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처 몰랐던 자연산과 양식산의 차이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신축 건물

 

시중에 유통되는 활어의 90% 이상은 양식산입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세계 1위 생선회 소비 국가답게 자연산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일찌감치 양식산업을 활성화했습니다. 그것도 국내 양식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활어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으며, 이렇게 들어온 활어는 활어 차에 실려 전국 각지 수산시장과 도매상으로 유통돼 최종적으로 우리 주변의 횟집과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활어 중 90% 이상이 양식이기에 상대적으로 귀한 자연산은 사람들의 동경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자연산이 양식산보다 더 맛있다는 이야기는 미식가뿐 아니라 일반 소시민들 사이에서도 상식으로 자리잡힌 지 오래입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사료만을 먹고 자란 양식산보다 천연의 먹잇감을 먹고 대양을 누비면서 살아왔을 자연산이 더 맛있을 거란 기대는 무리가 아니며, 사실이기도 합니다.

 

다만, 도시권에는 숙성회가 갓 썰어 먹는 활어회보다 감칠맛에서 월등히 좋다고 알려지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선호 경향이 늘고 있지만, 갓 잡아 올린 자연산을 뱃전에서 썰어 먹는 그 맛은 저처럼 바다낚시를 꽤 오랫동안 즐긴 이들만이 누리는 특권이자 그 누구도 쉬이 맛볼 수 없는 특별함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날 시도한 블라인드 테스트는 자연산과 양식산의 맛 차이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생선회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단순히 자연산과 양식산만으로 판가름나지 않는다는 데서 착안한 것입니다. 이날 저는 취재 방향과 테스트의 공정성을 위해 자문과 인터뷰를 맡았으며, 해당 방송은 지난 주 MBN 저녁 뉴스를 통해 방영되었습니다. 

 

 

 

<사진 1> 양식산 광어(왼쪽)와 자연산 광어(오른쪽)

 

#. 자연산과 양식산 광어의 외형적 차이

블라인드 테스트로 삼은 어종은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어종인 광어로 정했습니다. 광어(표준명 넙치)는 국내 활어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비중 있는 횟감입니다. 다른 활어는 수입해도 광어만큼은 양식 기술과 생산성에서 독보적이므로 수입산이 없습니다. 먼저 광어를 기준으로 자연산과 양식산의 외형적 차이에 관해 짚어봅니다.

 

광어는 자연산과 양식산의 구분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어종으로 조금만 눈썰미가 있으면, 일반 소비자들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양식산 광어는 무안부(배쪽)에 검녹색 이끼처럼 보이는 '흑화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육상 가두리와 해상 가두리라는 환경적 변수에 의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게 양식산 광어는 많든 적든 이러한 흑화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또한, 그물이나 낚시에 의한 어획이라도 양식장에서 탈출한 광어이거나 혹은 인공 방류된 치어가 야생에서 자란 경우도 저런 흑화현상이 나타납니다.

 

반면, 부화에서 성체가 되기까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100% 자연산은 배에 검녹색의 흑화현상이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자연산이라도 조류 흐름이 적고 내만 안쪽 깊숙한 만에서 자란 개체는 스트레스성에 의한 흑화현상이 부분적으로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예외성을 제쳐둔다면, 자연산과 양식산의 차이는 <사진 1>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무리 없이 구별할 수 있습니다.  

 

 

<사진 2> 자연산 광어(왼쪽)와 양식산 광어(오른쪽)

 

자연산과 양식산 광어의 특징은 회를 뜨고 남은 서덜(뼈)에도 나타납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수산시장에서 회를 뜬 자연산 광어가 양식산 광어로 바꿔치기할 가능성이 의심된다면, 양념 집에 이 서덜을 넘겨주기 전에 날개와 꼬리지느러미의 흑화현상 여부로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진 2>는 그 차이를 잘 말해줍니다. 양쪽 날개 지느러미와 꼬리자루가 밝으면 자연산이고, 흑화현상에 의해 전반적으로 검으면 양식산입니다.

 

활력 좋은 자연산 광어는 <사진 2>처럼 뒤집힌 꼬리지느러미에서 노란빛을 띱니다. 이는 서해산 광어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므로, 암반(암초)이 많은 남해와 동해산 광어에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살아있으나 스트레스를 받은 광어는 꼬리지느러미를 비롯해 무안부(배 쪽) 곳곳에 피멍이 져 있으니 될 수 있으면 피하도록 합니다. 두 광어는 모두 알을 품고 있었는데 알 색이 다른 이유는 단지 알의 성숙도에 따른 차이일 뿐, 양식과 자연산을 가르는 기준은 아닙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 사용된 자연산과 양식산 광어는 맛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1.3kg짜리로 통일했습니다. 참고로 이 시기(5~6월)의 광어는 자연산이든 양식산이든 산란기에 놓여 있습니다. 서식지와 양식 산지의 수온에 따라 산란 시기가 빠를 수도 늦어질 수도 있지만, 산란이 임박해 알을 가득 품었든 산란을 마쳐 배가 홀쭉해졌든 어느 쪽이든 회 맛은 떨어집니다.

 

 

A(왼쪽)와 B(오른쪽), 어떤 게 양식이고 자연산일까?

 

#. 속살의 차이

1.3kg짜리 자연산과 양식산 광어회가 한 자리에 나란히 놓였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 앞서 사람들이 속살을 보고 자연산과 양식산을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본 결과로는 그야말로 50대 50이었습니다. 자연산과 양식산의 차이나 뚜렷한 특징이 보이지 않아 둘 중 하나를 찍은 것이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는 어느 쪽이 자연산이고 양식으로 보이십니까? 정답을 말하기 전에 좀 더 상세한 사진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광어 A

 

광어 B

 

언뜻 보아선 A와 B는 서로 엇비슷해 보입니다. 눈으로 보았을 때 차이점이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뭔지 콕 집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를 보고 정확하게 알아맞힌 사람은 저를 비롯해 횟집 종사자뿐입니다. 그 외 찍어서 알아맞힌 사람과 틀린 사람은 반반의 비율입니다. 이것이 양식인지 자연산인지를 알아내는 데는 부단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회를 직접 떠보고 많이 먹어보아야 알 수 있는 미묘한 차이를 말입니다. 이를 알아보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일란성 쌍둥이 중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쌍둥이의 엄마는 형 동생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그만큼 곁에서 오랫동안 보아왔기 때문에 작은 차이로도 구분하는 것입니다. 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보고, 많이 먹고, 또 어종별, 씨알별, 부위별 특징을 자주 접해야 가능한 일이므로 이는 오로지 전문가 영역에 해당합니다.

 

퀴즈의 정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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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A는 양식산, 광어 B는 자연산입니다."

 

 

광어 A(양식산)

 

양식산은 산란철에도 비교적 비육 상태가 양호합니다. 정기적으로 사료를 투여하기 때문에 연중 살밥(육량)이 일정한 편이며, 우리가 자주 표현하는 '때깔'과 '윤기'가 좋습니다.

 

 

광어 B(자연산)

 

반면, 자연산은 산란 전후로 살밥(육량)의 변화가 큽니다. 심지어 야생에서 먹이 경쟁에 도태된 일부 광어는 살밥이 차오르는 가을~겨울에도 홀쭉할 때가 있습니다. 개체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 복불복입니다. 사진의 자연산 광어는 산란기를 맞아 알이 많이 들었습니다. (사진 2에서 확인) 모름지기 제철이란 산란 혹은 월동을 위해 살을 찌우는 시기로 이때가 가장 맛이 좋습니다. 이 시기를 지나치면 알이 비대해지면서 산란이 임박합니다. 산란이 임박한 물고기는 모든 영양소가 알에 집중되므로 살은 탄력을 잃고 푸석하게 되거나 혹은 고무처럼 질겅거리는 식감을 갖게 되며, 맛은 다 빠져버려 매우 싱거운 상태가 됩니다.

 

또한, 먹이 경쟁에 의한 스트레스, 운반 과정에서 생긴 스트레스, 좁은 수조에 갇혀서 생긴 스트레스가 근육에 검은 실핏줄로 나타나게 되며(위 사진), 이는 식감을 떨어트리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자연산 광어는 양식산 광어보다 혈합육이 좀 더 붉은색을 띱니다. 회 면적이 좁아지는 꼬리 쪽을 대질해 보면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습니다.

 

광어는 혈합육 색이 양식산보다 조금 진하고, 검은 실핏줄이 보이고, 전반적으로 살밥(육량)이 양식산보다 덜하다는 느낌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가 이런 미묘한 차이를 감지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광어 A(양식산)의 지느러미살

 

광어회 하면 지느러미 살(엔가와는 일본말)의 꼬득거리면서 고소한 맛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느러미살만큼은 자연산과 양식산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양식은 연중 비육 상태가 양호하고 통통해 이렇게 썬 지느러미살은 모양이 잡힙니다. 

 

 

광어 B(자연산)의 지느러미살

 

반면, 자연산 광어 지느러미살은 흐물거리고 볼품없습니다. 물론, 같은 자연산이라도 4~5kg 이상 대광어이면서 비육 상태가 좋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수산시장에서 볼 수 있는 1kg대 자연산 광어에서는 각지고 통통하게 썰린 지느러미살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연산 지느러미살(왼쪽)과 양식산 지느러미살(오른쪽)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면 자연산과 양식산의 차이가 상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40년 경력의 횟집 사장도 블라인드 테스트에 동참

 

이제부터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자연산과 양식산의 맛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테스트 대상은 40년 경력의 횟집 사장님, 노량진 수산시장 수협 관계자, 일반 손님, 촬영 스태프, 스님(?) 까지 다양합니다. 자연산과 양식이라는 큰 차이가 있지만, 실험의 공정성을 위해 자연산과 양식산이라는 사전 정보를 알리지 않았으며, 똑같은 무게를 사용했다는 점과 부위별 맛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 시식 부위 또한 '등살'로 통일하였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수협 관계자

좀 더 차지고 고소하다는 이유로 양식산을 자연산으로 오답.

 

2) 40년 경력의 횟집 사장

양식산에서 미묘한 흙내가 난다는 이유로 정답.

 

3) 촬영 스태프

자연산이 더 맛있었다는 이유로 정답. (그러나 맛을 정확히 느꼈다고는 보기 어렵다.)

 

4) 그 외 일반 손님

찍어도 정답을 맞힐 확률은 반반이라 그 결과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정답과 오답의 비율은 50대 50으로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맛으로 정확하게 구분했던 사람은 40년 경력의 횟집 사장 외에는 없었다는 것이 이번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론입니다.

 

 

3kg짜리 자연산 광어도 맛은 그냥 그랬다

 

오로지 광어에 한정해서 도출한 실험 결과이지만, 이번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알 수 있었던 한 가지는 "전문가가 아닌 한, 자연산과 양식산을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내기는 것은 쉽지 않으며, 더욱이 맛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라는 것입니다. 위 사진은 촬영 스태프 및 수협 관계자들과 식사를 위해 잡은 3.2kg짜리 자연산 광어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윤기가 좔좔 흘러 기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막상 먹어보면 질겅질겅 씹히는 질긴 식감 외에는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회를 먹을 때는 그저 쌈 채소에 초고추장을 듬뿍 발라 갖은 향신채와 곁들여 싸 먹는 것이 차라리 낫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자연산도 아닌 이렇게 씨알 좋은 자연산인데 아무래도 양식산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기대한 수협 관계자들도 예상 밖의 맛에 깜짝 놀라는 눈치입니다. 해당 광어는 산란이 임박한 알배기여서 맛이 없을 것이란 저의 예상은 여지없이 적중했습니다. 식감은 마치 찹쌀떡을 씹는 듯 질겅거렸고, 단맛과 고소한 맛은 전부 빠져 밍밍합니다.

 

 

#. 생선회가 맛있는 조건

사람들은 자연산이라면, 환상을 품지만 제가 평소 블로그를 통해 누누이 강조했듯이 회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단순히 자연산 여부가 아닌 여러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것을 중요도 순으로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제철 여부

모든 생선은 알을 만들어나가는 시기, 월동을 위해 살을 찌우는 시기가 가장 맛있습니다. 반대로 산란이 임박했거나 산란한 개체는 제아무리 자연산 할아버지라도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회 맛을 결정짓는 첫 번째 요소는 바로 '제철'입니다. 보통의 소비자는 평소 먹던 습관대로 광어, 우럭을 택하지만,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어종을 찾아드시길 권합니다.

 

2) 선도와 즉살 여부

우리는 펄떡이는 활어를 보는 앞에서 직접 잡아야만, 그 생선이 싱싱한 줄 알고 믿고 먹습니다. 이러한 불신의 씨앗은 적절치 못한 상거래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나마 지금은 과거에 비해 상인의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유념해 두어야 할 점은 생선회의 싱싱함이 살아있다고 다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활력이 좋은 것이 있고, 저하된 것이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보고 고를 만큼의 안목을 소비자가 가지긴 어렵기 때문에 평소 단골을 확보하거나 평판이 좋은 상회나 횟집을 이용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회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제철 외에도 신선도와 즉살 여부에 있습니다. 산 고기를 스트레스 없이 바로 즉살한 것은 활어회로 곧장 썰어 먹었을 때 그 차이를 실감하기가 어렵지만, 숙성했을 때는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산소 결핍, 좁은 공간 적응력, 수질 적응력, 수온 적응력에서 자연산은 양식산보다 전반적으로 취약합니다. 양식산 활어도 열거한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폐사할 수 있습니다. 조건이 맞지 못해 폐사로 죽은 고기를 저는 '고생사'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고생해서 죽었거나 또는 그 과정에 있는 활어는 겉으로만 산 고기일 뿐, 몸속은 송장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고기를 회 떠서 숙성하면, 살이 급격히 물러져 식감에 좋지 못한 영향을 주며, 식감을 중시하는 우리 국민의 입맛에는 치명적으로 다가옵니다. 

 

활어회와 숙성회는 어디까지나 취향의 차이지만, 어느 쪽이든 생선회 맛을 결정하는 본질은 '활력 좋은 활어를 즉살한 것'에 있습니다. 이러한 전제가 따르지 않는다면, 그 회는 맛을 잃게 됩니다.

 

3) 칼질도 중요하다

아무리 제철이고 싱싱한 고기를 잡았다더라도 조리사가 숙련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중요도는 제철과 선도, 즉살 여부 다음이지만, 칼질도 회 맛에 상당히 관여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습니다. 칼은 기본적으로 매일 다듬어야 하며, 날이 제대로 서야 살이 찢기거나 망가트리지 않고 깔끔히 썰 수 있습니다. 그랬을 때 우리 입에 들어오는 느낌과 그렇지 못했을 때의 느낌은 천양지차입니다.

 

또한, 칼질 숙련도는 횟감을 다듬고 손질하는 단계에서 여지없이 나타납니다. 껍질을 얼마나 말끔히 벗기느냐에 따라 혈합육을 살리거나 깎아내리기도 하며, 으로 먼저 먹는 생선회의 비주얼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줍니다. 가장 맛이 좋은 뱃살도 얼마나 살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며, 해당 어종의 특성(흰살생선인지 붉은살 생선인지)을 살려 써는 방향을 달리하고, 두께도 조절하고, 결을 따라서 썰 것인지 혹은 끊어서 썰 것인지는 해당 어종의 특징을 간파하고 고유한 맛을 살리는 요건이자 조리사가 갖춰야 할 소양입니다.

 

4~6월은 관광 성수기로 전국적으로 회 소비량이 느는 시기이기 때문에 수요를 맞추기 위한 양식산 광어의 출하량 대폭 늘어납니다. 광어 시세가 폭등하는 시기도 이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산란철이라 맛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을 기준으로 양식산 광어와 자연산 광어의 가격 차는 고작 5천원에서 1만원 차이로 자연산이 소폭 비쌉니다. 이러다가 자연산 광어 어획량이 급증하면, 양식산 광어와 가격이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해집니다. 이는 산란을 마친 광어가 산후조리를 위해 먹이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그물에 대량으로 걸리는 것이고 그것이 5~6월 집중적으로 유통되는데,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는 단지 자연산이라는 이유 하나로 양식산보다 비싸고 맛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어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자연산은 제철임에는 물론, 올바른 관리와 취급이 있을 때 비로소 양식산보다 가치가 빛납니다. 산란 혹은 월동을 위해 살을 찌우는 시기에 잡힌 자연산이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은 산지의 것이라면, 양식산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훌륭한 맛을 냅니다. 그런 물건을 도시권 사람들이 접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산지로부터 특별히 공수해 손님 상에 올리는 일부 자연산 전문점이나 고급 일식집에서 출혈을 감수해가며 그 맛을 느끼고자 할 것입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 소비자가 물 좋은 자연산을 직접 골라 먹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자연산이라고 막연히 좋을 것이란 생각보다는 비록, 양식이라도 계절에 맞는 제철 생선을 평판 좋은 상회나 횟집에서 이용하는 것이 생선회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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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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