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노대도 낚시(1), 전갱이 낚시 중에 받은 괴물스러운 입질


 

 

 

통영의 작은 포구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 그래도 어제까지는 열심히 일했으니 오늘 하루는 나를 챙기자.

한때 유행하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의 카피 문구처럼 이날은 그렇게 손맛의 기쁨을 보고자 통영까지 달려왔습니다.

제가 속한 낚시 클럽(쯔리겐 FG)의 정기출조를 하루 앞둔 이날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편안한 낚시를, 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갯바위 찌낚시를 즐기기 위해 배에 오릅니다.

 

대상어는 묻지 마세요. 그냥 잡히는 데로 잡으렵니다. ^^

이 말이 꽤 호쾌한 것처럼 들리지만, 실은 내심 벵에돔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참돔도 좋고 감성돔도 괜찮고 여기에 씨알이 만족스러우면 더 좋겠지요. 겉으로는 "아무거나 잡지 뭐"하면서도 내심 바라는 욕심이란

그래도 이왕이면 씨알 굵고 멋진 놈으로 올려서 손맛의 기쁨도 보고, 회 맛의 입맛까지 본 다음 많은 이들의 낚시 본능을 자극하는

조행기로 거듭 탄생시키고 싶은 제 마음. 아시겠죠? ^^;

 

 

출항 직전, 언제 넣어두었을지도 모를 망태기에는 

 

 

젓볼락 몇 마리가 들어있습니다. 뼈째 썬 볼락의 꼬십은 맛을 기억하는 주당들에게는 군침을 흘릴만한 장면일지도 ^^

 

 

그런데 물색이 말이 아닙니다. 보이시나요? 적조.

적조는 적조를 이루는 몇 종류의 플랑크톤으로 이들 플랑크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 그것을 적조현상이라 부릅니다.

적조 플랑크톤이 밀집된 지역은 용존산소량이 적고 어류 아가미에 흡착해 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에 외해(外海)로 도망칠 수 없는

가두리 양식 활어는 호흡곤란으로 괴사하게 됩니다. 이러한 적조가 온 바다에 번지면, 조류를 타고 들어와야 할 벵에돔이며 참돔이

갯바위 가장자리로 붙지 않으므로 낚시가 굉장히 불리할 수밖에 없겠죠.

결국, 이날 낚시의 관건은 적조가 없는 포인트로 찾아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통영 노대도의 가두리 양식장

 

도착한 곳은 뱃길로 30~40분 거리에 있는 노대도. 많은 분이 욕지도는 알아도 노대도란 섬 이름에 생소할 것입니다.

노대도는 상노대도와 하노대도가 100~200m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며 욕지도를 지척에 둔 섬입니다.

섬 주민의 대부분은 가두리 양식업에 종사하는데 근방에는 욕지도를 비롯한 많은 부속섬들이 노대도와 함께 외해의 파도를 막고

있어 물결이 잔잔하고 조류 소통은 좋아 양식업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고 있죠. 이곳에서 양식하는 어류는 대부분 참돔과 우럭.

그런데 최근 뉴스에서 보다시피 적조 발생이 빈번한 지역이다 보니 적조에 의한 양식장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노대도 물골자리

 

물골자리는 노대도에서 최고의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상노대도와 하노대도의 물골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보니 참돔과 벵에돔이 잘 잡히지요. 이제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적조가 심해 포기해야 했습니다. 다시 섬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곳곳에 적조의 흔적이 남아있네요.

 

 

도착한 곳은 하노대도 선착장

 

적조를 피해 들어온 곳은 선착장. 보시다시피 발판이 이보다 편리할 수 없습니다.

평소 갯바위 낚시에 최적화된 복장과 안전장구류를 갖추던 제가 이런 곳에 내리니 기분이 조금 뻘쭘하네요.

수납 때문에 구명복은 입고 낚시해야겠지만, 신고 온 갯바위 신발이 무색해집니다.

평소 거친 환경에서 낚시를 즐기다 보니 오히려 이런 곳이 어색한 것입니다. 

 

 

 

앞쪽은 가두리 양식장이 즐비하고, 뒤쪽은 마을 주민이 돌아다니는 전형적인 어촌 마을.

이러한 곳에서 낚시해본 적도 오랜만인데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다름 아닌 가족입니다.

아내는 물론, 지금 10개월 된 딸내미도 당장 이곳으로 불러와 함께 돗자리 깔고 놀고 싶은 그런 곳.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곳은 우리 가족의 낚시 놀이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아니 확신이 듭니다.

그 이유가 단지 발판이 편하고 근처에 민박집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노대도는 예부터 고기들의 놀이터였습니다. 가두리 양식장이 많다는 것은 그곳에 수시로 흘러나오는 먹잇감을 받아먹기 위한 고기가

많다는 것이며, 섬 구조상 고기들이 지나가는 길목이어서 크고 작은 다양한 어종이 낚이기로 유명합니다.

보기에는 선착장이지만, 보통의 갯바위 이상으로 낚시가 잘 되는 곳이기 때문에 겉모습만으로 판단했다간 큰코다치지요.

이날은 제가 그랬습니다. 겉으로 비치는 잔잔한 풍경에 과연 큰 고기가 물어줄까? 하는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이니까요.

결과적으로 그 생각은 커다란 오판이었습니다. 노대도는 무시무시한 고기들이 많이 서식하는 천혜의 황금어장이었습니다.

 

 

하모니카 선율이 귓가에 들리는 듯, 평화로운 어촌 풍경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은 우리를 이곳에 내려주고 선상 에깅낚시를 떠났습니다.

저는 같은 지구 회원님인 황중익님과 함께 벵에돔 낚시를 하였습니다. 사진에 표시해둔 곳이 입질 받는 지점인데요.

지금이야 선착장이 되었지만, 보시다시피 시멘트가 발라지기 이전에는 엄연히 갯바위였던 흔적이 보입니다.

같은 선착장이라도 갯바위에 지어진 것과 개펄 혹은 모래에 지어진 것에는 포인트 가치로서 많은 차이가 있겠죠.

다만, 이곳 수심은 2~3m로 매우 낮아 멀리 장타를 쳐야 한다는 게 약간의 수고로움이랄까요.

최소 20m, 보통 30~40m를 던지면 그곳에 본류가 형성되므로 참돔을 비롯하여 벵에돔, 긴꼬리벵에돔, 전갱이 등이 잘 낚인다 합니다.

 

이러한 정보를 전해 듣은 우리는 전방 10m 지점부터 시작해 공략 거리를 서서히 넓혀나갔습니다.

중익님은 조금이라도 장타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앞쪽에 삐져나온 갯바위로 옮겼고 저는 여전히 선착장에서 낚시하기로 합니다.

 

 

저의 낚시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던지기만 하면 되는데 웬일인지 이날은 여유가 넘쳐 흘러 주변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는군요.

어차피 이때는 한낮이라 물어도 잔챙이만 올라올 것이고, 그래도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밑밥을 여러 번 품질하는데 앞쪽은

온갖 잡어들이 몰립니다.

 

 

앞으로 3~4시간 하게 될 밑밥을 말아왔습니다. 백크릴은 하나만 사서 둘이 반씩 나누고 남은 빵가루를 반죽해 미끼를 만들었습니다.

 

 

자중이 많이 나가는 제로찌로 세팅.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시마노 베이시스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3000번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1.5호 세미 플로팅

어신찌 : 쯔리겐 상흑 0호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1.2호 8m

바늘 : 벵에돔 바늘 4~5호

봉돌 : g7, g5

 

장타 칠 생각에 평소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던 찌를 사용해 봅니다. 대상어는 잡어만 아니면 아무거나 나와도 상관없겠지요. ^^

다만, 제가 생각하는 잡어의 개념은 다른 꾼들과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손바닥 사이즈를 넘지 못하면 어종 불문하고 잡어로 규정해 '방생의 미덕'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돔 종류도 잡어일 수 있고 전갱이도 챙길만한 사이즈가 되면 잡어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다음날 정출 (벵에돔) 시합이 예정되어서 이왕이면 벵에돔 연습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수면에는 온갖 종류의 잡어가 포진해 있는데 그 범위가 전방 20m, 심지어 30m 이상에도 넓게 퍼져있어 미끼가 따먹히는 등 낚시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크릴로는 도저히 불가능하죠. 준비해 온 히든카드로 빵가루를 바늘에 달아 던져봅니다만.

 

 

용치놀래기 암컷

 

그 빵가루에도 온갖 잡어들이 물고 늘어지면서 어느덧 시간은 서산에 기울고 있습니다.

 

 

썰물에 갯바위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일행은 전방에 솟아난 간출여로 자리를 옮겼고 저는 그 분이 계셨던 자리로 이동합니다.

 

 

평소에는 잘 안 먹게 되는 충무김밥. 그래도 낚시터에서 허기질 때 한점씩 집어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긴 합니다. ^^

사람이 허기가 지면 단맛을 느끼는 미각이 평소보다 배로 뛰는가 봅니다. ㅎㅎ 

 

 

해가 기우면서 주변 조도가 어스름해질 때, 일행에게 연신 전갱이 입질이 쏟아졌습니다.

물때는 간조에 가까웠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전갱이 떼가 입성한 듯 보이네요.

 

 

구워 먹기 좋은 사이즈의 전갱이이가 1타 1피로 걸려든다.

 

제 채비에도 이런 전갱이들이 와락 달려들어 손맛을 주지만, 셋 중 두 번은 바늘이 벗겨지니 놓치기 일쑵니다.

원인은 벵에돔 전용 바늘에 있습니다. 애초에 전갱이를 잡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채비를 바꾸고 특히, 바늘을 적당한 크기로 바꾸어 

한 타작을 했겠지만, 그래도 저는 끝까지 벵에돔을 노리고자 4호 바늘을 고수했던 것이 이도 저도 아닌 게 돼버렸습니다.

 

이날 저는 두 차례 큰 입질을 받았고 허무하게 놓쳤는데 한번은 오후 4시 경이었습니다.

전방 25m에 있던 찌가 스르륵 잠겨 들었고 원줄이 살짝 펴질 즈음 챔질했는데 순간 덜커덕하는 둔탁한 느낌이 낚싯대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순간, 저는 먹지 못할 씨알임을 직감했죠. 당시 제 목줄이 1.2호라 녀석을 어린아이 다루듯 해야 했는데 그때의 느낌은

'밑걸림'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바위에 걸린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길래 낚싯대를 바짝 세워 띄우려 했습니다.

그러자 꾸우욱 하며 속절없이 낚싯대를 끌고 들어가버리는데 그 힘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녀석은 마치 "넌 세워라, 난 박을 란다."하는 듯 들어가버리며 낚싯대를 우왁스럽게 가져갑니다.  

 

진작에 LB 브레이크를 줬어야 했을 극초반에는 그리 강력한 힘이 아니어서 띄우려 했는데 그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제압에 실패한 제 낚싯대가 1번대까지 휘어지면서 초릿대가 그대로 물속에 처박히고 맙니다. 

그제야 LB를 주며 대를 복원하려 했지만, 차는 떠나고 없었네요. 낚싯대 세울 틈조차 주지 않았던 녀석의 힘. 

걷어보니 목줄 중간이 뚝 하고 나갔고 그 위쪽으로도 죄다 긁혀있네요.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 그것이 무엇이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입질 패턴이 전형적인 벵에돔인 것으로 보아 긴꼬리나 참돔, 부시리는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대물급 돌돔이거나 벵에돔이 아닌가 추측만 할 뿐이지요.

 

두 번째 입질은 전갱이 입질이 쏟아졌을 때였습니다. 벵에돔 4호 바늘을 계속 고집하며 낚시하는데 한번은 베일을 연 채로 입질을

기다리다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차고 나가는 원줄에 급 당황. 이 경우 베일부터 닫으면 낚싯대가 쭉 펴지거나 부러질 수도 있어 나름

차분하게 대응하고자 대를 세우면서 베일을 닫았습니다. 순간 덜커덕하는 느낌과 동시에 초릿대는 하늘로 서버릴 때의 허무함. OTL

참돔 아니면 부시리로 추정됩니다.

 

 

결국, 이 날은 빈약한 조과로 마무리를  ^^;

기껏해야 25~30cm 벵에돔이나 나오겠지 하고 채비를 꾸린 건데 이런 선착장에 그런 괴수들이 입질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사전에 정보 없이 내린 것도 한몫했고, 무엇보다도 선착장 환경이라는 저의 선입견에 제대로 일격을 얻어맞은 날이었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할수록 참 특이한 포인트네요. 나중에 알게 된 거였지만 한때 화제가 됐던 유명 포인트라고 합니다.

가두리 양식장이 터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40cm급 탈참이 1타 1피로 잡히기도 했던 곳이었다네요.

이곳은 내년 여름, 우리 딸내미와 어복부인과 함께 찾을 곳으로 찜해두었답니다.

 

 

선상 에깅낚시를 하고 돌아온 박대표님은 이날 이재현 프로와 함께 무늬오징어를 제법 낚아왔습니다.

 

 

고것을 숙소로 가져와 썰었습니다. 무늬오징어를 직접 손질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무늬오징어가 총 15마리 정도 되었는데 이를 네 사람이 모두 먹으려니 만만치 않네요. ^^;;

뭐든 과유불급이라고 제아무리 맛있는 것이라도 조금씩 먹어야 최고의 맛을 느끼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무늬오징어는 라면도 좋고 숙회도 좋지만, 특히, 회가 끝내줍니다. 계속 씹다 보면 단맛도 좀 나고.

이렇게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식감밖에 느끼지 못하지만, 간장에 찍어 먹다 보면 은근 차지고 달지요.

다른 일반 오징어는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궁합이 좋다고들 하지만, 오징어 종류가 반드시 초고추장과 궁합을 맞춰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우리식 미각으로만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지요. 초된장, 초고추장+고추냉이 섞어서, 간장에 고추냉이 한점 올려 먹는 등 오징어

회를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특히, 간장에 찍어서 먹다 보면 살짝 끈적하면서 그 끝에 단맛이 도는 여운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이 누적되면 처음에는 미미하게 느껴지던 단맛이 제법 혀에 붙어 선명하게 느껴질 때가 옵니다.

일반 오징어는 간장에 잘 안 찍어 먹는데 무늬오징어만큼은 간장과의 궁합이 좋아서 나름의 중독성이 있더군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무늬오징어를 숙성해서 먹어봐야겠습니다.

 

이날은 다음 날 새벽, 정출이 시작되는 관계로 일찌감치 잠을 청했습니다.

이날 놓쳤던 대물이 꿈에라도 나와서 제게 인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욕지도 노대도 낚시 문의

가이드 뚱 : 055-643-1734

 

※ 추신

이 글은 8월 말에 있었던 조행기 입니다. 엊그제 추자도 해역에서 사고를 당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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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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