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어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우리 국민이 잘 먹지 않았던 연어가 지금은 가정의 식탁과 외식 산업에서 빠져선 안 될 주요 먹거리가 되었습니다. 지난 10년간 국내 연어 시장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함께 청정 해역에서 자랐다는 이미지와 슈퍼 푸드란 인식에 힘입어 우리 국민의 연어 소비량이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소비량은 늘고, 연어 시장이 동반 성장함에 따라 연어 관련 식품도 다양화되고 있지만, 정작 연어와 관련한 기초 상식과 정보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1982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참치 캔 시장이 그랬듯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연어 시장도 연어 종류와 등급, 품질에 따른 세분화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때라 아직은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관련 법규도 미흡합니다. 소비자가 연어 관련 제품을 보고 품질을 판단하는 근거로는 오로지 생(生)인지 냉동인지 여부와 연어 함유량, 원산지 정도입니다. 생선과 수산 가공물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표기해야 할 '어종(종류)'과 등급별 품질 인증, 그리고 훈제 연어의 경우 각종 첨가물의 세부 표기는 배제되어도 유통과 판매가 되는 현실입니다.

 

앞으로 연어에 관해 몇 가지 글을 올릴 예정이며, 오늘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연어의 종류와 품질에 관해 알아봅니다.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노르웨이산 연어

 

현재 생연어와 가공식품(훈제연어, 통조림)을 보고 소비자가 연어 종류나 품질을 파악하게 될 별도의 표기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일부 통조림 제품에서 '은연어를 사용했다.' 식으로 표기한 것은 오로지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내세우기 위한 마케팅 목적에서입니다. 아직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수입 물량으로 메꾸고 판매하기에만 급급한데, 국제 시장이 요구하는 품질과 전문성 및 다양성에는 미치지 못했고, 양식 개발과 연구는 이제 막 초기 단계에 접어든 수준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연어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했지만, 정작 연어를 소비하는 국민은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연어가 어떤 연어인지 잘 몰랐습니다. 가령, 참치는 종류와 등급, 품질, 부위 등을 따지고 먹으면서 연어는 그렇지 못했던 것. 소비자로 하여금 연어를  '단일종'일 수 있다고 인식하게 한 것도 그동안 국내 연어 시장이 그럴싸한 미사여구만을 붙여 양적 판매에만 과도하게 경쟁했음을 잘 말해줍니다. 

 

한 예로, 연어의 실질적인 맛과 품질은 어종과 산지에 의해 대부분 결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청정지역'과 '슈퍼 푸드'라는 막연한 특징만을 내세워 홍보하는데 이러한 전략이 아직은 소비자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단순 홍보 전략으로 특정 연어만을 수입해 판매에 혈안을 올리는 사이 우리나라가 연어 소비국 중 국제적인 호갱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도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에 서식하는 다양한 연어(그림 출처 : http://www.glacierbayalaska.com/alaska-fishing/fish-species-guide)

 

#. 우리가 주로 먹는 연어는 어떤 종류인가?

연어는 생물학적으로 연어목 연어과에 속하는 독특한 위치의 어류입니다. 연어는 크게 태평양 연어와 대서양 연어로 나뉩니다. 태평양 연어는 왕연어, 홍연어, 은연어, 백연어, 곱사연어, 시마연어, 스틸헤드 등 7종으로 구분되며, 대서양 연어는 아틀란틱 연어와 브라운 송어 등 2종으로 구분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해 먹는 연어는 어떤 종에 속하며, 이들 연어의 품질은 연어를 소비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떠한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에 열거한 연어 종류는 맛과 품질에 따른 순서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1) 왕연어(킹살몬, king Salmon) → 맛과 품질은 최고지만, 생연어 수입은 국내 전무

치누크, 킹연어라 불리는 왕연어는 최대 몸길이 150cm, 약 60kg까지 성장하는 대형 종으로 전 세계에 분포하는 연어 중 가장 크게 성장하며, 맛과 품질도 가장 뛰어나 외국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가장 선호하는 스테이크 재료입니다. 왕연어는 캄차카 반도를 비롯한 북태평양에 대부분 서식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 아시아권으로는 서식 및 회유하지 않습니다. 이 고급 연어는 캐나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 거의 모든 물량을 수입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한 업체가 뉴질랜드 양식산을 훈제해 유통하고 있으며, 생연어 유통은 현재 되지 않고 있습니다. 

 

 

2) 홍연어(사카이, Sockeye Salmon) → 맛과 품질이 으뜸, 국내에는 자연산 냉동으로 소량 유통

삭아이, 레드새먼으로 불리는 홍연어는 왕연어 다음으로 맛과 품질을 인정받은 어종입니다. 양식이 잘 되지 않아 대부분 자연산으로만 유통되며, 송어와 같이 바다로 나가는 강해형과 주로 하천과 호수에서만 사는 육봉형으로 나뉩니다. 강해형은 북태평양 연안과 북해도에 서식하며 국내 연안에는 서식하지 않습니다. 국내에는 한 업체가 자연산 홍연어를 냉동으로 수입 유통하고 있지만, 아직은 수요가 적고 자연산이라는 점을 앞세워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언젠가 모 TV 프로그램에서 자연산 연어와 양식산 연어의 속살을 비교해 자연 상태에서 자란 연어가 어째서 사료 먹고 자란 양식 연어의 속살보다 붉은지를 설명했는데, 당시 자료 화면에 쓰인 자연산 연어는 홍연어이고, 양식산 연어는 노르웨이산 아틀란틱 연어로 서로 다른 어종의 속살을 비교해 색의 차이를 설명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홍연어는 이름 그대로 외형이 붉으며, 원래 속살이 매우 붉은 종입니다.  


 

 

3) 은연어(코호, Silver Salmon) → 맛과 품질은 으뜸이나 일부 항생제가 문제된 칠레산 훈제 연어로 수입, 극소량은 국내 양식산으로 유통

코호새먼으로 불리는 은연어는 서양에서 왕연어와 홍연어에 이어 가장 선호하는 어종이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칠레산 훈제 연어로 유통. 양식산 은연어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 마트로 유통되며, 각종 뷔페와 레스토랑에 쓰이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서식하지 않은 종인데 최근 은연어 씨를 받아서 양식에 성공, 일부 출하가 이뤄지면서 시장 반응을 살피는 중입니다. 은연어가 국내에서 대량 양식 및 출하가 성공하게 된다면, 98% 이상 수입했던 수입 연어 의존도를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입량이 가장 많은 노르웨이산 아틀란틱 연어

 

4) 아틀란틱 연어(대서양 연어, Atlantic Salmon) → 노르웨이와 칠레에서 대량 양식, 국내에는 생연어로 대량 수입돼 대중화 공신

대표적인 양식산 연어로 최근 국내에서 붐을 일으킨 생(生)연어 소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자란 아틀란틱 연어는 포획 금지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어느 국가이든 자연산 유통은 불법, 오로지 양식산만 유통하게 됩니다. 주요 생산국은 노르웨이로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의 대량 소비국이었던 러시아와의 불화 및 수입 거부로 인한 재고 물량이 국내로 대거 들어와 '연어 무한 리필'이라는 신종 외식 산업을 유행시킨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였습니다.

 

국내에 유통되는 생연어(훈제 및 가공되지 않은)는 대부분 노르웨이산 양식 아틀란틱 연어로 연어 최대 가공업체인 마린 하베스트가 한국에 지사를 세우고 인천에 가공 공장을 설립해 노르웨이에서 항공 수송으로 들어온 생연어를 소비자 니즈에 맞게 가공 처리 후 국내 각 지역으로 유통, 연어 열풍 시대에 맞춰 발 빠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노르웨이산 연어의 품질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이 내용은 길어질 수 있으니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5) 시마연어(체리연어, Cherry Salmon) → 한국 및 동북아시아에 분포, 맛과 품질은 중간, 국내 양식화에 성공해 일부 출하

시마연어는 러시아 시마 지방에서 많이 잡힌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국내에서는 바다송어, 체리연어란 이름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시 말해, 참송어라 불리는 송어는 바다로 나가는 개체와 강이나 하천에 남는 개체로 나뉘며, 이를 각각 강하형과 육봉형이라 불립니다. 바다로 나가는 강하형은 바다송어가 되고, 강이나 하천에 남는 육봉형은 산천어가 됩니다.

 

결국, 송어 = 산천어 = 바다송어 = 시마연어 = 체리연어는 모두 같은 종을 의미하며, 수산시장 등지로 유통되는 시마연어는 모두 바다에서 잡힌 강하형입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양식화에 성공, 소수 물량이나마 출하해 횟감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6) 백연어(첨연어, Chum Salmon) → 국내 연안에 서식 및 회유, 맛과 품질은 중하급.

첨연어, 첨새먼이라 불리는 백연어는 시마연어와 함께 유일하게 국내에 서식 및 회유하는 연어입니다. 시마연어와 함께 동북아시아에 집중 분포하며, 해마다 가을이면 산란기에 접어든 백연어가 동해에 인접한 강 하구로 몰려와 상류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때의 연어는 포획 금지이며, 연구를 위한 알 채집만이 허용될 뿐입니다.

 

초밥에 사용되는 연어알(이꾸라)의 맛과 품질은 백연어 < 은연어 =< 시마연어 순이며, 회귀본능에 따라 국내 하천으로 대량 회유하는 백연어가 양식화하기에는 유리하지만, 맛과 품질 면에서 은연어보다 다소 떨어지는 편이여서 백연어를 양식하는 대신 은연어 양식을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7) 곱사연어(핑크연어, Humpback Salmon) →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개체 수, 덩치 작아 수율이 떨어지며, 주로 통조림 및 가공 용도

핑크연어, 험피로 알려진 곱사연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는 흔한 연어로 가을이면 산란기에 접어든 곱사연어가 북미(캐나다)의 강 하구로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봄에 한시적으로 동해로 이동하지만, 산란을 위해 하천으로 회유하지는 않습니다. 곱사연어를 횟감이나 스테이크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맛이 떨어지는 편이고 크기가 작아서 주로 통조림과 가공품으로 쓰입니다.  

 

이 밖에 무지개송어가 있는데 시마연어처럼 바다로 나가는 강하형은 덩치가 육중하게 자라는 스틸헤드가 되고, 강과 하천에 남는 육봉형은 비교적 크기가 작은 무지개송어로 남습니다. 국내에서는 스틸헤드를 소비하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양식한 무지개송어를 횟감으로 즐기는 식문화는 있습니다.  

 

 

#. 마치며

정리하자면,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연어는 노르웨이산과 칠레산 양식 연어인데 생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산이며, 훈제는 노르웨이산과 칠레산으로 양분됩니다. 알라스카 자연산 홍연어는 냉동으로 소량 유통되고 있습니다. 어종 분포로 보았을 때 생연어 소비는 대서양(아틀란틱) 연어가 압도적으로 많고, 훈제는 은연어와 아틀란틱 연어, 통조림은 곱사연어와 은연어, 그리고 일부 알래스카산 자연산 홍연어가 소량 유통되고 있을 뿐이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은 그리 넓지 못합니다. 아직은 유럽과 미국, 일본이 품질 좋은 연어를 대부분 가져가는 실정으로 한국의 초기 연어 시장은 양적 성장을 키워나갔기에 앞으로는 연어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품질의 다양화와 질적 성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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