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에 붙어 사는 수상한 벌레, 기생충일까?


 

 

꽃게 아가미에서 주로 발견되는 옥토라스미스

 

꽃게는 우리 국민이 오래전부터 먹어온 국민 수산물입니다. 많이 잡히고 맛도 좋아 '밥도둑'으로 각별히 여겼습니다. 그런 꽃게에 기생충이 많이 나왔다고 화재가 된 것은 불과 2~3년 전의 일입니다. 간장 게장을 담그기 위해 활 꽃게를 구입했는데 게딱지를 열자 꾸물거리는 기생충이 수없이 나와 기겁했다는 어느 주부의 사연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꽃게 기생충 이슈가 확산하자 오해를 바로잡고자 뉴스와 기사로 다루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허다합니다. 매년 봄마다 전 국민이 꽃게를 사 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생충이든 아니든 징그러운 벌레가 이렇게 다량으로 나올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리는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발견한 것과 전혀 모르고 있다가 발견한 것에는 적잖은 차이가 납니다. 언젠가 꽃게를 다룰 때 이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지금이 간장 게장을 담그기에 가장 적기인 만큼 꽃게 기생충에 관한 오해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꽃게 집게발을 들춰 옆구리와 벌어진 틈새를 살피면, 깨알 같은 것이 곧잘 발견됩니다. 어떤 이들은 삐져나온 알로 착각하기도 하지요.

 

 

게딱지를 열어보면 주로 아가미에 이런 벌레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데 사진의 꽃게는 그나마 양호한 편입니다. 많을 땐 아가미가 비좁을 정도로 많이 붙고, 것도 모자라 입가와 다리 쪽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즐겨 먹는 알과 살에는 없다는 점입니다. 

 

이 벌레는 꽃게를 손질할 때 주로 발견됩니다. 간장게장을 담글 때는 게를 통째로 간장에 담가 숙성하기 때문에 만들 때는 몰랐다가 먹기 직전 게딱지를 열면서 발견되곤 합니다. 그랬을 때 비주얼적인 모습에서 받아들이는 혐오스러움은 특히 마음 약한 주부들일수록 격양됩니다. 주부가 운영하는 어느 블로그에는 '꽃게 기생충에 기절할 뻔' 했다면서 비록, 이것이 기생충이 아니고 아가미에만 기생한다더라도 너무 많이 발견되었기에 혐오스러워서 게를 먹을 수 없었고 환불까지 받았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꽃게에 벌레가 많이 나와서 환불받은 것이 어째서 논란거리일까요? 이유는 이것이 벌레가 아니고 기생충은 더더욱 아니며, 우리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바다에서는 흔하디흔한 부착생물의 일종이기 때문입니다.

 

 

떼어낸 아가미와 옥토라스미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에서 밝힌 내용을 인용하자면, "꽃게 아가미에서 주로 기생하는 생물은 우리말로 '게속살이'로 옥토라스미스(Octolasmis neptuni)인 해양 갑각류의 일종"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산 꽃게를 손질하면 아가미에 덕지덕지 붙어 꾸물거리는 벌레의 모습에서 충분히 혐오감을 느낄 수 있지만, 한 생명체에 들어가 체내 영양분을 빨아먹으면서 자손을 번식시키고 생활사를 완성하는 기생충과 달리 게속살이는 단지 아가미에 붙어 꽃게의 호흡을 방해하는 정도이므로 기생충이란 개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게속살이와 꽃게와의 관계를 '공생'으로 규정하기도 하지만, 일방적으로 아가미에 붙어 호흡을 방해하는 것이므로 공생이 아닌 기생이며 다만, 꽃게 아가미에는 산소를 포함한 해수의 순환이 좋고, 영양염류 등의 먹잇감이 풍부해서 붙어사는 것이니만큼 단순 부착 기생 생물로 보면 정확할 것입니다.

 

게속살이는 독성이 없고, 우리 인체에 들어와도 기생할 수 없는 공생성 요각류이기에 단백질에 불과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단지 시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혐오감으로 호들갑을 떨 수는 있으나, 앞서 언급한 블로그처럼 댓글 논란을 통해 위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도 꽃게 기생충으로 매도한 내용과 반품한 사실에 대해 정당한 행위였다고 우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기생충'에 대해 정말 많은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 시초는 민물고기와 돼지, 소, 그 외 야생 동물을 날것으로 먹다가 감염된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날 음식을 통해 감염된 기생충은 대부분 인체에 해로우며, 어떤 것은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치명적인 손상을 안겨다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기생충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우리는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바닷물고기와 해양 수산물은 많든 적든 몇 종류의 기생충이나 기생 벌레가 꼬이기 마련입니다. 대부분 손질 과정에서 제거되거나 위생적으로 처리한 것을 먹어왔기 때문에  잘 몰랐을 뿐입니다. 이들 기생충 중 고래회충과 같은 일부 종을 제외한다면, 생물학적인 특성상 우리 인체에 기생하지 못하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 올바른 상식이 분별력을 키운다

작년 봄, 고래회충 오보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낚시꾼이 잡은 망상어에 다량의 기생충이 발견되었고 그것을 기자는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 고래회충으로 보도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소식을 접한 국민은 충격에 빠졌고, 생선회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횟집과 수산시장 종사자들은 시중에 잘 유통되지도 않는 망상어 한 마리로 인해 큰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첫 오보가 나간 후 이틀 만에 해당 뉴스를 접한 저는 뉴스가 오보임을 알았고, 이와 관련해 글을 올림으로써 진화에 나섰습니다. 논란의 중심이 된 망상어는 상업성이 떨어져 시중에는 잘 유통되지 않는 어종입니다. 더군다나 거기서 발견된 기생충은 고래회충이 아닌 '필로메트라'라는 선충의 일종으로 고래회충과는 생김새부터 다르며, 우리 인체에는 기생할 수 없는 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은 생선에 기생충이 다량으로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우리가 주로 먹는 양식산 활어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 고래회충과 동일시하면서 회를 꺼렸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한 번씩 터지고 나면 정정 보도를 내야 할 언론사들은 그저 쉬쉬하기에 급급하고, 몇몇 지각 있는 기자나 전문가에 의해 사실관계가 바로 잡히면서 해당 사건은 조용히 묻힙니다.

 

이후 생선회를 꺼리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먹기 시작할 것이고, 이제는 고래회충에 대한 상식이 어느 정도 알려지면서 '분별력'을 갖추게 됩니다. 어떤 생선에 고래회충이 많이 발견되고, 어떻게 먹어야 예방하고, 우리가 주로 먹는 양식산 활어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등등. 오늘 다룬 소위 꽃게 기생충도 알고 보면 일종의 부착 생물로 우리에게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상식이 이 글이든 다른 기사를 통해서든 전파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꽃게 기생충 문제로 일부가 호들갑을 떨었다면, 다음 해부터는 상식의 전파로 그런 현상이 줄게 되는 것입니다.

 

바른 정보의 유통은 그래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사실을 잘 몰랐기 때문에 반품 소동이 벌어지고, 소비자 클래임도 받아들여진 것이지만, 지금까지는 미진했던 생선회와 수산물 관련 상식이 많은 이들에게 전파됨으로써 분별력이 생기고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면서 올바른 소비와 먹거리 문화 형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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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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