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쿠알라룸푸르의 어느 주거 아파트

 

국내 도입이 시급한 아침 식사(쿠알라룸푸르 여행(8), 국내도입이 시급한 말레이시아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아파트 내의 체육관으로 갑니다. 열대 정원 느낌이 나는 이곳에는 가끔 청설모처럼 생긴 설치류가 다니기도 하고, 작은 도마뱀도 있다고 합니다.

 

 

아파트 내 수영장은 입주자라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날은 평일 오전이라서 그런지 아무도 없네요. 곧 배드민턴으로 땀을 흘리면 이곳에서 수영하며 오전을 보낼 생각입니다.

 

 

이곳은 차를 마시거나 다과를 즐기기 좋은 공간으로 보입니다. 남편 출근하고 없을 때 아내가 친구들 불러서 수다 떨기 좋은 곳 같죠. ^^

 

 

체육관은 아파트 공동 시설물 중 하나입니다. 사전에 예약하면 그 시간 동안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 가져온 배드민턴 채를 꺼내 들었습니다.

 

 

안쪽은 헬스장이고요.

 

 

실은 이날 배드민턴 코치를 불렀는데 약속이 펑크났습니다. (유료로 개인 교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치기로 하는데 동생이 절 이긴다고 까불길래 한번 밟아줘야지 했다가 보기 좋게 졌네요. 한동안 운동을 소홀히 했더니 쩝.

 

 

경기 중에 딸내미가 자주 난입해 흐름이 뚝 끊겨서라고 변명하렵니다. ^^;

 

 

이어서 동생의 두 지인분의 시합이 열립니다. 일본인 국어 교사이신 소피상에게 베지터 버전으로 '힘을 보여줘(치카라오 미세테구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는 ㅎㅎ

 

 

배드민턴으로 몸을 푼 우리 가족은 수영하러 먼저 나왔습니다. 딸에게 물고기를 보여주면 한동안 붙잡히게 돼서 어떻게든 시선을 분산시키며 이곳을 통과하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갑니다. 물고기를 어쩜 저리 좋아하는지. 제겐 좀처럼 보이지 않는 흐뭇한 표정을 저딴 물고기에게 하트 뿅뿅 날리면서 보이고 말이죠. 쳇쳇.

 

 

쿠알라룸푸르 최대 쇼핑몰인 파빌리온

 

수영을 마친 우리는 일행과 함께 두 대의 택시로 나눠타고 쿠알라룸푸르의 시내 중심으로 왔습니다. 이곳은 쿠알라룸푸르 최대 쇼핑몰인 파빌리온. 쿠알라룸푸르로 여행 온다면 KLCC 수리아몰과 함께 꼭 한 번 거치게 될 스팟인데요. 사실 우리 가족은 도시 관광이나 쇼핑몰 구경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습니다. 그냥 밥 먹으러 온 김에 잠시 둘러보는 정도인데, 이번 여행도 차이나타운과 KLCC 페트로나스 타워에 야시장까지 둘러볼 계획이라 더더욱 둘러볼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파빌리온 내부

 

저녁을 먹기 위해 지하 푸드코트로 내려왔습니다. 쿠알라룸푸르로 여행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된 젤린 이모(동생 지인)를 처음에는 낯가림하더니 이제는 이모 이모 하면서 폭 안깁니다.

 

 

이젠 아빠 엄마도 찾지 않는 듯. ㅎㅎ 푸드코트에는 전 세계의 먹거리를 한데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다양한 먹거리에 시선을 떼지 못한 가운데 어디로 가서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이 됩니다.

 

 

북경오리가 먹음직스럽게 걸려 있고요.

 

 

사테이는 어디를 가도 있습니다. 오른쪽 가격표에는 3꼬치가 5.9 링깃(약 1,500원). 네 명에서 12꼬치를 먹어도 18.9 링깃(약 5천원)에 불과합니다. 물론, 사테이는 식사 외에 따로 시켜먹는 사이드 디쉬 느낌이지만, 그래도 말레이시아의 서민 음식답게 저렴한 편.

 

 

전 세계 음식을 모았다곤 하나 그래도 동아시안 푸드가 강세입니다. 주로 중국, 홍콩, 대만, 태국, 일본의 프랜차이즈들이 많이 보입니다.  

 

 

실은 제가 찜한 곳이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그냥 눈에 잘 띄는 이곳에서 식사하기로 합니다. 마담콴스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국민 프랜츠이즈입니다. 주로 태국, 베트남, 싱가폴, 홍콩 음식을 접목한 다국적 아시안 푸드를 선보입니다.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의 일종인 나시보자리. 밥 한 숟가락에 장조림에 닭 다리 뜯는 맛이라 친숙합니다. 그런데 밥에는 향신료가 들어가 독특한 향이 나는데요. 고수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이런 밥 냄새도 적응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밥에서 비누나 세재 향이 난다고 생각해 보세요. ㅎㅎ

 

 

싱가폴의 면 요리인 차 퀘이 테오(Char Kway Teow). 맛이 무난합니다. 보기에도 무난해 보이지요.

 

 

점보 리버 프라운. 신메뉴라며 홍보하던데 한 그릇에 2만원을 각오하고 주문했지만, 다들 맛보더니 우웩~ ㅠㅠ 코코넛 밀크가 매우 진한데 그것과 별개로 아주 느끼하고요. 조금 심하게 비약하자면 토 나올 것 같은 맛이라고도 느껴질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 여행기라 편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느껴지는 맛은 그렇습니다. 여기서 음식을 분석하고 좀 더 구체적인 맛을 진술한다면 내용이 지루할 테니 이 부분은 마담콴스를 따로 리뷰할 때 몫으로 돌리겠습니다. 

 

 

태국 음식 풍의 머쉬룸 치킨 미. 일명 태국 짜장면이라고 하는데 우리 입에는 다소 아쉬운 맛. 우리 딸은 잘 먹네요. ㅎㅎ

 

 

이건 홍콩 음식 풍의 덤플링 누들 수프. 만두에 새우가 들어간 누들슾인데 육수가 맑고 개운해 이날 주문한 음식 중에서는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국물에 고수 향이 살짝 나지만, 이 정도면 무리 없을 듯.

 

 

이날 딸이 수영하고 와서인지 걸신들리듯 먹던데요. 평소에도 밥을 잘 먹는 편이지만, 면발을 집어 삼킬듯한 이런 모습은 처음 봅니다. 실제로도 면발 한 뭉텅이를 전부 입으로 가져가더니 와구와구 씹어먹더라는.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ㅎㅎ

 

 

파빌리온에서 나오자 복잡한 도심 풍경이 반깁니다. 흡사 서울 명동 같으면서도 다인종이 모여 사는 이국적인 느낌은 드는데요. 퇴근 시간대라 교통이 매우 혼잡합니다. 택시를 잡아타는데 대부분 미터기를 안 켰고, 목적지에 따라 딜을 하려는 기사가 많은데요. 마침 5~6명이 한꺼번에 탈 수 있는 밴 택시가 있었는데 여기서 4~5km도 안 되는 차이나타운을 자기 딴애는 조금 높여 부른다면서 5천원이나 내라니 (속으로 고맙다면서) 그냥 타버렸습니다.

 

※ 말레이시아는 산유국이라 택시비가 저렴한 편입니다. 4~5km 가는데 5천원은 이 나라 기준에서 다소 바가지지만, 우리로서는 크게 손해 볼 게 없는 가격입니다. 이렇게 여럿이 이동할 때는 다른 복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 택시를 잡아타는 편이 훨씬 이득입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쿠알라룸푸르의 차이나타운. 입구에 들어서자 각종 잡화점부터 북적대는 인파까지 도깨비 시장을 쏙 빼닮았습니다. 제가 남자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기껏 이 먼 곳까지 와서 백화점 같은 곳을 구경하기보다는 이런 야시장이 더 흥미진진하죠. 아내도 저와 취향이 비슷합니다. 부부끼리 취향이 비슷한 것은 이런 여행지에서 큰 축복이 아닌가 싶은데요. 자~! 보세요. 사람 냄새 풀풀 나잖아요.

 

동남아 여행에 야시장이 빠지면 앙꼬 없는 진빵. 다만, 잡화 상점은 취향이 아니라 대충 구경하고 패스합니다. 동남아풍의 의류와 아랍풍 히잡을 구입해 쓰고 다니는 것은 나름 이색적이면서도 기분 전환이 되겠고, 현지 냄새 폴폴 나는 가방과 신발을 사는 것도 좋지만, 문제는 한국에서 외출용으로 쓰기에 무리수란 점이 구입을 망설이게 합니다.  

 

 

그러다 과일가게를 발견합니다.

 

 

사장님 매일 과일만 드시니 연령대 비해 피부가 고우신가 싶기도 하고. 그나마 여기는 제 눈에 익숙한 과일들이 많이 있군요. 람부탄, 롱간(용안), 망고스틴 등.

 

 

살이 통통하게 오른(?) 이 망고스틴 좀 보세요. 상태도 좋은데 가격은 고작 1kg에 10링깃(약 2,700원). 1kg이면 저만한 망고스틴이 12~13개 정도 들어갑니다.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국내 마트에서는 1kg 13,000원 정도 하죠. 그렇게 생각하자니 여기서 만 원어치 사서 아주 원 없이 먹어보고 싶단 생각도 듭니다. ㅎㅎ  

 

 

우리가 먹는 군밥과 비슷해 보이는데요. 작은 쇠 구슬을 이용한 복사열 방식이 특이합니다.

 

 

배만 부르지 않았다면 한번 맛보고 싶었는데요. 군밥이 골고루 익어 맛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렇게 퍼올리면 작은 쇠 구슬은 걸러지는 방식. 전반적으로 합리적이고 편리한 방식으로 보입니다.

 

 

확실히 과일가게 주인들은 남녀 불문하고 피부가 곱군요. ㅎㅎ 이곳은 열대과일을 테이크 아웃 방식으로 파는 노점상입니다. 배는 불러도 과일 들어갈 배는 남겨뒀는데 

 

 

대부분 생소한 과일 뿐이라 고민됩니다.

 

 

처음 맛보는 구아바 생과

 

그나마 우리 귀에 익숙한 구아바를 골랐습니다. CF의 힘인지 '구아바~구아바~♪'구절이 생각나네요. 가격은 한 봉지당 1.5링깃(약 400원). 그런데 맛은 우리가 구아바 주스에서 느꼈던 믹스된 맛과는 (당연히) 다르지요. 구아바 특유의 향은 느껴지는데 식감은 단단한 참외를 먹는 기분. 혹시 덜 익은 것인지 궁금하군요.

 

 

암바렐라(왼쪽)와 잭후르츠(오른쪽)

 

다른 것도 맛을 보는데 평소 무슨 맛인지 궁금했던 잭후르츠(노란색)는 동남아 열대과일에서 풍기는 특유의 고랑내가 나면서 단 향이 돌고, 식감은 소문대로 고기 씹는 맛이 나서 독특합니다. 그 뒤에 녹색은 케동동(암바렐라)이라 부르는 과일인데 덜 익었는지 너무 셔서 먹다가 남겼습니다.

 

 

달달하고 시원한 아이르 마타 쿠칭

 

아이르 마타 쿠칭이라는 독특한 음료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가격은 종류에 따라 2~2.5링깃(500~700원). 커다란 수조처럼 생긴 통에 대량으로 넣어 파는데 음료에는 버블티 같은 말랑말랑한 젤리가 들어 있습니다. 이 젤리는 열대과일인 롱간(용안)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여기서 음료 이름인 '마타 쿠칭'은 고양이 눈이라는 의미랍니다. 이 검은 젤리가 마치 고양이 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같은데요. 맛은 우리네 식혜와 수정과를 살짝 섞은 듯 달달하면서 청량감도 있고, 버블티의 씹는 맛도 느껴지는군요. 가성비도 괜찮고 더울 때 마시면 좋은 음료로 보입니다.

 

 

다양한 인종으로 활기 넘치는 차이나타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세계 각국의 국적기들이 여기 다 모였습니다. 우리는 구경만, 소피상은 여기서 모형 비행기를 구입해가는군요. 가족이나 지인 선물용으로 괜찮은 듯.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모형은 수집 욕구가 발동할까 봐 한번 사기 시작하면, 다른 것도 죄다 사야할 것 같아서 아예 사질 못하겠습니다. ^^;

 

 

곳곳의 노점상에는 가족 단위로 나들이 온 손님으로 북적입니다. 

 

 

가볍게 요기하기에는 적당해 보이는 면 요리가 주류입니다.

 

 

이런 허름한 노점상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독특한 매력이 있지요. 지금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한때 80~90년대에서나 볼 법한 옛날 과자(센베이라고도 부르지만, 엄연히 일본에서 건너온 고유대명사죠.) 만드는 풍경처럼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아팜발릭이라는 말레이시아식 팬케이크이네요. 밀가루에 달걀, 설탕, 베이킹소다, 우유 등이 들어가는 건 일반 과자와 다를 게 없지만, 아팜발릭에는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고 땅콩 가루나 초콜릿, 깨 등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잘란 알로 야시장에서 두 번째 저녁 식사 계획만 없었더라면, 맛을 보는 건데 좀 아쉽습니다. 포장이라도 할 걸 그랬나. 

 

 

꽤 중국스러운 식당인데 간판이 요란하네요.

 

 

계속 눈에 밟히는 저 북경오리도 언젠간 맛봐야 할 요리 0순위인데 하여튼 외국에 오면 다른 것보다도 먹는 것에 호기심이 많아서 문제. ㅎㅎ

 

 

곧 야시장에서도 만나게 될 육포지만, 차이나타운에서도 따끈따끈 갓 구워낸 육포를 볼 수 있고요.

 

 

태국식 국수를 파는 노점상.

 

 

밤이 깊어가는 차이나타운

 

우리네 도깨비 시장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과 음식들. 주로 동양인이 찾는 곳이지만, 히잡을 둘러쓴 여인부터 흑인과 백인 등 여러 인종이 부대끼는 활기. 5링깃짜리 국수 몇 그릇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 어린 자녀와 함께 노점상에서 끼니를 떄우는 가족의 단란한 분위기까지 동네 야시장의 서민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던 차이나타운은 그렇게 밤이 깊어 갑니다. 우리는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KLCC 페트로나스 타워로 갑니다. 지금은 인생샷 하나 건지러 가는 사진 명소가 되었죠.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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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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