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감염 경로, 정어리가 아닌 전갱이인 이유


 

 

<사진 1> 전갱이(맨위), 정어리(아래)

 

※ 콜레라 감염 경로는 현재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고, 몇 가지 가설로 추측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글은 거제도에서만 세 명의 환자가 같은 유전 인자를 가진 콜레라에 감염되었기 때문에 생선회 등 수산물에 나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역학조사를 벌이는 질병관리본부의 말을 인용해 환자가 먹었다는 정어리가 왜 현실성이 없는지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거제도에서 발생한 세 번째 콜레라 환자의 감염 원인은 정어리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뉴스가 나돌았습니다. 그날 환자가 수산시장에서 사 먹은 정어리가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거제 앞바다에서 한참 잡히는 전갱이라면 몰라도 정어리라니 그것도 회로 말이지?

 

정어리는 과거에 유명한 생선이었습니다. 정어리를 먹어보지 않아도 '정어리'란 생선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가난하던 시절, 윗세대들이 싼값으로 보충하기 쉬운 단백질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어리 개체 수가 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정어리는 명태와 마찬가지로 한류성 어류입니다. 1923년 함경도 연안에는 유례가 없을 만큼 풍족한 어획량에 집집이 몇 가마씩 정어리를 절이고자 소금 품귀 현상을 빚기도 하였습니다. 1937년에는 무려 138만여 톤의 정어리가 잡혔으며,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는 기록했습니다.

 

그렇게 많았던 정어리인데 지금은 모두 사라져 보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 정어리 어획량은 있으나 마나 할 만큼의 어획량으로 그나마 잡힌 정어리는 가공되며, 생물로 국내 유통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정어리가 수산시장이나 횟집에 횟감으로 판매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어리는 고등어처럼 부패가 빠른 생선입니다. 특별히 생물로 공수해 초밥을 쥘 수 있는 특급 호텔 일식당이나 고급 스시집이 아닌 한 횟집 환경에서는 도저히 판매될 수 없는 횟감입니다. 

 

콜레라의 원인이 전갱이인지 정어리인지에 따라 역학조사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갱이를 먹고 감염되었다고 하면, 전갱이 서식지인 거제도 근해 앞바다의 해수 오염에 무게를 두고 조사해야 합니다. 반대로 정어리를 먹고 감염되었다면, 수입산 냉동 정어리 및 통조림 등의 가공식품까지 모조리 조사해야 합니다. 물론, 둘 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거제 앞바다의 일부 해수가 오염되었다 하더라도 지난 8월 말에 불어닥친 태풍의 여파로(태풍에 의해 바닷물이 한바탕 뒤집어지면, 적조를 비롯해 각종 오염 물질이 정화됨) 소멸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치중하고 있는 역학조사는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다분할 것입니다.


 

 

이 글을 쓰다가 아침에 뜬 뉴스를 보았는데 결국, 환자가 먹은 회는 정어리가 아닌 전갱이로 판명 났군요. 전갱이를 정어리로 알아들은 질병관리본부의 변은 "전갱이의 부산 사투리 억양이 정어리로 들렸다."고 합니다. 물론, 사투리 억양에 세면 잘못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획량이 적고 부패가 빠른 정어리를 횟집에서 회로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전문 인력을 갖춘 부처로서 적절치 못한 판단입니다.

 

정어리의 사연은 특별히 어류 전문가가 아니어도 충분히 조사하면 알아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역학조사를 해야 할 질병관리본부가 이 부분을 놓치고 전갱이를 정어리로 착각한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당시 환자의 말을 듣고 현장(수산시장) 조사에도 착수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진 1>에서 보시다시피 정어리와 전갱이는 한눈에 봐도 다른 생선입니다. 어류 전문가가 아니기에 환자가 먹은 생선이 정어리인지 전갱이인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 최소한 문제가 된 횟집 일대를 둘러보면서 실제로 정어리가 횟감으로 유통되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아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어쨌든 이번 콜레라 환자는 거제도에서만 세 번째입니다. 환자가 먹었다는 전갱이(회)는 이 시기 거제와 통영 근해를 회유합니다. 따라서 환자가 먹은 전갱이와 인근 해역의 오염에는 어떠한 상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또한, 세 번째 환자가 전갱이를 회로 먹고 콜레라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갱이 회 자체는 아무런 죄가 없다는 것입니다. 콜레라나 비브리오 패혈증을 유발하는 식중독균들은 기본적으로 생선회 근육에 침투하지 못합니다. 대부분 수조 내 오염된 해수에 있다가 위생적이지 못한 손질 과정에서 칼, 도마, 행주 등을 타고 살로 옮겨붙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원인의 근본은 해수를 비롯한 수조의 수질관리와 불결한 위생에 있으며, 이는 우리의 활어회 문화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제 충분히 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어제 글을 못 보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시기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더보기>>

콜레라를 유발하는 한국의 활어회 문화

콜레라 발생, 생선회 먹어도 괜찮을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전문가도 잘 모르는 병어와 덕자병어 차이

실효성 0g인 수산시장의 양심 저울, 이유는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74)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3)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3-29 00:00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