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한식주점 얼쑤 - 시간과 정성은 맛을 배신하지 않는다


 

 

홍대 한식주점 얼쑤

 

술집을 곱게 포장하면 주점이고, 여기에 한식을 접목하면 한식주점이 되고, 말이야 만들기 나름이지만, 제가 바라본 이곳은 술집에

품격을 더한 다이닝의 형태였습니다. 모름지기 술집 매상을 올리는 수단은 다름 아닌 술. 

그런데 술을 팔기 위해 안주를 적당히 끼워팔다 보면, 자연스레 음식(안주)에 소홀하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음식에 많은 공을 들이고

일반 매장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각종 양조장 술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품격 있는 주안상을 만들고자 하는 오너셰프의 고집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소주를 짝으로 마시거나 폭탄주를 돌려먹는 문화에서 벗어나, 술과 음식을 심미적으로 음미하고 균형 잡힌 

음주 문화가 필요한 시대에 이러한 다이닝 주점의 등장은 반가운 현상이죠. 

 

실내 인테리어에만 공을 들이기보다는 음식에 격을 더하고 내실을 다져 맛의 가치를 더하는.

그래서 제 블로그의 모임 장소로 이용하기에도 모토가 맞아 떨어지는 곳입니다. 

모임 후기를 통해 간접적이나마 소개하였지만, 정식으로 소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주방에는 오너셰프님이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중이고, 냉장고에는 전국에 내로라하는 양조장 술(막걸리 포함)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이 집의 유일한 단점은 실내 조도인데 서브된 음식이 테이블 위에서 돋보일 수 있게 조명을 세심하게 다듬어야 할 필요가 느껴집니다. 

 

 

홍대 얼쑤 메뉴판

 

계절에 맞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메뉴는 매달 바뀌지만, 한식이라는 컨셉과 메뉴의 뼈대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여름에는 민어회를 겨울에는 대방어회를 특선으로 팔기도 합니다.

원산지가 착실하게 표기되었는데 일부 식재료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내산을 고집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식주점답게 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느껴지는 메뉴판입니다. 일반 주점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술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

 

 

한우 암소 육회무침

 

얼마 전, 제 모임에서 스타터로 시작한 육회무침입니다. 모두가 빈속일 때 맛에 집중할 수 있는 날 음식을 내게 한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얼쑤의 육회무침은 장단점을 모두 갖고 있다고 봅니다.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의 특징을 담은 삼도 육회가 한 접시에

담긴 점은 지역색을 뚜렷하게 나타내고자 하는 셰프의 의도가 엿보여 이색적입니다. 하지만 비주얼 면에서는 감점일 수도 있습니다.

한우 암소라 2.5만원이라는 적잖은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지만, 사람들은 재료의 질적인 측면보다도 가격대 성능비를 따지려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같은 양으로 세 가지로 나누면 특색은 살릴 수 있지만, 양이 다소 적어 보인다는 게 흠입니다.

같은 양을 써도 어떻게 음식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이지요. 

 

제 생각은 삼도의 육회무침을 하나로 통합해 접시 중앙에 수북이 쌓은 뒤 중앙에 달걀노른자를 올리고, 접시 밑바닥에 배가 깔리는

식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특색을 살리느냐, 실리를 택하느냐의 문제이므로 정답은 없습니다. ^^

 

 

통골뱅이 무침

 

통골뱅이라는 이름답게 동해산 백골뱅이가 사용되었습니다. 

소면을 적당히 비벼 먹으면 자극적인 맛도 한결 중화되고 양도 푸짐한 편이지요. 주재료인 백골뱅이의 야들야들한 식감과 싱싱함이

통조림을 사용한 것과 확연한 맛의 차이를 보입니다. 오징어 채가 질기거나 딱딱하지 않았다는 점도 좋습니다. 

 

 

직화 제육볶음

 

제육은 국물이 생기지 않게 볶았고 여기에 부추와 편고추, 편마늘, 그리고 갈치속젓이 함께 결들여지지만, 갈치속젓은 쌈 채소가 함께

나오지 않은 이상 제육의 강한 양념과 부딪히기 때문에 의미가 퇴색됩니다. 맛은 전반적으로 균형이 잘 잡혔습니다.

 

 

능이해물맑은탕

 

능이버섯의 향이 훅하고 들어오는 향기로운 맑은탕입니다. 이런 탕은 막판에 주문해 숙취용으로 먹기에 적당하죠.

 

 

과메기 무침

 

여기서부터는 올 초와 작년에 맛보았던 음식입니다. 과메기는 제가 소개한 덕장에서 받아 씁니다.

비린 맛이 적고 꼬들꼬들하게 말린 꽁치 과메기라 서울 사람들 입맛에 잘 맞죠.

한때 청어 과메기도 받아 썼지만, 도시 사람 입맛에는 아직 무리인지 인기가 시들했다고 하네요.

 

 

1++ 한우 육전

 

육전은 식감이 부드럽고 고소합니다만, 효율을 생각해서라도 저는 저등급 한우를 숙성해 사용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하지만 오너셰프께서는 아직 1+이나 1++을 고수하는 듯합니다. 등급이 높으니 한입 넣었을 때 부드럽게 퍼지는 맛은 있습니다.

재료 단가가 깡패인 점을 빼면 우리야 환영하는 등급이겠죠. ^^

 

 

제주돼지 목살 된장구이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선명히 보이지 않는 점, 양해 바랍니다. 먹다가 찍어서 그런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 음식을 먹은 지도 오래돼 맛의 기억이 희미하군요.

 

 

제철 물메기탕

 

동해에서도 물메기탕을 맛봤기에 익히 어떤 맛임을 충분히 예상했지만, 여기서 맛보고선 깜짝 놀랐습니다.

김치의 시원함과 알의 감칠맛이 배여서 동해서 맛본 물메기탕보다 더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주 끓여본 음식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매운탕, 맑은탕 내공이 있으면 물메기로 끓이든 뭐로 끓이든 맛이 나겠지만요.

 

 

황새기 구이

 

황새기의 표준명은 '황강달이'이지만, 일반적으로 황석어로 통하는 민어과 생선입니다.

주로 젓갈에 사용하지만, 개중에서 씨알이 괜찮은 녀석으로 선별해 이렇게 구우면 전어와는 또 다른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제철은 알배기인 5~7월로 알려졌지만, 가을에서 겨울 사이에도 맛이 좋은 어종이죠. 다만, 구이로 맛을 봐야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올겨울에도 이 녀석을 볼 수 있을지, 참고로 이건 서비스로 나온 것입니다.

 

 

제주돼지 유자 보쌈

 

긴 시간 공을 들여 삶아내기에 영업 개시 전에 이 집을 찾으면 수육 삶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다소 과할 만큼 두껍게 썰어냈다는 점만 뺀다면, 직접 담은 김치와 속젓의 조화가 더해져 아주 흡족한 맛을 선사합니다.

 

 

해물 야채 지짐이

 

오겹 명이말이

 

간장 고추 닭강정

 

40cm급 자연산 벵에돔 구이(비매품)

 

벵에돔은 함께 낚시한 지인이 가져왔고 그것을 오너셰프께서 특별히 구워냈습니다.

 

작년 6월에 오픈한 얼쑤는 다양한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정직하고 훌륭한 음식을 선보였지만, 주점이 갖는 컨셉과 가격대가 홍대의

주요 소비층과 맞지 않다 보니, 지금은 주로 직장인과 음식 맛을 알아보는 단골 주당의 아지트가 된 측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신생 식당과 주점은 요즘 대세인 블로그 마케팅을 등에 업고 손님 몰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형태의 싸구려 마케팅은

장기적으로 식당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자문이 들어올 때는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편입니다.

 

물론, 지금은 마케팅이 필요한 시대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만, 중요한 건 마케팅 수단과 전략화일 것입니다.

블로그와 SNS를 통한 마케팅이 마케팅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그것이 일시적인 효과를 보기에는 탁월할지 몰라도 앞으로의 노포가

될 만큼 평생직장으로 운영하고자 한다면, 자기만의 색을 갖추고 맛을 창조하려는 열의와 성의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얼쑤는 나름의 비법과 제철 식재료의 공수해 한정된 메뉴, 한정된 양으로 승부하니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주점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록, 주안상을 양껏 취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에게는 맞지 않지만, 잘 빚은 술과 제철 음식의 균형진 맛을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시간과 정성은 맛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본질을 새삼 느끼게 해 줄 곳으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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