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연산에 환상을 품지만, 제겐 하루 노동의 결과일 뿐입니다. 낚시란 취미는 삶의 활력소를 위한 일탈이면서도 때로는 고된 노동이기도 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덤으로 주어지는 자연산이야말로 낚시를 즐기게 한 동기 중 하나지만, 이렇게 잡은 결과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먹거리가 되는가 하면, 처리하기에 급급한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흔히 바닷물고기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맛있어진다고 합니다. 반은 맞는 이야기지만, 반은 틀립니다. 월동을 준비하기 위해 체내에 지방을 가두는 고기가 있는가 하면, 겨울에 산란을 마쳐 살 맛이 밍밍한 고기도 있습니다. 우럭으로 알려진 조피볼락은 겨우내 산란을 준비해 체내에 온갖 영양분을 가두다가 봄이면 새끼와 함께 방출합니다. (우럭은 난태생으로 몸속에서 알을 부화시켜 새끼를 낳습니다.)

 

그 때문에 우럭이 가장 맛있어지는 계절은 산란을 준비하는 시기인 겨울입니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겨울 중에서도 산란 준비의 막바지에 해당하는 1~4월이 가장 맛이 좋습니다. 지금(11월)은 산란 준비를 시작하는 초반으로 아직은 살이 덜 찼고, 맛도 덜 든 상태입니다. 그래서 생우럭은 보드라운 살맛으로 먹는 탕이 아니고선 맛이 밍밍합니다.

 

이 밍밍한 맛과 부서지는 식감을 보완하기 위해선 '건조'가 필수입니다. 소고기에 '드라이에이징'이 있다면, 바닷물고기는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꾸득히 말린 생선이 있겠지요. 말릴수록 각종 맛 성분이 응축해 더욱 진하게 배게 되며, 부드럽거나 부서지기 쉬운 식감은 건조를 통해 씹는 맛을 더합니다.

 

 

이날 선상낚시로 잡은 우럭

 

그런데 대도시 아파트에 사는 분들이라면 생선 건조를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생선 건조가 바닷가 마을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는 인식도 한몫 차지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런 인식을 버리고 평범한 집에서도 생선을 맛있게 말리는 방법에 관해 알아볼까 합니다. 이 방법은 선상낚시 전문 출조점을 운영하는 감성킬러님과 바다향기님의 생선 말리는 방식을 채용했으며, '반건조' 방식으로 우럭의 경우 찜과 탕감 등 반찬으로 먹기에 가장 알맞은 상태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 생선 말리기 준비물

넓은 대야, 수돗물, 소금, 소쿠리, 선풍기

 

 

생우럭은 손질을 거쳐 반으로 갈라 활짝 펼쳐야 합니다. 원래 생선을 말릴 때는 일명 '등따기'라 하여 등에 칼집을 넣어 펼친 뒤 내장을 제거하는 식으로 해야 하는데 제가 가져온 우럭은 이미 배를 따버린 상태라 할 수 없이 '배따기'를 하겠습니다. 방법은 위 사진처럼 척추뼈를 피해 칼을 넣은 뒤.

 

 

반으로 가릅니다.

 

 

대가리도 딱딱한 척추를 피해 칼을 넣고 막힐 때까지 가른 뒤.

 

 

칼턱으로 두드려서 벌립니다. 이때 칼 쥐는 방법을 참고합니다. 

 

 

다섯 손가락을 오므려 잡는 이 파지 법은 내장을 긁어내거나, 강하게 내리쳐 뼈를 자르거나 칼턱으로 두드릴 때 사용합니다. 이런 작업은 일반 식칼보다 무게감이 있는 데바가 적당합니다.

 

 

이로써 우럭 손질이 끝났습니다.

 

 

 

#. 생선 물간하는 방법

넓은 대야에 수돗물을 충분히 담습니다. 여기서는 화장실에다 놓고 쓰는 대야라 충분히 씻어 사용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위생적인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김장용 비닐을 깔고 물을 부었습니다. 여기에 소금을 타서 해수와 가까운 염수를 만듭니다. 중요한 것은 물과 소금의 비율인데 물 1.5리터당 들어가는 소금은 종이컵으로 1컵.

 

- 물 1.5리터에 소금 1컵

- 물 3리터에 소금 2컵

 

이런 식으로 넣고 손으로 충분히 저어서 소금물이 되도록 용해합니다.


 

 

이 상태로 3시간을 두고 3시간이 지나면, 흐르는 물에 한 차례 헹군다

 

손질한 우럭은 염수에 충분히 잠겨야 하며, 이 상태로 3시간을 둡니다. 3시간이란 시간은 대충 잡은 시간이 아닌, 그간 많은 생선을 말리면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입니다. 다시 말해, 이 정도 염수에 이 정도 시간이면, 어떤 음식에서도 곧잘 어울리는 간이 배는 것입니다. 그리고 3시간 후 물간 한 우럭을 민물에 씻어내 짠기를 털어내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짠기를 씻어내는 것은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군다는 느낌으로 합니다. 

 

 

물기를 충분히 턴 다음, 소쿠리에 속살이 보이도록 넙니다. 재래시장에 가면 사진처럼 망이 달린 소쿠리가 있습니다. 최대한 큰 것이 좋으며, 망을 덮어 발코니에 그냥 둬도 잘 마릅니다. 특히, 찬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발코니에 두는 것으로도 충분히 잘 마르며,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실내에서 선풍기를 틀어 말립니다. 여기서는 선풍기를 이용해 건조해 봅니다.

 

 

저의 경우 소쿠리를 거실에 두고 말립니다. 선풍기는 2대를 동원, 강풍으로 틀고 소쿠리를 정조준하는데 가능한 한 가까이 대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자기 전에 틀고,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해 보면

 

 

이렇게 잘 말려져 있습니다. 여기까지 선풍기를 튼 시간은 약 6시간 정도.

 

 

생선을 뒤집어서 2시간 정도를 더 틀면, 반건조 우럭이 완성됩니다.

 

 

이것은 10월에 잡은 쥐노래미.

 

 

우럭도 꾸득히 말려졌습니다.

 

 

속살은 반건조 상태

 

이렇게 말린 생선은 칼집 내서 구워 먹어도 맛있고, 특히 양념장을 올린 찜이 맛있습니다. 생우럭으로는 찜이 어렵죠. 그냥 쪘다가는 살이 다 부서집니다. 그런데 반건조한 우럭으로 찜 하면, 속살이 꼬득해 씹는 식감도 있으면서 감칠맛이 훨씬 오른 상태라 더욱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말린 생선을 가위로 댕강댕강 잘라다 맑은탕을 끓여 먹으면 숙취 해소에 최고입니다. 저는 태안의 명물인 우럭젓국을 끓여 먹었는데 마치 황태국처럼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 특별히 요리 기술이 없어도 맛이 납니다. 이미 물간으로 간이 밴 상태라 어떤 음식을 해도 생선과 간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반건조법은 우럭, 열기, 볼락 등 선상낚시를 하는 꾼들에게는 매우 유용할 것이니 꼭 한 번 시도해보시기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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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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