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섬 벵에돔 낚시(하), 만추의 2박 3일 제주도 낚시


 

 

지난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못 보신 분들은 링크를 클릭 → 형제섬 벵에돔 낚시(상), 수면에서 춤추는 벵에돔 낚아내기

 

수면으로 피어오른 벵에돔은 씨알이 잘아도 곧잘 손맛을 안겨주지만, 콸콸 흘러가는 본류대이다 보니 대여섯 명이 한 자리에서 로테이션 없이 낚시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수 미터씩 떠내려가니 원할 만큼 흘리지 못하고 특히, 조류 상류 쪽에 자릴 잡은 일행은 다른 꾼들과 채비가 엉키면서 공략은 극도로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관탈도에서 잃어버린 밑밥통의 여파 때문에 이날급히 빌린 밑밥통 하나로 두 사람을 커버해야 한다는 점도 공략에 한계를 불러옵니다. 이쯤 되니 제아무리 벵에돔이 수면으로 피어올라도 원하는 지점에 원할 만큼 흘려서 낚아내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오후로 들어서기 시작한 형제섬, 제주 사계리

 

맞은편으로 포인트를 옮겼다.

 

벵에돔 씨알이 잘고, 주 포인트에서 밑밥이 지속해서 들어갔을 때 이쪽은 허당일 확률이 높지만 안 잡히더라도 낚시는 쉽고 편하게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고전 중이던 상원아빠님과 함께 맞은편 자리로 옮겼습니다. 

넙데기는 양방향 모두 공략할 수 있지만, 주 포인트는 서귀포를 바라본 홍합여 부근에서 형성됩니다. 반대편은 씨알이 잘고 잡어가 많아 

좋은 조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서로에게 불편을 끼치면서 낚시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날은 주말이라 넙데기에 많은 인원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조류 방향이 평소와 달리 역방향으로만 흐르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자리 선점도 먼저 내린 현지꾼들에게 밀려나 불리한 곳에서 하게 되었으니, 아무리 수일 전에 예약해도 그 사이에 예약자가

늘면 여섯 명이든 일곱 명이든 함께 내려서 서로 부대끼며 낚시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가 이곳 넙데기입니다. 그래서 형제섬 넙데기는

외지꾼들에게 쉽지 않은 포인트입니다. 이럴 때마다 다음부터는 새벽 출조보다 상대적으로 한가로운 오후 출조를 노리고, 주말보다는

평일에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굴뚝 같지요.

 

 

물이 맑아 수중에서의 상황을 꿰뚫어보면서 낚시 중이다

 

밑밥을 몇 주걱 넣어 분위기를 살피는데 웬걸요. 여기도 벵에돔이 바글바글 피어오릅니다.

물이 맑으니 수심 3~4m의 상황까지 모두 보이는데 다수의 자리돔과 다수의 범돔이 수면 가까이 피어오르면 그 뒤로 벵에돔들이

뒤따라 피어오르지만, 맞은편과 달리 수면까지 피어오르지는 않고 수심 2~3m 정도에서 밑밥을 받아먹으며 조류를 타고 흘러갑니다.

이곳도 조류가 빠르기는 마찬가지라 밑밥을 최대한 조류 상류에 2~3주걱을 투척하고 그보다 조금 하류 쪽에다 캐스팅합니다.

흘러가는 밑밥 띠에 미끼가 함께 동조되면서 들어가는 상황도 눈으로 살피면서 낚시할 수 있으니 초심자가 배우면서 낚시하기에는

적당한 상황입니다. 이어서 목줄이 정렬되면 수중쿠션이 찌에서 떨어질락 말락 하는데 이때 쭉 잡아당기는 입질이 들어옵니다.

 

"왔다"

 

 

범돔은 입이 작아서 히트율이 낮고, 자리돔이 덤비는 수면을 뚫고 내려가면, 그 뒤부터는 십중팔구 벵에돔이 덤비면서 1타 1피에

가까운 타작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역시나 씨알은 민망할 정도로 작아요. ^^; 지금은 어쩔 수 없습니다.

원하는 자리에서 원하는 곳으로 흘리고 싶지만, 서로 엉키면서 낚시하는 것 보다는 씨알이 잘아도 맘 편히 즐기는 게 나으니까요.

 

 

제가 원했던 자리는 이쪽 가파도가 보이는 자리. 이쪽에 선 현지꾼들이 25cm 전후의 벵에돔과 독가시치를 낚아내는데 몇 번은 발 앞에서

큰 녀석이 무는지 연신 터트립니다. 아이고 아까워라. 저걸 내가 받아냈어야 하는데 ^^;

 

 

표준명 돌돔

 

한편, 저와 함께 자리를 옮긴 상원아빠님도 이제야 낚시하기가 수월해졌는지 벵에돔과 돌돔의 입질을 연달아 받습니다.

 

 

표준명 범돔

 

가끔 채비가 내리지 못한 채 조류에 떠밀릴 때면 이런 녀석이 물고 올라오기도 합니다.

 

 

표준명 벵에돔

 

밑밥을 뿌리면 요만한 씨알이 시커멓게 덤벼드니 감당이 안 됩니다. 그러니 1타 1피가 늘 즐거운 것은 아니지요.

서울에서 여기까지 날아와서 잔 씨알과 노닥거리길 바라는 꾼은 아마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감안하고 즐겨야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정신 건강상 즐거운 낚시를 하고 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낚인 벵에돔은 얼굴 생김새가 묘합니다.

다른 벵에돔과 약간 다른 인상인데 요 녀석은 좀 어벙벙해 보이네요. 아마도 기형인 듯.

 

 

포인트 앞자리는 자리돔, 범돔, 잔 씨알 벵에돔이 시커멓게 달려드는 상황이어서 저는 조금 멀리 깊은 곳을 노리기로 합니다.

조류가 워낙 빠르니 수면에서 2~3m 동조에도 g2 봉돌을 두 개나 분납해야 했는데(조류가 대마도 선상낚시 수준) 이번에는 5~6m

수심층에서의 동조를 위해 봉돌을 더 무겁게 달아 채비 내림에 속도를 붙이고 멀리 70m까지 흘려봅니다.

 

 

형제섬 안테나여

 

오전에 길성호를 타고 들어온 개인 손님은 맞은편 안테나여에서 잔씨알 벵에돔으로 손맛 보고 있습니다.

넙데기에 대여섯 명씩 내려서 밑밥을 뿌려대면, 안테나여에서는 천상 붙박이 벵에돔이나 노릴 수밖에 없습니다.

씨알 굵은 긴꼬리를 노리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뒤를 돌아보니 물이 많이 찼고, 대물 몇 방 터트린 이후로는 소강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빠진 자리에는 아일락님이 들어와 홀로 분투 중입니다.

 

 

동시에 입질 받아 동시에 랜딩하자 똑같은 씨알의 독가시치가 올라온다.

 

오히려 지금은 우리가 선 쪽에서 입질이 잦는데 대부분 독가시치 아니면 잔 씨알의 벵에돔이지만, 이 소강상태에서 이런 손맛이라도

볼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맞은편에 선 아일락님도 꾸준히 입질 받는 중인데 이번에는 뺀찌를 올립니다.

 

 

먼 곳으로 흘려도 보고, 좀 더 깊은 수심층도 노려봤지만, 아예 입질이 없어 다시 근거리를 공략하자 계속해서 독가시치가 물고

늘어집니다. 이 녀석이 보기에는 이래도 손맛은 벵에돔을 능가할 만큼 지구력이 좋습니다. 다만, 뒤처리하기가 좀.  

 

 

이어서 황줄깜정이가 특유의 꼬랑내가 나는 배설물을 흘리며 올라옵니다.

황줄에 따치에 아무래도 지금은 대물 벵에돔이 낚일 만한 여건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여건이라는 것은 아예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포인트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데도 우리가 모르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가령, 맞은편에서 낚시하던 현지꾼들이 대물 몇 방을 터트리고 나서 낚싯대부터 원줄까지 교체한 것도 그렇고요.

결과적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지만, 대물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걸려들기 때문에 우리의 방심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그때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낚아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어쩌면 제가 선 포인트에서도 대물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그걸

놓치지 않기 위해 한 가지 공략만 고집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날은 저의 완패입니다.

그 완패는 채비와 공략을 떠나 출조 계획부터 포인트 선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의미하겠지요.

 

 

PM 12:00, 낚싯대를 접는 상원아빠님

 

아마도 상원아빠님은 이날 많은 경험을 했으리라 봅니다. 평소 접하던 내만권 벵에돔과 전혀 다른 조류를 접했고, 수면으로 피어오른

벵에돔을 만난 것도 처음일 것입니다. 피어오른 벵에돔을 공략하는 데 반드시 목줄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확실히 마릿수

대응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목줄찌가 없어도 피어오른 벵에돔을 낚기에는 지장 없습니다. 다만,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하겠지요. 

당시에는 뼈아픈 시행착오였지만, 그런 경험이 쌓이면 내실을 다지게 될 것이고 다음에는 더 나은 조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고, 누구든 해당하겠지요. 

 

 

그래도 아쉽습니다. 모처럼 시간 내서 온 2박 3일 제주도 낚시를 이렇게 끝내야 한다니.

시간은 20~30분이 남았고 대부분 낚싯대를 접는 분위기지만, 저는 남은 밑밥을 소진할 때까지 몇 번 더 흘려볼 참입니다.

이후 잔 씨알의 벵에돔을 두 마리 정도 낚고 정리에 들어갑니다. 이날 형제섬 낚시는 제주촌놈닷컴의 아일락님과 함께 하면서 그분이

찍어준 사진이 조행기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함께 한 상원아빠님도 촬영을 도와주셔서 셀카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진을 잘 찍어주는 사람과 동출하면 제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우리는 모두 빠져나가지만, 이제 막 들어온 저분은 홀로 넙데기에서 해가 질 때까지 오후 낚시를 즐기겠군요.

이후에 한두 사람이 더 들어올 수도 있지만, 그래서 넙데기는 오전보다 상대적으로 한가한 오후 낚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철수 배에 오릅니다. 이후 우리는 근방에서 점심을 먹고 곧장 제주시로 올라가 사우나를 마친 뒤, 동문시장까지 둘러보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2박 3일간 낚은 조과의 절반

 

첫날 섶섬으로 시작된 낚시는 관탈도(이날은 밑밥통이 너울에 쓸려가 낚시를 제대로 못 했지요.)를 거쳐 형제섬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2박 3일 동안 낚시하면서 가져온 것보다 방생한 게 더 많았지만, 나름대로 즐거웠습니다. 관탈도에서 당한 아찔한 순간만 빼고 말이죠.

이렇게 잡은 조과는 상원아빠님과 정확하게 반씩 나눠서 가져왔습니다. 돌돔과 감성돔, 벵에돔은 우리 딸내미 이유식으로 사용하고,

부시리는 생선가스로 튀겨먹기 위해 포를 발라 넣어두었습니다. 마지막으로 2박 3일 동안 고기를 싱싱하게 보관해준 구엄포구의 서진낚시

사모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10월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출조를 거의 못했는데 다가오는 11월에는 더 많은 출조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조행기가 예전보다 많이 짧아졌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지면이 준 점도 없잖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검색 경쟁력 강화와 함께 데스크탑 PC 접속률이 떨어지고 모바일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스크롤 압박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현재의 블로그는 모바일 사용자와 SNS에 눌려있어 모바일로 접속했을 때 블로그의 로딩 속도와 긴 글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놓였습니다. 다만, 긴 스크롤은 지양하되, 내용의 전문성과 충실함은 잃지 않는 선에서 꾸준하게 글을 써 나가는

끈기가 필요한 시점이라 글의 호흡을 조금 짧게 가져가는 것이니 이점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형제섬 출조 문의

동명호 : 011-697-8336

길성호 : 011-9663-7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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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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