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에 가면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미소가츠와 장어덮밥을 꼽습니다. 이미 많은 식당에서 미소가츠와 장어 덮밥을 취급하지만, 이중에서도 미소가츠는 60년 전통의 야바톤을, 장어 덮밥은 130년 전통의 호라이켄이 빠질 수 없습니다. 호라이켄은 조만간 소개할 예정이며, 출국 전날인 이날은 야바톤의 미소가츠를 맛보기 위해 나고야시 중심가에 있는 마쓰자카야 백화점을 찾았습니다. 야바톤은 어느 점포를 가더라도 10~20분 대기가 기본이라는데 이날은 토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한산한 풍경입니다. 

 

 

이 집 메뉴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음식 모형들입니다.

 

 

입구에는 이 집의 전매특허인 된장 소스와 카레 등을 완전히 상품화시켜 판매하는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테이블이 텅텅 비어 있었는데 어느새 손님이 들어차고 있습니다.

 

 

직원이 몇 분이세요? 라고 물었을 때 자연스럽게 일본어로 대답해서인지 처음에는 일본어 메뉴를 받았는데 나중에 한국인임을 알고 한국어 메뉴판을 갖다줍니다. (사실 어느 쪽이든 고르는 데는 상관없지만, 그래도 한국말로 된 메뉴판을 보니 반갑군요.)

 

 

야바톤의 인기 메뉴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하나는 추천이라 표기된 철판 돈가츠, 다른 하나는 명물로 표시된 와라지 돈가츠로 이 둘을 하나씩 시켜봅니다. 가격은 세트 기준으로 각각 1,700엔과 1,600엔이니 썩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토핑으로 양배추나 다진 파, 마요네즈 등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메뉴판 하단에는 흑돼지로 만든 돈가츠도 보이는군요.

 

 

이 밖에도 다루는 메뉴가 많으니 참고삼아 올려봅니다.

 

 

 

 

테이블에는 간장, 간 참깨, 고춧가루, 머스타드가 놓여 있습니다.

 

 

 

물 대신 냉녹차가 나오는데 가루 제품으로 보이며, 향이 진하고 떪은 맛이 없어 어린 딸내미가 잘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기본으로 서빙된 냉녹차지만, 이곳이 카페라면 돈을 받고 팔아도 될 만큼 맛이 좋군요.

 

 

주문한 메뉴가 나오는데 철판 돈까스는 매우 뜨거우니 주의를 당부합니다. (딸내미의 놀라는 표정이 압권이네요. ㅎㅎ)

 

 

야바톤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인 와라지 돈가츠

 

제가 주문한 와라지 돈가츠는 야바톤의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와라지는 짚신이란 의미로 짚신 크기의 돈가츠를 이름 그대로 붙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소스가 부어지지 않은 상태로 서빙되며, 이후 직원이 따듯한 된장 소스를 부어줍니다. 

 

 

와라지 돈가츠는 된장 소스만 곁들일 수도 있고, 일반 돈가츠 소스와 반반으로 곁들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반반으로 선택. 가격은 철판 돈가츠보다 100엔 정도 저렴한데 양은 더 많습니다.

 

 

철판 돈가스(테판 돈가츠)

 

철판 돈가스는 이름 그대로 뜨겁게 달군 철판 위에 얇게 썬 양배추와 두툼한 돈가츠가 올려집니다.

 

 

직원이 이 집의 명물인 된장소스를 부어주는데 소스가 부어지면서 나는 소리와 뜨거운 김은 식전에 입맛을 돋우는 일종의 퍼모먼스가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돈가츠가 된장소스와 궁합을 맞추게 되었는지 그 유래가 제법 흥미롭습니다. 그 시대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하루는 한적한 포장마차에서 홀로 식사하던 중 안주로 먹던 꼬치를(돼지고기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콩 된장을 조린 소스에 찍어 먹었는데 그 맛이 좋았던 것이 된장 소스를 만들게 된 계기였다고 전해집니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비전의 된장 소스를 완성. 1947년 '활터(矢場)의 돈가츠'란 이름으로 창업한 야바톤은 현재 여러 분점을 내고 69년째 전통을 이어오게 됩니다.

 

된장 소스는 1년 정도 숙성한 콩 된장을 돼지고기 육수와 함께 끓여 냈는데 우리 입맛에는 다소 짭니다. 평소 싱겁게 먹는 분들에게는 매우 간간하게 느껴질 것이며, 음식을 짜게 먹는 분들에게는 입에 맞을 것입니다. 

 

 

고기 두께는 평균 이상. 뽑기 탓인지는 몰라도 돼지고기에 지방(비계)이 차지하는 비율이 꽤 높습니다. 등심을 사용했다고 하기에 의아할 정도로 비계가 많이 붙었죠. 살코기를 씹으면서도 간간히 씹히는 지방 맛에 거부감이 없는 이들에게는 문제 되지 않지만, 제 아내처럼 지방과 짠맛을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재앙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일부러 기름기가 많은 등심을 받아 쓰는 건가도 싶습니다. 다소 퍽퍽할 수 있는 살코기 사이사이로 지방이 섞여 있어 씹는 맛을 좋게 하려는 의도가 보이며, 위 사진처럼 지방이 한쪽에 몰린 것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고기는 씹는 맛으로 먹고, 지방도 적당히 섞인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환영할 만합니다.

 

이 집이 내세우는 된장 소스는 특유의 깊고 풍부한 맛이 인상적이고, 짠맛에 포인트를 두어 감칠맛을 극대화하려는 의도 또한 개성적이라 할 수 있지만, 두꺼운 고기의 씹는 맛에 비해 고기 본연의 맛과 향이 자극적인 소스에 가려진다는 측면도 있어서 어느 쪽이든 야바톤의 미소가츠는 한국인들에게 상당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야바톤의 미소가츠는 호불호를 떠나 나고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꼭 야바톤의 미소가츠가 아니더라도 나고야를 방문할 때 한 번쯤 맛볼 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개인의 입맛과 취향은 그저 익숙해진 경험의 산물일 뿐, 세상에는 여러 가지 맛과 취향이 공존하니 그 맛을 경험하면서 내 취향의 폭을 넓히는 것 또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짜고 두껍기만한 이 돈가츠가 왜 이곳 사람들이 열광하는 명물이 되었는지 짚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지요.

 

야바톤은 나고야시에만 5개, 도쿄에 1개, 오사카에 1개, 후쿠오카에 1개, 오야베시에 1개의 점포를 두고 있습니다. 제가 이용한 곳은 나고야시 중심에 있는 마쓰자카야 백화점 남관 10층이며, 바로 옆에는 호라이켄도 있어서 이곳에 반나절 이상 머무를 계획이라면, 점심과 저녁을 함께 해결하기에도 괜찮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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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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