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초도 벵에돔 낚시] 벵에돔 토너먼터들의 피말리는 승부


 

 

지난주, 통영 내만권 섬인 용초도 일원에서 WFG 세계선수권대회 한국 대표를 선발하는 3차 예선전이 열렸습니다.

WFG는 매년 6월, 일본 오도열도에서 열리는 가장 권위 있는 벵에돔 토너먼트입니다.

일본에서도 각 현에서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올라오게 될 명인들이 참가하며, 우리나라도 주어진 시드가 3장이 있는데 그 3장은 12월 대마도 결선

토너먼트를 통해 가려집니다. 우선 대마도 진출자를 놓고 총 4번의 예선전이 열리는데요. 앞서 1차와 2차를 통해 각각 4명의 대마도 결선 진출자가 가려진

가운데 남은 3차와 4차에서도 각각 4명의 진출자가 가려질 예정입니다. 이날 저는 선수들이 잡은 벵에돔을 계측하는 대회 진행을 도왔습니다.

그렇게 1~2라운드를 보내고 마지막 라운드까지 왔습니다.

 

 

마지막 라운드가 펼쳐지고 있는 용초도 일대

 

한 선수가 벵에돔을 낚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1~2라운드를 돌파하고 올라온 여섯 명의 선수가 3개 조로 나뉘어 3라운드를 뛰는데요.

여기서 승리하는 최후의 세 명이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한 사람과 함께 대마도 결선 티켓을 확보하게 됩니다.

와일드카드는 3라운드에 진출한 여섯 명은 물론, 1~2라운드에서 떨어진 선수들도 모두 참여해 가장 많은 중량을 기록한 선수 한 명으로 결정됩니다.

기준은 23cm 이상 벵에돔이며 전자저울로 계측, 합계 중량으로 승부를 가립니다.

 

 

경기를 준비 중인 박경호 선수

 

채비를 세팅 중인 최수원 선수

 

3라운드에 안착한 3개조 중에서 제가 취재를 선택한 쪽은 죽음의 조인 박경호 vs 최수원 조입니다.

축구 전력상으로 비유하자면 브라질 vs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vs 스페인, 이탈리아 vs 독일.

그 어떤 것에 붙여놔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 예선전에서는 우승 후보들이지요. 하지만 운명의 신은 야속합니다.

두 선수가 모두 진출할 수도 있었을 이번 대회이지만, 토너먼트의 법칙에 따라 결국 중요한 순간에 만나고 말았습니다.

가위바위보로 자리를 정하고(이긴 쪽이 무조건 오른쪽) 전반전 50분과 후반전 50분으로 승부를 가릅니다.

 

 

<사진 1> 경기 시작 5분을 남겨둔 시점

 

참고로 토너먼트 낚시 대회는 한 자리에서 두 명의 선수가 1:1로 붙는 명실상부 진검승부입니다. 

마릿수로 경기하기에는 벵에돔만 한 대상어도 없는데 그 이유는 습성에 기인합니다.

어쩌다 한두 마리씩 무는 감성돔과 달리 벵에돔은 군집으로 서식하며, 그 가운데서도 군집을 리드하는 왕(씨알급 벵에돔)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따르는

잔씨알의 벵에돔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벵에돔 무리의 유영층은 변화무쌍합니다. 그날의 수온, 물때, 기압, 염도에 따라 바닥층에 있다가도 수면까지

부상하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경계심이 극도로 달해 저층에만 머무를 때도 있습니다. 그것을 밑밥으로 잡어를 분리해가면서 잘 꼬드겨야 하는 것은 물론,

벵에돔의 유영층을 빨리 찾아내 솎아내는 '수 읽기'는 전적으로 선수의 몫입니다.

벵에돔 토너먼트가 실력으로 승부를 판가름 지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포인트 운이 따라야 하는 오픈 대회와 달리 토너먼트는 그날 조과가 좋든 나쁘든 한 자리에서 상대방을 이기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실력 차이가

많이 좌우됩니다. 하지만 서로 엇비슷한 실력이라면 물때에 의한 자리 운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요.

두 선수의 전력은 우리나라에서 탑클래스에 해당하므로 분초를 다투는 피 말리는 승부가 예상되지만, 가끔은 명문 구단도 허무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있듯이 자리와 물때, 그 외 우리가 예상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 등이 변수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지요.

 

다만, 그냥 지켜보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다가올 4차 예선전에서 칼을 갈고 있기 때문에 두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내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부족한 점은 보완하면서 몇 가지 내용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사실 노하우의 유출은 선수 본인에게 민감한 부분이고 글 쓰는 저도 실례를

범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플레이를 담은 영상은 블로그에 올릴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우선 <사진 1>은 박경호 선수의 세팅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밑밥 통이 왼쪽에 놓였고 그 뒤로는 라이브웰과 뜰채를 놓아 고기 렌딩 시 이동 거리를 최소화했습니다.

두레박과 여분의 빵가루도 보이는 데 밑밥을 쓰다가 필요할 때마다 보충하기 위함입니다.

 

 

<사진 2>

 

<사진 2>는 최수원 선수의 세팅입니다. 역시 간결하죠. 이 모든 장치가 팔 하나 뻗으면 닿는 곳에 있습니다.

마릿수 벵에돔 낚시에서는 매우 중요한 팁입니다.

 

 

최수원 선수의 밑밥통입니다. 크릴 카터기가 놓여 언제든지 비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미끼통이 두 개인 것이 눈에 띄는데요. 사실 벵에돔 토너먼트를 하는 이들에게 두 개의 미끼통은 거의 필수가 돼버렸습니다. 그중 한 개는 크릴이 들어있고.

 

 

다른 한 개는 잘 반죽된 빵가루 미끼와 홍개비가 들어있습니다.

기본은 크릴로 공략하는 데 있지만, 아시다시피 이곳 용초도를 비롯해 거제도, 통영 내만권은 잡어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잡어의 활성도는 그날따라 시간 따라 다르지만, 어떨 때는 낚시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피어오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을 대비해 대체 미끼를

준비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대체미끼로는 빵가루와 홍개비가 있으며 동해에서 온 선수들은 파래 새우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이 사진은 박경호 선수의 밑밥통으로 역시 두 개의 미끼통이 결착 돼 있습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빵가루 미끼를 두 가지로 준비해 오셨네요. 이 빵가루 미끼는 점도와 비중, 성분이 각각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얕은 곳을 공략할 때와 깊은 곳을 공략할 때 빵가루의 풀어짐(슬로프 현상)의 속도가 다른데 그러한 차이도 있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이제 대마도행 결선 티켓을 따기 위한 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선수의 기가 워낙 막강하다 보니 옆에서 지켜보는 것으로도 전운이 감돕니다.

 

 

박경호 선수의 캐스팅과 품질

 

품질은 1~2초 간격으로 3~4방이 연속적으로 찌에 정확하게 들어갑니다.

 

 

발 앞에는 망상어, 인상어가 우글우글해 계속해서 잡어를 묶어둬야 합니다.

 

 

벵에돔 낚시에서 밑밥 품질은 '동조'가 우선이기 때문에 정확하면서 신속하게 해야 합니다.

정확하게 초시계로 계측한 것은 아니지만 3~4방의 밑밥이 1.5초에서 2초 간격으로 연달아 날아가 찌 주변을 명중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첫 고기를 누가 낚게 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최수원 선수가 기준치를 넘기는 벵에돔을 낚아냅니다. 이로써 스코어는 1:0이 됩니다.

 

 

최수원 선수에게 연달아 입질이 들어오는군요. 이것으로 2:0이 됩니다.

 

 

전반전 종료, 자리 교체에 들어간다.

 

전반전 50분이 끝나고 이제 후반전 50분으로 이어집니다.

앞서 전반전은 조류가 없다가 미약하게 왼쪽으로 흐르고 있을 때 왼쪽 홈통으로 가는 길목에서 두 마리의 벵에돔이 올라왔는데요.

이때는 만조이고 곧바로 물길이 바뀔 것이라서 조류가 어느 쪽으로 흘러주느냐가 사실상 승부의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때는 초썰물로 이어지면서 조류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속도를 더해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박경호 선수에게 첫 입질이 닿습니다.

보통 이렇게 되면 이 자리가 굉장히 유리하게 됩니다. 사진의 왼쪽으로는 홈통이 있고 그 뒤쪽으로는 여뿌리가 수중으로 뻗어있어 조류가 왼쪽으로

흘렀을 때 물이 도는 지류가 발생하면서 포인트가 형성됩니다. 반면에 지형의 특색이 없고 밋밋하면 일방적인 횡조류만이 흐르거나 오히려 앞으로 다가오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굴곡진 주변으로는 복잡한 조류가 형성되고 그 가운데 흘러들어온 영양염류와 동물성 플랑크톤이 어느 한 지점에 수렴하면서

포인트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저만한 씨알을 뜰채로 올렸다는 것. 토너먼트에서는 상대에 대한 일종의 허세 효과도 있지만, 그만큼 얇은 목줄을 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평상시에는 들어뽕을 할 씨알이라도 지금은 한 마리 한 마리가 승부의 분수령이기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지요.

이로써 스코어는 1:2로 좁혀집니다.

 

 

예상대로 벵에돔은 한 자리에서 집중적으로 입질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한번 패턴을 잡자 연달아 입질 받는 박경호 선수.

 

 

스코어가 2:2로 동률이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쫓기는 입장에서는 찹찹한 기분이 듭니다.

승부수를 띄우기에는 따라잡을 만한 카드가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밑밥 양으로 승부수를 띄우기에는 포인트 발이 너무도 강력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잡어밭에서 벵에돔 낚시는 잡어유인용 밑밥이 포인트에 들어가는 밑밥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토너먼트에서는 좀 다릅니다.

잡어유인용 밑밥과 포인트용 밑밥의 비율이 1:4, 2:5가 될 만큼 포인트에 직공으로 품질해 벵에돔 띄우기에 나선 것입니다.

잡어가 많아도 그러한 방법이 먹혀들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빵가루 미끼에 있습니다.

빵가루 미끼가 특기인 박경호 선수는 좀 전에 낚은 두 마리의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승부수를 띄웁니다.

 

 

밑밥 품질 속도를 보면 연달아 폭격하는 곡사포 같습니다.

밑밥이 수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을 때 이미 주걱은 두 번째 밑밥을 뭉치고 있습니다.

수면에 떨어지는 밑밥과 밑밥과의 시차가 2초 내외밖에 되지 않은 것입니다.

 단시간에 3~4방의 밑밥을 찌 근처로 폭격함으로써 미끼와 밑밥이 한데 어우러져 천천히 내려갑니다.

근방에 벵에돔이 있다면 도저히 안 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낚시하는 방법은 비단 박경호 선수뿐만이 아닙니다.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선수들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방법으로 하고 있으며, 지금은 특출나게 잘하는 두 선수가 맞붙은 것일 뿐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남과 다른 묘수를 읽어내는 능력은 전적으로 관찰자의 몫이겠지요. 어떤 분야든 최고의 그레이드에서 최상의 실력을 뽐낸다 하여도

그것을 알아봐 주는 안목을 가져야 하는데 결국은 이것도 아는 만큼만 보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대부분 세상사가 그런 것 같지요. ^^ 

 

 

수중에서 조수우끼고무가 쭉 하고 들어가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챔질하는 박경호 선수.

 

 

중간에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낚은 것까지 더해 스코어는 어느새 2:4로 역전되었습니다.

 

 

막판에 한 마리를 더 하면서 스코어는 2:5로 벌어지고. 이후로 조류가 멈추면서 입질도 뚝 끈기고 말았습니다.

벵에돔의 유영층이 깊어진 것이라면 깊이 내린 미끼에도 낱마리나마 물고 올라왔어야 하는데요.

이제는 아예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동을 했거나 아니면 극도의 저활성이 되었거나 둘 중 하나로 보입니다.

이날은 똑같이 품질하고 똑같이 공략해도 자리 운이 좋은 사람에게 승리의 여신이 웃어준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두 선수의 실력에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실력에서 분별이 어렵기 때문에 자리에 따른 유불리가 승부의 분수령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만약, 자리를 정하는 가위바위보에서 결과가 뒤바뀌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도 개인적으로 궁금하군요.

 

 

이날 대회에서 선수들이 낚은 벵에돔.

 

기준치 미달과 잔씨알은 현장에서 방생하고 남은 것들은 개인적으로 고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됐습니다.

 

 

쯔리겐 FG가 주최하는 예선전은 해마다 보고 있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진입 관문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낚시 클럽보다 특출나게 많은 정회원수에 각 지역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고수들이 자꾸 이곳으로 몰리다 보니 비록, 예선전이라 해도 매 라운드가

사실상의 결승전 같기도 합니다. 어느 한 사람 만만히 볼 전력이 아니라는 것.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벵에돔 토너먼터들의 피 말리는 승부는 계속 이어집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취재 협조

거제 가자피싱랜드(010-3551-7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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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G 벵에돔 낚시 토너먼트 참관기 - 고수들의 플레이를 훔쳐보다

고수들의 진땀 승부, 매물도 벵에돔 낚시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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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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