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봉도 야영낚시, 설렘과 고욕의 대전갱이 낚시


 

 

 

어느 순간부터 저의 출조 패턴은 월간지 기사를 염두에 두면서 매달마다 고민이 깊어갑니다. 특히, 수온이 불안정한 3~5월은 일부 원도권이 아닌 한 좋은 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출조지와 대상어를 놓고 시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지난 주, 통영 준내만권 섬에서 대전갱이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출조에 나섰고 아내에게는 "생강과 쪽파를 사 놓으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이때부터 대전갱이에 대한 부푼 꿈이 시작되었습니다. 쿨러 조과로 원고를 쓰는 것은 물론, 호텔급 일식에서나 맛볼 수 있는 싱싱한 대전갱이회와 초밥의 구현을 계획에 담았습니다. 두툼하게 썰어 가운데 칼집을 살짝 낸 전갱이회는 초밥의 훌륭한 재료가 됩니다. 다진 생강과 쪽파를 올려 궁합을 맞추면 그 누구도 쉬이 접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초밥 한 접시가 완성되겠죠. 생각만 해도 군침이 흐르고, 보는 사람도 만족스러운 대전갱이 낚시와 초밥 이야기. 그러나 머피의 법칙은 소리소문없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오후 6시 가베리 선착장, 거제 동부면

 

일정은 비박 낚시로 진행됩니다. 전갱이의 습성상 야간 낚시가 불가피해 아예 야영 낚시 체제로 돌입합니다. 오후 6시 30분에 출항하는 배에 몸을 태워 통영 준내만권 섬인 추봉도로 향합니다. 금요일 저녁 6시 30분에 출항이라 직장인 출조객이 많이 빠져서 그런지 선실은 한산합니다.

 

 

바다를 향한 그리움..

 

 

낚시 시작 전의 설렘이 선실의 대화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10여 분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추봉도로 몇백 명 정도의 주민이 사는 유인도입니다. 갯바위 근방에는 해상펜션이 몇 채 정도 떠 있어 그곳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보입니다.

 

 

곧이어 우리가 하룻밤을 지내게 될 목적지로 접근합니다.

 

 

자리 좋죠. 야영하기 딱 좋습니다. 단순히 자리만 좋은 게 아닙니다. 이 자리는 처음 내리지만, 낚시가 잘 되는 자리임을 몇 번 던져보면서 충분히 실감했습니다.

 

 

오후 7시, 추봉도의 일몰

 

밑밥이 덜 녹아 급히 녹이는 중입니다.

 

 

해가 급격히 기우면서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철수는 익일 오전 11시 45분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꽤 긴 시간을 고립된 갯바위에서 보내야 하기에 체력적으로 고단하지만, 놀멍쉬멍 낭만 가득한 야영 낚시는 언제 해도 늘 설레기만 합니다. 다만, 이곳에서 라면을 끓여 먹거나 심지어 물만 살짝 끓여서 커피 믹스를 타 먹을 수 없다는 점은 뭇내 아쉽습니다. 지금은 해상국립공원내 불법 취사 집중 단속 기간입니다. 평소에도 하지 말아야 할 장소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의 부적절한 행태로 인해 바르게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싸잡혀 도매금 취급되면서 인식이 나빠지는 이런 현상이 좀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에는 야영 낚시꾼이 갯바위에서 불을 피우다 산불을 냈는데 도대체 어떻게 불을 피워야 산불이 나는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갯바위에서의 취사 행위를 금지하는데 비록, 취사를 하지 않아도 불시 순찰 중 취사도구라도 발견되면 벌금 100만원을 물어야 합니다. 심지어 갯바위에서의 흡연도 금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담배를 피지 않지만, 담배 피우던 시절, 갯바위에서의 담배 맛이 얼마나 맛있는지는 기억합니다. 뒤처리만 깔끔히 한다면, 그 또한 갯바위 낚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일진대 소수의 몰지각한 꾼들로 인해 어떤 섬은 전체가 묶이면서 하선 금지령이 내려지고, 지금은 취사와 흡연까지 단속을 당하면서 결과적으로 자업자득으로 비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고, 지켜야 할 것은 좀 지켜가면서 낚시를 즐기면 될 것을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낚시 전반의 인식을 악화시키는지 개인적으로 개탄스럽습니다.

 

 

그래서 이날 야영 낚시는 라면은 물론, 따듯한 커피 한 잔도 포기한 채 밤낚시에 돌입합니다. 한 시간 뒤면 만조이기 때문에 대전갱이 낚시를 서둘러야 합니다. 채비는 B 전자찌를 달았습니다. 전자찌 특성상 425 배터리 두 개를 달고도 잔존부력이 많이 남기 때문에 2B 봉돌과 B봉돌을 각각 한 개씩 달아서 잠방잠방 흘리도록 합니다. 전갱이라 입질이 시원시원할 것 같지만, 아직은 수온이 안정되지 않아서 입질이 매우 약을 수 있습니다. 입질이 약은 만큼 찌 입수가 원활하도록 잔존부력을 깎으면, 어신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그런데 던지기만 하면 물어 재낄 것만 같은 바다가 어쩐 일로 이날은 조용합니다.

 

 

낚시 시작한 지 두 시간 째. 밤낮을 잊은 인상어(물망시) 한 마리가 물고 올라옵니다.

 

 

이어서 앙증맞은 볼락이 배고픔에 미끼를 잡아당깁니다.

 

 

밤 10시, 보름달이 환하게 떴다

 

인상어와 볼락만 몇 마리 낚다가 어느새 밤 10가 되었습니다. 물은 썰물로 빠지기 시작했고, 주변 어딘가에서 늑대 울음소리가 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지루한 낚시만이 이어집니다. 전갱이는 군집성 어류라 만조를 전후해 와장창 들어오면서 신나게 낚여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이런 식으로 지나가 버렸다는 것은 앞으로 물이 빠지면서 더욱 별 볼 일 없음을 예고합니다. 이날 예고된 간조는 새벽 2~3시. 이때는 자야겠죠. 일반적으로 전갱이는 해질 때와 해가 뜰 때 두 번의 기회가 오는데 일단 첫 번째 기회는 허무하게 지나가 버렸으니 두 번째 기회를 잡기 위해 새벽을 기약합니다.

 

 

아쉬움에 낚싯대를 놓지 못한 상원아빠님이 저만치 찌를 흘려보지만, 바다는 여전히 대답이 없습니다.

 

 

건너편 해상펜션에서도 붉은 전자찌를 열심히 흘려보지만, 몇 시간째 요지부동입니다. 이제는 슬슬 졸립니다. 내일 다시 서울로 운전하려면 지금부터 충분히 자둬야 합니다. 이번에는 새로 구입한 침낭을 펼쳤습니다. 갑자기 바람이 터지는 바람에 스웨터를 껴입고 침낭에 들어가 몸을 웅크립니다. 5월 후순인데도 아직은 바람이 차네요. 낚시는 같은 시간을 낚시해도 입질이 없으면 그 피곤함이 배 이상 가중되는 것 같습니다. 밤하늘을 보며 누워있는데 저도 모르게 그대로 잠들어버렸습니다. 중간에 모기 소리에 몇 번 깼습니다. 웬만하면 참고 자려 했는데 갈수록 극성이라 모기 스프레이를 뿌려가며 자야 했습니다. 잠자리도 썩 편치는 않습니다. 평평한듯하지만, 약간 경사진 갯바위라서 침낭에 들어간 몸이 자꾸만 미끄러집니다.

 

"......"

 

얼마나 잤을까요? 일어나라는 상원아빠님의 목소리에 깼더니 벌써 4시입니다. 바다는 한창 초들물이 들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해가 뜰 때까지는 대전갱이가 들어올 시간. 열심히 밑밥을 던져가며 낚시해보지만, 아~ 이날 따라 바다가 미쳤는지 생명체 하나 보이질 않습니다.

 

 

새벽 5시 30분, 드디어 전갱이가 첫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만 더 해보고 안 되면, 해 뜨는 시각에 맞춰 벵에돔 체제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찌가 쭈욱 들어갑니다. 시간대로 보나 뭐로 보나 전갱이가 분명한데 막상 올려보니 에게? 전갱이는 전갱인데 기대한 씨알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어서 상원아빠님이 그나마 준수한 씨알의 전갱이를 낚으면서 그걸로 상황은 종료되고 말았습니다. 많은 개체가 들어오지도 않았고, 입질도 엄청나게 약았는데 아마도 근방을 지나던 녀석 중 일부가 밑밥 냄새를 맡고 들어오다가 낚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해서 낚은 전갱이는 둘이서 겨우 세 마리.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믿기지 않는 조과입니다. 혹시나 싶어 본류가 스치는 전방 30m 이상으로 원투해 보지만, 아무래도 전갱이는 물 건너 간 것 같습니다.

 

 

해 뜨는 시각에 맞춰 우리는 전갱이에서 벵에돔으로 체제 전환을 합니다. 앞서 사용한 크릴 밑밥이 거의 소진되었기에 밑밥을 새로 말아야 하는데 대상어가 벵에돔이고 포인트 주변에는 인상어 같은 성가신 잡어들이 확인되어서 크릴을 완전히 배제한 빵가루 밑밥을 갭니다.

 

 

추봉도에서 바라본 일출

 

한동안 보이지 않던 펜션 이용객도 주섬주섬 나와 낚시를 시작하려는 모양인데 잡히는 건 작은 볼락과 인상어뿐입니다.

 

 

아침은 빵과 커피로 간단히 떼우고

 

 

 

벵에돔 채비로 바꿔 공략해보지만, 밑밥에 반응하는 잡어와 수온으로 보아 예감이 썩 좋지 못합니다. 이 시기의 벵에돔은 수온이 17도 정도 올랐을 때 활성을 기대할 수 있는데 저의 손 온도계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낚시하면서 바닷물이나 고기를 만져보고 혹은 바늘을 인중에 갖다 대면서 느껴지는 온도감으로는 17도에 한참 못 미치는 느낌입니다.

 

 

표준명 용치놀래기(술뱅이)

 

포인트 주변은 조류가 잘 가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명확히 양분됩니다. 조류가 정체된 근거리에는 인상어(물망시)가 밑밥에 소극적으로 달려들 뿐이고, 히트 예상 지점인 전방 10~15m 구간에는 잡어가 꼬이지 않아서 잡어 분리는 잘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층, 중층 다 훑어보아도 크릴이 그대로 살아오니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사리 물때라 포인트 주변으로 형성된 지류가 매우 빠릅니다. 당찬 속조류를 이기고 바닥까지 훑을 수 있도록 봉돌을 과감히 부착해가며 훑은 결과로는 용치놀래기 몇 마리와

 

 

표준명 노래미

 

노래미 두세 마리가 전부입니다.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수온이 많이 불안정해 보입니다.

 

 

오전 9시, 망연자실에 빠진 필자

 

해가 뜨면서 한창 벵에돔을 낚아올려야 할 시기에 이러고 있습니다. ^^; 감성돔도 아니고 벵에돔 낚시에서 어린 벵에돔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철수하다니 매우 이례적입니다.

 

 

다시 정신 차리고 낚시를 시작해보지만, 이미 이때는 체력이 바닥나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듭니다.

 

 

이날 장원은 상원아빠님이 낚은 28cm급 전갱이가 조과의 전부입니다. 전갱이 세 마리는 제가 챙겨서 다음 날 저녁 식탁에 구이로 올렸습니다.

 

 

밤새 띄운 부력망에는 베도라치 한 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전갱이 군집을 집어하기 위해 부력망에 밑밥용 크릴과 돌멩이를 넣어 자연스럽게 포말에 실려 나가게 했지만, 고기가 들지 않은 바다에서는 그저 허사입니다.

 

 

표준명 그물베도라치

 

베도라치의 생명력은 경이롭습니다. 뭇가에 올려도 한동안 살아있고, 스스로 기어가 결국은 바다를 찾아갑니다.

 

 

시들어버린 생강과 쪽파

 

사실 이은 야영 낚시하면서 대전갱이를 썰어 먹고자 했습니다. 전갱이를 예쁘게 썰어 접시에 두르고 다진 생강과 쪽파를 뿌려 맛깔나게 먹으려 했던 전갱이의 꿈은 산산이 조각나면서 시들어버린 쪽파와 생강은 쓰레기통에 버려지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잔인한 5월이라지만, 이 정도로 낚시가 안 될 줄이야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 그래서 낚시를 장담하거나 손쉽게 예상해선 안 되는 것임을 새삼 느낍니다. 

 

 

혹시나 하여 해당 출조점 조황 속보를 살폈는데 하필 제가 다녀온 5월 20~21일에만 조황이 쏙 빠졌군요. ^^;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제가 낚시한 자리에서 벵에돔이 많이 나왔다는데 불운도 이런 불운이 없습니다. 그 원인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저 낚시꾼이 핑계 대기에 가장 만만한 수온 탓으로 돌릴 수밖에. ㅎㅎ 하지만 이날 꽝을 친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정대표님의 저주는 고이 간직했다가 적절한 시기에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 부르르~부르르~부르르~

그나저나 모처럼 걸려버린 꽝으로 인해 연재 중인 월간낚시와 낚시춘추 원고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다음 주는 누구와 어디로 가야할 지...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벵에돔, 참돔 출조 문의

거제 가자피싱랜드(055-635-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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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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