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하고 짜릿한 손맛, 겨울 대마도 선상 벵에돔 낚시


 

 

※ 이 글은 블로그에 올리지 않은 미공개 조행기로 <월간낚시21> 2월호에 실린 내용을 보기 쉽게 편집하여 올립니다.

 

작년(2015년) 강한 엘리뇨로 인해 연안의 평균 수온이 평년보다 1~3도 가량 높아 영등철도 다소 늦어지는 듯하다. 이 때문에 통통하게 살 오른 초등 감성돔 시즌도 늦고, 대물 벵에돔 시즌도 늦어졌다. 해마다 12월이면 4~5짜에 이르는 긴꼬리벵에돔이 갯바위 가장자리까지 들어와 먹이활동을 하지만, 작년 12월에는 대마도 북단부터 미네만에 이르기까지 갯바위 시즌이 늦어져 선상에서의 손맛으로 대신해야 했다. 설상가상 가는 날부터 한파가 겹쳐 부산을 비롯해 대마도까지 체감 온도는 영하로 떨어지며 낚시를 어렵게 했다. 강력한 서풍이 미네만을 강타해 일부 손님은 동쪽이나 남쪽으로 포인트를 옮기기도 했다. 그러다가 하루는 바람이 잦아들어 모처럼 선상낚시를 하게 되었는데 갯바위에서 오후까지 낚시하다가 느지막이 옮겨타다 보니 낚시 시간은 두 시간 뿐이었다. 그런데 벵에돔 입질이 이 시간 안에 집중되면서 숨가쁜 낚시가 전개되었다.

 

 

미네만을 나서며

 

빅마마 대표께서 첫 수를 올린다.


#. 이날 사용한 장비와 채비
로드 : 1-7호 벵에돔, 참돔용 낚싯대
릴 : 5000번 드랙 릴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4호
찌 : 마이너스 g2 기울찌와 쯔리겐 조수 직결 스토퍼
목줄 : 토레이 슈퍼엘 EX 4호
바늘 : 긴꼬리벵에돔 9호
봉돌 : B봉돌 2개와 g2봉돌 1개로 가감

 

이날 선상 낚시는 대마도 낚시 민숙 ‘빅마마’의 대표인 정호룡 사장님과 서울에서 함께 내려온 블로그 독자(닉네임 엘라) 전희용님과 함께 시작했다. 낚시를 시작하니 이미 오후 3시 반. 철수 시각까지 두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아 갯바위에서 미리 선상 채비를 만들어 놓고 배에 올라타 닻을 내리자마자 목줄과 바늘을 달고 시작했다. 이곳 미네만에서의 선상낚시는 조류 방향과 유속이 관건이. 조류가 해안선을 따라 횡으로만 흘러준다면 어느 정도 조과가 보장되지만, 만약 먼바다로 나가거나 갯바위 쪽으로 말려 들어간다면 입질 받기가 쉽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조류가 멈추거나 밀어내는 물심이 약해 이리 돌고 저리 도는 경우인데 처음 채비를 흘렸을 때가 딱 이랬다.

 

미적지근하던 조류는 그나마 방향성을 갖고 해안선 쪽으로 흘러가주었는데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 나는 마이너스 G2 기울찌를 세팅했기에 목줄에는 g2 봉돌 하나만 물려 서서히 가라앉혔다. 입질이 들어올 만한 예상 수심층인 4~5미터 권에 채비가 다다르면, 뒷줄을 잡았다 놓기를 반복하면서 꾸준히 공략 수심층에 머물며 흘러가도록 했다. 하지만 먼저 입질이 들어온 쪽은 3B 막대찌를 사용한 빅마마 대표다. 물심이 약한 만큼 입질도 약은데 그것을 눈으로 보고 채기에는 막대찌만 한 것도 없으니 이런 상황에서는 탁월한 선택이다.

 

 

 

잡은 고기는 일본인 선장이 갈무리해준다

 

이어서 내게 약은 입질이 들어왔는데 잠길찌라 눈으로 보고 챌 것이 없어, 뒷줄을 팽팽히 잡고선 수시로 줄을 당겨서 느껴지는 입질로 챔질 타이밍을 잡아냈다. 이런 식으로 몇 수를 거두었는데 물발이 약해서인지 씨알은 25cm급이라 캐치앤 릴리즈로 이어나갔다. 아직 물칸에는 고기가 없는 상태에서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조류가 적당한 유속으로 흐르며 바다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제법 굵은 씨알의 벵에돔이 미끼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입질을 받지 못했던 엘라님이 모처럼 파이팅에 들어갔다

 

 

잔씨알 벵에돔으로 포문을 연다

 

대물 벵에돔인 줄 알았다가 대물 독가시치가 올라와 탄식이 쏟아지고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 반. 철수 시각이 한 시간 앞으로 훌쩍 다가왔을 즈음 갑자기 조류가 살아나면서 북쪽 해안선을 따라 유유히 흘러간다. 이것으로 고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35~40cm급 긴꼬리벵에돔이 연거푸 낚이며 타작의 신호탄이 터질 때 엘라님의 낚싯대가 크게 휘여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고 힙겹게 수면에 띄우는데 검푸른 색이어야 할 고기가 노랗다.

 

“독가시치가 왜 이리 커”라며 탄식이 쏟아지고,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벵에돔이 낚일 때 스풀에 댄 손가락을 탁 치면서 후루룩하고 빨려나가는 원줄. 줄 나가는 속도로 보아 보통 씨알이 아님을 직감했다면, 베일부터 닫아서 낚싯대가 힘도 쓰지 못하고 뻗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은 면해야 할 것이다. 여유를 갖고 대를 세우며 베일을 닫자 턱 하는 둔탁한 걸림이 팔꿈치를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대물과의 파이팅이 시작되었다.

 

 

1번대까지 휘어지는 묵직한 손맛을 보는 필자

 

오랜만에 묵직한 손맛을 보게 된 나. 일단 뭐가 됐든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세를 고쳐 잡고 펌핑을 시작했다. 짓누르듯 파고드는 힘에서 대물을 직감했으나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끌어올렸다. 중간에 몇 차례 더 파고들면서 짜릿한 손맛을 주지만, 선상이기 때문에 드랙은 가장 큰 힘을 쓸 때 조금만 풀리도록 다소 빡빡하게 조여놓았다. 이윽고 수면에 떠오른 녀석은 한눈에 봐도 빨래판에 가까운 벵에돔이었다. 이왕이면 긴꼬리였음 좋으련만, 오히려 긴꼬리보다 구경하기 어려운 5짜 벵에돔이 뜰채에 담겼다.

 

 

 

5짜급 벵에돔을 낚은 필자

 

활짝 들어올리자 빵 좋은 벵에돔의 묵직함이 양손으로 전해지고, 이어서 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벵에돔 낚시는 순발력과 빠른 동작, 군더더기 없는 뒤처리와 일련의 캐스팅 과정에서 더 많은 마릿수를 확보할 수 있지만, 촬영이나 취재가 목적이라면 아무래도 마릿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하는 각도에서 사진 촬영을 부탁하느라 한창 입질이 쏟아질 때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던 것.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이 일이 내게는 천명인 것을.


 

한동안 입질을 못 받아낸 엘라님이 모처럼 큰 입질을 받아냈다

 

문제는 이러한 입질도 사람을 가려가며 쏟아진다는 거였다. 벵에돔 낚시 경험이 적은 엘라님에게는 도통 입질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애를 태우고, 나는 이러한 원인을 밝혀 다 같이 손맛을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채비 점검에 들어갔다. 그 결과 봉돌의 가감이 변화하는 조류 속도에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B봉돌 하나를 더 물릴 것을 주문했다. 조류의 유속은 시시각각 다르고 이때는 점점 빨라지고 있어서 이때마다 봉돌을 추가하며 적절한 채비각, 채비내림의 속도를 유지해야 벵에돔의 입질 수심층에 도달할 수 있는 거였다.

 

이날 벵에돔의 입질 수심층은 약 4~6m권이므로 전방 30~40m로 흘러간 채비가 4~6m 권에 도달하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비효율적인 낚시가 전개될 수 있다. 엘라님의 채비는 유속에 비해 가벼워서 채비가 내려가다 만 상태로 유유히 흘러나갔을 확률이 높았다. 예상대로 B 봉돌 하나를 물리자 미끼가 밑밥띠와 동조되면서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지 B봉돌 하나의 차이지만, 갯바위는 물론 선상에서는 매우 큰 차이로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연신 후루룩 가져가는 시원한 입질에 25~35cm급 벵에돔을 올리던 엘라님의 낚싯대가 이번에는 크게 휘었다. 첫 눈에 봐도 대물임을 직감했고, 드랙은 연신 역회전하며 굉음을 낸다. 선장은 ‘혹시 마다이(참돔)인가?’라 하였고 엘라님은 다소 헐겁게 조인 드랙을 조정하며 펌핑에 열을 올렸다. 

 

 

5자급 벵에돔을 품에 안기다

 

가파도에서 넙지 농어를 주로 잡는 엘라님이 찌 낚시를 배우기 시작한 건 일 년 남짓한 일이다.벵에돔 낚시 경험이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은 편이지만, 예전에 30년 동안 붕어 낚시하던 감각이 있어 채비 내림과 입질을 포착하는 감각이 남다르다. 생애 첫 벵에돔 출조에서 낚은 첫수가 43cm인 만큼 어복이 좋은 그에게 이번에 낚은 5짜 벵에돔은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이후 빅마마 대표님과 내가 몇 수를 더하면서 짧고 굵었던 선상 낚시를 마무리했다.

 

 

 

일몰을 뒤로하고 철수하는 갯바위 꾼

 

 

계측하니 48cm가 나왔다

 

한눈에 봐도 오짜인 줄 알았는데 선착장에 도착해 재보니 48cm가 나온 걸 보아 오짜가 넘어가는 벵에돔이 귀물임을 새삼 느꼈다.

 

 

약 한 시간 동안의 선상 조과

 

약 한 시간 동안 받아낸 입질로 씨알이 30~48cm로 준수한 편이다. 12월 중순인 이때, 무엇보다도 갯바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이런 씨알급 벵에돔이 쏟아진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갯바위에서도 조황이 폭발할 조짐으로 보였다.


 

짐 정리하고 나오니 회 뜨기가 한창이다

 

 

사모님 요리 솜씨가 빛을 발한 대물 벵에돔 양념찜

 

 

맛이 오를 대로 오른 겨울 벵에돔 회

 

이케시메(신경 죽이기)

 

집으로 돌아가는 날, 잡아둔 벵에돔을 모두 꺼내 손질에 들어갔다. 전날 선상낚시의 조과로 친구들에게 횟감을 가져가겠다고 호언장담한 엘라님이 체면을 살릴 수 있었고, 그 체면에 힘을 싣어주고자 나는 이케시메(척수 마비)로 횟감을 마련해주었다. 이케시메는 선어회 문화 중심인 일본이 발상지로, 가늘고 뻣뻣한 스테인레스 철심을 이용해 척수를 긁어내 제거하는 고난도의 기술이다. 이케시메는 생선의 사후경직 속도를 대폭적으로 늦출 수 있어, 장시간 공수해 가져와야 할 선어(숙성)횟감의 식감을 무르지 않도록 해준다. (조만간 '월간낚시21'에서 이케시메에 관해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 대마도 선상 벵에돔 낚시 팁

대마도의 겨울 벵에돔 시즌은 12월부터 시작해 3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관건은 날씨. 한파와 북풍이 심하게 부는 날만 피해서 온다면, 이미 그 출조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겨울에는 물때보다 일기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1~2월에는 한창 시즌인 만큼, 씨알 굵은 긴꼬리벵에돔으로 쿨러를 채워오는 일이 결코 꿈 같은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채비 선택을 잘 해야 한다. 갯바위에서 권장 채비는 1.2~1.5호 5.3m 낚싯대에 2500~3000번 LB릴, 5~7호 벵에돔 전용 바늘, 2~2.5호 원줄, 1.7~3호 목줄까지 낚이는 씨알에 따라 두루두루 쓰인다.

 

어신찌는 0찌보다, g2~B찌로 중하층을 더듬을 수 있어야 하고, 바람이 불어 채비가 밀린다면, 0c, 00, 000호를 사용해 찌를 수면 아래로 잠기는 타입이 유리하다. 입질이 뜸하거나 날씨가 좋지 못하면, 과감하게 5B~0.8호 반유동 채비로 철저히 중하층을 탐색하는 방법이 겨울철에는 유효하다. 선상낚시 권장채비로는 1.7호 5.3m 낚싯대에 5000~6000번 드랙릴, 원줄 4~5호, 목줄 4~5호, 8~12호 정도의 긴꼬리 전용 바늘, 마이너스 부력을 가진 g2~B찌(조류가 너무 세면 찌를 생략해도 된다.), 조류가 느릴 땐 3B 막대찌가 유리하며 채비는 매듭 없는 전유동이 기본이다. 목줄 길이는 3m가 적당하며, 변화하는 조류의 세기를 보면서 수시로 봉돌을 가감하고, 처음 캐스팅 시 줄을 수 미터 정도 방출해 두어야 채비 가라앉히기가 수월하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취재 협조 및 대마도 낚시 문의
빅마마 피싱 리조트(051-518-8885, (010-9314-6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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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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