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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고 얼큰한 옛날식 꽃게탕 끓이는법
어제 꽃게 손질법에 이어 꽃게 요리 한두 개 하고 병어로 넘어가 볼까 합니다. 꽃게 요리 중 가장 만만한(?) 음식이 찜과 탕입니다. 꽃게찜은 그냥 찌면 되고, 꽃게탕은 그냥 끓이면 되니 말입니다. '그냥'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정도로 레시피가 간결하고 쉽기 때문입니다. 찜과 탕에서 관건은 꽃게 비린내를 잘 잡아주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싱싱한 꽃게라면 비린내를 잡아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주재료인 꽃게는 싱싱한 것으로 구입하고 알과 장이 쏟아지지 않도록 손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는 죽자마자 바로 얼린 냉동 꽃게를 저렴하게 구입해 사용했습니다.
#. 꽃게탕 재료
꽃게 大자로 2마리, 멸치 다시마 육수 적당량, 된장 1~2큰술, 나박 썬 무 2줌, 애호박 1/3개, 양파 1/4개, 매운고추 1개, 빨간고추 1개, 대파 2줄기, 두부 반모, 후추 약간, 소금 약간
#. 꽃게탕 양념장
고춧가루 3큰술, 조선간장 2T, 다진마늘 1큰술, 다진생강 1티스푼(없으면 생략), 청주 2큰술, 물 2큰술
※ 참고
- 1T는 밥숟가락으로 계량합니다. 1큰술은 숟가락으로 아주 수북히 담은 것을 말합니다. 1티스푼은 말그대로 작은 티스푼입니다.
- 최근 유행하는 백종원의 황금레시피를 따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꽃게탕에 고추장을 풀지 않습니다.
- 멸치 다시마 육수는 꽃게 두 마리가 자박하게 잠길 정도의 충분한 양이 좋습니다. (육수 대신 쌀뜰물로 해도 됩니다.)
- 육수의 양은 곧 국물 양입니다. 끓이면 졸아지므로 국물이 적어져 짜지 않게 해야 합니다. 된장은 육수 양에 따라 1큰술에서 2큰술까지 조절합니다.
- 꽃게탕에 활꽃게를 사용하는 것은 아까우니 그날 들어온 죽은 꽃게나 냉동 꽃게를 저렴하게 구입해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 양파 너무 많이 넣지 마세요. 국물이 달아져 얼큰하고 시원해야 할 국물이 반감됩니다. (아예 생략해도 됨.)
고추와 대파는 편으로 써는데 대파는 다소 큼직하게 썰어도 됩니다. 호박은 반달 모양, 두부는 다소 널찍하게, 무는 얇게 나박 썰수록 시원한 국물이 빨리 우러납니다. 꽃게 손질은 어제 올린 글 참고하세요. (관련 글 : 가위 하나로 끝내는 꽃게 손질법)
다시마 멸치 육수는 무와 함께 끓여 시원하게 국물을 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10분을 끓이면 국물이 줄기 때문에 처음부터 넉넉하게 물을 부어 육수를 냅니다. 다시마와 멸치 양은 적당히 조절하세요. 여기서는 모든 재료를 넣었을 때 국물이 자박히 잠길 정도이며, 나박 썬 무는 어른 손으로 두 줌 정도입니다.
※ 육수내기 팁
무는 센 불에 팔팔 끓일수록 시원한 맛이 나지만, 멸치와 다시마는 센 불에 끓일수록 텁텁한 맛이 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만 넣고 팔팔 끓이다가 무 육수가 우러날 때 멸치와 다시마가 동봉된 팩을 넣고 은근한 불에 7~8분(이때는 냄비뚜껑을 여는 게 좋습니다.) 정도 우리는 방법을 권합니다.
육수가 끓으면 다시마와 멸치는 건져서 버리고, 꽃게와 된장, 애호박, 양파, 두부, 그리고 미리 준비한 양념장을 넣습니다. 한소끔 끓어오르면서 꽃게의 불순물이 거품이 되어 올라오는데 이를 숟가락으로 걷어내야 합니다.
마무리로 편으로 썬 고추와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어오르면 불을 약 불로 낮추고 2~3분을 더 끓이다가 후추를 살짝 뿌리고 불을 끕니다.
꽃게탕에 후추 궁합은 80~90년대의 한식 연구가의 레시피를 참고한 것인데 약간의 후추향이 맛을 북돋아 줍니다. 간을 보는데 육수 양보다 된장을 적게 넣으면, 약간 싱겁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소금을 한 꼬집 넣어 간을 맞춥니다.
시원하고 얼큰한 옛날식 꽃게탕 완성
제가 끓인 꽃게탕은 비교적 순한 국물에 시원함과 적당히 칼칼함을 더한 형태입니다. 소주 안주로 어울리기보다는 밥에 어울리는 꽃게탕입니다. 고추를 넣은 시점에서 너무 오래 끓이지 않았기 때문이며, 칼칼할 수 있는 국물을 무와 양파에서 우러난 미세한 단맛으로 순화시켜준 느낌도 듭니다. 시원하나 과하게 맵지는 않으니 아이들이 있는 집에도 잘 어울릴 것입니다. 만약에 좀 더 칼칼한 맛을 원한다면, 꽃게를 넣을 때부터 고추를 넣거나 혹은 청량 고춧가루를 한 숟가락 넣으면 됩니다.
가을 수게의 달디 단 살맛에 비할 수는 없지만, 포슬포슬한 꽃게 살은 언제 발라먹어도 맛있고, 노란 알(난소)을 건져 먹는 맛도 별미입니다.
백종원씨 꽃게탕 레시피에는 고추장이 반 숟가락 들어가면서 맵기와 감칠맛이 더해진 형태지만, 저는 개운하면서 칼칼한 탕을 선호하기 때문에 해산 어류 및 해산물이 들어가는 탕에 고추장을 푸는 것은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 이 부분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꽃게탕도 만드는 이가 열 명이면, 열 명 다 다릅니다. 여기서는 제가 어렸을 때 먹던 어머니표 꽃게탕을 제 식으로 만든 것이니 여기에 고추장을 풀든 된장을 더 보강하든 그것은 각자 취향에 맞게 끓이면 되겠습니다.
이제 암꽃게 시즌도 슬슬 저물어갑니다. 다음 주 금어기가 시작되면 더는 활꽃게를 볼 수 없지만, 냉동 물량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 잡힌 것일수록 알 수율이 좋으니 어획 시점을 잘 따지고 구입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모처럼 맛있는 꽃게탕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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