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작은 괴물


 

 

페이스 허거 대게에 감염된 입질의 추억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는 대본을 외울 정도로 열광하며 좋아했다. 에일리언을 디자인한 'HR 기거' 역시 좋아한다. DVD 무삭제판도 소장 중이니 이쯤이면 에일리언 마니아다. 에일리언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꿈에서 에일리언을 만날 날을 고대하기도 했다. 한 마리가 아파트 단지에 떨어지면서 세상이 지옥으로 변하는 과정을 혼자 상상하기도 했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에일리언 한 마리가 튀어나오는 상상에 혼자 즐거워하다가 아내에게 들켜 손가락으로 귀 주변을 돌리는 시늉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나는 꿈에서 에일리언의 숙주가 돼 가슴에 품고 있을 체스터 버스터를 적출하는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그걸 악몽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서 아내로부터 병원에 가보라는 말까지 들었다. 에일리언은 80년대 한국에 첫 상영할 때부터 3편까지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보았기에 더욱 기억에 남았을런지도 모른다.

 

비록, 에일리언은 아니지만 내 안에 작은 괴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을 제거하려면 배에 구명을 3개나 뚫는 복강경을 해야 한다. 수술을 기다리는 20여일 동안은 심리적으로 그리 편치 못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전신마취라 긴장이 됐고, 무엇보다도 수술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받을 심리적 데미지가 우려됐다. 다행히 병원측은 90%의 성공률이라 하였고, 나는 나보다 더욱 어려움에 처한 환자의 사례를 보면서 스스로 위안삼았다. 전국에서 가장 큰 병원 중 하나인 곳에서 수술을 맞이하는데 다른 수술 환자를 보니 내 병은 병도 아니더라. 완치가 어려운 중병 환자를 보며 자신을 위로하는 모습이 죄를 짓는 것 같았고 그들에게 죄송스러웠다. 수술은 두 시간 진행됐고 차도가 좋아져 3일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병명은 요관 결석이다. 콩팥과 방광을 잇는 요관은 고작 4mm 정도인데 거기에서 1.8cm 크기의 돌이 적출됐다. 요관은 늘어나있었고 콩팥은 부었다. 몇 년 동안 키워졌을지 모를 내 안의 작은 괴물은 그렇게 제거됐다. 앞으로 2~3주후 내시경으로 요관 부목을 제거할 때까지는 몸 조심하란다. 무거운 짐을 들거나 배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되니, 당연히 낚시도 금지다. 이제 큰 숙제는 해결했지만, 앞으로 꿈에서 나올 에일리언이나 그것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라도 한다면, 아마도 그때는 까무라치면서 깨어날 것 같다. 수술은 역시 할 만한 게 못 된다. 

 

'생활 정보 > 일상과 생각,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무가내 저작권 침해, 그중 최악의 사례는?  (29) 2016.01.26
굴밥  (2) 2016.01.22
수술합니다.  (74) 2016.01.17
스파게티를 처음 맛본 딸  (17) 2016.01.13
5짜 벵에돔과 신년의 다짐  (6) 2015.12.27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74)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3)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3-28 22:34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