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K517] 강원도 산골에서 만나는 이태리 음식


 

K517, 강원도 태백시

 

이곳은 강원도 산골에 있는 작은 도시, 태백시.

굽이굽이 좁고 어두운 1차선을 타고 들어온 지 한 시간째. 끝날 기미가 안 보이던 산길의 종착지는 산간 마을인 태백시였습니다.

다방도 보이고 낡은 연립주택도 보이는 이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레스토랑 하나가 자리 잡고 있군요.

 

 

간판만 보면 태백시에 있어선 안될 것 같은, 마치 청담동의 고급 레스토랑을 연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디자인입니다.

가스트로노미(Gastronomie)는 조리 용어로 '멋진 식사를 만드는 기술'이라고 나와 있는데요.

이때만 해도 이곳이 어떤 음식을 파는지 예상하지 못했는데 겉모습은 고급 레스토랑인데 비해 이곳은 태백시라서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지가 궁금합니다.

 

 

 

 

테이크 아웃 커피점도 함께 운영하는 듯

 

 

 

매장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파인 다이닝함과 달리 음식 물가는 비교적 서민적이네요.

샐러드를 포함한 에피타이져가 5천원~9천원, 피자는 1.5만원대, 파스타는 평균 1.4만원 정도니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교해 보면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저렴한 편입니다.

 

메뉴 자체는 파스타나 피자를 취급하는 평범한 레스토랑인데 특별히 눈길이 간 것은 웰컴 메뉴와 디저트 쪽이었습니다.

올리브 마리네이드와 프로슈토&본인햄은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보기 어려운 메뉴이고 와인과 함께 먹었을 때 빛나는 음식인데 둘러보니 제법 질 좋은

와인을 팔고 있었습니다. 반면, 디저트 쪽인 크렘블레와 브라우니, 티라미수 등은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 외식에서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태백시는 산속의 작은 도시지만, 이곳 인구 중 적잖은 수는 하이원이나 강원랜드에 직장을 둔 고연봉자들이고 이렇다 할 외식 공간이 부족한 태백시다 보니 

이들 가구가 이용할 만한 적정 수준의 레스토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 세팅

 

전 빵

 

수제 피클

 

피클은 병에 든 것도 그렇고 모양새와 맛을 보니 직접 담았네요. 버섯을 피클화 시킨 것이 눈에 띕니다.

 

 

K'517 스페셜 샐러드 15,000원

 

메뉴 앞에 상호가 붙으면 그 집의 시그니처라 곧잘 주문하는 편인데요. 나온 것은 서로 다른 세 가지의 샐러드였습니다.

 

 

귤과 게살이 올려진 심플한 구성. 여기서 게살은 맛살이 아닌 진짜 게살입니다.

 

 

가운데 놓인 샐러드는 조금 복잡한 구성으로 썬드라이 토마도와 올리브, 리코타 치즈, 파르마지오 치즈가 뿌려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성인데요. 특히, 올리브는 통조림에 든 블랙올리브가 아닌 생올리브를 사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 산골 마을(자꾸 산골이라 해서 태백시민들에게는 죄송 ^^)에서 생올리브와 썬드라이를 맛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 오는 반가움이랄까요.

 

 

이건 루꼴라와 프로슈토 햄의 단순 조합이지만, 서로 궁합이 잘 맞습니다. 좋은 루꼴라를 씹으면 땅콩 맛이 난다는 사실, 아시나요?

다음에 좋은 레스토랑에서 루꼴라가 든 메뉴를 주문해 천천히 맛을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사용하는 루꼴라도 신선하여 첫맛은 쌉사래하면서 뒷맛은 고소한 맛이 잘 느껴졌습니다. 

루꼴라와 프로슈토의 단순 조합이지만 재료 맛을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음에 저는 세 가지 샐러드 중에서 이것을 으뜸으로 치고 싶습니다.

 

 

고르곤 졸라 피자 15,000원

 

고르곤졸라는 셰프 추천으로 맛보게 되었지만, 원래는 제 취향과 거리가 먼 피자입니다. 

그 이유는 피자를 달달한 꿀에 찍어 먹는 맛이 취향상 안 맞았기 때문. 외관상으로는 아몬드가 뿌려진 것 외에는 다른 집 고르곤졸라와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맛을 보자 기존에 가졌던 고르곤졸라의 편견을 단숨에 날렸습니다. 

들어간 치즈 풍미가 굉장히 진하고 고소해 여기서는 굳이 꿀의 맛을 빌리지 않아도 될 만큼의 풍부한 맛이 인상적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피자 맛은 피자 치즈가 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중이 높고 단가도 많이 차지하지요.

그러다 보니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모양만 그럴싸하게 늘어나는 저렴한 치즈를 곧잘 사용합니다.

 

여기에 고르곤졸라는 꿀의 달달한 맛으로 먹는다는 인식이 강해 피자의 기본이 되는 도우의 숙성이나 치즈 질에는 소홀해지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이 집은 도우를 공을 들여 숙성하였고 치즈도 괜찮은 품질을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외 피자 맛을 정하는 밑바탕 중 하나는 화덕에 있습니다. 대부분 전기 화덕을 사용하는 요즘의 추세와 달리 이 집은 정석대로 이태리 직수입품인

밀가루와 화산석 오븐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화산석 오븐에 대한 이야기는 일전에 쓴 글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관련 글 : 재스퍼의 유명 피자집, 파모소 나폴리안 피자)

 

 

꿀에도 찍어 먹었지만, 제 취향상 꿀맛이 아닌 ^^;  그래도 견과류 씹히는 맛이 있어 독특하네요.

 

 

까르보나라 12,000원

 

베이컨과 크림이 아낌없이 들어가 주는 까르보나라는 자칫 느끼해질 수 있어서 양껏 먹지는 못하는 메뉴지만

 

 

천성이 느끼한 음식을 좋아한 탓인지 혹은 이 음식이 느끼하지 않게 잘 만들어진 탓인지 제 입맛에는 전혀 느끼하지가 않았습니다.

이런 맛이라면 한 그릇이 아니라 두 그릇도 뚝딱 비울 수 있겠는데요. ^^;

 

 

봉골레 파스타 12,000원

 

하지만 담백하고 고소했던 까르보나라와 달리 느끼함은 오히려 봉골레 쪽이 있었습니다.

태생은 봉골레지만 국물이 자작한 전형적인 한국식 파스타인데요. 버터의 풍미가 강해 다소 오일리했습니다. 

저도 평소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남자라 그런지 남이 해주는 파스타 맛과 자주 비교하게 되더군요. 

요리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곳저곳 다니면서 먹는 음식과 내 음식을 비교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보완해 나가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오늘은 지리적으로 불리하다는 편견을 깨고 사용되는 식재료와 맛이 좋아 이 지역에서 구매력을 갖출 수 있는 이들을 위한 레스토랑을 소개하였습니다.

동해와 태백시에 사는 분들에게 참고되길 바랍니다.

 

K517 위치 : 본문 아래 지도 참조

내비 주소 :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45-23

주차 시설 : 있음

 

<<더보기>>

나폴리 화덕피자와 파인 다이닝급 파스타, 장충동 도치

벵에돔 봉골레 파스타 만들기(만드는 방법)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파티 음식

에드먼턴의 유명 레스토랑, 더마크(The Marc)

이탈리안 레스토랑, 카시오스(cass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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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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