배낚시는 오전 7시부터 종일 낚시로 진행됩니다만, 촬영 스케쥴상 온종일 낚시만 하고 있을 순 없어 중간에 도킹하였습니다.

접안을 위해 우리는 작은 배를 타고 선상낚시 중인 배로 접근한 것입니다. 

 

 

우리가 타고 온 작은 배입니다. 제가 우럭 선상 배로 갈아탈 때 마침 입질이 왔는데요. 씨알 굵은 광어가 낚이는 장면입니다.

 

 

자연산 우럭(위)와 양식 우럭(아래)

 

위 우럭은 선상에서 갓 잡은 자연산 우럭이고 아래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가져온 우럭입니다.

보시다시피 둘의 차이는 미묘한 채색도 있지만, 표면에 박힌 무늬의 분포도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우럭은 주위 환경에 따라 무늬의 밀도를 조절해 최대한 비슷해 보이려는 습성, 다시 말해 보호색을 갖춥니다.

우럭이 좋아하는 서식처는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수중 암초와 침선(침몰한 배), 인공어초에 주로 몰려 있으며 개펄에는 잘

서식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늬도 '돌무늬'를 닮는 경향을 가집니다. 자연산 우럭을 자세히 보면 무늬가 균일하지 않고 마치 돌무늬처럼 거칠게

보이는 데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반면, 양식산 우럭은 자라온 장소(가두리)의 환경 변화가 적어 무늬 또한 고르고 일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여기에 꼬리와 뒷지느러미에서 나타나는 무수히 많은 흑점도 자연산과 구분되는 특징입니다. 채색의 차이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자연산 우럭이 양식보다 조금 누런 빛깔을 띠지만, 이러한 색은 서식지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므로 양식과 자연산을 구별하는 기준으로는 모호합니다.

또한, 같은 양식산 우럭이라 해도 외해권(흑산도 근해)의 가두리에서 성장한 우럭은 자연산 우럭처럼 무늬가 고르지 않아 구분이 어렵습니다.

 

그나마 이 둘의 차이를 확실히 알게 해 주는 부분은 뜻밖에도 속살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송에서 주로 다룬 내용은 외형의 차이로만 판단하는 것이지만, 회를 떠보면 더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피디님께 속살을 비교해서 보여주자 하였고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추가로 촬영한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양식산 우럭과 자연산 우럭을 곧바로 해체하였다.

 

 

"어느 게 양식이고 자연산일까요?"

 

이미 짐작하셨을지도 모르지만, 왼쪽이 양식산 우럭이고, 오른쪽이 자연산 우럭입니다.

껍질을 벗긴 회를 보고 그 어종을 판단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에게 아무런 정보(수조 상태, 횟집 메뉴판 등)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를 구분하라고 한다면, 제가 육안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세 가지뿐입니다.

 

1) 육색과 결 → 근육의 색을 말하며 근육의 결을 이루는 힘줄의 크기와 밀도를 보고 판단.

2) 혈합육 → 근육과 껍질 사이에 자리한 유색의 '육'으로 어종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3) 껍질 막 → 혈합육과 껍질 사이에 붙은 막으로 어종 고유의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양식산 우럭은 1)번 근육이 창백한 흰색입니다. 자연산 우럭은 1)번 근육에서 약간 붉은 기가 돕니다.

양식산 우럭은 2)번 혈합육이 근육색과 흡사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자연산 우럭은 2)번 혈합육이 엷은 갈색을 띱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3)번 껍질 막에 있습니다.

양식산 우럭은 3)번 껍질 막이 거무스름합니다. 자연산 우럭은 3)번 껍질 막이 밝은 백색을 띱니다.

그런데 껍질 막이란 것은 조리사가 껍질을 얼마나 꼼꼼하게 탈피했느냐에 따라 많이 붙어 나올 수도 있고 적게 붙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껍질 막이 많이 붙어 나올수록 껍질을 꼼꼼히 탈피한 것이며 이는 회 치는 실력이 좋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양식산 우럭(왼쪽)과 자연산 우럭(오른쪽)

 

양식 우럭과 자연산 우럭을 썰어 한 자리에 놓으면 빛깔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단 양식 우럭뿐, 아니라 대부분의 양식산 횟감은 근육 색이 창백한 흰색을 띱니다.

반면, 자연산은 어종에 따라 엷은 아이보리색, 베이지색(현미 색), 붉은 색이 도는 등 똑같은 흰살생선회라 해도 색상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이 색깔의 차이는 '당분'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단 맛이 도는 생선회일수록 베이지색 같은 유색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양식산 우럭(왼쪽)과 자연산 우럭(오른쪽)

 

껍질 막도 우럭의 양식과 자연산을 구분할 때 결정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검은 막과 흰 막, 그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즉석에서 썰어 먹는 우럭 회

 

그 차이를 안다면, 이렇게 양식과 자연산을 뒤섞여 놔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접시에서 양식과 자연산이 따로따로 보인다면, 이제 여러분은 우럭에 한하여 어디 가서도 양식과 자연산을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맛의 차이는 있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생선회 중에서 어떤 어종은 양식이 자연산 맛을 능가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것은 양식이나 자연산이나 별반 차이가 없기도 합니다. 반대로 자연산이 양식보다 월등히 맛있는 어종도 있겠죠.

 

우럭은 후자로 자연산이 양식의 맛을 앞서는 편입니다. 

단맛과 고소함에서 양식보다 근소하게 앞서는데요. 사실 그 차이가 확 와 닿을 만큼 크지 않아서 굳이 비싼 돈을 줘가며 자연산을 고집하지 말라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이렇게 한 자리에서 양식산 우럭과 자연산 우럭을 비교 시식한다면, 좀 더 도드라진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우럭의 제철은 언제인가?

참고로 우럭의 제철은 교미 시기인 지금(늦가을)부터 시작해 겨우내 이어집니다.

가을에 교미한 우럭은 이듬해 봄까지 알을 키워 새끼를 낳는 난태생입니다. 본격적으로 알집을 불리는 시기는 봄.

그래서 봄 우럭은 몸속 영양분이 알로 집중되므로 회가 퍼석거리고 맛은 밍밍합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비교적 수온이 빨리 상승하는 남해와 진도 해역은 우럭의 산란도 그만큼 빨라지므로 4월만 해도

배에 알이 빵빵하게 찹니다. 이런 우럭은 그 크기가 아무리 커도 횟감으로는 매력이 떨어지겠지요.

 

반대로 수온이 늦게 오르는 서산, 태안 등 서해 북쪽은 우럭의 산란이 늦기 때문에 알을 찌우는 시기도 늦습니다.

그래서 서해 중부 이북에서 잡힌 우럭은 찬 수온의 영향으로 인해 5월까지도 맛이 좋습니다.

이 지역에서 '늦봄 우럭이 가장 맛있다.'고 한 이유는 바로 이런 생태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럭 백숙을 만들기 위해 우럭을 한가득 잡았다.

 

우럭 하면 회 말고도 빠질 수 없는 요리가 있습니다. 보통 이 지역(충남)에서 유명한 건 말린 우럭으로 끓인 우럭 젓국이지만, 저는 조금 독특한 이름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우럭 백숙'을 개발한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우럭 백숙과 우럭 마늘구이의 맛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 추신

제가 출연한 방영분은 11월 중순쯤 MBC 어영차바다야 '우럭 편'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방영 날과 시간은 각 지역 MBC 방송국의 편성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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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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