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꾸미 철이 한창이지만, 해마다 어획량은 줄고 있어 걱정입니다. 제가 평소 힘주어 목소리를 냈던 것 중 하나는 "씨를 말리는 음식 문화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입니다. 여기에는 알배기 생선과 어린 치어를 뼈째 썰어 먹는 세꼬시 문화가 포함됩니다. 주꾸미의 어획량은 2010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무분별한 남획에 있습니다. 가을에는 낚시로 잡아들이고, 봄에는 알배기를 잡아들입니다. 이 주꾸미를 잡는 데는 크기도, 기한도, 어획량도 제한이 없습니다. 여기에 알배기 주꾸미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기호도 한몫했습니다. 국산이 귀하니 수입산이 많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입니다. 

 

국산 주꾸미는 중국산보다 좀 더 비쌉니다. 이점을 이용해 중국산을 국산과 섞어서 팔거나 아예 원산지를 둔갑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소비자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원산지별 구별법에 관해 짚어보도록 합니다.

 

 

<사진 1> 국산 주꾸미와 중국산 주꾸미의 비교

 

<사진 2> 국산 주꾸미의 특징은 보호색을 이루는 세포 조직인 갈색 반점이 뚜렷하다

 

<사진 3> 중국산 주꾸미의 특징은 보호색을 이루는 세포 조직인 갈색 반점이 흐리거나 잘 나타나지 않으며, 상처(까진 부분)가 도드라진다

 

<사진 4> 활 주꾸미의 경우 국산과 중국산이 담긴 물색에 주목

 

<사진 5> 동남아산 (태국, 베트남) 주꾸미

 

#. 국산 주꾸미의 특징

- 크기는 중국산보다 대체로 작은 편이나, 간혹 큰 것도 있어 크기로만 구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 중국산보다 활력이 좋아 움직임이 기민하고, 주위 환경(조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 같은 이유로 보호색을 띠는 세포 조직이 활발하게 움직이므로 머리에 갈색 반점이 선명하다. <사진 2> 참고

- 갈색 반점이 선명하므로 전반적인 채색은 중국산보다 어둡게 나타난다. <사진 1>의 (a) 참고

- 주꾸미 몸통에 나타나는 금테(<사진 1>의 b)는 원산지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특징이다. 

- 금테(금색의 링 모양)는 원산지를 가르는 기준은 될 수 없지만, 신선도에 따라 흐려지므로 선도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 국산 활 주꾸미는 먹물을 많이 뿜기 때문에 통에 든 물색이 검다. <사진 4>참고

- 시장에서 국산 표기 없이 판매되는 것은 중국산이나 동남아산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다.


     

#. 중국산 주꾸미의 특징

- 기본적으로 국산 주꾸미와 같은 종, 같은 서해에서 잡힌 것이다.

- 크기는 국산보다 대체로 큰 편이다.

- 유통 거리가 멀어 활력이 다소 둔화한 상태이며, 주위 환경에 보호색을 맞추는 기능이 둔화해 있다.

- 같은 이유로 보호색을 띠는 세포 조직이 둔화해 머리에 갈색 반점이 흐리거나 잘 나타나지 않는다. <사진 2> 참고

- 반점이 흐리거나 없으므로 전반적인 채색은 국산보다 밝게 나타난다. <사진 1>의 (a) 참고 

- 중국산 주꾸미도 신선한 것이라면, 국산 주꾸미에 나타나는 링 모양의 금테가 있다.

- 중국산 활 주꾸미는 유통 과정에서 먹물을 대부분 뿜어 통에 든 물색이 검지 않다. 그래서 안에 든 주꾸미가 다 비친다. <사진 4>참고

 

#. 동남아산 (태국, 베트남) 주꾸미의 특징

예전에는 냉동으로 들어왔으나 몇 년 전부터는 생물로도 수입되고 있다.

- 냉동일 경우 매대에 올려진 주꾸미는 대부분 해동 중이여서 손을 대면 매우 차갑다.

- 채색이 밝으며 다소 창백한 기운이 느껴진다.

- 보호색 세포 조직인 갈색 반점이 완전히 사라지고 없다.

- 금테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 먹물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

 

국산과 중국산 주꾸미의 경우 같은 서해에서 잡은 것이니 구별에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간혹 있는데 이 같은 인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같은 바다에서 잡혀도 어선의 국적이 다르다면, 결국 우리가 살 때 주꾸미의 가격이 달라지고 선도와 상태, 맛까지 모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중국 어선의 조업 방식이 다르고, 이에 주꾸미에 상처를 입히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유통 거리와 처리 과정에 따라 선도와 맛에서도 차이가 나며, 무엇보다도 가격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원산지에 의미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수산물에 대한 신뢰 회복은 원산지를 명확히 적시하고 파는 투명성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서천 주꾸미 축제는 이번 주말(4월 8~9일)까지 이어집니다.

 

산지에서도 국산 주꾸미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해서 판매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 자료가 주꾸미 원산지를 구별하는 데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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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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