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6), 굶주린 갈매기의 입질, 3마리 낚은 후


 

 

 

#. 지난 글 목차

바다낚시의 천국, 대마도에서의 일주일(프롤로그)

대마도 낚시(2), 마지막 캐스팅에 낚은 82cm 괴물 광어

대마도 낚시(3), 미지의 도보 포인트 낚시, 10시간의 망중한

대마도 낚시(4), 발앞에서 낚이는 대물 벵에돔

대마도 낚시(5), 걸면 4짜, 한겨울 벵에돔 낚시의 매력

 

 

후타마타 나가세, 대마도 미네만

 

그날 오후, 3박 4일간 함께한 성준씨를 보내고 오전에 낚시한 장소로 돌아와 오후 낚시를 이어갑니다. 오전에 많은 마릿수는 아니지만, 드문드문 이어지는 입질이 대부분 35~45cm급 벵에돔이라 오후 낚시도 기대되는 가운데, 이때를 기점으로 쉼 없이 불던 바람이 멈추기 시작합니다. 남서풍이 남-남동으로 돌고 있어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내일 오후부터 다시 세질 전망이랍니다. 그렇다면 일주일간의 대마도 낚시 일정에서 단 하루 동안만 낚시하기 가장 좋은 기상일 것 같군요.

 

 

제 낚시 자리는 늘 이러한 세팅입니다. 그나저나 미끼통을 구입하던가 해야겠네요. 미끼 꿸 때마다 매번 허릴 숙이는 것도 단 몇 초지만, 시간 낭비고 낚시 효율과 체력을 떨어트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서울에서 오신 사장님은 오전에 우리가 철수한 이후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입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때가 오후 1시 반.

날이 흐려 한두 시간 후에는 다시 입질이 들어올 것을 기대하며.

 

 

미네만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면서 채비를 꾸립니다. 오전 내내 괴롭히던 갈매기는 뿔뿔이 흩어졌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 지금까지 낚시하면서 갈매기로 골머리를 썩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지요.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1.5-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Z 2호 (세미 플로트)

어신찌 : 쯔리겐 전유동 X원투 0호,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쯔리겐 울트라플렉시블 1.7

바늘 : 벵에돔 전용바늘 6호

 

채비는 오전과 판박입니다. 히트 지점은 다소 먼 곳 4~6m 수심 권에서 들어오면서도 입질은 굉장히 약아 13g의 중량감이 있는 제로찌를 사용했습니다. 전유동 X원투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자면, 위아래 파이프 구경이 4-2-4 파이로 되어 있어서 이렇게 먼 곳을 공략할 때와 강풍에도 채비 내림이 좋은 편입니다. 강한 바람을 등에 업고 하는 낚시에서는 뒷줄관리부터 채비 내림까지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지만, 충분한 상하 구경은 원하는 조법의 실현에 도움을 주고, 그러면서 가운데 좁은 파이프 통로는 약은 어신의 캐치를 돕습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자주 애용하는 찌다 보니 도장이 벗겨져 지금은 알아보기가 거의 어려워졌네요.

 

 

시작하자마자 원줄이 후루룩하고 나가는 입질에 긴꼬리벵에돔을 직감했지만, 씨알이 잡니다. 이상하리라 만치 올겨울은 전반적으로 긴꼬리벵에돔이 약세인 데다 씨알도 잔데, 다른 분들이 일몰 때 잡아온 긴꼬리벵에돔도 4짜 넘는 씨알이 드물고, 그것도 벵에돔 다섯 마리 중 한 마리꼴로 귀한 몸이 됐습니다. 게다가 이곳 포인트는 미네만 초입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곳이어서 씨알 좋은 긴꼬리벵에돔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긴꼬리벵에돔을 완전히 배제한 채비에 일반 벵에돔 바늘을 쓰고 있습니다.

 

입질이 약은 만큼 바늘 선택도 중요합니다. 챔질하다 한두 번 벗겨지면, 기본적으로 바늘 호수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지만, 단순히 호수 조절로는 이렇게 약은 입질을 좀처럼 극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곳에서 5호까지 낮추긴 했는데 대물급 벵에돔을 상대로 5호 바늘도 뱉어내는 수준이라 4호 혹은 그 이하를 쓰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이날 저는 목이 짧은 바늘(가마가츠의 나노구레 같은) 6호로 바꾼 이후 대부분 입질을 받았고 지금까지는 효과적으로 먹히고 있습니다. 입질은 하는데 먹성이 예민해 줄은 물론, 찌도 가져가지 않는 미약한 입질을 캐치해야 할 상황입니다. 찌가 들어가지 않고 살짝 흔들리기만 해도 벵에돔 입질로 간주하고 대응하는 것입니다.

 

시간은 오후 1시 45분. 오전에는 파도와 포말로 술렁이면서 제법 가까운 곳에서 입질 받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이제 막 간조를 지나 초들물이 이어지는데 아직은 이렇다 할 조류나 포말이 없어 미끼만 따먹히는 지루한 상황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꾸준히 들어간 밑밥에 냄새를 맡고 온 것은 이번 일정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불청객.

 

 

바로 갈매기입니다. ㅠㅠ 한동안 보이지 않던 녀석들이 다시 우르르 몰려와 포인트를 장악하는데 캐스팅하고 주걱을 쥐던 찰나 아차 싶어서 바다를 보니 이미 미끼를 물고 하늘로 달아나고 있군요. 서둘러 낚싯대를 당겨 벗겨짐을 유도했는데 타이밍이 늦었는지 부리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갈매기 연날리기를 하는데 아이고 이 녀석을 손으로 잡기까지는 첩첩산중입니다. 체력이 얼마나 좋은지 끌고 왔다 싶으면 날아가고, 또다시 끌고 왔다 싶으면 날아가기를 반복하면서 시간만 허비합니다. 이제는 더는 이러고 있을 수 없어 다소 강하게 당기며 강제로 끌고 옵니다. 갈매기의 비명이 이어졌고 동료 갈매기들은 계속해서 주변을 맴돕니다. 이럴 때 제 낚싯대가 1호대가 아닌 1.5호대임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갈매기를 손에 쥐었고 부리에 쪼이지 않도록 조심스레 잡아 봅니다.

 

 

다행히 바늘을 삼키진 않았네요. 플라이어로 바늘을 뺀 다음 녀석을 날려 보냅니다. 이로써 이번 대마도 출조에서만 갈매기로부터 4번의 입질을 받았는데 한 마리는 다행히 벗겨졌고, 세 마리는 바늘에 걸려 이런 식으로 잡아다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목을 잡아 녀석이 꼼짝 못 하게 하는데 사실 낚시를 하지 않는 일반인이라면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갈매기를 구경할 기회도 흔치 않겠지요. 이때만 해도 갈매기는 미끼를 탐하는 천덕꾸러기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니 눈망울이 생각보다 사납지가 않고 귀여운 인상입니다. 손에 전해지는 촉감은 매우 부드럽고 따듯하군요. 이 상태로 잠시 있으면서 언 손가락을 녹이고

 

사실 갈매기가 미끼를 물지 않아도 근방에 있는 것 자체가 벵에돔 낚시에서는 민폐입니다. 수면의 베이트피쉬를 사냥하기 때문에 호시탐탐 바다를 노리면서도 어떨 때는 찌가 흐를 자리에 내려앉기도 해 그럴 때마다 벵에돔은 수면 가까이 부상하고 싶어도 부상하지 못하게 됩니다. 갈매기 몇 마리가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해서 밑밥을 주워 먹으면, 벵에돔 낚시가 상당히 피곤해집니다. 벵에돔이 미끼를 발견하고 달려들어야 할 중요한 순간에 물갈퀴로 원줄을 건드리거나 발목에 걸친 채 날아오르기도 합니다.  

 

 

오후 2시 30분, 서울에서 온 사장님이 준수한 씨알의 벵에돔을 낚아 올립니다. 갈매기들은 동료의 비명에 겁먹었는지 한동안 보이질 않고, 그렇다면 지금부터 기회를 잘 살려야겠지요.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워낙 많은 사진을 찍어서 촬영 정보에 찍힌 시간으로 그때의 상황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3시. 본격적으로 초들물이 들면서 조류도 제법 속도를 내지만, 발 앞으로 들어오는 조류라 채비를 최대한 멀리 날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발밑으로 붙는 상황입니다. g5번 봉돌을 추가해 채비 하강에 속도를 붙이는데 이때 찌가 살짝 흔들리면서 긴장에 들어갑니다. 다른 때였으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찌 흔들림을 오전에는 몇 번을 참아가며 4짜 벵에돔을 몇 마리 낚았기에 이제는 작은 변화에도 찌와 뒷줄에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를 본신에 원줄을 사리고 기다리는데 순간 찌톱이 수면 아래 살짝 잠기는가 싶더니 그 상태로 멈춘 채 요지부동입니다. 허 이녀석 봐라. 거리상으로 20m는 족히 떨어져 있는데 그곳에 잡어가 피었을까? 행여나 손가락만 한 잡어라도 지금은 제물걸림을 유도해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수면 아래 살짝 잠긴 찌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다가도 도로 올라오자 아무래도 미끼가 털린 것 같아 채비를 걷으려는데 혹시 몰라서 낚싯대를 살며시 끌어봅니다. 그런데 거짓말 같이 쭈욱 빨려 들어가는 찌. 이럴 때 이곳 일본인들의 표현을 빌자면, 한 마디로 "하?". 챔질하니 오전에 몇 마리 낚았던 숱한 4짜의 힘이 느껴집니다.

 

 

어렵사리 낚은 4짜 벵에돔

 

표준명 벵에돔

 

올라온 것은 역시 벵에돔. 이번 조행에서 긴꼬리벵에돔을 많이 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이게 긴꼬리벵에돔이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뽀샵질로 달래 봅니다. ^^; 아시다시피 벵에돔은 이빨이 융모로 되어 있는데 만져보면 까끌까끌할 뿐, 그리 날카로운 느낌이 들지 않지만, 4짜를 넘기는 긴꼬리벵에돔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렇게 라인이 입속에 들어가거나 융모에 걸친 상태면 쉬이 끊어지기 때문에 바늘이 삼켜지면, 2~3호 목줄도 싹둑 잘리지요.  

 

 

시간은 오후 3시 30분. 서울에서 오신 분이 한 마리를 더 추가하는 모습입니다. 입질은 한동안 소강상태에 빠졌고, 수면에 잡어가 튀면서 그간 소홀히 했던 잡어 분리를 다시 해나갑니다. 시간은 어느덧 4시. 상원아빠님이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아직인가 봅니다. 이날은 금요일이라 아마 배가 만석일 것이고 터미널에서 입국 수속만 1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트에 들리고 이곳까지 오는 데는 1시간 30분. 식사하고 정리하고 포인트로 오면 4시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창 입질이 쏟아져야 할 시간이지만, 어디가 문제인지 잊을 만 하면 들어오는 수준. 발 앞으로 와 닿는 조류는 점점 속도가 붙으면서 더 강한 장타를 요구하고, 그럴 때마다 크릴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캐스팅 하나에도 공을 들입니다. 이때 오랜만에 찾아온 입질! 잘 끌고 오다가 발 앞에서 갑자기 피아노 줄 소리를 내며 '욱'하고 들어가는데 씨알이 최소 4짜 중반 혹은 그 이상의 힘이 전해집니다. 낚싯대를 부여잡고 버티다가 한계점에 도달하는 긴박한 순간에 레버 브레이크를 열까 했는데 순간 하늘로 서버리는 낚싯대. 제가 벵에돔을 터트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사장님도 한 마리 터트렸고, 이후 목줄을 2.5호로 갈았다고 합니다.

 

저는 여전히 1.7호를 고수 중인데 계속 이런 식이면 지금에라도 당장 올려야 하지만, 이놈의 귀차니즘에 몸이 말을 안 듣습니다. 이러다가 또 한 번 터트려 봐야 목줄을 갈는지.

 

 

3짜 후반의 벵에돔

 

그 와중에 목줄을 갈지 않은 상태를 고집하면서 3짜 후반의 벵에돔이 추가로 올라옵니다. 그 사이 상원아빠님이 포인트에 도착, 당시에 사진 찍을 여유가 없었는지 파일을 아무리 뒤져도 그것을 설명할 사진이 남아있지 않는군요. 굳이 사진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장면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때를 전후로 서울 사장님이 연달아 씨알 좋은 벵에돔을 뽑아내는 모습을 지켜보니 조류를 잘 읽고 낚시도 잘하십니다. 

 

반면에 저는 자리한 위치상 안통으로 들어오는 지류에 찌가 말려 들어오면서 잡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미끼야 벵에돔 낚시에서 늘 털리는 것이지만, 그래도 10번 캐스팅에 1번은 살아서 내려가야 벵에돔이든 뭐든 입질을 받아내는데 저는 그 정도의 확률도 기대기 어려워할 수 없이 서울 사장님이 흘리는 쪽으로 가까이 붙여 봅니다.  

 

이곳 후타마타 가라세는 평수가 넓어서 보기에는 4~5명이 내려도 될 것 같지만, 벵에돔 낚시란 것이 일단 고기가 붙으면 나오는 자리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두 명, 로테이션하면 세 명까지 가능합니다. 삼면을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라 히트 지점은 물때 따라 바뀌는데, 주로 물이 뒤섞이는 훈수지대나 조목 현상이 생기는 자리에 찌를 흘리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입질 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벵에돔 낚시는 조류의 특성을 알고 거기에 맞게 흘리고 품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지요.

 

가령, 지금 상황에서는 조류가 멀리서 발 앞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본류대가 곶부리에 맞고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 조류에 채비를 내리지 못하면 안통으로 말려들어가는 지류를 타게 됩니다. 다시 말해, 처음에는 일렬로 들어오던 조류가 지형에 맞고 굴절되면서 'ㅅ'자 형태로 갈라지는데 이때 입질이 한쪽 갈래에서만 들어온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재미를 못 볼 확률이 높아집니다. 물론, 포인트에 따라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인 입질이 들어올 수도 있지만, 어느 한 지점에서 입질이 집중되면 그곳으로 찌가 몰리는 것이 사람 심리겠지요.  

 

 

그래서 상원아빠님이 그 자리로 들어가 채비를 던지는데요. 서울 사장님이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떡하니 자릴 잡아서 보는 제가 조금 당황했습니다. ㅎㅎ 여기에 서울 사장님이 조금 불편했을 수도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벵에돔이 사람을 가리는지 상원아빠님만 빼고 입질이 들어옵니다. 

 

 

오후 5시 30분에 낚은 43cm급 벵에돔

 

이때부터 바람은 완전히 멈추었고 포인트 제약이 없어지자 여기저기 노려보았지만,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서는 이 녀석을 마지막으로 낚시를 마무리합니다. 5시 30분부터 철수 시각인 6시까지를 피크 타임이라 보고 열심히 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입질이 뚝 끊기면서 아쉬운 여운을 남겼던 하루입니다.   

 

 

당시 미네만에서 가장 핫한 포인트로 건너편 간출여인 후타마타입니다. 이 시간이면 쉴 새 없이 대를 세워야 하는데 잠잠한 것을 보아 조과가 신통치 않은 모양입니다. 바로 전날까지 4짜 전후로만 1인 8~10마리씩 조과를 안겨다 주었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번 일정 중에 반나절이라도 좋으니 저곳에 들어갈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4일 차 낚시를 마무리하며

 

새벽부터 먼 길을 달려오시느라 정신이 없었던 상원아빠님. 더욱이 400여 명에 달하는 입국 수속을 밟고 오느라 심신이 지쳤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 포인트에 도착해 낚시하려니 뜻대로 되지 않고, 옆에서는 연신 벵에돔을 걸고 있어서 마음이 급해지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내일부터 잘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다음 날 오전 7시 30분, 미네만 요시마 포인트

 

했는데 다음 날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고. 이때부터 다시 북서풍이 강해진다는 소식과 비 소식이 겹치면서 앞으로의 일정이 오리무중에 빠집니다. 그렇다고 마냥 쉴 수는 없어서 우비를 입고 나왔지만, 여차하면 조기 철수할지도 모르겠군요.

 

 

#. 두드러기 리포트(3)

계획대로 전날 식사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고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원인 미상의 두드러기에 타이레놀과 갈치를 의심한지도 수일이 지난 지금, 이제는 알코올을 의심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결과는 똑같이 두드러기가 났습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할 지경. 순간 번득이는 불길한 예감 하나. 혹시 생선이 원인인가? 생각해 보니 대마도에서 먹은 저녁 식사 중 끼니마다 생선이 빠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만약, 생선이 원인이라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황당한 의문이 생기고. 일단 그 문제는 그때 가서 생각하고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생선을 먹지 않기로 합니다.  

 

 

요시마

 

기상이 급변하고 있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 채, 저와 상원아빠님은 미네만 한가운데 간출여인 '요시마'에 내렸습니다. 밑밥통은 두 개를 놓았는데 사실 이 자리는 한 명이 낚시해야 적당한 자리.

 

 

이른 아침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고 있으니 영 그림이 안 나옵니다.

 

 

어제의 첫수는 갈매기더니만 오늘은 멸치. 하지만 그 끝은 늘 창대했었죠. 마지막 캐스팅에서 어김없이 대상어가 잡히곤 했는데 이날은 어떻게 전개될지.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있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1.5-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Z 3호 (세미 플로트)

어신찌 : 쯔리겐 상흑 B호,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쯔리겐 울트라플렉시블 2호

바늘 : 감성돔 전용바늘 2~3

 

이날의 대상어는 바로 전날, 45cm급 감성돔이 몇 마리 확인되면서 자연스레 감성돔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조류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 요시마 포인트의 핵심은 안쪽으로 길게 뻗은 턱 언저리를 공략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수심 깊은 곳에서 턱 쪽으로 찌를 붙이는 조류는 방향 상 고마운 일이지만, 유속이 너무 빨라 1분도 지나지 않아 낮은 여밭으로 넘어옵니다. 더 멀리 장타를 쳐서 채비를 가라앉히면 겨우 턱 앞 X 지점에 도달하지만, 것도 몇 초 머물지 못한 채 수심 낮은 여밭으로 들어오면서 채비를 걷어야 했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유동만큼 좋은 조법도 없는데 당시 저는 쏟아지는 비에 갯바위에서 큰일까지 치르느라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 와중에 30cm급 벵에돔 한 수를 올리고 나서 보니 포인트 주변으로 파랑돔을 비롯해 자리돔이 시커멓게 피어올라 밑밥으로 묶어놓고 최대한 롱캐스팅한 다음 입질 지점으로 들어갑니다. 방방한 유속에 찌가 갯바위 턱 언저리에 닿을 즈음 쏜살같이 들어갑니다. 이런 찌 맛을 본 게 얼마 만인지. 순간 가당찮게 전해지는 힘에 5짜가 예상되는데 이것이 벵에돔인지 감성돔인지 헷갈립니다.

 

 

녀석이 필사적으로 파고드는 것으로 보아 일단 감성돔이나 참돔은 아니고 느낌이 긴꼬리벵에돔 같은데 이 내만에 긴꼬리 대물이 있겠나 싶어 올려보니. 

 

 

표준명 황줄깜정이

 

표정은 웃고 있지만, 속은 울고 싶은 심정. 이번에는 기대 좀 했는데 수면에 반짝이는 빛깔에서 희망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들고 있으면 어김없이 장화에 응아를 흘리는 황줄깜정이. 예전에도 이 자리에서 4짜 넘는 황줄깜정이를 잡았기에 이 자리가 황줄 포인트인가 싶기도 하고. 참고로 황줄깜정이는 내장에 악취가 나 보통의 꾼들은 먹기를 꺼리지만, 다음에 기회 되면 구워서 먹어볼까 합니다. 

 

 

표준명 짧은꼬리벵에돔

 

이어서 30cm급 벵에돔 한 수를 더하는데 꼬리가 홱 돌아가 버려 약간 실라칸스 느낌을 줍니다. 폭발적인 입질은 아니지만, 잊을 만 하면 덤비는 중치급 벵에돔이 그나마 낚시의 지루함을 씻겨주지만, 상원아빠님은 여전히 소식이 없어 애를 태웁니다.

 

 

겨울비와 추위에 말 수가 급격히 준 상원아빠님. 드디어 어린 긴꼬리벵에돔으로 첫수를 올리고.

 

 

이어서 30cm급 벵에돔 한 마리를 추가로 올리면서 우리의 어복은 여기서 잠시 멈추었습니다.

 

 

바람에 밑밥통이 두 번이나 넘어갔고

 

 

그 바람에 쏟았던 밑밥을 담으면서 고난의 낚시는 절정을 향해 갑니다. 상원아빠님은 낚시하는 내내 한기를 느끼며 벌벌 떨고 있습니다. 손가락이 얼어서 제대로 움직여주질 못하니 매듭 하나에도 시간이 걸리고. 어느새 풍향이 바뀌었는지 미내만 안쪽에서 불어 재끼는 바람은 우리의 낚시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쉬지 않고 낚시에만 열중하기를 좋아하는 나지만, 이때만큼은 빨리 철수해 아랫목에 몸을 지지고 싶군요.

 

철수 시각 한 시간 남겼을 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채비를 5B 반유동으로 바꿉니다. 진작에 바꿔야 했는데 포인트를 읽고 대응하는 속도가 이날따라 많이 더딥니다. 5B 반유동으로 흘리자 그나마 채비가 안정되면서 미끼가 턱 앞에 머무는 시간이 한결 늘어났습니다. 갯바위 턱에 가로막혀 더는 흐르지 않던 찌가 요지부동이라 낚싯대를 살짝 뽑아다 놓는데 순간 찌가 자물자물 잠기더니 속도가 붙으며 들어갑니다.

 

"왔다"

 

역시, 이 채비가 이 상황에서는 정답임을 이제야 알았지만, 님은 이미 떠나고 없죠. 흘러간 시간이 야속하면서도 그렇게 만든 제 판단이 아쉽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보통 놈이 아닙니다. 뭔데 이렇게까지 힘을 쓰는가? 지금까지 숱하게 받아낸 4짜급 벵에돔과는 느낌이 다른 힘. 하지만 제 채비도 나름대로 중무장입니다. 50cm 중반의 감성돔이라도 문제없이 끌어낼 채비인데 녀석이 1번대를 수면 아래로 가지고 들어가면서 한 차례 위기가 옵니다. 허리를 깊숙이 숙이면서 어쩌면 기록어가 될지도 모를 녀석을 살살 달래는데 아 갑자기 힘을 쓰면서 순간적으로 대를 내주고 맙니다. 그리고 울려 펴진 총성.

 

"끼룩끼룩"

 

이 고요한 내만에 들리는 소리라곤 갈매기 울음뿐. 위치상으로는 터트릴 각도가 아닌데 어째서? 순간 멍해졌고 채비를 걷어보는데

 

 

목줄은 멀쩡하고 바늘은 부러진 채로 올라옵니다. 아~ 이 무슨.. 지금 한탄하고 있을 때가 아냐. 서둘러 그 자리를 다시 공략해보지만, 이놈을 터트린 이후로 이 자리는 입질은 완전히 멈추고 말았습니다. 처음부터 반유동을 했다면 저런 상황을 몇 번은 맞닥트렸을 텐데. 턱 아래에는 분명 고기가 있지만, 이날은 미끼 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 판단에 많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에라이 엿재이 입질의 추억.

 

 

제가 원래는 계측 같은 걸 잘 안 하는데 이날은 아쉬운 마음에 잡아온 황줄깜정이라도 재봅니다. 그랬더니 44cm씩이나 나오네. 에라이 엿재이 같으니라고. ㅎㅎ

 

 

첫날 감성돔 채비로 낚은 대광어도 심심해서 재보는데 82cm. 그때는 밤이라 미터급 같더니만, 그새 굶어서 줄었나요? ㅎㅎ

해당 조행기에 누군가가 "8짜처럼 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8짜광어 희귀하지도 아니자나. 울나라 서해에서도 종종 올라옴" 식으로 답글을 달아놔서 이 사진을 올린 건 아님을 밝히며 ㅎㅎ

 

 

최근 후끈 달아올랐던 포인트, 후타마타로 진입

 

그렇게 비 맞고 추위에 떨어가며 낚시했지만, 민숙집으로 들어와 점심을 먹고 앉아 있으니 다시 낚시에 대한 전의가 불타오릅니다. 오전 낚시에서 판단 미스가 너무 아쉬워 다시 한 번 그 자리로 들어가고 싶지만, 그나마 날이 허락할 때 한 번이라도 명포인트에 들어가 봐야 않겠나 싶어 최근 며칠 동안 씨알급 벵에돔을 마릿수로 배출했던 후타마타로 들어갑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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