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즐기는 '억척스러운' 제주도 낚시여행. (프롤로그)


 

 

"억척스럽다."

 

이 말의 뜻을 찾아보니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아니하고 몹시 모질고 끈덕지게 일을 해 나가는 태도라고 나와 있는데요.

이번 제주도 낚시여행이 그러했습니다. 5박 6일이라는 긴 여정에서 제대로 낚시할 만한 여건이 주어진 날은 고작 하루 이틀뿐.

나머지는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터진 비바람에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5월의 제주도는 봄을 넘어 초여름으로 가고 있지만 바다의 계절은 음력으로 움직이기에 이제 겨우 4월 초가 왔을 뿐입니다.

계곡의 얼음이 녹고 새싹이 필 무렵에 만물이 소생하는 그런 시기를 지금의 제주 바다가 겪고 있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바다의 봄이 제일 먼저 닿는 곳은 남쪽인 서귀포, 사계리 일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따뜻한 쿠로시오 난류의 지류가 조금이라도 먼저 닿는 곳도 이 일대 이며 뒤이어 제주도의 동쪽 섬인 우도에도 영향을 미치겠지요.

그러니 봄날의 제주도 낚시는 제주 서쪽과 북쪽을 전면 제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었을까요?

여름도 아닌데 난데 없이 심술을 부린 태풍에 많은 수중기가 제주로 유입됐습니다. 강풍에 온종일 비가 내리기도 하였죠. 사람이 살짝 밀리고 낚싯대를

세우기 힘든 10~14m/s의 강풍이 남서쪽 해안을 강타했으니 갈 곳 잃은 저는 카페에서 아까운 시간만 때우며 언 몸을 녹여야 했지요.

5월의 제주도 낚시 여행은 그렇게 진통의 연속이었습니다.

 

 

AM 6:00, 김포 공항

 

같은 날 오후, 성산 섭지코지에서

 

통통한 벵에돔을 낚았지만 이번만큼은 대상어가 아니었다.

 

온갖 안 좋은 악조건이었음에도 5월에 제주도 낚시를 감행한 이유는 제가 출연 중인 MBC 어영차바다야에서 '독가시치'라는 독특한 횟감을 주제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독가시치는 남해와 동해 일부 지역을 비롯해 제주도에서만 주로 나는 아열대성 어종입니다. 

뛰어난 식감과 독특한 향이 있어 그 맛을 아는 마니아들에게만 그 맛이 알려졌을뿐, 대중에게 알려진 횟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방송분을 통해 제주도에는 독가시치라는 독특한 생선회도 있음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당 촬영분은 5월 30일 목포 MBC에서 본방을 시작으로 6월 초에는 전국 방송될 예정입니다. (각 지역 MBC 편성표 참조)

 

저의 임무는 독가시치를 낚아 올리는 것. 전문 낚시꾼들에게는 대상어가 아니지만 이날 만큼은 반드시 낚아서 보여줘야 했기에 촬영의 부담감이 컸습니다.

가장 걸림돌이 된 것은 날씨도 날씨지만 독가시치의 출연 시기가 다소 이르다는 데 있습니다. 그 바람에 고전에 고전을 거듭해야 했던 과정들이 있었고

지금이야 그것이 경험치가 되었지만, 그것을 많은 사람과 공유해야 직성이 풀리는 입질의 추억이기에 앞으로 진행되는 조행기에서 소상히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제주 동문시장

 

시장에는 정치망에 잡혀 온 독가시치가 가득하다.

 

제주도답게 내륙 지방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다양한 생선이 진열되

 

시장에서 맛본 독가시치회

 

독가시치 전문점에서 맛본 독가시치회

 

같은 어종, 서로 다른 스타일의 회를 맛보며 대중의 입맛과 생선회 본질의 맛 사이에서 어떠한 괴리감이 있는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벵에돔, 참돔, 고등어, 광어, 농어로 구성한 제주도식 모둠회

 

이후에도 저의 끼니 해결에는 여지 없이 생선회가 등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과유불급인가요.

쫄깃하고 고소한 생선회도 이삼일 계속 먹으니 입에서 비린내가 나더군요.

먹으면 먹을수록 물리지 않을 것만 같은 생선회였는데 저는 이때부터 육고기 맛이 간절해지더군요. ^^;

그렇게 행복한 불평을 늘어놓는 것도 잠시. 촬영을 마친 저는 서울에서 온 독자분들과 함께 본격적인 낚시여행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이때만 해도 저의 제주도 낚시여행은 순항중이었죠. 제가 세운 계획은 주도면밀했으며 무결점에 가까웠으니 말입니다. 

낚시가 잘 안 되는 시기임에도 낚시가 될 만한 곳을 섭렵했고 경쟁이 치열한 포인트(형제섬 넙데기)를 발 빠르게 예약해 두기도 하였습니다.

낚시를 마치면 회포를 풀 수 있는 그 부근의 맛집과 펜션 예약도 준비를 마쳤습니다. 또한, 그곳에서 마지막 밤을 장식하게 될 바비큐 파티도 계획했죠.

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도 모른 채 저는 일행을 맞이하였고 곧이어 장대비와 강풍과 맞닥트리며 힘겨운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이때부터 제주도 낚시여행은 억척스러움의 연속이었지요. ㅠㅠ

 

 

그나마 하루 반짝 해가 비쳤던 날, 사계리 해안 초소 포인트에서

 

낚싯대를 담가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봄의 제주도 낚시 

 

마지막 날은 차귀도에서 종일 낚시를 감행했다.

 

남서-남풍으로 일관하던 풍향이 마지막 날에는 동풍으로 바뀌면서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자연스럽게 서쪽 차귀도로 정해졌습니다.

벵에돔, 쥐치, 볼락 등 다양한 어종으로 손맛 봤지만 온종일 습하고 추운 데서 시달리다 나오니 기운도 빠지고 정신도 혼미해지더군요.

해무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걷혔다가 생겼다가를 반복하더니 저녁에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영화 미스트를 연상케 할 만큼의 농도 짙은 해무가 제주도 전역을 덮치면서 이제는 서울로 올라갈 항공편이 걱정되기 시작.

예상대로 줄줄이 연착됐고 바로 옆 항공편은 결항하면서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봄에 즐기는 제주도 낚시여행은 고난과 난관의 연속이지만 단 한 가지! 거스를 수 없는 즐거움 만큼은 사수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칼칼하고 시원한 해물 된장찌개(아침)

 

착한 식재료가 돋보였던 황태해장국(아침)

 

구수한 성게 국수(점심)

 

1인 6,500원짜리 흑돼지구이 백반

 

카페는 비바람을 피해서 들어온 내게 자그마한 도피처가 돼주었다.

 

도민들에게 소문난 매운 갈비찜(저녁)

 

제주도 토속 음식인 우럭 콩조림(저녁)

 

초피향의 쎄~하고 청량한 맛이 돋보인 자리물회

 

제주도 (낚시)여행에서는 빠질 수 없는 흑돼지구이

 

비바람과 해무가 낚시의 앞길을 막아도 거스를 수 없는 여행의 즐거움은 다름 아닌 먹거리의 추억.

그것도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먹거리 열전은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가 될 것입니다.

비록, 장대비가 쏟아져 펜션에서의 바비큐 파티가 취소된 대신에 가게 된 흑돼지 구이집이었지만 ^^

 

이렇듯 5월의 제주도는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절 괴롭혔습니다. 

쨍쨍한 날이다가도 순식간에 해무로 뒤덮이는가 하면, 한낮에는 덥고 저녁에는 해풍이 급습해 온몸을 떨게 했습니다.

직도 겨울옷을 벗지 못한 바다는 낚시를 즐기는 것이 아닌 고난을 극복해 나가야 하는 악취미임을 일깨워 줬습니다. 

그래도 낚시는 언제나 아쉬움이고 희망인가 봅니다. 그 마음을 담아 억척스러웠던 봄날의 제주도 낚시 여행이 이제 시작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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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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