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도 벵에돔 낚시] 아무나 할 수 없어 더욱 짜릿한 낚시


 

 

 

이날은 일찌감치 숙소로 들어와 투숙에 들어갔습니다. 썩 만족스러운 조과는 아니었지만 구을비도의 멋진 풍광을 감상하며 낚시한 것에 위안으로 삼았고

다음 날은 용초도에서 WFG 예선전의 진행을 돕다 보니 피로가 조금 누적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매물도에서 벵에돔 낚시를 하기로 했는데 출항

시간이 자정이라 서둘러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일행과 함께 물회로 술 한잔 하고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창가로 들리는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날 자정 출항은 좀 어려울 것이란 예감이 드는군요. 그러고 있다가 민박집 거실이 소란스러워 잠이 깼는데 일행 중 몇몇은 잠이 깬 상태였고

다른 한 명은 선장에게 전화를 넣어 출항 여부를 묻고 있었습니다.

 

항에 있는 민박집이라 현관을 나오면 곧바로 바다 상황을 알 수 있는데요. 이곳은 내만이라 파도는 없지만 우웅 소리까지 내며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석연치 않습니다. 그것도 동풍(샛바람)이라 낚시가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출항이 결항하면서 새벽으로 연기됐습니다.

출항 시각에 맞춰 온 갯바위 손님들도 민박집에 들어와 쉬고요. 저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눈을 붙이기로 합니다.

 

"기상! 기상!"

 

또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가차 없이 불을 켜는 선장님. 콧수염 선장님은 큰소리로 기상을 외칩니다.

덕분에 잠은 확 달아나서 좋은데 이거 어디서 많이 겪어 본 듯한 느낌이로군요. 굳이 말 안 해도 남성분들은 아시겠죠. ^^

하여간 군복 아니 낚시복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항으로 집합하자마자 배는 서둘러 출항합니다.

다행히 바람은 잦아들었는데 예보한 대로 비 걱정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니 수중전을 각오해야 할 지도요.

 

 

거제 대포항을 나서며

 

AM 6:20, 매물도 촛대바위에 진입

 

먼저 한조무역의 박범수 대표님이 김승수님과 한 조로 내리는 모습입니다.

이때는 간조에 가까워 물이 많이 빠졌고 자리도 높아 하선하기가 조금 까다로웠지요.

 

 

건너편은 포항에서 오신 팀이 내렸습니다.

이날 예보는 동풍이 8~12m/s로 불고 오전 10시부터 비가 내리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예보와 달리 이른 아침부터 가랑비가 솔솔 내리기 시작합니다.

 

 

건너편에 박범수 대표님 조가 보이는 가운데 저는 안혁진 프로와 함께 내렸습니다.

안혁진 프로는 이번 울릉도 컵에서 3위를 달성한 실력파 선수.

 

 

매물도 촛대바위

 

저 멀리 대구을비도가 보이고 그 옆에는 홀로 떨어진 소구을비도가 보입니다.

 

 

매물도 촛대바위는 이날 처음 내려봤는데 갯바위가 굉장히 웅장하더군요. 

깎아지른 직벽이 골짜기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에서 저 가운데는 발밑 수심은 상당히 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색도 전형적인 쿠로시오 난류로 조과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는 가운데 아마도 바람과 너울, 비가 이날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낚시의 출발은 밑밥을 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크릴 커터기로 크릴을 잘게 부수고요. 빵가루와 파우다, 그리고 약간의 해수를 섞어 촉촉하면서 푸석푸석하게 배합합니다.

 

 

저도 준비한 밑밥으로 서둘러 개기 시작합니다.

 

 

빵가루 밑밥은 시간이 지나면서 떡 지고 확산력도 급격히 줄어들기에 한꺼번에 개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미끼는 크릴과 빵가루.

원래는 보관력을 높이기 위해 뚜껑이 있는 반찬통이나 미끼통에 담아야 오래가는데 이날은 챙기지 못해서 패쓰.

그나마 날이 흐리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 나의 채비와 장비

로드 : 시마노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번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1.5호 (서스펜드 타입)

어신찌 : 쯔리겐 슈퍼 익스퍼트 0c /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1.5호 10m

바늘 : 감성돔 바늘 2

봉돌 : 5번과 3번으로 싱글 혹은 분납

 

현장에 도착하니 옆바람이 제법 불고 너울도 있습니다. 밤새 샛바람이 강타했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고활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밑밥을 개고 몇 주걱 뿌리는데 예상대로 잡어가 곧바로 반응하지 않군요. 

이곳 수심이 얼마나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상층에서 중층까지를 공략하기보다는 중하층과 바닥층을 위주로 더듬어 나가기로 합니다. 

공략 지점은 직벽 지형인 만큼 직벽에 바짝 붙이는 벽치기를 시도. 날이 좋지 않으니 갯바위 벽면에 붙어서 소극적으로 먹이활동을 하게 될 벵에돔을

꼬드겨야 하는 좀 까다로운 낚시일 것 같군요. 일단은 처음부터 g5번 봉돌을 물려 탐색하는데 반탄류에 찌가 밀려 자리를 못 잡자 곧바로 g5번 두 개를

물려 심층 공략에 나서봅니다. 이른 아침이므로 깊은 곳을 탐색하면 대물과의 조우도 기대해볼 만한 상황.

 

 

바늘에 달린 크릴과 5번 봉돌 두 개의 하중을 받고 가라앉은 0c 찌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상태.

그 상태로 천천히 하강하며 6~7m 부근을 훑고 있을 즈음입니다. 초릿대에서

방출한 목줄(이날 목줄을 10m를 사용해서)이 살며시 펴지니 곧바로 챔질. 왔다!

 

 

몇 차례 꾹꾹 거림을 텐션으로 버틴 후 올리자 30cm급 벵에돔이 첫수로 반깁니다.

입질 수심층은 대략 6~7m. 깊이도 무네요.

 

 

건너편 박범수 대표님과 김승수님이 열심히 낚시하는데 역시 직벽 가장자리를 노리는 벽치기를 하는 듯.

이런 날, 이런 지형에서는 벽치기가 답임을 다시금 느껴봅니다.

 

 

제가 선 자리는 골짜기를 형성하는 직벽 중에서도 외해의 조류와 맞닿는 코너에 있습니다.

조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면서 코너를 끼고 돌기 때문에 이 부근을 중심으로 입질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두 번째 어신은 스풀을 댄 손가락을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시원한 입질입니다.

이런 어신은 씨알이 클 경우 곧바로 베일을 닫고 낚싯대를 세우면 낚싯대가 두 동강 나거나 세워보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터트릴 수 있습니다.

줄이 빠르게 풀리니 낚싯대를 세우면서 베일을 닫습니다. 순간 와장창 하는 강력한 힘이 들어오는데 5초 정도 버텼을까요?

LB를 주지 않고 띄워서 제압하려다가 팅. 뭐지?

 

채비를 회수해 상태를 살피는데 목줄 2~3m 분량이 다 쓸려 있군요.

직벽이긴 하지만 발밑에는 계단식으로 된 턱이 있어서 아마 여기서 벵에돔이 처박을 때 목줄이 쓸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저나 받아낸 힘으로 보아 상당한 씨알이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놓치니 이른 새벽의 몽롱했던 정신이 돌아오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정신을 덜 차린 모양입니다.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이와 비슷한 강력한 입질을 또 한 번 받았는데 이번에도 터트리는 사태가.

두 마리를 허무하게 터트리자 살짝 멘붕이 오는데 이번에는 좀 더 신경을 써서 낚시에 집중. 다시 한 번 입질이 들어와 챔질.

 

 

25cm급 벵에돔이 물고 올라옵니다. 좀 전의 그 녀석들은 어디로?

 

 

좀 전부터 조류는 일정하게 흐르지 않고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더니 이제는 바깥으로 나가버려 직벽 가장자리를 탐색하기가 까다로워졌습니다.

g5번을 분납한 상태에서 하나를 떼고 g3번을 달아 채비 내림에 무게를 실어 보지만, 계속해서 나가는 조류에 속수무책으로 허공을 맴돕니다.

 

 

계속한다고 낚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아 일단 아침을 먹으며 잠시 쉬기로 합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자리를 탐색하는 사이 안혁진 프로가 제가 선 자리로 들어와 첫수를 낚기 시작합니다.

나가던 조류가 이제는 제자리로 돌아왔는지 모퉁이를 감아 돌며 이상적으로 흐르고 있더군요.

직벽 가장자리를 노리는 낚시는 조류가 이렇게 흘러줘야 공략이 되는데 그 타이밍을 잘 잡았습니다. 

 

 

30cm급 벵에돔으로 첫수를 거둔 일행

 

그리고 그 자리에서 연타석으로 30cm를 넘나드는 벵에돔을 낚아 올립니다.

 

 

반면에 저는 포인트가 될 만한 자리를 찾아서 여기저기 채비를 넣어보지만 입질은 저 모퉁이에서만 집중되고 있습니다.

나중에 이 자리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내리게 되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건너편을 보니 박범수 대표님이 연달아 벵에돔을 낚아 올리고 있습니다.

 

 

잡어가 많아 빵가루 미끼를 사용

 

해가 중천으로 뜨면서 바람도 너울도 거세졌지만, 초릿대를 수면 가까이 푹 담그면서 잠길찌 조법을 구사하는 일행들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벵에돔 활성도도 전반적으로 낮고 대부분 7~10m 사이에서 산발적인 입질이 이어지기 때문에 저활성의 벵에돔을 상대로 심층 공략을 하지 못한다면, 이런 날

빈작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시각은 오후 12:00.

아침에는 보이지 않던 잡어가 시커멓게 달려들어 수면을 점령하니 크릴은 버텨내질 못합니다. 이제는 빵가루를 써야 할 시점.

게다가 6~7m에서 입질하던 벵에돔도 지금은 10m 이상 깊어지는 바람에 좀 더 집중해서 낚시하지 않으면 안 됐습니다.

그중 하나가 빵가루에 대한 굳건한 믿음입니다. 이것이 내려가다가 중간에 풀려 빈 바늘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과 염려를 없애야만 하는 것이지요.

 

한여름이지만 지속적인 샛바람과 너울의 영향으로 벵에돔이 예민해진 상태이기에 바늘도 한 호수 낮추고 빵가루를 달아 살포시 내려봅니다.

심층공략이기 때문에 밑밥을 먼저 치고 7~8초 정도 셌다가 캐스팅. 찌를 끌어와 밑밥이 들어간 곳에다 놓습니다.

그리고 다시 찌에다 밑밥을 쳐서 수심 별로 밑밥 띠를 만듭니다. 입질이 없어 채비를 회수해야 할 시점에서도 밑밥을 먼저 치고 난 다음 회수해 미끼를 뀁니다.

다시 품질하고 7~8초 센 후 캐스팅.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 보면 중하층에서 한두 번은 밑밥 동조가 이뤄지므로 입질 확률이 높아지겠지요.

그런데 어신은 그리 시원하지 않습니다. 줄은 시원하게 풀리는데 금방 뱉어내니 바늘이 벗겨지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죠.

이렇게 초저활성인 날에는 살짝살짝 견제로 입질을 파악했어야 했는데 어신을 너무 뒷줄에만 의존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철수 직전에 한 마리를 낚았지만, 방생 씨알을 겨우 넘긴 벵에돔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안혁진 프로가 강력한 입질을 받았는데 한번은 낚싯대를 세우자마자 터트렸고 이번에는 벵에돔이 굴에 박혀서 터트리는가 싶었는데 다행히 잘

빼내서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한낮이지만 심층을 계속해서 공략한 결과는 상당히 달콤하지요.

남들은 쉽게 할 수 없는 조법을 구사해 바닥층 가까이에서 소극적으로 밑밥을 받아먹고 있을 벵에돔을 낚아 올리는 짜릿함.

띄워서 마릿수로 낚는 벵에돔 낚시도 재미가 있지만, 이렇게 저층의 벵에돔을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뽑아 올리는 낚시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습니다.

 

 

44cm급 벵에돔을 낚은 안혁진 프로가 이날 장원을 기록했다.

 

이날의 조과

 

이날 안혁진 프로가 사용한 채비는 원줄 1.2호, 목줄 1.5호. 쯔리겐 토너먼트 아크로 01번.

그리고 바늘에서 5m 부근에 나비매듭을 하고 봉돌을 물려 심층 공략을 하였습니다.

이날은 벵에돔이 초저활성이어서 공략 지점과 채비와 조법은 일행들이 비슷했겠고 포인트에 따라 유불리는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장마철을 전후한 벵에돔 낚시는 띄울 낚시로 많이 알고 있습니다.

밑밥으로 벵에돔을 띄워서 낚다가 수면 가까이 피어오르면 목줄찌를 써서 마릿수로 뽑아내는 그런 낚시를 생각하지만, 매물도는 수심이 깊고 이날처럼

샛바람과 너울이 있는 날이면 중층으로도 잘 피어오르지 않으므로 수면의 잡어떼를 피해 중하층에서 바닥층까지 훑을 수 있는 채비를 구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는 원줄이 필수입니다. 1.5~1.8호 원줄이 적당하며 그 이상 굵어야 할 필요는 없지요. 

목줄을 10m 정도 길게 써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후로로 카본을 소재로 한 목줄은 나일론 원줄보다 비중이 무거워 물에 잘 가라앉습니다.

당연히 중하층을 더듬어야 할 상황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찌는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0c~00호의 잠영 타입이 유리합니다.

 

바늘 선택도 매우 중요합니다. 호수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활성도가 저조한 날에는 같은 호수라도 무게가 좀 더 나가는 바늘을 고르는 것이 좋겠죠.

봉돌도 조류 속도에 맞게 적당히 가감하면서 침강속도를 조절합니다. 이 침강속도가 너무 빨라서도 안 되지만, 너무 느리면 더욱 안 되는 이유가 일단 밑밥

동조가 어렵고 포인트에서 금방 벗어나 버려 공략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채비를 깊은 곳으로 한 번에 내려도 안 됩니다. 수면에서 천천히 훑고 내려가야 떨어지는 미끼를 보고 달려들게 되는데요.

이때 들어오는 어신도 약으면 뒷줄의 움직임을 보고 채야만 하는데 이날은 그조차도 보이지 않아서 견제로 파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채비가 입수되고 입질 예상 수심으로 들어가게 되면 뒷줄을 잡아 약간 팽팽히 한 상태에서 어신을 잡아냅니다.

이 방법을 알지 못하면 저활성 벵에돔 낚시에서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날 저는 총 8번의 어신을 받았는데 그중 5마리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5마리 중 2마리는 씨알이 굵었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터트렸고 나머지 3마리는 잘못된 바늘의 선택(추측), 뒤늦은 어신의 캐치로 바늘이 벗겨졌죠.

개인적으로 아쉬운 결과지만, 직벽에서의 벽치기 낚시, 그리고 저활성의 벵에돔 낚시, 빵가루 조법에 있어서 많은 것을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여러분도 행여나 이런 상황과 맞닥트리게 되면 천조법을 포함하여 잠길찌 조법을 잘 다듬어서 실행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매물도, 구을비도 낚시 문의

거제 통영바다호(011-9323-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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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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