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3), 미지의 도보 포인트 낚시, 10시간의 망중한


 

 

 

대마도 첫날 저녁 식사

 

그날 밤, 짧은 낚시를 마치고 서둘러 밥상에 앉았습니다. 술 한 잔 주거니 받거니 하며 감성돔 채비에서 마지막 캐스팅에 얻어걸린 82cm급 대광어가 회자되면서 말이지요. 광어는 물칸에 잘 살려뒀습니다. 행여나 기력이 쇠하다 죽어버리진 않을까 염려됐지만, 그 작은 바늘이 입술에 걸린 탓에 별다른 데미지 없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일정이 끝나는 일주일 동안 온전한 상태로 살려두려면 중간에 전갱이라도 잡아서 넣어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 꾼들의 조과가 좋든 좋지 못하든 늘 예비 식량 차 물칸에 확보해 둔 벵에돔은 이렇게 회로 썰어 나옵니다.

 

 

미네만에서 양식 중인 가리비가 구이로 나옵니다. 가리비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지만, 다음 기회로 ^^

 

 

이건 맥주 안주로 그만입니다.

 

 

옆 테이블 손님이 가져온 대게인데 살만 발라 먹다가 껍데기를 내어주자 참기름 향이 솔솔 나는 게장 볶음밥이 되어 나왔습니다.

 

 

다음 날 오전 8시, 어느 도보권 포인트에서

 

대마도 낚시 2일 차부터 쉽지 않은 난항이 예상되었습니다. 여전히 초속 15m/s의 서풍이 서쪽 해안과 미네만을 강타하고 있어 배가 뜰 수 없는 상황에 몇몇 팀은 서쪽으로 도보 낚시를 갔고, 우리는 차량으로 30분 정도 이동해 대마도 동쪽 갯바위에 왔습니다. 함께한 성준씨가 지난달 이곳에서 낚시한 경험이 있다면서 추천했는데 가는 길이 다소 험하다는 게 흠입니다. 포인트는 여기서 몽돌밭을 지나 사진에 보이는 곳부리를 돌아나가야 합니다. 저야 소싯적에는 이 정도 거리를 우습게 알고 다녔지만,   

 

 

문제는 짐. 것도 종일 낚시에 해당하는 밑밥을 짊어지고 가야 합니다. 성준씨가 젊은 힘으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졌는데 저 라이브웰에는 밑밥통과 함께 여분의 크릴과 파우더까지 들었습니다. 그 무게가 자그마치 20kg,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들어보니 군시절 완전군장보다 더 무거운 느낌이더군요. 그리고 앞에 가이드께서 라면과 도시락이 든 바구니를 포인트 근처까지 들어다 줍니다. 저는 하나로 합친 낚시가방과 밑밥통을 들고 등에는 배낭을 목에는 카메라를 맸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카메라를 배낭에 집어넣고 싶었지만, 위와 같은 장면을 찍기 위해선 목을 압박하는 카메라 무게도 감당해야 합니다. 안 그래도 목디스크가 있는데, 독자들에게 낚시의 상세한 과정을 보여주는 일은 매우 고달픕니다. ^^;

 

 

몽돌밭을 지나자 갯바위가 나오는데 그 풍경이 그림 같아서 이 장면을 끝으로 카메라는 집어넣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온전히 갈 수 있는 길은 여기까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저 곳부리를 돌아서 가야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암벽 등반을 해야 합니다.  (젊어야 갈 수 있는 포인트로군요.) 그런데 암벽을 잘 보면 친절하게도 꾼들이 설치해 놓은 밧줄이 보입니다. 그것도 3개나 달렸는데 짐이 없는 상태라면 저 정도야 사뿐히 건널 수 있지만, 이런 무지막지한 낚시 짐을 들고 저곳을 통과해야 하니 조금 먹먹하군요. 성준씨가 선발대로 몸만 건넜고 저는 뒤에서 짐을 하나씩 건넸는데 이렇게 하면 결국, 한 손으로 밧줄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짐을 날라야 하는 성준씨가 고생입니다. 저는 힘이 달려서 엄두가 안 나네요. ^^;

 

 

포인트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높은 자리로 올라가 지형을 살핀다

 

그래도 포인트에 도착해 풍경을 바라보니 고생해서 온 보람은 있군요. 지금쯤 서쪽으로 도보 낚시를 간 팀들은 정면이든 옆으로든 불어나오는 바람과 너울에 낚시를 제대로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씨알 좋은 벵에돔은 그런 상황에서 나오지만, 것도 사람이 낚시할 상황일 때나 가능할 것입니다. 서쪽 해안은 발판이 수면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아서 물때에 따라 한동안은 낚시가 불가합니다. 그래서 저는 차라리 힘들어도 이런 곳이 좋습니다. 오갈 때는 고생스럽지만, 일단 한번 들어오면 물때 상관없이 온종일 편안하게 낚시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이 자리는 사진에 성준씨가 앉아 있는 곳과 그 옆에 돌출된 곳부리에서 자리를 잡고 섬을 바라보고 던지면 됩니다. 지형을 보아 적어도 20~30m 반경 내에는 급격히 들어가는 수중턱이 보이지 않고, 완만한 수심대를 보이면서 해초가 무성히 자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물색이 너무 맑아서 씨알 굵은 벵에돔의 입질을 받아낼 수 있느냐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곳을 살피기로 했습니다. 제 눈에는 왼쪽에 난 갯바위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보다시피 조류가 복잡하게 얽혀 돌고 있었고, 군데군데 수중여도 보입니다. 만약, 조류가 먼발치에 보이는 곳부리쪽으로 흘러가 준다면, 근방에 밑밥이 쌓이면서 벵에돔을 묶어놓고 타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 자리부터 공략해 보기로 합니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1.5-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Z 2호(세미 플로트)

어신찌 : 쯔리겐 토너먼트 아크로 02 → 전유동 X원투 0호로 변경,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쯔리겐 울트라플렉시블 1.7호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5~6호 사용

 

토너먼트 아크로 02번은 0c에 해당하는 부력으로 처음부터 피지 않을 벵에돔을 위해 사용했지만, 몇 번 던져보니 가까운 곳은 물론, 먼 곳의 수심도 2~3m로 낮아 제로찌로 변경합니다. 봉돌은 늘 그랬듯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달지 않거나 달아도 g5~7 정도를 달아줍니다.

 

 

자리를 잡자마자 밑밥을 몇 주걱 주고 채비를 만드는데 잡어가 아예 피질 않습니다. 대신 밑밥 냄새를 맡고 온 갈매기 몇 마리가 수면에 대기 중이라 영 불안합니다. 그리고 불안감은 첫 캐스팅에서 터졌습니다.

 

 

첫 캐스팅을 연날리기로 시작한 필자

 

저는 분명 벵에돔 낚시를 즐기려고 이 먼 대마도까지 왔는데 전날 밤 마지막 캐스팅에서는 대광어가, 이날 첫 캐스팅에서는 갈매기가. 하필 낚은 갈매기도 어찌나 씨알이 큰지, 제압에 애를 먹었습니다. 하늘을 날던 녀석이다 보니 체력이 쉽게 지치지 않는군요.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겨우 끌어냈다 싶으면 다시 날아가고, 끌고 오면 다시 날아가는 식으로 2~3회 반복하니 이제는 체력이 지치는지 순순히 딸려옵니다. 사실 이런 조용한 포인트에서는 1호대를 써도 충분하지만, 갈매기가 워낙 극성을 부려서 갈매기 때문에라도 1.5호대를 꺼낸 것은 나쁘지 않은 판단 같군요. ^^; 조심조심 갈무리하고 갈매기를 놓아주자 동료 갈매기와 함께 이곳을 빠져나갑니다. 녀석들 한번 혼쭐이 났으니 당분간은 안 오겠지요.

 

 

그렇게 갈매기들이 떠나자 벵에돔이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씨알이 What the...

 

 

이건 또..(이것 때문에 애꿎은 바늘만 몇 개 헌납하고)

 

 

어랭이까지..

 

잠시 이곳이 거제 내만권인가 싶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해가 뜨고 지속해서 밑밥이 들어가면서 잡어 활성도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잡어 활성도가 살아나면 벵에돔도 피어오를 확률이 높지만, 잡어가 어랭이 뿐이라는 사실에서 낚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을 부여합니다.

 

 

해가 정면에 뜨면서 지형 파악이 더뎠는데 낚시하면서 성준씨와 지형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얻은 결론은 이러합니다. 발 앞에는 완만하게 들어가는 갯바위에 해초가 덕지덕지 붙었고, 그 뒤로 수심 3~4m의 수중골이 횡으로 이어지더니, 그보다 먼 곳은 오히려 길쭉한 여가 이어지고 있어서 수심이 낮고, 그 뒤로 다시 수중골이 이어지다가 다시 여덩이가 있는 마치 겹겹이 쌓은 페스트리 같기도 합니다. 채비와 밑밥은 수중골에 직접 넣어 벵에돔을 꼬드기는데 중치급이야 잡아내는 데 문제가 없지만, 만에 하나 4짜 이상이 입질하면 걸었을 때 제압이 까다로울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은 어느덧 10시. 조용하던 낚싯대가 바빠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 즈음입니다. 먼저 성준씨가 포문을 열었는데 설 걸렸는지 끌고 오다 바늘이 벗겨집니다. 그리 큰 씨알은 아니지만, 휨새로 보아 챙겨도 될 만 씨알로 보입니다.

 

 

이어서 연달아 입질을 받아내지만, 잔씨알급 벵에돔이 반기면서

 

 

이때부터 우리는 1타 1피 낚시를 이어갑니다.

 

 

던지기만 하면 수 초 이내 물고 들어가는 고활성을 보이면서도 낚이는 벵에돔은 대체로 손바닥만 한 씨알. 역시 1호대를 꺼내야 했나 싶을 정도로 탈탈거리는 손맛이야 실컷 봤지만, 이러한 현상이 한 시간 이상 지속되니 슬슬 지루함이 몰려옵니다. 당장에라도 던지면 무는 게 벵에돔이지만, 이런 씨알을 낚으려고 대마도까지 온 것은 아닐 테니. 해가 떨어질 때면 모를까, 지금은 이 자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자리를 원래 포인트로 옮깁니다.

 

 

좀 전에 잔씨알급 벵에돔이 연달아 입질했던 자리(사진의 X표)를 뒤로하고 본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밑밥을 넣고 반응을 보는데 잡어는 거의 보이지 않고 온통 벵에돔뿐.

 

 

문제는 죄다 이런 씨알. ㅎㅎ 원인은 그렇죠. 지금 이 시즌에는 동쪽보다 서쪽 조황이 월등히 좋습니다. 바람과 파도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점이 최대 복병이지만, 겨울 벵에돔은 대체로 수심이 낮은 여밭에 적당히 파도가 치고 포말이 이는 곳을 중심으로 놀기 때문에 비교적 조용하고 물이 맑은 동쪽은 씨알이 잔 편입니다. 물론, 동쪽도 포인트 나름이겠지요. 아무래도 이 자리는 청물이 심하기 때문에 장타를 치지 않은 이상, 해가 지는 피크 타임까지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오전 내내 잔씨알급 벵에돔과 놀다 보니 조금 지칩니다. 잠시 커피 타임을 가지고요.

 

 

낚시할 때는 전혀 몰랐다가 이렇게 앉아서 쉬고 있으니 그제야 들어오지 않았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낚시는 여유로운 취미여야 하는데 막상 해보면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가끔은 호랑이가 담배 물고 대나무 낚싯대를 드리우는 전래동화처럼 앉아서 여유롭게 낚시하다 가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꾼의 본능은 쉬는 동안에도 멈추질 않습니다. 먼발치에 있는 섬이 포인트로서 근사할 것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거나, 지금의 청물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생각하거나 혹은 채비를 바꿔야 할 것인지, 그리고 저 멀리 이어지고 있는 동쪽 갯바위 좀 보십시오. 최근 대마도가 한국인 낚시꾼들로 넘쳐난다지만, 수십 킬로미터씩 이어지고 있는 저 갯바위에 사람의 발길이 닿은 곳은 극히 한정적일 것입니다. 그 외에는 탐사조차 해보지 못한 미지의 포인트가 수두룩할 것이고, 아직 낚시인들이 발견해내지 못한 포인트에는 오늘도 대물이 들어와 어슬렁거리다 갈 것입니다. 

 

앉아서 커피 한 잔의 여유. 어쩌면 벵에돔 한 마리 더 잡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저런 생각과 사색을 즐기는 것 또한 낚시의 연장선일 것이고, 또 이렇게 지친 체력을 달래야 중요한 시기에 집중해서 낚시해도 탈이 나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물때가 만조에 다다랐으니 얼른 식사하고 초썰물을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민숙집에서 챙겨준 라면과 도시락으로 제법 호화롭게 식사합니다. 이 정도면 갯바위 만찬이라 할 수 있겠지요? 여기에 즉석에서 썰어 먹는 회와 소주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안 그래도 짐이 많은 종일 도보 낚시에서 칼 도마를 챙기는 건 무리겠지요.

 

 

도시락 외에도 별도의 요금으로 계산된 반찬 하나가 눈에 띱니다. 우리 돈으로 약 3천원 정도에 이런 앙증맞은 반찬을 살 수 있는데 들어간 재료의 면면이 일본답습니다. 아래 동그란 것은 메추리 알인 줄 알았다가 씹어보니 토란임을 뒤늦게 알고. 특유의 심심한 간에 달짝지근한 조림 맛이 안 봐도 비디오인데 갑자기 이걸 먹으면서 편의점의 맛김치가 생각 난 건 왜일까요? ㅎㅎ

 

 

라면을 보니 더더욱 김치 생각이 간절합니다만, 갯바위에서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도 어디인가요. 바다를 바라보며 라면 국물 한 사발 들이키자 달짝지근했던 입이 정화되는 것 같습니다. 라면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갯바위에서 먹는 라면은 그 어떤 고급 요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천상의 맛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속풀이를 하고 일어나니 어느덧 1시.

 

 

오전에 소진한 밑밥을 새롭게 보충합니다. 사진은 성준씨가 챙겨온 황금비율이라는 파우더인데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긴꼬리 전용 파우더입니다. 요즘 환경 오염이다 기준 미달이다 하여 파우더 품질을 성토하는 글이 부쩍 늘었고 저 역시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친환경임을 자처하는 파우더의 출현은 반갑습니다. 오죽하면 파우더를 개발한 분이 친환경임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먹기까지 했을까 싶은.

 

 

그래서 저도 한번 먹어볼...용기는 차마 나질 않는군요. ^^;

 

 

밑밥으로 미끼 크릴을 덮어두면 미끼의 선도 저하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미끼통을 잃어버린 이후론 줄곧 소쿠리를 사용해왔는데요. 뚜껑 없이 그냥 두면 겨울에도 미끼가 금방 상하기 마련입니다. 아침에 시작한 낚시가 오후로 접어들면 크릴 내장이 썩어들어가면서 검게 변하는데 이러한 선도 변화가 벵에돔 입질에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기에 종일 낚시에서는 미끼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할 겁니다. 다른 민숙집에서는 어떤 크릴을 사용하는지 모르지만, 이곳 빅마마에서는 스티로폼 박스에 개별 포장된 채로 줍니다. 이것을 한꺼번에 쏟아서 사용하기보다는 2~3시간 사용할 분량만 덜어 쓰는 게 좋고, 또 다른 방법으로는 위 사진처럼 밑밥으로 미끼 크릴을 덮어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햇볕을 차단하는 효과를 보일 뿐 아니라, 밑밥과 함께 숙성되면서 파우더 향이 어느 정도 배겠지요. 그래 봐야 반나절이라 효과를 실감할 수는 없지만, 밑밥으로 크릴을 덮어두는 것과 덮지 않은 것에는 선도에서도 적잖은 차이가 날 것입니다.

 

 

드디어 기준치에 근접한 벵에돔이 올라왔다

 

시간은 오후 3시. 심심찮게 물고 늘어지던 잔 벵에돔도 이제는 입질을 멈췄고, 바다에는 복어만이 설치며 바늘만 몇 개 끊어 먹기를 반복하다가 오후 3시가 되었을 즈음부터 입질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먼저 성준씨가 가까운 곳에서 25~26cm급 벵에돔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연달아 비슷한 씨알의 벵에돔이 낚입니다. 어림짐작으로 27~28cm급. 청물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입질이 들어오는 가운데

 

 

이날 저는 무슨 욕심이 났는지 40m 이상 장타를 날려 대물 벵에돔을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25~30cm급의 벵에돔이 확인됐으니 좀 더 멀리 던지면 좀 더 큰 씨알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채비를 20g짜리 제로찌로 바꾸고, 작은 봉돌을 한두 개 물려 먼발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 대물급 벵에돔을 노려봅니다. 40m 이상 장타를 날리는 만큼 밑밥 점도에도 신경 쓰고요. 손목 스냅을 최대한 활용해 채비와의 동조를 시도해 봅니다.  

 

 

멀리 던져도 조류가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어느새 가까워진 찌. 미약한 어신에 뒷줄을 사리고 챔질 준비에 들어가는데 순간 원줄이 일자로 펴지는 전형적인 벵에돔 입질이 들어옵니다.

 

"왔다"

 

한두 번 꾹꾹 파고드는 손맛에 낚싯대를 바짝 치켜세우자 순간 바늘이 훌러덩 벗겨집니다. 최근 받았던 입질 중 가장 큰 녀석일지도 모르는데 채비가 터진 것도 아니고 바늘이 벗겨지니 허무합니다. 물이 맑아 목줄과 바늘을 타는 것도 같고, 충분히 가져갈 때 챘음에도 바늘이 벗겨질 만큼 까다로운 먹성이라면, 일단 바늘 호수를 줄이는 것이 답이라 보고 다시 던져봅니다.

 

 

그 사이 성준씨는 전방 10m 앞 골창에서 중치급 벵에돔을 뽑고 있습니다. 조력은 3년 차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지에서 낚시를 많이 다녀서 그런지 포인트를 읽는 눈이 좋습니다. 비록, 우리가 원하는 씨알은 아니어도 옆에서는 25~30cm급을 잡아내고 있어 저는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습니다. 조행기의 아기자기함을 위한다면, 성준씨와 호흡을 맞춰가며 중치급 벵에돔을 낚아내면 됩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굵은 씨알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어 성준씨가 걸어낸 자리에서 조금만 멀리 치면, 더 큰 씨알이 물어줄 것만 같은 희망 고문이 계속해서 저를 유혹합니다. 

 

 

그 사이 성준씨는 또 한 번의 입질을 받아내며 32~33cm급 긴꼬리벵에돔을 낚아냅니다. (사진은 생략)

 

 

크지는 않아도 연달아 이어지는 입질. 이때부터 저는 안 되겠다 싶어 성준씨와 같은 곳을 노려봅니다.

 

 

입질이 집중되는 곳은 여와 여 사이의 작은 골창. 그 폭이 약 3~4m에 불과하고 길게 이어져 있어 그곳에다 채비와 밑밥을 정확히 넣고 흘리면 여지없이 입질이 들어오는 식입니다. 오전에 낚시했던 포인트와 연장선에 있는 지형이지만, 지금은 시간이 시간인 만큼 씨알이 좋아질 것이라 기대됩니다. 이러다가 한두 번은 가까운 곳에서 대물급 벵에돔을 걸고 끌어올리거나 혹은 터트리는 장면이 한두 번은 연출 될 것 같은데.

 

 

서둘러 전자찌로 교체해 흘려보지만

 

웬일인지 이때부터 입질이 뚝 끊기면서 찌는 요지부동 상태가 됩니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만 갔고, 한창 입질이 들어와야 할 이때 잡어 입질조차 없어 의아합니다. 오후 4~5시 사이에 이어졌던 반짝 입질 이후, 어떤 이유로 인해 고기가 다 빠져나간 느낌입니다. 

 

 

썰물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철수 직전 25cm급 벵에돔 한 마리를 올립니다. 만져보니 오전에 따듯했던 물은 어디 가고 지금은 상당히 차가워진 느낌입니다. 이것을 끝으로 10시간의 망중한은 마무리합니다. 서둘러 짐을 싸고요.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와야만 합니다. 안 그러면, 밧줄을 타야 하는 지점에서 어둠과 싸워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대마도 낚시 2일 차는 그렇게 기대에 못 미치는 조과로 끝났습니다. 33cm급 긴꼬리벵에돔을 포함해 중치급 벵에돔 4~5마리만 챙겼고, 나머지는 전부 캐치앤릴리즈했고, 그나마 동쪽 갯바위로 간 우리는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후 들어 골바람이 뒤쪽에서 쉴 새 없이 불어오는데 그 방향이 정확히 서풍이었습니다. 뒤쪽에 산이 막아주고 있어도 그 정도의 바람이 새어 들어올 정도면, 대마도 서쪽은 아마 낚시하기가 매우 힘들었을 겁니다. 철수하고 조황을 확인하는 데 아니나 다를까 서쪽으로 간 꾼들은 바람과 너울에 매우 고전했고 조과도 신통치 않았다고 합니다. 비슷한 조과라면, 그나마 여유롭고 편하게 낚시한 우리 쪽이 다행이었던 것입니다.

 

이날은 물때가 무시라 조류 소통부터 물색까지 모두 악조건었습니다. 그래서 잔챙이만 나온 것인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낚시한 도보 포인트가 좋지 못한 자리라 속단하기에는 이릅니다. 이 포인트는 3~4m의 얕은 여밭과 골창이 겹겹이 있어, 벵에돔 놀이터로 적당해 보이고, 여기에 적당한 포말과 물때만 잘 맞아준다면 저녁과 밤낚시에서 대물급 벵에돔의 타작도 기대해볼 만한 자리로 보입니다.  

 

 

대마도 낚시 3일 차 아침, 서쪽 갯바위에서

 

다음 날 아침, 바람이 약간 죽은 틈을 타 대마도 서쪽 갯바위로 나왔습니다. 바람은 겨우 낚시를 할 수준이고, 파도는 여전히 낚시자리를 위협하고 있어서 저는 카메라의 보호를 위해 주 포인트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나 안통을 노렸습니다. 아직은 이른 새벽이고 물이 덜 빠졌기 때문에 밤새 들어온 붙박이 벵에돔이 발 앞 근처 어딘가에서 웅크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습니다. 뒤로 한두 발짝 물러나서 낚시하는데 초릿대 끝나는 부분에서 찌가 동동거리다가 살짝 잠기면서 예신이 옵니다. 너무 가까운 곳이라 원줄 사릴 것도 없이 뒷줄을 살며시 잡는데 순간 사라지는 찌에 챔질! 워낙 가까운 곳에서 받은 입질이라 초릿대가 훅하고 수면에 처박힙니다. 벵에돔이라면 LB 브레이크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바짝 버티고 섰는데 이 녀석이 옆으로 째는가 싶더니 다시 갯바위 턱 속으로 처박습니다. 왔다며 뒤를 돌아보자 빅마마 대표님이 카메라를 들고 뛰어옵니다.

 

대마도 낚시 3일 차에서 저는 대광어 이후로 처음으로 뜰채를 집었습니다. 그나저나 파고드는 힘을 달래기에는 갯바위에 너무 붙어버렸군요. 그쪽으로 가면 안 되는데 아~ 뜰채를 집어 들기가 무섭게 터질 위기에 봉착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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