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돔 낚시를 마치고 나면 항상 떠오르는 의문점이 있는데 그날 조과가 어떠했든 의문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꽝을 칠 때도, 1~2마리 잡았을 때도, 3~4마리 잡았을 때도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의문점 하나. 

 

"내가 과연 올바른 방법으로 낚시했을까?"

 

처음 감성돔 낚시에 입문할 당시에는 입질을 받지 못한 원인을 자신의 채비와 수심 설정 탓으로 돌리곤 했지만, 낚시를 꾸준히 배우고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채비와 수심에 확신을 갖습니다. 채비에 이상이 없고 수심도 이상이 없는데 입질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는 포인트 내에 감성돔이 들어오지 못한 것이고, 둘째는 포인트 근방에 감성돔이 들어왔지만, 그곳을 정확히 캐치하지 못한 채 엉뚱한 곳만 공략한 경우입니다. 전자는 그날의 수온, 물색, 포인트 환경, 그리고 철수할 때 다른 조사의 살림망을 확인해 봄으로써 충분히 알 수 있지만, 후자는 포인트를 보는 선경지명이 필요하므로 어느 쪽이든 조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간파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감성돔이 있을 만한 자리를 찾아내는 방법은 FTV나 유트뷰의 동영상을 통해 충분히 습득할 수 있고, 저의 지난 글에도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어설프게 1~3마리를 낚은 경우입니다. 마릿수라 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조과. 그래서 이런 조과를 보일 때 저는 과연 올바른 방법으로 낚시했는지 의문을 갖곤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가령, 감성돔을 2마리 낚았을 때 "과연 포인트 내에 들어온 감성돔이 2마리뿐이었을까?"하는 기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그날 나의 감성돔 낚시 방법이 최선이었다. 혹은 최선이 아니었다를 가려내는 것이며, 더 나아가 낚시 방법과 밑밥의 품질 지점을 세밀히 다듬어서 더욱 정확한 낚시를 구현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두미도에서 낚은 감성돔입니다. 첫날은 상원아빠님이 횡조류에 찌를 끝까지 흘려서 잡은 4짜 감성돔입니다. 이 감성돔을 A라 가정합니다.

 

 

위 사진은 둘째 날 제가 낚은 4짜 감성돔입니다. 이 감성돔을 B라고 가정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번째 감성돔을 낚았는데 이를 C라고 가정합니다. A 감성돔은 살려서 가져가기 위해 낚시점에 부탁해 망태기에 넣어둔 상태입니다. B와 C는 잡자마자 라이브웰에 넣어 항으로 살려왔습니다. 여기에 전날 잡아둔 A 감성돔을 합사해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도착해서 살피니 세 마리 모두 팔팔하게 살아있었으며, 라이브웰에는 약간의 찌꺼기 외에 이렇다 할 배설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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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감성돔의 위장

 

여기서 저는 A와 B 감성돔을 상원아빠님께 횟거리로 드리고, C를 집으로 가져와 곧바로 배를 땄습니다. 위 사진은 C 감성돔의 위장인데 보시다시피 약간의 압맥과 밑밥 크릴로 가득 찼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제법 큽니다. 적어도 C 감성돔이 포인트 내에서 밑밥 크릴로 배를 채우는 동안 미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상황은 안으로 들어오는 조류임을 감안해 15m 전방의 어느 한 지점에다 가상으로 가로세로 1m 크기의 박스를 만들어 그곳에다 꾸준히 밑밥을 넣었습니다. 해당 수심은 6~7m였기 때문에 밑밥 크릴이 가라앉으면서 6~7m 혹은 그 이상 안쪽으로 들어와 바닥에 쌓였을 것으로 추정했고 예상대로 그 지점에서 정확히 B 감성돔의 입질을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C 감성돔은 그보다 더 앞쪽인(전방 6~7m, 수심 4~5m) 지점에서 받아냈기 때문에 B 전유동이었던 제 채비는 미끼와 목줄 일부가 바닥에 누운 상태였고 감성돔이 밑밥을 주워 먹다가 제 미끼를 먹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근방에 밑밥이 제법 쌓여있음을 의미하기에 애초 생각했던 지점보다 훨씬 앞쪽에 포인트가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말해줍니다. C 감성돔이 그렇게 배를 채우는 동안 제 미끼는 녀석의 눈에 발각되지 않았으며 이는 낚시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말해줍니다.

 

한편, A와 B 감성돔을 가져간 상원아빠님의 증언은 위장에 크릴이 거의 들어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배를 딴 시점이 집에 도착하고 나서 기포기로 하루를 더 살려둔 후였기 때문에 라이브웰에서 1~2일을 족히 보낸 A와 B 감성돔의 위장은 비교적 깨끗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크릴이 소화된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크릴로 배를 불린 적이 없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감성돔이 좋아하는 먹잇감은 김과 홍합(담치), 따개비입니다. 그다음이 새우와 게이며, 사실 남극해에서 온 크릴은 감성돔에게 낯선 먹잇감입니다. 다만, 갑각류를 즐기는 식성이 있어 통할 뿐이지요. 이들 먹잇감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건 크릴입니다. 그만큼 소화가 빠르겠지요. A와 B 감성돔은 잡힌 지 2~3일이 지난 시점에서 배를 땄기 때문에 위장에 남은 내용물로 낚시 방법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지만, 적어도 C 감성돔은 그날 바로 배를 땄기 때문에 아직 소화되지 않은 밑밥 크릴이 가득 들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C 감성돔을 잡았을 때 상황을 유추해 본다면, 썩 효율적인 낚시를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겠지요. 어쩌면 제가 생각했던 입질 지점보다 더 앞쪽으로 밑밥이 쌓이면서 포인트 내로 들어온 몇 마리의 감성돔이 밑밥만 주워 먹고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조류의 유속을 고려해 품질 지점을 정하고, 바닥에 쌓이는 지점도 보다 정확하게 집어내 미끼를 그 근처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낚시 방법을 구현해야 할 것입니다.

 

감성돔은 벵에돔과 달리 입질 수심층이 바닥에 가까워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단서가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그만큼 머릿속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낚시해야 하는데 그 상상력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확도가 더해졌을 때 비로소 포인트 내로 들어온 감성돔을 마릿수로 솎아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그날 낚은 감성돔으로 회를 칠 때 위장을 유심히 관찰해보세요. 압맥이 들어있는 건 상관없는데 밑밥 크릴이 가득 들었다면, 그것은 밑밥 동조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포인트 내로 들어온 몇 마리의 감성돔 중 운 좋게 1~2마리 잡아낸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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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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