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겨울철 진객, 대방어회다!(서울 대방어 전문 횟집)


 

서울 연남동

 

요즘 가장 핫한 먹거리는 다름 아닌 '방어'.

방어 중에서도 겨울에 살을 찌운 대방어는 기름기가 가득해 감칠맛과 고소함이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

그런 대방어를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노량진, 강서수협 등의 수산시장에서 사 먹는 것. 조금만 검색해 보면 대방어를 2~3인분으로 파는 곳이 있습니다.

둘째는 대방어 전문 횟집을 이용하는 것.

 

오늘은 후자로 서울 연남동에서 대방어를 취급하는 횟집을 찾았습니다.

대방어의 맛은 지금이 절정이므로(11~3월까지) 이 시기에는 기본 한 시간 이상의 웨이팅이 소요됩니다.

저는 저녁 7시쯤 찾았는데 매장 안은 이미 꽉 찼습니다. 대기순번을 받아보니 38번이네요.

그리고 이제 막 25번이 입장하는 걸 봤습니다. 저는 일행과 함께 인근에 있는 술집에서 가볍게 목을 축이며 기다리기로 합니다.

전번을 남기면 차례가 왔을 때 횟집에서 연락해주니 이런 점은 편리하더군요.

 

 

대방어 전문 횟집

 

약 한 시간 반가량의 기다림 끝에 들어간 이곳은 테이블이 9~10개 정도 돼 보이는 작은 횟집입니다.

입지 조건도 그리 좋지 못합니다. 근처에 홍대라는 걸출한 대학가가 있지만, 거기서 이곳까지는 도보로 10여 분을 걸어야 합니다.

그러니 정보력을 바탕으로 찾아와야 하는 집입니다. 매장안 손님의 연령대가 대부분 젊은 편인데 이것이 인터넷과 SNS에 강한 세대임을 말해주고 있군요.

 

 

이 집은 여러 가지 메뉴를 팔고 있지만, 지금은 대방어 회가 대세였습니다.

2인부터 4인까지 팔고 있었으며, 가격은 메뉴판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그 외 광어나 농어, 참돔도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민어도 팔겠죠.

수조에는 전복치(표준명 괴도라치)가 가득 들었는데 워낙에 귀하고 맛있는 잡어다 보니 능성어와 같은 가격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수조 위생은 조금 아쉽습니다. 워낙 바쁜 집이다 보니 관리를 제때 못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메뉴판 아랫부분에는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는데요. 이 부분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본문 아래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대방어 4인분을 주문하자 뭔가 난잡하게 밑반찬이 깔립니다. 하나씩 살펴보니.

 

 

 

 

 

 

 

회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반찬(스끼다시)을 기대할 만한 횟집은 아닙니다. 

생선회 마니아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집이 환영받죠. 반찬으로 양껏 배불리다가 막판에 나오는 미적지근한 회보다는 싱싱한 생선회를 메인으로 앞세우는

이런 집들이 대부분 양심적으로 회를 잘 다룹니다.

 

그런데 고추냉이는 조금 아쉽군요. 이 좋은 대방어 회를 분말 와사비와 먹어야 한다니.

그러니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생고추냉이를 가져오셔서 짜드시기 바랍니다. (그럴 손님은 거의 없겠지만 ^^;)

 

 

대방어 4인분

 

대방어답게 다양한 부위로 나옵니다.

 

 

푸짐하게 보이기 위해 밑에는 천사채를 깔고 랩으로 씌워 볼륨감을 주었군요.

랩으로 씌웠으니 천사채가 상하거나 더럽혀질 일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천사채를 위생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것이니 이는 매우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입니다.

 

 

방어회는 두툼하게 썰어야 제맛이다.

 

참고로 방어도 양식이 있습니다. 요즘 횟집의 원형 수조를 보면 어른 팔뚝만 한 방어가 돌아다니는데요.

그만한 크기는 자연산일 수도 있지만, 양식일 수도 있습니다. 길이는 대략 40~50cm 정도인데 이 정도 크기의 방어로는 참맛을 느끼기가 역부족일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방어의 기준은 최소 8kg 이상입니다. 요즘 살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길이 70cm 정도가 8kg은 나갈 것입니다.

그래도 제대로 된 대방어라면 10kg이 넘어야겠지요. 길이 1m가 넘나들면 15kg짜리 초대방어로 보시면 됩니다. 

방어의 최대 전장이 1.2m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죠.

 

이 집은 전국의 산지에서 10kg 이상 크기의 대방어만 공수한다고 합니다.

공수하는 동안 숙성되므로 활방어회보다는 다소 물러진 식감을 보완하기 위해 두툼하게 썰어냅니다.

지금 선보이는 대방어는 대부분 제주산(모슬포)을 가져다가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슬포 산의 조업 구역은 마라도 앞바다로 이 해역은 수심 200m에 년 중 거친 물살을 형성하기 때문에 이쪽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방어는 육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 또한, 그 먹잇감이 '자리돔'이 주류다 보니 고소한 지방의 맛도 풍부하지요.

모슬포에서는 자리돔을 먹고 자란 방어라 하여 '자릿방어'라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대방어는 제주 모슬포와 강원 대진항 정도로 손꼽힙니다.

 

 

대방어 배꼽살

 

이 배꼽살을 보면, 썰어낸 면적과 두께로 이 방어가 몇 kg짜리겠구나 하는 것을 대략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미 배꼽살과 사잇살이 나와준 것만으로도 대방어임을 말해주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8kg, 10kg, 혹은 12kg 이상으로 등급이 나뉩니다.

 

 

방어회 한입 물기 전, 건배하고

 

 

대방어 배꼽살

 

여기서는 가장 맛있는 배꼽살부터 맛을 봅니다.

원래는 담백한 등살부터 시작해 기름기가 많은 뱃살로 먹는 게 순서이지만, 횟집에서 그런 순서를 지켰다가는 맛있는 부위 다 뺏기고 없겠죠. ^^;

 

방어 배꼽살은 참치 배꼽살과 똑같은 부위입니다. 일단 방어를 포 뜨면 등에서 뱃살까지 두툼하게 나옵니다.

이 중에서 밑 부분이 뱃살이며, 뱃살 중에서도 가장 밑에 있으면서 아가미와 가까운 쪽이 배꼽살입니다.

이것을 일정한 두께로 썰면 보시다시피 단면적이 위 사진처럼 나오게 됩니다.

 

배꼽살은 흰색의 단단한 지방과 특유의 붉은색 살이 어우러져 독특한 모양을 갖습니다. 

내장을 감싸는 지방층이기 때문에 식감이 단단하면서 고소한 맛이 발군이지요. 가맛살(가마도로) 다음으로 고급 부위입니다.

 

 

사잇살(속살)

 

사잇살은 대방어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부위입니다.

방어를 해체하면 가운데 척추를 둘러싸고 있는 붉은 혈합육이 있는데 그것을 길게 두 가닥으로 뽑아서 깍둑썰기를 한 것이 사잇살의 정확한 정의입니다.

하지만 이 집은 사잇살만 뽑아다 썰지 않고 다른 부위와 함께 썰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사잇살 맛은 붉은 혈합육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철분맛이 흡사 소간의 느낌과 흡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생선회를 기름장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 부위만큼은 기름장이 어울렸습니다.

 

 

대방어 뱃살

 

앞서 배꼽살이 방어의 몸통 중에서 가장 밑부분이라면, 뱃살은 그보다 조금 위에 있습니다.

겨울에 찬 수온을 견디며 올라온 방어의 기품은 근육에 섬세히 퍼진 마블링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요.

앞서 이 집은 10kg 이상의 대방어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배꼽살도 그렇고 뱃살을 썰어낸 단면적을 보니 10kg이 채 못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방어는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이 아니므로 그날그날 들어오는 물량마다 중량의 변동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특히, 겨울은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 바다가 수시로 뒤집어집니다. 심할 때는 태풍에 준할 만큼 파도가 높게 일기도 하고요. 

해상 날씨가 수시로 악화한 탓에 실제 조업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건이 나빠지면, 조업된 방어 씨알도 들쭉날쭉해지니 자연산을 취급하는

횟집에서는 그날그날 들어올 수 있는 수급량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니 같은 대방어라 해도 그날마다 씨알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뽑기 운이지만, 그에 따른 맛 차이까지 간파할 손님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8kg나 10kg나 13kg나, 특별히 대방어 마니아가 아니라면 그 맛이 그 맛일 겁니다.

 

 

일부는 초밥 위에 얹어 먹기도 합니다.

 

 

마무리는 방어 매운탕

 

5천 원을 추가하면 방어 매운탕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라면 사리를 추가하면 적당히 배부른 식사가 됩니다.

김치가 들어갔으니 방어 김치찌개의 느낌도 났지만, 스프의 활용으로 라면 맛이 강하게 난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걸 먹을 시점에는 다들 알딸딸하게 취할 때여서 별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 대방어는 만족, 친절도는 글쎄

술집이라 테이블 회전율이 많이 떨어집니다. 열 테이블 남짓한 횟집 입구에는 열 팀 이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테이블이 한 바퀴 돌아야 밖에서 기다리는 열 팀이 모두 입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술 마시고 기분 좋은 분위기에서 빈 그릇을 치우며 '다 드셨어?'라고 묻는 것. 

손님 입장에서는 '이제 다 먹었으니 슬슬 정리해라'는 삐딱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직 술과 안주가 남은 시점에서 '두 차례'나 눈치 주는 것은 손님에게 실례가 아닐는지요?

 

물론, 그 부분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밖에 기다리는 팀이 많으므로 테이블을 빨리 갈고 싶은 게 어쩌면 당연하겠지요.

테이블을 빨리 돌리면, 한 테이블당 매출이 최소 10만 원씩은 올라가니 손님이 빨리 먹고 나가주길 바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그래도 손님으로서는 빈정 상할 수 있죠. 서비스 업종으로서 고쳐야 할 부분입니다.

 

이 집은 식신로드 등의 TV 출연으로 유명해진 탓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오늘날까지 유지되어 왔습니다.

하루 대방어 소비량도 많게는 열 마리가 넘어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손님이 직접 받아본 양은 그때보다 조금 줄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대방어를 먹으면서 불편했던 점이 한두 가지 나왔는데 확인된 내용이 아니므로 여기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생선회 선도는 산지만큼은 아니어도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대방어회 중에서는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워낙 왁자지껄한 분위기여서 먹는 데는 정신이 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화의 집중도가 떨어졌는데요.

이 부분은 이 집이 안고 가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문제로 보입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일행과 대화도 나눠가며 대방어 회를 드시겠다면, 오후 5시 이전에 오기를 권합니다. 

참. 포장이 가능하며, 예약은 안 받습니다. 밑반찬(스끼다시)은 열악하지만, 싱싱한 대방어 회 맛에 집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권할 만합니다.

저의 주관적인 관점은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했다.'로 평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더보기>>

저급 생선회에 숨겨진 비밀, 구별법 공개

방어회의 재발견, 제주도 방어 전문 횟집 물항아리

바다낚시 어종(감성돔, 방어, 참돔, 벵에돔, 고등어, 숭어, 볼락)의 유영층, 입질 수심층

부시리 방어, 참치같이 큰 생선 손질법

[모슬포 방어축제] 악천후도 못말리는 방어 맨손잡이 체험 현장

 

 

페이스북 친구맺기+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82)
유튜브(입질의추억tv) (590)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4-26 02:28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