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의 일기(2), 고추 먹는 19개월 딸내미


 

 

 

요즘 딸내미가 먹는 음식 가짓수가 제법 많아지고 있다. 첫 돌이 되기까지는 이유식에 저염식에 유아식을 일일이 따로 만들어 챙겨야 하니 어찌나 힘든지. 물론, 나 말고 우리 아내 말이다. ^^; 그러다가 이제 19~20개월이 되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법 많아지고 있다. 딸내미 때문에 우리 가족이 대체로 저염식을 추구하는데 딸에게 찌개는 줄 수 없어 국은 따로 끓인다 쳐도 밥과 반찬을 공유하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그런 딸을 지켜보면서도 내심 채소를 먹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이제 막 19개월 된 딸에게 조금 무리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한 번쯤 가져보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초등학교 입학할 즈음에는 호박잎 쌈에 젓갈 한 점 올려 먹는 맛을 아는 어린이로 키우고 싶기도 하다. ㅎㅎ 최근에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어떤 맛과 식감이란 것을 깨우쳤는지 이 또래 아이치고는 제법 다양한 반찬을 섭렵 중이다.

 

과일은 거의 흡입 수준. 입에 있는데 계속 집어넣고 빈 접시에 고인 즙도 마시더니 혀로 핥기까지 한다. 현재 우리 딸이 좋아하는 반찬은 멸치볶음, 두부, 버섯, 달걀, 배추 된장국, 콩나물, 연근 조림, 각종 고기류, 생선을 특히 좋아한다. 사실상 고춧가루가 든 음식이 아니면 대체로 잘 먹는 편인데 한참 격변기다 보니 이런 입맛도 언제까지 이어질런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싫어하는 건 케첩. 마요네즈. 토마토. 케첩이나 토마토. 그래서 쏘야 볶음을 할 때도 케첩을 넣지 못한다.

 

어쨌든 하루는 오이고추를 맛있게 먹자 그것을 본 딸이 관심을 가진다. 아이들의 본능인지 음식이 초록색이면 채소인 줄 알고 경계부터 하고 보는데 최근 오이를 입에 대더니 고추도 비슷한 것으로 착각했나 보다. 일단 쥐여줘 보니 하나로는 성에 안 찼는지 하나 더 달란다. 두 개를 쥐여주자 이리보고 저리 보고 열심히 훑다가.  

 

 

오~이걸 입으로 가져가더니 씹는다.

 

 

맵지 않아 괜찮기는 한데 아직 딸이 받아들이기에는 힘든 맛일 듯. 역시 생각했던 맛이 아닌지 내려놓는다. 아마 풋내나 질긴 식감 때문이리라. 그래도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생소한 채소를 먹겠다고 시도한 것은 좋은 일이다.

 

 

최근에는 상추를 뜯어 먹는 모습을 보이더니 어제는 배춧잎을 잘도 뜯어 먹는다. 배춧잎의 단맛을 알게 된 걸까? 아니면 단지 뜯어먹는 재미 때문인 걸까? 입에 맞지 않으면 단박에 뱉어버리는 딸내미 성격으로 보아 배춧잎 맛이 없지는 않았나 보다. 

 

어류 칼럼니스트란 직업 때문에 평소 생선, 수산물이 식탁에 자주 오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다른 집과 다름없는 평범한 식단일 때가 많다. 종종 낚시로 잡아오거나 촬영용으로 수산시장에서 뭔가를 사 오기라도 하는 날이면 호사를 누리기도 하지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남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럴 능력도 없고, 특별히 재력가가 아닌 한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지 않나 싶다.

 

딸내미의 밥상 교육은 일단 식사 시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 모토라면 모토다. 그러니 강요는 없다. 먹고 싶은 반찬은 스스로 고르게 하고, 식사량도 스스로 정한다. 그걸 어기고 내가 바라는 걸 딸에게 표현하는 순간 딸은 알아차리고 음식에 더 많은 의심과 눈치를 갖게 된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먹어야 할 음식과 가려야 할 음식을 본능적으로 판단하는데 그 판단을 어느 누가 지속해서 대신해 주어선 안 되는 것이다. 안 먹는 반찬이 있다면, 부모부터 맛있게 먹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면서 음식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게 하는 것. 먹어도 된다고 판단하기까지 다소 시간은 걸리지만, 현재로써는 그렇게 가는 것이 나중에 편식을 줄이고 맛의 다양성을 인정하게 되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더도 말고 한 달에 한 가지씩 새로운 식재료, 새로운 반찬에 입맛을 들이도록 한다면 더는 바랄 게 없겠다. (현재 가지는 실패 중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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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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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수
    2016.07.11 15: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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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이 너무 예쁘고 기특하네요~ 야채를 이렇게 먹어 주다니요~ ^^ㅎ
    다른애들은 안먹어서 난린데 ㅠㅠ
  2. 상원아빠
    2016.07.11 18:2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ㅎㅎㅎ 제 딸은 깍두기 없음 밥 안먹습니다.^^
    요새 낚시도 못가셔서 블로그 독자인 저로서는 많이 서운했습니다.
    대마도 잘 갔다오시고 저는 18일에 제주도 내려갑니다.
    즐거워야 인생이다님이 내려오래요.^^ 한치 낚시하려구요...
    조심히 다녀오시고 대박 조황 기대합니다.
  3. 2016.07.15 01: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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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채소를 싫어하지 않고 정말로 잘 먹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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